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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타 마나도,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섬
마나도에서 예수상을 둘러본 저와 제작진은 해발 고도가 높은 산악지대로 올라왔습니다. 사진에 보이는 도시는 술라웨시섬의 주도인 마나도 시티. 여기서는 도시란 뜻을 가진 '코타'를 붙여 코타 마나도라 부릅니다.
무성한 밀림 숲 너머로 보이는 마나도 시티
구불구불한 산악 도로를 타고 30~40분 정도 올라오자 차를 멈춰 세웁니다. 더 올라가면 산악지대 마을이 나오며, 어제 포스팅한 식육 시장을 비롯해 일곱 빛깔이 난다는 리노우 호수로 이어집니다.
마나도는 적도 바로 위에 있는 열대 도시이고 기후는 일 년 내내 덥지만, 이렇게 지대가 높은 곳은 꽤 춥다고 합니다. 그래 봐야 적도인데 추우면 얼마나 춥다고. 처음에는 선뜻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앞서 발리를 거쳐 왔기 때문에 확실히 산악 지역에서는 두 지역의 기온 차가 느껴지긴 합니다.
저 앞에 내려다보이는 마나도 시티만 해도 바다와 인접해 있어 습하고 후텁지근한데요. 이렇게 올라오니 선선한 바람에 쾌적합니다. 스콜이라도 내리는 날이면 제법 쌀쌀하겠는데요. 그래서인지 이곳은 매운 음식이 발달했으며 긴소매, 긴바지를 입고 다니는 사람도 곧잘 볼 수 있었습니다.
빠당 식당
우리는 점심을 먹기 위해 산악 도로 중간에 있는 한 식당에 들렀습니다.
맞은편 집에서는 고기 굽기가 한창입니다. 식당과 한 집인지는 모르겠지만, 주변 시설물로 보아 가정집처럼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아마도 식당에는 고기 구울 만한 장소가 따로 없으니 숯불 구이류는 여기서 해오지 않을까 하는 추측입니다. 냄새가 좋으니 음식이 기대되는데요.
식당 내부는 시골 식당처럼 소박합니다. 우리 외에 한두 테이블이 식사 중인데 한 상 가득 깔아놓고 먹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인도네시아의 백반 정식과 같은 빠당, 언뜻 보면 꼭 한식을 빼닮았다
이때만 해도 어떤 음식을 먹게 될지 예상 못 했는데요. 주문하자마자 전광석화처럼 깔리는 많은 음식에 또 한 번 놀랐습니다. 여기서는 '빠당(Padang)'이라 부르는 인도네시아의 백반 정식과도 같은 식사입니다. 언뜻 보면 한식 같아 보이기도 하며, 향신료를 적극적으로 쓰지 않기에 향도 그렇게 낯설지 않습니다. 여러 명이 먹는 식탁에 반찬을 공유한다는 점도 우리의 식문화와 빼닮았죠.
사실 빠당은 인도네시아의 특정 요리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고, 원래는 수마트라섬의 주도인 빠당에서 비롯되었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빠당이라는 도시에서 시작된 음식 문화인데 지금은 인도네시아 전역으로 퍼진 것이죠.
손님이 주문하면 미리 만들어 놓은 반찬이 깔리는데 식당마다 가짓수가 다릅니다. 어떤 곳은 수십 가지가 깔리는데 테이블에 모두 깔 수 없으면, 그때부터는 위로 겹겹이 쌓기도 합니다. 한 가지 특이한 것은 입에 댄 반찬만 계산한다는 점입니다. 그러니 반찬 많다고 이것저것 손댔다간 낭패 볼 수 있습니다.
사진을 보면 커리나 국 같은 액체류가 있고, 개수로 셀 수 없는 반찬류가 있습니다. 이런 종류는 한 숟가락만 먹어도 한 그릇으로 계산됩니다. 반면에 꼬치류와 덩어리 고기는 먹은 개수만큼 세서 귀신같이 계산하죠. 어떻게 보면 손님상에 차려진 미니 뷔페 같기도 합니다. 먹은 만큼만 계산되는 것은 꽤 합리적으로 보입니다.
이 식당은 다른 식당보다 반찬 수가 적어 보이지만, 사실은 한 상 가득 깔려도 먹지 않을 것은 처음부터 돌려 보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개고기나 쥐 고기 종류) 그래서 남은 것이 위 사진인데요. 소개하자면 대략 이렇습니다.
사진의 음식은 '른당'의 한 종류 같습니다. 돼지고기로 보이는데요. 끝내 아무도 손을 대지 않아 계산에서는 제외됐습니다.
사떼아얌(돼지고기 꼬치구이)입니다. 매콤한 소스를 발라 구워내 우리 입에도 잘 맞습니다.
인도네시아에 오면 한 번쯤 먹어봐야 한다는 '른당'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 1위에 뽑힌 것이 른당이라고 합니다. 물론, 어떤 기준으로 선발됐는지 또는 얼마만큼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조사했는지는 모릅니다.
른당은 소고기를 조린 음식이라 꼭 우리네 장조림과 비슷한 맛이라고 합니다. 중간에 무 같은 것도 들었는데요. 먹어보니 입에 착착 감기는 맛이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갈비찜과 비슷한 맛인데요. 국물은 밥과 함께 비벼 먹고 싶을 만큼 진하고 친숙합니다. 른당을 비롯해 우리 입에 잘 맞는 몇몇 음식은 한두 접시 더 주문하게 되더군요. (인원이 많으니)
닭고기 커리인데요. 국물만 한 숟가락 맛보고 싶은데 액체류라 숟가락만 대면 계산서에 포함돼버려 무진장 고민했던 메뉴입니다. 저만 그런 생각을 한 줄 알았는데 일행 중에도 비슷한 분이 계신지 나중에는 살포시 숟가락을 대길래 같이 협력해서 먹어치우기로 ㅎㅎ 맛은 사진에 보이는 비주얼에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인도나 말레이시아계열의 커리에 익숙하다면 충분히 시도해볼 만하며, 닭고기도 그럭저럭 먹을 만합니다. (되게 맛있다고 느껴지지는 않았지요.)
닭꼬치 구이인데요. 마나도 음식의 특징이 우리나라 음식과 유사한 점이 많습니다. 매운 고추로 만든 양념이 발달해 그것을 발라 굽는 생선이나 고기 요리가 발달한 반면, 다른 동남아 국가에서 많이 쓰는 고수나 레몬그라스 같은 향신료 사용은 적은 편이라 음식이 술술 들어갑니다.
닭튀김은 두말할 것도 없고요.
정확한 이름을 모르겠지만, 대략 콩 수프 맛입니다. 이것도 맛만 보고 괜찮으면 먹으려고 하는데 액체류라 고민이 됩니다. 결국에는 한입 두입 먹다가 거의 다 먹었는데요. 콩은 우리네 팥이랑 비슷하니 이 또한 친숙합니다.
여기는 채소 반찬이 대박이었습니다. 한번 맛보면 주체할 수 없을 만큼 중독성을 가졌는데요. 들어간 재료는 그린 파파야와 당근, 콩 줄기가 대부분이라 아삭아삭한 식감이 좋습니다. 조물조물 무친 양념은 초딩 입맛도 저격할 만큼 새콤달콤하면서도 그렇게 저급하지 않아서 밥과 함께 곁들이기에 좋습니다. 육류가 많으니 느끼함을 달리기에도 좋은 인도네시아의 김치 같은 존재죠.
우리와 같은 나물 반찬도 있습니다. 제 눈에는 공심채로 보이는데요. 이것도 무난해 젓가락이 자주 간 반찬입니다.
밥은 나뭇잎에 감싼 밥이 여러 개 나옵니다. 각자 양만큼 덜어 앞접시에 놓고 먹으면 됩니다.
잎을 펼치는데 연잎도 아니고 바나나잎도 아닌 것 같습니다. 밥은 지어진 지 얼마 안 돼서 따듯합니다.
마나도에서는 늘 고추 소스를 곁들이는 것 같습니다. 주로 고추와 샬롯이 들어간 소스인데요. 아삭한 식감을 가진 채소와 알싸한 맛이 고기와 곁들여도 좋지만.
이렇게 밥과 함께 먹으면 향이 밴 찰밥과 잘 어우러져 제법 맛깔스럽습니다. 밥도 찰밥이라 꼭 연잎밥 먹는 기분이 듭니다. 우선은 맥주를 크게 한 모금 마신 뒤 탄산기가 가시지 않을 때 저 돼지고기 꼬치구이를 한 조각 씹습니다. 그리곤 찰밥에 매운 소스를 곁들여 먹은 뒤 나물 반찬에 젓가락을 가져가는 것이...
맛과 향은 분명 다르지만, 내가 지금 한식을 먹는 것인지 인도네시아 음식을 먹는 것인지 살짝 헷갈리는 기분.
밥과 반찬이 떨어지면 추가로 주문해서 먹으면 됩니다. 찰밥은 개인당 2~3개씩 먹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맥주까지 더하니 너무 푸짐하고 배부른 식사였습니다. 다 먹으니 직원이 와서 먹은 음식을 체크하기 시작합니다. 어떤 건 그릇을 세고, 어떤 건 꼬치 개수를 세는 등 하나라도 놓칠세라 아주 꼼꼼하게 계산합니다.
그렇게 여섯 명에서 배불리 먹으니 나온 가격은 무려 515,000원......이 아니고 515,000루피아. 원화로 약 4만 원입니다. (이거 실화? ㅎㅎ) 이쯤이면 누구라도 서로 내겠다고 옥신각신할 텐데요. 아니나 다를까 피디님과 이사님(리조트 관계자)이 서로 내겠다고 하시다가 결국 이사님이 계산.
인도네시아의 빠당은 어떻게 먹는지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지만, 원체 물가가 저렴해 다른 나라를 여행할 때보다는 주머니 걱정이 덜한 편이죠. (특히, 유럽과 비교하면 더더욱) 인도네시아를 방문할 계획이 있다면, 이곳의 토속 백반 정식인 빠당을 맛보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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