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으로부터 남서쪽으로 약 65km 정도 떨어진 사뭇송크람

 

EBS 성난 물고기 촬영차 태국에 와서 첫날과 이튿날을 자이언트 스네이크 헤드 낚시에 쏟은 저는 어느덧 3일 차를 맞이합니다. 방콕에서 약 한 시간 반 정도를 달려온 곳은 '사뭇송크람'이라는 지역. 이곳에는 매우 특별한 시장이 있다고 합니다. 놀랍게도 시장 한 가운데를 가르는 철길에는 실제 기차가 다닌다고 해요.

 

이 사실을 알게 된 것도 방콕행 기내에서였습니다. 얼마나 준비 시간이 부족했으면 촬영하러 떠나는 당일이 돼서야 태국 편 기획안을 들여다보았을까요? 사실은 떠나는 날까지 일부러 보지 않았습니다. 미리 공부해 봐야 도움이 안 됨을 지난 촬영에서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촬영했을 때가 저의 반응(리액션)이 실제에 가깝고 꾸밈이 없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뭐든 아는 게 약은 아니더군요. 다큐나 교양은 차라리 잘 모르는 상태에서 경험하며 나오는 리액션이 시청자로 하여금 몰입감을 준다고 합니다. 그런 이유로 태국 편부터는 사전 조사도 안 하고 그냥 놀러 간다는 기분으로 마음을 잡으려 애썼습니다. 도착한 곳은 동남아 국가에서 흔히 볼 법한 재래시장인데요. 분주히 오가는 유통 상인들, 용달차, 먹거리 노점상까지도 그렇게 특별해 보이지는 않았죠.

 

 

갖가지 차를 파는 노점상

 

이곳 특산물이라는 코코넛 설탕, 벌이 꼬이는 모습이다

 

저것은 태국식 주먹밥 정도 될까?

 

스타킹 같은 천을 이용해 밀크티를 거르는 모습이 꼭 홍콩의 란퐁유엔을 떠올린다

 

일본의 당고를 닮은 노점상 음식

 

간장을 발라 구운 느낌? 맛이 궁금하다

 

세계에서 가장 위험하다고 알려진 매끌롱 시장, 태국 사뭇송크람

 

시장 안으로 들어오자 정말로 철길이 가로지르고 있을 뿐, 말로만 듣던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시장'이나 '죽음의 시장'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습니다. 철길만 가로질렀을 뿐 여느 재래시장과 크게 차이는 없는 모습. 현지에서는 이 시장을 '딸랏 롬훕(Talat rom hoop)'으로 부릅니다. 딸랏은 '시장', 롬은 '우산', 훕은 '접다' 이니 '우산을 접는 시장' 쯤 되는 것입니다.

 

시장에 들어오자마자 살짝 비릿한 냄새가 느껴집니다. 우리나라 재래시장에서 느껴봄 직한 젓갈 짠내도 나는 듯하고요. 몇 차례 TV에 소개되고 나서 세계 각지에서 몰려든 관광객 탓인지 상인들의 표정은 다소 지쳐 보입니다. 철길을 건너면서 바닥에 있는 바구니를 살짝 건드렸는데 무척 예민한 반응을 보이셨던 상인 아주머니가 생각나더군요.

 

특히, 카메라를 든 관광객에게는 호의적이지 않았습니다. 어차피 물건 살 사람이 아니라는 듯 "저쪽으로 가라"며 쫓아내는 시늉을 합니다. 어떤 상인은 아예 "훠이 훠이~" 하면서 우리 매장은 제발 좀 그냥 지나쳐달라고 손짓합니다. 일면 이해는 갔습니다. 어느 곳이든 관광지로 유명세를 치르면, 그곳에서 생계를 이어가는 주민들은 불편할 수밖에 없으니 말입니다.

 

 

기차는 하루에 네 번 운행한다고 합니다. 그러니 기차가 지나갈 때의 진풍경을 보려면 열차 운행 시간 정도는 알고 가야 합니다. 제가 기억하는 시간만 오전 8시와 11시쯤인데요. 별로 정확하지도 않고 일정하지도 않습니다. 태국의 국민성이라고 말하기는 좀 그렇지만, 더운 나라에서는 우리처럼 시간을 꼬박꼬박 지키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니 이곳의 진풍경을 보겠다면 당일 열차 운행 시간을 확인하고 가야 헛걸음하지 않을 것입니다. 좀 전에 기차가 지나갔다는데요. 아쉽게도 그 장면을 놓치고 말았습니다. 발 빠른 피디님들은 도착하자마자 부리나케 달려가 드론을 띄워 기차 지나는 모습을 담았다고 합니다. 아래 영상은 그날 방송분으로 기차가 지날 때의 진풍경을 담았습니다.

 

 

EBS1 <성난 물고기> 태국 편, 기찻길 시장 풍경

 

기차가 기적을 울리며 서서히 접근해 상인들은 재빨리 천막을 올리고 물건을 정리합니다. 기차가 지나면 다시 원상복귀 하는 패턴을 하루 네 번이나 치르는데요. 왜 이러한 수고로움을 감수하는 걸까요? 그러면서 생각이 든 것은 이 기찻길이 애초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뭔가 사연이 있으리.

 

철길을 따라 끝까지 가면 이 노선의 마지막 종착지인 '매끌롱 역'이 나옵니다. 1905년경, 방콕과 항구를 잇기 위해 시장 중간에 철로를 놓았다는데 다른 공간을 마련해 주었지만, 상인들이 이곳을 떠나지 않는 바람에 철거하지 못한 채 철길과 시장이 수십 년 동안 공존하게 된 것입니다. 즉, 시장은 예전부터 있었고 철길이 나중에 들어선 것이죠.

 

때문에 기차가 지날 때마다 천막을 걷어야 하는 고충을 겪어야 했는데 그것이 도리어 외지인들에게는 이색적으로 보이면서 유명세를 탄 것. 그러면서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시장'이란 별칭이 붙은 것 같은데요. 제가 바라본 매끌롱 시장은 위험한 시장보다 공존의 시장이었습니다.


 

우지원씨가 타고난 신체적 이점으로 철길의 폭을 재고 있습니다. 일반 사람이었다면 좀 더 벌려야 했을 폭인데 말이죠. ^^

 

 

틸라피아

 

시장 곳곳에는 바다, 민물 할 것 없이 다양한 수산물을 팔고 있습니다. 사진은 제 블로그 독자분이라면 척 봐도 알만한 생선이죠. 국내에서 '역돔'으로 잘못 불리는 틸라피아입니다. 베트남뿐 아니라 태국에서도 없어선 안 될 주요 어자원이죠. 원래는 아프리카가 원산지인 이 녀석을 대만이 도입해 양식하면서 국내에 알려졌는데요.

 

대만이 양식하기 이전부터 태국이 종묘를 가져와 양식을 위한 다양한 품종을 개발해 왔습니다. 알비노(백색증)를 이용한 화이트 틸라피아와 핑크 틸라피아도 그중 하나죠.

 


 

동갈삼치

 

어디서 많이 본 생선이다 싶었는데, 지난번 베트남 편에서 애타게 찾다가 결국 잡지 못했던 동갈삼치입니다. 최대 전장 2m 이상 자라는 대형 육식성 삼치니 사진의 것은 어린 청소년이나 다름없겠지요. 삼치 종류 중에는 재방어와 함께 가장 크고 맛도 뛰어난 어종인데 안타깝게도 미국에서는 임산부가 먹지 말아야 할 식품으로 상어와 이 녀석이 포함돼 있습니다.

 

바닷속 상위 포식자에서는 어쩔 수 없이 축적되는 수은과 같은 중금속이 이유였죠. 블로그가 좋은 점은 방송에서 말할 수 없었던 사실을 여과 없이 쓸 수 있다는 점입니다. ㅎㅎ

 

 

잘 보면 바라쿠타나 다랑어류도 보이고, 가까운 곳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병어도 있습니다.

 

고등가라지

 

지난 베트남 편 야시장에서 맛보았던 고등가라지도 보이는군요. 여기선 주로 건어물로 말려서 파는가 봅니다. 꼬리 쪽 부위에 바늘로 꿰맨 듯한 수술 자국이 보이시죠? 전갱이과 어류는 다 이런 자국을 가지고 있습니다. 전갱이 사촌답게 맛도 전갱이와 비슷했죠.

 

 

훈제 메기인 쁠라뚝양

 

그렇게 길을 거닐다가 꼬챙이에 꿴 메기를 발견합니다. 구워진 것은 알았지만, 처음에는 그냥 먹지 않고 이것을 이용해 다른 요리를 만드는 재료인가 싶었습니다. 상인에게 물으니 그냥 뜯어먹는 거라네요. 태국인들이 즐겨 먹는다는 메기 바비큐 '쁠라뚝양'입니다.

 

그 자리에서 맛을 보는데요. 비릴 줄로만 알았던 민물 메기에 훈제향이 났고, 비린내는 완벽히 감추었습니다. 메기만 뜯어먹어서 다소 밍밍했지만, 맛 자체는 그럭저럭 먹을 만합니다. 간이 되어 있었더라면 더욱 맛있을 것 같은데요. 어쨌든 태국을 가로지르는 수많은 강에는 이런 메기류가 많이 서식하는데 이런 식으로도 먹을 수 있음을 새삼 느낍니다.


 

바투

 

시장을 거닐다 보면 이렇게 감싸서 파는 고등어처럼 생긴 생선을 자주 봅니다. 이름은 '바투'. 줄무늬 고등어를 가공한 건데 매끌롱 시장의 특산품이라고 합니다.


 

그 외의 풍경은 제법 규모가 있는 우리네 재래시장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이슬람이 아닌 불교 국가다 보니 우리가 주로 먹는 육고기와 비슷합니다.

 

 

한 여인이 베트남 한치를 다루고 있다

 

이곳에는 크고 싱싱한 한치가 아주 흔하고 저렴합니다. ^^

 

 

양식산 흰다리새우


태국이라 타이거 새우가 많이 보이는 줄 알았는데 의외로 흰다리새우가 많습니다. 중남미가 원산지인 흰다리새우도 태국의 식탁을 점령한 지 좀 되었더군요. 사실 블랙 타이거나 어른 팔뚝만 한 자이언트 타이거는 남획으로 인한 자원 감소로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그런 와중에 흰다리새우는 병해에 강하고 대량 양식도 가능하면서 가격도 저렴하니 전 세계적으로 효자 노릇을 하고 있지요.

 

 

 

산 게는 자해하거나 공격하지 못하도록 묶어놓은 모습입니다.

 

 

채소 코너도 둘러보는데 우리네 채소와 비슷한 듯 다른 풍경에 눈길이 갑니다. 오이며 호박이며 무, 토마토 같은 채소가 비슷한 듯하면서도 품종에서 오는 차이인지 조금씩 다르게 느껴지죠. 만약, 우주 저편에 있는 평행우주를 여행한다면, 그곳 시장도 지구촌 시장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풍경일까요? ㅎㅎ

 

 

태국 음식의 매운맛을 책임지는 쥐똥고추


 

쿰쿰한 냄새가 나는 이것은 태국의 생선 발효 젓갈이라는데 맛을 보니 우리네 젓갈과는 달라도 많이 달랐습니다. 이건 좀 친해지기 어렵겠는데요. ^^;

 

 

시장 입구인데요. 여기는 항상 물이 고여있는지 아예 돌다리를 놓았습니다.

 

 

분주한 시장을 뒤로하며, 우리는 근처에 있는 불교 사찰로 향합니다.

 

 

왓 펫 사뭇 오라위한 불교 사찰

 

우리는 우지원씨가 등장하는 첫 씬을 찍기 위해 인근에 있는 불교 사찰을 찾았습니다.

 

 

잭푸릇을 다듬은 아낙

 

가는 길에는 세상에서 가장 큰 열매인 잭푸릇을 파는 노점상부터


 

각종 튀김을 파는 노점상들이 즐비합니다.

 

이것이 세계에서 가장 큰 과일이라는 잭 푸릇입니다. 얼마나 크고 무거운지 이 나무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말아야 할 것 같습니다.

 

사진과 영상에서나 봐온 태국의 건축 양식입니다. 왜 저런 모양인지도 궁금하군요. 

 

태국에서도 금은 복을 부르는 상징인지 연신 불상에 금붙이를 붙이는 행렬이 이어집니다.


 

 

 

우지원씨와의 만남은 출발하기 수일 전 사전 미팅에서 처음 뵈었고, 인천공항에서 내내 함께했지만 여기서 처음 만난다는 컨셉으로 촬영하려니 좀 어색하더군요. 교양 프로그램이지만, 때에 따라선 사전에 짜인 기획 의도에 따라 연기나 연출 씬을 소화하기도 하는데요. 그렇다고 대본이 주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대략적인 흐름만 기억하고, 나머지 세세한 내용은 카메라가 돌아갈 때마다 즉흥적으로 해야 했죠.

 

찍고 나서 마음에 안 들면 피디님이든 저든 다시 찍자 하는데 그것도 한두 번입니다. 빠듯한 일정이라 빨리빨리 다음 씬을 찍고 넘어가야 하기에 중간에 만족스럽지 않아도 오케이 사인이 되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나중에 방송으로 보면 '그땐 그렇게 해야 했는데' 같은 후회가 들기도 하지요. (그러니 저 같은 사람에게 연기를 시키면 이렇게 된단 말입니다. ㅠㅠ)

 

우리는 태국에서 가장 길고 오래된 목축 다리를 보기 위해 미얀마 국경 지대인 상클라부리주로 떠납니다. 거리가 어마무시합니다. 편도로 350km. 서울 부산과 맞먹는 거리를 이날 모두 촬영하고 돌아와야 했습니다. 그곳 아이들의 노는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선명한데요. 우리로선 상상도 하지 못할 놀이를 그곳 아이들이 하고 있었습니다. (다음 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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