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1> 표준명 독가시치

 

예전에는 흔하디흔해 쳐다보지도 않았던 생선이 어느새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환골탈태에 이른 횟감이 있습니다. 그 이름은 바로 ‘독가시치’. 이름만 들어도 무시무시한데 실제로 독가시치의 지느러미 가시에는 독이 있어 취급에 주의해야 합니다. 그 독성의 무서움과 쌉싸래한 갯내에 제주꾼들은 쳐다보지도 않았던, 심지어 발로 차버리기도 한 잡어였.

 

지금은 어찌 된 영문인지 독가시치의 신분이 상승 중입니다. 엉뚱하게도 입소문 듣고 찾아온 관광객들이 독가시치 회를 찾으면서 지금은 제주도에서나 맛볼 수 있는 특색 있는 횟감으로 자리매김하였습니다.

 

 

#. 독가시치에 대해서
표준명 : 독가시치(농어목 독가시치과)
학명 : Siganus fuscescens

방언 : 따치(제주), 따돔(제주)
영명 : Rabbit Fish
일명 : アイゴ(아이고)
전장 : 50cm
분포 : 남해 먼바다와 제주도, 일본 남부, 동중국해, 남중국해, 호주 서부, 인도양
음식 : 회, 소금구이, 탕
제철 : 11~2월(겨울)

어류의 박식도 : ★★★★
(★★★★★ : 알고 있으면 학자, ★★★★ : 알고 있으면 물고기 마니아, ★★★ : 제법 미식가, ★★ : 이것은 상식 ★ : 모르면 바보)
 

 

홍콩의 어느 부둣가에서 독가시치를 낚고 있는 노인

 

#. 특징과 생태
생김새와 관련된 명칭이 재미있습니다. <사진 1>에서 보다시피 주둥이가 토끼처럼 튀어나왔다 하여 '레빗피시'라 불리는데 독 지느러미 가시를 가진 것 치고는 성격이 온순하고 겁이 많은 어종입니다. 지느러미 가시는 매우 날카롭고 독선이 있어 여기에 찔리면 극심한 통증을 유발합니다.

 

독가시치의 일본명이 ‘아이고(アイゴ)’인 점도 묘하게 겹칩니다. 독가시치과 어류는 전 세계적으로 30여 종에 이르고 일본 주변 해역에만 10여 종이 서식하는데 우리나라 연안에는 단 한 종류인 ‘독가시치'가 유일합니다. 최근 지구온난화에 의한 수온 상승 여파로 독가시치의 서식지 확장이 두드러지는데 주요 분포도를 살피면 제주도를 비롯해 거제, 통영, 여수를 비롯한 남해안 일대와 동해 일대입니다.

 

 

심지어 2001년에는 서해 어청도에서도 출현한 적이 있었는데 이후 발견되지 않은 점을 미루어 보면 서해권의 독가시치 출현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독가시치 내장은 악취가 심해 살아있을 때 재빨리 빼내야 횟감으로 사용할 수 있다

 

산란기는 7~8월로 알려졌으며 연안의 암초 및 해조류에 알을 낳습니다. 어릴 때는 플랑크톤을 먹다가 크면서 초식성으로 바뀌는 등 해조류 위주의 식성을 가지며 해조류에 붙어사는 작은 갑각류도 먹는 잡식성입니다. 그래서 독가시치는 내장에 소화돼다만 해조류에서 지독한 냄새를 풍기곤 하지요. 횟감 사용 시 반드시 살아있을 때 손질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독가시치의 날카로운 가시

 

#. 주의해야 하는 독가시치의 날카로운 가시와 독선
독가시치는 복어와 달리 먹어서 해가 되는 독이 아닌 가시에 찔렸을 때 신경 통증을 유발하는 신경 독이 있습다. 독가시치는 죽어도 복수한다는 말이 있는데요. 살아있을 때는 물론, 죽은 후에도 가시에 찔리면 극심한 통증을 유발하니 손질 시 주의해야 합니다. 특히, 낚시로 잡은 독가시치를 산채로 공수할 때는 날카로운 가시를 잘라 횟감을 보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독가시치의 독 분포(표시된 곳은 모두 독이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독가시치는 가시에 독이 있어 낚시인과 수산업 종사자들은 사진에 표시된 부분에 찔리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야 합니다. 독가시치는 1번과 2번, 3번 모두 독을 품고 있습니다. 찔리면 상당히 심한 통증이 수반되며 가까운 병원으로 가서 응급처치를 받아야 합니다.

 

1, 2, 3번 중에서도 가장 독성이 강한 부분은 2번인 배지느러미로 알려졌습니다. 독가시치를 20년 동안 취급했다는 제주시의 어느 횟집 사장은 젊었을 때 회를 치다 가시에 찔려 고생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고 합니다. 여러 부위의 가시에 찔려봤는데 그중에서도 배지느러미 가시에 찔렸을 때가 유독 아팠다고 하지요.

 

물론, 독의 통증과 부기는 사람의 체질에 따라 다르므로 어느 한 사람의 말을 인용해 독의 강도를 논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반평생 독가시치와 함께 살아온 그의 오랜 경험담은 충분히 참고할 만하지요.

 

만약, 가시에 찔리면 어떻게 될까요? 저는 얼마 전, 독가시치 뒷지느러미에 손가락을 찔려 일주일 동안 고생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통증은 처음 찔린 순간부터 한 시간까지 격렬했는데 마치 화상을 입은 듯 불타오르는 듯했지요. 이후 세 시간 동안 잔여 통증에 시달리다가 서서히 가라앉았습니다.

 

이후에도 상처 부위에 힘이 가해지면 깜짝 놀랄 만큼 짧고 강한 통증이 왔습니다. 그 느낌은 마치 날카로운 바늘이 속살에 박혔는데 그것을 손으로 누르는 기분입니다. 독가시치에 쏘였을 때 전해지는 민간요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상처 부위에 된장을 바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40~50도 정도 따듯한 물에 상처 부위를 담가두는 것입니다.

 

 

<사진 2> 독가시치를 만질 때는 꼬리지느러미를 잡는 것이 좋다

 

#. 독가시치는 손오공 다루듯 해야 한다.
보통의 낚시인들은 가시에 쏘이는 것이 두려워 플라이어나 집게를 활용하는 편입니다. 도구가 없으면 발로 차서 바다로 떨어트리는데 이를 쿨러나 다른 곳으로 옮기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해답은 잘록한 꼬리에 있습니다.

 

<사진 2>와 같이 꼬리지느러미의 잘록한 부분을 힘껏 쥐면 힘을 못 씁니다. 그토록 날뛰던 독가시치도 꼬리를 잡히는 순간 얌전해지는 성질을 갖고 있죠. 꼬리를 잡으면 뒷지느러미 가시에 찔릴 것을 염려하는데 실제로는 뒷지느러미 중 1~7열 가시에만 독이 있으니 꼬리를 잡는다고 가시에 찔릴 위험은 없습니다. 제주도를 비롯해 남해안 일대에서 낚시하다 독가시치를 만난다면 꼭 한 번 활용해 보시기 바랍니다.

 

 

제주 외돌개에서 40cm급 독가시치를 잡은 여성 낚시인

 

독가시치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횟집, 제주 동문시장

 

#. 독가시치와 낚시
독가시치를 낚기 위해선 제주도로 가는 것이 가장 빠릅니다. 거제도를 비롯해 남해안 일대와 안경섬에도 다량 서식하지만, 제주도만큼 흔하고 확실한 포인트도 없을 것입니다. 독가시치는 군집 생활을 하기 때문에 한 마리가 낚이면, 그 자리에서 몇 마리 더 낚일 확률이 높습니다.

 

때문에 마릿수 재미가 있고, 무엇보다도 동급대비 지구력이 좋아 벵에돔을 능가하는 손맛에 매료됩니다. 최근에는 아예 독가시치만 잡으려는 생활 낚시꾼도 늘고 있죠. 제주도에 소재한 낚시점에는 독가시치 전용 집어제를 팔기도 합니다. 채비는 벵에돔 채비와 같은 0(제로)찌 계열을 쓰며, 미끼는 크릴과 독가시치 전용 떡밥을 바늘에 말아 씁니다.

 

제 블로그에는 벵에돔 낚시와 관련해 많은 글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카테고리에서 '제주도 조행기'나 '벵에돔 낚시 팁'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독가시치회

 

빗살무늬가 특징인 독가시치회

 

된장, 수제비와 궁합이 좋은 독가시치 매운탕

 

독가시치 맑은탕

 

#. 독가시치의 식용
독가시치는 한때 양식을 시도했지만, 여건과 타산이 맞지 않아 지금은 전량 자연산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덤장’이라 부르는 정치망에 잡히며 연중 출몰하나 수온이 올라가는 여름부터 초겨울 사이 가장 많이 잡힙니다. 예전에는 잡어로 취급해 횟감으로 쓰지 않았던 독가시치가 지금은 서귀포와 제주시의 몇몇 횟집에서 전문적으로 취급되고 있습니다.

 

지금은 제주도 관광산업의 부흥과 더불어 평범한 생선회에 싫증 난 이들에게 특별한 횟감으로 인식되곤 합니다. 식감은 굉장히 쫄깃한 편입니다. 활어회로 내는 탓도 있지만, 어종의 특성도 한몫합니다. 계속 씹으면 고소한 맛 뒤에 오는 미묘한 향이 나는데 이는 독가시치가 평소 먹는 먹잇감, 즉 해조류와 관련 있습니다.

 

해조류가 소화되면서 악취가 나는데 일본의 어느 지방에서는 이를 '오줌 냄새'라 하여 독가시치를 등한시하였고 또 어느 지방에서는 별미로 취급하는 등 호불호가 극명히 갈린다. 국내에서도 독가시치 특유의 향으로 인해 호불호가 갈리는 편입니다.
 
독가시치는 된장을 기초로 한 제주식 매운탕의 표본일 만큼 된장과 궁합이 좋은 생선입니다. 독가시치는 매운탕과 맑은탕을 끓일 때도 철칙이 있습니다. 갯내를 품은 대가리는 넣지 않아야 맛이 깔끔합니다. 다만, 7~8월 산란철 독가시치는 예외입니다. 이 시기에는 비교적 냄새가 덜하기 때문에 맑은탕에 대가리를 넣는 식당도 있습니다. 국물 맛은 깔끔하면서 구수합니다.

 

독가시치 회가 가장 맛있는 철은 겨울입니다. 대신 겨울에는 어획량이 떨어질뿐더러 조황도 저조한 편입니다. 알려진 제철은 겨울이나 사실 독가시치는 사철 맛의 차이가 큰 편은 아닙니다. 인기는 오히려 공급량이 많은 여름에 몰립니다. 특히, 7~8월은 독가시치가 산란기에 접어들면서 커다란 알을 품는데 이때 끓여낸 알탕이 일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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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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