|
"간재미, 홍어, 가오리"
마치 광어나 도다리, 가자미만큼 유사성을 지닌 홍어과 어류들. 생김새가 비슷해 맛도 비슷할 것으로 여기기 십상이지만, 실제로는 종류와 크기에 따라 삭혔을 때 나는 특유의 암모니아 향이 차이가 나서 맛도 다르고 즐기는 방법도 제각각입니다. 특히, 간재미는 삭혀서 먹는 참홍어와 달리 싱싱할 때 바로 먹기에 삭힌 홍어 맛에 거부감 있는 이들도 부담없이 먹을 수 있습니다. 여름부터는 맛과 식감이 나빠져 다시 일 년을 기다려야 하는 봄철 진미이기도 하지요.
생물 홍어(간재미)
#. 간재미에 대해서
표준명 : 홍어(홍어목 홍어과)
학명 : Okamejei kenojei, Raja kenojei
방언 : 간재미, 간자미, 강개미(충남), 새끼 홍어, 상어가오리
영명 : skate ray
일명 : 간기에이(ガンギエイ)
최대 몸길이 : 1.5m
분포 : 한국의 서해 및 남해, 일본 중부 이북, 중국 남부
음식 : 회, 무침, 탕, 찜, 건어물(포)
제철 : 겨울~봄(1~5월)
어류의 박식도 : ★★★
(★★★★★ : 알고 있으면 학자, ★★★★ : 알고 있으면 물고기 마니아, ★★★ : 제법 미식가, ★★ : 이것은 상식 ★ : 누구나 아는)
#. 특징과 생태
간재미와 흑산도의 참홍어는 모두 연골어류에 속합니다. 여기에는 상어도 포함되는데 모두 새끼를 낳는 난태생입니다. 연골어류는 말 그대로 물렁뼈를 가지며, 경골어류는 단단한 뼈를 가집니다. 연골여류와 경골어류의 차이는 꽤 흥미롭습니다. 단순히 뼈의 단단함에서 오는 차이 외에도 몸을 띄우거나 움직이는데 필요한 부레(공기주머니)의 여부가 완전히 다른데 이는 서로 다른 진화 과정을 겪어왔음을 말해 줍니다.
우리가 아는 일반적인 생선은 단단한 뼈를 가진 경골어류가 대부분입니다. 몸을 움직일 때는 부레에 공기를 채워 뜨거나 가라앉힐 수 있습니다. 반면에 홍어나 가오리, 상어 같은 연골어류는 부레를 가지지 않습니다. 대신 체내에 지방을 축적하는 방식으로 부력을 확보합니다. 이 때문에 연골어류는 경골어류보다 상대적으로 부력이 약합니다. 이로 인해 나타나는 재미있는 현상이 있습니다.
상어가 쉬지 않고 돌아다니는 이유가 바로 약한 부력 때문인데 만약, 상어가 열심히 헤엄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상어는 그 자리에서 계속 가라앉기만 할 것입니다. 이는 수심 수백 미터의 대양을 누비고 다니는 상어가 쉴 새 없이 헤엄쳐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같은 연골어류라도 홍어와 가오리는 그 습성상 바닥에 배를 붙이며 살기 때문에 굳이 상어처럼 움직여가며 몸을 띄울 필요는 없었던 것이죠.
<사진 1> a는 남해산 간재미에서 주로 나타나는 무늬, b는 분수공(숨구멍), c는 홍어 코
이 외에도 아가미의 위치가 다른데 우리가 아는 대부분 생선(경골어류)은 눈 옆에 아가미뚜껑이 있지만, 상어를 비롯한 홍어류는 뚜껑 대신 구멍이 있습니다. 상어는 눈 옆에 있고, 홍어를 비롯한 간재미는 배 밑에 있죠. <사진 1>을 보면 눈 바로 뒤에 있는 숨구멍이 있습니다. 간재미를 비롯한 홍어과 어류는 이 숨구멍으로 물을 들이마셔 아가미로 배출하는 식으로 호흡합니다.
#. 제철과 산란
간재미의 산란은 이르면 늦가을부터 시작해 봄까지 이뤄집니다. 봄과 가을 일 년에 두 차례나 산란기를 가지는 흑산도의 참홍어와는 많은 차이가 있죠. 간재미의 산란은 지역마다 다른데 통영을 비롯한 남해안의 것은 일찌감치 시작되는 탓에 제철이 12~3월 사이이고, 서남해를 비롯한 서해의 것은 봄까지 진행되는 탓에 주로 3~5월이 제철입니다. 산란철이 오면 알 주머니에 동글동글한 알을 채우면서 부화를 준비하는데 서해안 일대 지역에서는 이러한 알 주머니가 탕감의 재료로 인기가 있습니다.
통영을 비롯한 남해안 간재미는 <사진 1>의 a와 같은 무늬가 나타나는 반면, 서해 및 서남해에 서식하는 간재미는 개펄 진흙의 환경을 닮아 민무늬가 많습니다. 흔히, 홍어와 가오리의 차이를 구분함에 있어 혼란스럽기도 한데 저는 <사진 1>의 C를 보고 구별합니다. C는 홍어 부위 중 가장 인기가 있는 '코' 부위로 가오리는 코가 없이 매끈한 곡선을 가졌고, 간재미(홍어)는 <사진 1>과 같이 돌출돼 있습니다. 흑산도의 참홍어는 이보다 더 뾰족하게 나온 것이 특징입니다.
<사진 2> 간재미 수컷으로 생식기가 달렸다
#. 간재미의 암수 구분
간재미의 암수 구분이 중요한 이유는 암수에 따라 맛과 가격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암수 가격 차이가 가장 크게 벌어지는 것은 흑산도의 참홍어이며, 간재미(홍어) 역시 암컷이 수컷보다 맛이 좋습니다. 구분 포인트는 <사진 2>의 a가 표시된 생식기 여부입니다. 수컷은 긴 꼬리 양쪽에 생식기가 붙어 있음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사진 3> 간재미 암컷은 생식기가 없다
반면에 간재미 암컷은 생식기가 없습니다. 생식기가 없는 것이 조금 더 맛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암수 구별이 때로는 의미가 없어질 때도 있습니다. '일부'이긴 하나 어떤 상인은 수컷의 생식기를 잘라 암컷처럼 둔갑해서 팔기 때문입니다.
<사진 4> 수컷 꼬리의 가시는 2열로 배열돼 있다
그랬을 때 구분하는 포인트가 바로 꼬리의 가시 줄입니다. 수컷의 꼬리는 가시 선이 2열로 배열돼 있습니다. 즉, 두 줄입니다.
<사진 5> 암컷 꼬리의 가시는 4~5열로 배열돼 있다
암컷 꼬리의 가시 배열은 최소 3줄 이상(꼬리 끝부분)으로 시작해 4~5열로 배열되어 있습니다. 암컷의 가시가 수컷보다 더 많은 겁니다. 이 가시는 단단하고 날카로워서 살아있는 간재미를 맨손으로 잡으면 다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 간재미와 낚시
간재미를 비롯한 홍어과 어류는 낚시 대상어로 크게 주목받지 못했습니다. 간재미 선상낚시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보통은 다른 어종을 노릴 때 손님 고기로 낚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경남 풍화리 선외기 낚시가 있습니다. 일명 '덴마'라고 불리는 무동력선은 육지에서 가까운 양식장을 오가며 낚시하는데 이때 감성돔과 도다리를 노리는 바닥 낚시에서 간재미가 걸려들기도 합니다.
뱃전에서 즉석에서 썰어먹는 간재미 회
#. 간재미의 식용
입춘을 지나 본격적인 봄기운이 들 때면 충남에서 진도에 이르기까지 간재미 조업이 한창입니다. 진도에서는 3~4월의 간재미가 맛있기로 유명하고, 4~5월까지는 충남 당진의 것을 쳐줍니다. 그 차이가 시기상으로 미묘해 '봄' 정도로만 알아둡시다. 간재미가 봄에 맛있는 이유는 연골어류의 특징인 물렁뼈에 있습니다.
바닷물고기는 어종과 습성에 따라 우리가 취할 맛의 포인트가 조금씩 다른 편이나, 일반적으로는 산란 전 한껏 오른 지방의 맛을 음미합니다. 회 맛이 좋다는 말도 결국은 산란을 준비할 때 축적해둔 지방과 비육함에서 오는 것인데 간재미는 조금 다릅니다. 맛을 음미하는 포인트가 지방의 고소한 맛보다는 연골어류의 특징인 연골 즉, 물렁뼈를 씹는 식감을 다른 무엇보다도 중시하기에 뼈가 연한 철이 곧 제철이 되는 것입니다.
4월의 간재미는 오독오독 뼈째 씹는 맛이 별미다. 진도에서는 어부들이 묵은지와 함께 곁들이기도 한다
그런 이유로 간재미는 산란기에 놓인 중심에서 뼈가 약해질 대로 약해졌을 때 뼈째 씹어먹는 그 지점에 느껴지는 맛이 포인트가 됩니다. 사람도 출산에 임박했거나 출산 직후에는 뼈가 약해지기 마련입니다. 이때 몸 관리를 잘하지 못하면 나이 들어 뼈마디가 쑤시면서 고생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래서 하는 것이 산후조리인데 생선도 산란 직전과 직후에는 뼈가 약해진 상태이므로 봄 도다리는 일명 세꼬시로 즐기고, 간재미도 연골의 주성분인 '콘드로이틴'을 씹는 맛을 즐깁니다. 이 콘드로이틴이 치밀한 부위가 날갯살인데 홍어 코와 함께 인기가 많은 부위죠.
봄에는 충남 말로 '강개미 회무침'이 별미다
간재미 양념 찜
봄철 보양식으로 손색 없는 간재미 탕
간재미 요리는 끈적한 체액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걷어내면서 비린내를 없애느냐가 관건입니다. 그래서 간재미 잘하는 집은 신문지를 이용해 체액을 제거하기도 하지만, 막걸리 식초로 걷어내는 것이 특효입니다. 삭히지 않은 싱싱한 것은 회무침을 이용하고, 부드럽게 쪄서 양념을 올린 찜도 별미입니다.
간재미도 참홍어와 마찬가지로 탕을 진미로 여깁니다. 애(간)와 알집 등의 부산물과 함께 끓인 간재미 탕은 쇠한 기력을 보충하기에 좋은 봄 보양식입니다. 일부는 꾸득히 말린 것을 찢어 포로 이용하는데 석쇠에 굽거나 볶아서 무친 것은 훌률한 밥반찬이자 안주가 됩니다.
간재미 제철은 통상적으로 5월까지 보고 있습니다. 6월 이후에는 깊은 곳으로 들어가면서 어획량이 주는데 이때의 간재미는 뼈가 억세고 맛이 떨어집니다.
※ 간재미 상태와 관련된 일부 내용은 황선도 해양수산학 박사의 글과 두산백과를 참고하였습니다
#. 관련글 보기
정기구독자를 위한 즐겨찾기+
'수산물 > 현대판 자산어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전어의 계절, 전어를 먹기 전에 알아두면 좋은 상식 (8) | 2018.09.12 |
---|---|
찔리면 응급실, 맛은 천상인 제주 특산 독가시치(따치) (7) | 2018.07.31 |
한국에서 가장 비싼 명품횟감, 줄가자미(속칭 이시가리) (26) | 2018.02.12 |
알고 먹으면 더 맛있는 방어 상식 (23) | 2017.12.14 |
겨울바다의 보배 '볼락', 새롭게 밝혀진 사실 (4) | 2017.11.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