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놀래미 한 접시 주세요."

 

우럭, 광어는 늘 먹는 것이라 식상하고, 그렇다고 감성돔이나 능성어를 먹자니 주머니 사정이 살짝 부담되고. 얼마 전, 도다리와 농어까지 맛본 상황에서 주문하게 되는 국민 잡어회라면 단연 놀래미를 꼽습니다. 동네 횟집에서 놀래미가 갖는 위치가 대략 이 정도인데요흔히 먹는 횟감은 아니다 보니 색다르다면 색다르고, 애매하다면 애매모호한 생선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이미 놀래미회를 먹어본 이들은 다소 호불호가 갈리는데요. 이유는 맹한 맛과 부드러운 식감 때문일 것입니다. 그런데 정말로 놀래미 회를 먹고 그렇게 느꼈다면 지금까지 놀래미를 잘못 드셨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놀래미가 가장 맛있는 시기가 따로 있기 때문이지요. 숙성도 오래 하면 안 됩니다. 놀래미는 흔하디흔한 횟감이지만, 우리가 평소 알지 못했던 재미있는 사실이 몇 가지 있는데요. 무엇이 있는지 상세히 파헤쳐봅니다.  

 

#. 쥐노래미에 관하여
표준명 : 쥐노래미(쏨뱅이목 쥐노래미과)

학명 : Hexagrammos otakii
방언 : 놀래미(전국), 돌삼치(동해), 게르치(X)(경남)
영명 : Spotty belly greenling
일명 : 쿠지메(クジメ)
전장 : 60cm
분포 : 우리 나라 전 연안, 일본, 동중국해, 남중국해
음식 : 회, 매운탕, 조림, 찜, 구이, 건어물
제철 : 7~10월(여름~가을)
어류의 박식도 : ★★★
(★★★★★ : 알고 있으면 학자, ★★★★ : 알고 있으면 물고기 마니아, ★★★ : 제법 미식가, ★★ : 이것은 상식 ★ : 모르면 바보)

 

 

<사진 1> 놀래미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표준명 게르치

 

<사진 2> 제주도에 주로 서식하는 표준명 놀래기

 

#. 놀래미와 노래미, 놀래기는 전부 다른 생선? 헷갈리는 이름들

시중 횟집에서 접하는 놀래미의 표준명은 '쥐노래미'입니다. 쥐노래미를 전국적으로 '놀래미'라 부르며, 동해 지방에서는 돌삼치라 부릅니다. 경남에서는 쥐노래미를 게르치라 부르는데 <사진 1>에서 보시다시피 게르치는 따로 있는 어류입니다. 그렇다면 놀래기는 뭘까요? 놀래기는 농어목 놀래기과에 속한 어류로 쏨뱅이목에 속하는 쥐노래미와는 매우 거리가 먼 관계입니다.

 

- 쏨뱅이목 쥐노래미과 : 쥐노래미, 노래미, 임연수어, 단기 임연수어(흔히 유통되는 미국산 임연수어)

- 농어목 놀래기과 : 혹돔, 호박돔, 놀래기, 용치놀래기, 황놀래기, 어랭놀래기

 

 

횟집에서 흔히 접하는 어종인 쥐노래미(일명 놀래미)

 

쥐노래미와 유사한 노래미

 

쥐노래미와 사촌지간인 임연수어

 

이렇듯 쏨뱅이목 쥐노래미 가문에 속한 어류는 횟집에서 흔히 접하는 쥐노래미(놀래미)를 비롯해 낚시에서 가끔 잡히는 노래미, 우리에게 친숙한 밥반찬인 임연수어가 있으며, 쏨뱅이목이라는 어류 분류가 말해주듯 차라리 쏨뱅이나 조피볼락(우럭)과도 가까운 관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쥐노래미(위)와 노래미(아래)

 

#. 쥐노래미(놀래미)와 노래미의 차이

앞서 말했듯 우리가 시중에서 흔히 접하는 생선은 쥐노래미(일명 놀래미)입니다. 성장 속도가 빠르고 크게 자라기 때문에 중국에서 양식으로 많이 들어옵니다. 따라서 서울, 수도권 및 내륙지방으로 유통되는 횟감용 (활)쥐노래미는 대부분 중국산 양식입니다.

 

쥐노래미와 매우 흡사한 노래미가 있는데요. 살이 많지 않은 소형 어류다 보니 특별히 상업적으로 어획하거나 양식하지는 않습니다. 이 둘은 생김새가 매우 흡사하지만, 생태와 습성에서는 적잖은 차이가 있습니다. 우선 쥐노래미는 최대 성장 60cm까지 자라는 중형급 어류입니다. 성체가 되면 단독 생활을 하는데 일정한 영역을 지키고 보호하려는 습성이 강해 노래미는 물론, 동족이 침범해도 쫓아냅니다.

 

반면, 노래미는 다 커도 25~30cm 정도밖에 자라지 않는 소형 어류입니다. 살이 많지 않으며, 맛과 식감에서도 쥐노래미보다 덜해 해안가 지방에서는 혼획된 노래미를 잡어 매운탕감으로 여기지요.

 

 

쥐노래미의 꼬리지느러미(왼쪽), 노래미의 꼬리지느러미(오른쪽)

 

쥐노래미와 노래미는 언뜻 보아 비슷하지만, 자세히 보면 몇 가지 차이가 납니다. 우리가 눈으로 봤을 때 쉽게 구별하는 포인트는 꼬리지느러미입니다. 쥐노래미의 꼬리지느러미는 가운데가 살짝 팬 일자 모양에 가깝고, 노래미는 부채꼴 모양으로 둥그렇습니다.

 

 

가거도에서 낚시로 잡은 54cm급 대물 쥐노래미

 

#. 습성과 생태

우리가 흔히 보는 횟집 수조 속 쥐노래미는 대부분 중국산 양식이며, 몸길이는 30cm 정도로 일정합니다. 다만, 이것이 야생에서 자랄 경우 최대 60cm까지 성장하는 중형급 어류입니다. 국내에서 낚시로 잡은 쥐노래미의 최대어는 59cm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쥐노래미와 노래미는 모두 저서성 어류로 바닥층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감성돔이나 도다리를 노리는 낚시에서 종종 잡힙니다. 주행성이라 주로 낮에 먹이 활동을 하며, 닥 지형의 굴곡을 타고 다니면서 갯지렁이 같은 요각류를 먹고 자랍니다. 그러다가 일정한 크기로 성장하면 멸치 같은 작은 베이트 피시를 사냥하는데 이때의 포악성은 광어 못지않습니다

 

탐식성과 공격성도 강해 자기 영역으로 들어오는 침입자를 허용치 않으며, 이러한 습성 때문인지 수면을 훑는 농어 루어낚시에서도 곧잘 물고 늘어집니다. 즉, 3~4m 정도의 낮은 수심대는 쉽게 극복할 만큼 사냥감에 대한 집착을 보이곤 하지요

 

 

혼인기를 맞은 쥐노래미는 황금색 옷을 두른다

 

쥐노래미와 노래미는 모두 11~12월에 걸쳐 산란합니다. 산란과 번식 능력이 월등하지 못해서 정부는 이 기간을 금어기로 지정, 포획을 전면 금지하고 있습니다. 

 

쥐노래미와 노래미는 은신처 환경에 따라 채색을 다양하게 변화시키는 카멜레온 같은 어류입니다. 서해산 쥐노래미는 갯벌의 영향을 받아 전반적으로 검거나 짙은 밤색을 띠고, 여밭이 많은 동해산은 알록달록한 돌무늬를 닮았습니다.

 

산호가 발달한 남해 동부권에선 산호의 붉은색을 닮은 빨간 쥐노래미가 잡히기도 해 가끔 다른 어종으로 착각하기도 합니다. 또한, 산란기가 다가오는 10월부터는 혼인색을 두르면서 황금빛으로 물들기 시작합니다. 종족 번식을 위해 본능적으로 화려한 옷을 갈아입게 되는 자연의 섭리가 실로 신기하기만 하지요.

 

그래서 쥐노래미는 산란을 준비하는 시기인 여름부터 산란 직전인 10월까지가 가장 살이 오르고 맛이 좋습니다. 또한, 쥐노래미는 자연산과 양식의 맛 차이가 현저히 나는 편입니다. 제철에 쥐노래미는 자연산이 양식을 압도합니다.  

 

 

양식 쥐노래미는 눈 위에 깃털 모양의 피판이 제법 솟아있다

 

#. 자연산과 양식의 구분

현재 횟집으로 유통되는 쥐노래미(일명 놀래미)는 대부분 중국산 양식이며, 활어로 유통합니다. 양식은 크기가 30cm 내외로 일정하며, 모두가 똑같은 환경에서 자라 출하됐기 때문에 몸통의 무늬와 채색 또한 일괄적입니다. 여기에 더하여 양식 쥐노래미는 눈 위에 눈썹처럼 생긴 피판이 하늘 방향으로 솟았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자연산 쥐노래미는 눈썹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자연산 쥐노래미는 눈썹이 붙어는 있는데 크기가 작으며 누워있어서 잘 보이지 않습니다. 이것이 자연산과 양식의 가장 큰 차이점이며, 채색과 크기는 서식지 환경에 따라 매우 다양하게 나타나서 이 또한 구별 포인트라 할 수 있습니다.

 

 

<사진 3> 쥐노래미는 다섯 개의 측선을 가진 독특한 어류

 

#. 쥐노래미의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
노래미와 쥐노래미의 구분을 어류학적인 측면에서 접근하자면 '측선의 개수'를 보는 방법입니다. 측선(옆줄)은 어류의 몸통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선인데 주로 수온이나 촉각, 수류, 진동, 그리고 물리적 압력 등을 느끼게 하는 감각 기관입니다.

 

한 가지 신기한 것은 이러한 측선이 쥐노래미에는 무려 다섯 개나 있다는 사실. 가장 비슷한 어류인 래미나 임연수어도 한 개의 측선만 가졌다는 사실을 놓고 보면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쥐노래미의 측선을 <사진 3>에 표시한 대로입니다. 2번과 3번 측선은 서로 이어지지 않아 따로 구분한 것이고, 4번과 5번 측선 역시 서로 이어지지 않은 개별 측선입니다. 여기서 진짜 측선은 1번뿐이며, 나머지는 감각기관을 수행하기보다는 장식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다시 말해, 1번을 제외한 나머지 측선에는 감각을 느끼는 센서가 없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어째서 쥐노래미만 다섯 개의 측선이 달렸는지(또는 그렇게 보이는지)는 여전히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로 남아 있습니다.

 

 

세미 플로팅 타입 미노우에 걸려든 쥐노래미

 

#. 쥐노래미와 낚시

쥐노래미는 대표적인 생활낚시 대상어입니다. 갯바위, 방파제, 방조제 할 것 없이 암초와 자갈, 모래가 적절히 혼합된 곳이라면 어디든 서식합니다. 주로 갯지렁이를 단 원투 던질낚시와 웜+지그헤드를 단 루어 채비에 걸려들며, 바닥층을 노리는 감성돔 낚시에서도 곧잘 걸려듭니다. 먹이활동이 가장 왕성한 시기는 산란과 월동을 준비하는 지금 시기(가을)이며, 우리나라 동, 서, 남해의 전 해역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습니다.

 

 

쥐노래미 회

 

쥐노래미 조림

 

꾸득히 말린 쥐노래미 양념찜

 

쥐노래미 구이

 

#. 쥐노래미의 식용

아직도 해안가 일부 지역에서는 쥐노래미와 노래미를 구분하지 않고 둘을 묶어서 잡어회나 매운탕감으로 취급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불었던 미식 열풍과 식재료에 관한 관심 때문인지 이제는 두 어종을 구분해서 파는 곳이 늘었습니다. 그 증거로 '자연산 놀래미'를 취급하는 횟집의 증가와 함께 쥐노래미만을 엄선해서 낸다는 점이지요. (노래미는 따로 빼놓거나 둘을 섞지 않는다는 점.)

 

서울, 수도권 등 도시권에서는 여전히 중국산 양식 쥐노래미가 활발하게 거래됩니다. 계절과 출하량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놀래미회 한 접시(또는 1kg)를 주문하면, 4~5만 원 선으로 이는 우럭, 광어보다는 약간 비싸며 참돔, 농어, 강도다리와는 비슷한 수준입니다.

 

이 밖에도 쥐노래미는 살에 수분 함량이 많아서 열을 가하면 살이 부드럽고 포슬포슬해지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숟가락으로 살점을 떠먹기 좋은 조림과 매운탕에 제격이며, 9~10월 살이 도톰이 오른 쥐노래미를 기름에 튀기듯 구워낸 소금구이도 일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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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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