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나도 토모혼 식육 시장,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섬 여행 中에서

 

저와 <성난 물고기> 제작진들은 낚시로 잡고 싶은 레드스네퍼의 단서를 식육 시장에서 찾고자 잠시 들렀습니다. 여기선 보통 단서라고 표현하지만, 대상어를 찾아가는 과정을 넣기 위함이겠지요. 시장 상인에게 거대하고 빨간 식용 물고기를 지목하면서 "어디로 가면 잡히는지?", "얼마나 비싼 생선인지", "고급 어종인지 하급 어종인지", "어떻게 해 먹어야 맛있는지" 등을 물으며 사건의 실마리를 찾는 것처럼 촬영이 진행될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출연진의 리액션과 상인의 표정도 담고, 풍물도 기행하고, 중간에 희한한 게 보이면 구경하고 맛보면서 결국에는 왜 많고 많은 어종 중 이 어종을 노리게 되었는지 개연성을 부여하는 것이겠지요.

 

낚시는 1도 모르는 시청자 눈높이에 맞추다 보니 대상어를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낚시의 의미와 동기를 설명하려는 것이겠지만, 만약 이것이 개인 낚시라면 누가 시장에서 대상어를 찾고 앉아있겠습니까? ^^; 그냥 예약한 낚싯배나 잘 찾아가면 그만인 것을..

 

 

어쨌든 이곳은 마나도에서 유명한 재래시장이자 식육 시장이라고 합니다. 재래시장, 수산시장, 전통시장 말은 들어봤어도 식육 시장이란 말은 조금 낯섭니다. 그러고 보면 식육 식당, 식육 처리기능사, 식육 가공품 등의 단어도 있는데 말입니다. 식육시장은 말 그대로 밥식(食)에 고기육(肉)자를 쓴 것인데 이곳 마나도 시장에는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야생동물이라면' 전부 갖다 놓을 만큼 그 종류가 다양하다고 합니다. 우리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짐승들도 이곳에서는 소 돼지 마냥 배가 갈린 채 놓이거나 거꾸로 매달죠.  

 

 

이곳은 채소류를 파는 곳인데요. 동남아 식재료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는 천국일 듯합니다.

 

 

 

평소 바나나를 잘 안 먹는 저도 동남아 국가를 방문하면 한 번쯤 먹게 되는 바나나인데요. 확실히 인도네시아에서 맛본 바나나는 초록색이든 노란색이든 혹은 붉은색이든 대체로 맛이 좋고 달았습니다.

 

 

아침의 바쁜 시간을 보내고 한가해진 노점상,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섬 마나도

 

시장에 오면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과일 코너. 우리 눈에는 꽤 낯익은 과일이 많습니다. 수박, 망고, 포도, 귤, 오렌지, 파파야 등등..

 

 

살락(일명 스네이크 프룻)

 

그런데 이것은 과일인지 채소인지 모를 만큼 아리송합니다. 현지에서는 '살락(Salak)'이라 부르는데요. 뱀 가죽처럼 생겼다고 해서 스네이크 프룻이라고 불립니다. 한 봉지 사서 맛을 보는데요. 처음에는 어떻게 먹는지 몰라서 껍질부터 까는데 그 안에 속껍질이 또 나오더라는 겁니다. 그래서 이걸 벗길까 말까 고민하는데 아 글쎄 상인 아저씨가 유창한 한국말로 "그냥 먹어도 괜찮아요." 라는 겁니다.

 

어떻게 이 오지 같은 섬 재래시장에서 한국말을 다 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일단 맛을 보는데 속껍질은 쓴맛이 나서 까는 편이 나았습니다. 입에 넣으니 제법 익숙한 맛이 납니다. 겉모습은 영락없는 육쪽 마늘인데 맛은 사과처럼 시큼 달달하면서 식감은 감과 비슷하더군요. (촬영 중이라 자세한 사진을 찍지 못했는데요. 본문 아래에 이날 촬영한 방영분을 올렸습니다.)

 

그나저나 이곳 상인들은 참으로 친절하고 따듯하게 맞아주더군요. 우리가 낯선 이방인일 텐데 방송 촬영 중임을 알았는지 아주 적절하게 끼어들고, 설명까지 덧붙이다가 자기네들 전통주라면서 술도 맛보여줍니다. 교육방송이라 그런지 술 시음 장면은 편집됐지만, 꽤 독한 술임에도 달고 향기로웠던 기억이 납니다.

 

 

그린망고

 

이번에는 크고 실한 그린망고가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예전에 말레이시아에서 맛보았던 달콤한 그린망고가 그리웠는데요. 나중에 숙소에서 먹기 위해 몇 개 사 가기로 합니다.

 

 

최대한 깨끗하지 않으면서 거뭇거뭇한 것으로 골라 담습니다. 무게가 2kg이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가격은 우리 돈으로 고작 5~6천 원. 나중에 숙소에서 썰어 먹었는데 겉모습과 달리 어떤 것은 시큼했고, 어떤 것은 정말 달았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외관으로 구별하기에는 좀 더 노하우가 필요할 것 같아요.

 

 

우리네 대파와 거의 같아 보이죠?

 

 

이제 기대 반 우려 반이었던 식육 시장에 들어섭니다. 이곳에는 왕도마뱀 배를 갈라놓고 파는 사진을 본 적이 있어서 그런 풍경을 기대했는데요. 때는 한낮이라 그런지 팔릴 고기들은 대부분 팔리고 일부 상점을 문을 닫는 등 파장 분위기였습니다. (급실망 ㅠㅠ)

 

 

이날 볼 수 있었던 것은 오소리인지 족제비인지 모를 몇몇 산짐승과 멧돼지, 과일박쥐 등을 해체한 것이 전부였습니다. 자세한 사진을 올리고 싶지만, 웬만한 비위로는 볼 수 없는 장면이라 차마 올릴 수가..

 

라기보다는 사실 이곳에서는 찍은 사진이 거의 없습니다. 카메라가 계속 돌아가고 있어서 개인 사진을 찍을 틈이 없었죠. ㅠㅠ 마음 같아서는 연신 셔터를 날리고 싶을 만큼 괴이하고 섬뜩하고 끔찍한 장면들이지만 말입니다.

 

 

그나마 제가 간신히 담을 수 있었던 장면은 바로 이것. 스크롤 내리기 전에 생각을 잘 하셔야 할 겁니다

 

- 주의

심신미약자 및 노약자, 임산부, 특히 식사 중인 사람들은 아래의 사진을 건너뛰.........지 마시고 그냥 보셔도 상관없을 것 같습니다만, 그래도 비위가 좋지 못한 분들은 3장 정도 건너뛰시길 권합니다. ^^;

 

 

뱀은 이날 제가 본 것 중 가장 무난한 모습에 속합니다. 아침에 식육 시장을 찾으면 이런 뱀부터 시작해 별의 별 짐승의 도살 및 해체 작업을 볼 수 있다고 하는데요. 이것이 비단구렁이인지 뭔지 자세한 종류는 알 수 없지만, 이곳 사람들에게는 대수롭지 않은 반찬감에 불과할 것입니다. 그러니 어떤 뱀 종류는 구워야 맛있고, 어떤 뱀은 삶아 먹어야 맛있는 등의 요리 팁이 있을 법도 합니다.

 

 

뱀은 그럭저럭 신선해 보이는데(?) 뱀 냄새인지 시장 자체에서 나는 냄새인지 하여간 이곳에는 역한 비린내가 진동합니다. 뱀 자체는 역하지 않은데(일단 산에서 잡은 거대한 장어 정도로 생각해 두고.) 위 사진을 보면 뱀 뒤쪽으로 흘러내린 지방 덩어리가 있는데 그건 좀 보기가 역하더군요.

 

뱀 상인과 인터뷰를 했는데 여기서는 특별한 조리법이 있기보다는 주로 구워 먹고, 튀겨먹고, 조려 먹는 게 일반적이라고 합니다. 뱀 장면은 방송에서 통편집되었습니다.

 

과일박쥐도 양 날개가 잘린 몸통을 제가 손으로 들고 찍었지만, 역시 편집되었습니다. 교육방송이라 제약이 많습니다. 일반 방송사의 다큐였다면 살릴 것은 살렸겠지요.

 

 

그만 쓰고 넘기겠습니다. 이 장면에서 저도 모르게 숨을 멈추게 됩니다. 아직도 현장에서 맡은 피비린내, 뱀 비린내가 생생히 떠오릅니다.

 

 

이제 건어물 코너로 옮깁니다. 술라웨시 자체는 섬이지만, 워낙 커서 조금만 바다와 떨어져도 내륙 같습니다. 싱싱한 바닷물고기 대신 민물고기나 건어물이 주로 보이는 것도 산간지방이라 그렇고요. 적도 지방이라 꽤 이색적인 어종이 보이는데 이것들은 모두 명칭을 정리해 두어야 합니다.

 

적어도 제가 출연한 방송은 제가 직접 어류에 관한 자문을 맡아서 하고 있습니다만, 가끔은 아무리 자료를 찾아도 정확한 동정이 되지 않는 어류가 있습니다. 사진의 어류는 청황돔을 닮았지만, 완벽하게 일치하지 않아서 끝내 자문을 포기하였습니다.  

 

 

파랑비늘돔

 

사진은 아열대 및 열대 바다에 주로 서식하는 파랑비늘돔인데요. 산호초에 주로 서식하는 녀석이라 스쿠버 다이버들에게는 꽤 인기 있는 어류입니다. 산호초에 살면서 덩치까지 크다면 식용에 주의해야 한다고 제가 글 쓴 적이 있는데요. 이 녀석도 예외는 아닙니다. 먹이사슬로 체내에 독을 품게 되는 복어처럼 파랑비늘돔도 내장에는 맹독을 품고 있을 때가 많아서 내장은 반드시 제거해야 식용 가능한 물고기죠. 시장에 말린 파랑비늘돔이 많은 것으로 보아 이곳 사람들이 즐겨 먹는 생선인가 봅니다.

 

 

남방학공치

 

여기에 학 부리가 일부 떨어져 나간 남방학공치도 보입니다. 코를 대니 훈제향이 솔솔 나는군요. 쥐포 찢어 먹듯 맛을 봤는데 그냥 먹어도 주전부리가 될 정돕니다.

 

 

샛줄멸

 

샛줄멸은 지구상 어디를 가더라도 있을 것 같은 그런 생선입니다. 제주도를 비롯해 일본 남부 지역에서 주로 잡히지만, 실제로는 인도양을 비롯한 열대 해역에 매우 광범위하게 분포합니다. 때문에 열대 지방에서는 없어선 안 될 주요 단백질원이 되겠고요. 우리나라와 일본은 주로 회로 먹거나 튀겨먹지만, 베트남에서는 '느억맘'이라는 생선발효 소스를 만드는 데 쓰이는 재료이기도 합니다. 여기서는 말린 샛줄멸을 어떻게 요리할지 궁금하군요.

 

 

날치

 

날치 또한 이곳 사람들에게는 주요 식재료입니다. 날치는 실제로도 날아다니죠. 그것도 잠깐 나는 게 아닌 50~100m를 저공 비행합니다. (처음에 이 이야기를 했더니 장동직 형님이 믿지 않았다는 ㅎㅎ) 그래서 날치라 부르지만, 우리에게는 '날치알'이 더욱 친숙하지요. 예전에는 흔하디흔한 생선인데 지금은 세계적으로 감소 추세에 있습니다. 이유는 '날치알'을 얻기 위한 남획 때문이겠지요.

 

날치알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일본, 중국, 대만, 이 외에도 서양의 여러 나라가 즐겨먹기 때문에 알을 즐겨먹는 식문화가 날치의 개체 수를 감소하게 했고, 지금은 시중에 100% 날치알을 보기 어려울 만큼 원재료 값이 올랐습니다. 때문에 우리가 주로 사 먹는 날치알은 상당수가 열빙어(시샤모) 알과 반반씩 혼합한 제품이죠. 어쩌면 100% 날치알을 맛보는 날도 얼마 남지 않은 것은 아닌지 우려됩니다. 아래는 이날 촬영분입니다.

 

EBS1 <성난 물고기>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섬 편에서

저는 마나도의 식육 시장을 뒤로하고 저는 인도네시아의 전통식사인 '빠당'을 맛보러 갑니다. (다음 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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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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