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다리가 있는 상클라부리주로 가는 길

 

우리는 기찻길 시장에서 상클라부리주로 이어지는 350km 구간의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습니다. 중앙분리대가 없는 국도인데도 차들이 쌩쌩 달리니 다소 위험해 보이기도 했습니다.

 

 

포멜로

 

계속 비슷한 풍경만 이어져 지루하던 찰나, 좀 전에 기찻길 시장에서 산 포멜로를 꺼내봅니다. 그냥 사면 껍질 까기가 까다로운 포멜로. 시장에서는 상인이 손수 까서 포장해 주더군요. 포멜로나 자몽 계열은 쓴맛이 나서 호불호가 갈리지만, 쓴맛의 원인인 얇은 껍질만 벗겨내면 천상의 맛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이렇게 먹기를 강력히 권합니다. 크기가 워낙 커서 맛이 있을지 반신반의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부드럽고 달콤하네요.

 

 

좀 전에 샀던 포멜로는 이렇게 생겼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큰 귤이라고 해서 우리말로 '왕귤'이죠.

 

 

점심 식사를 위해 고속도로 휴게소에 잠시 정차했습니다. 네다섯 군데의 음식점이 푸드코트처럼 붙어 있는데요. 여기서 의외로 친숙한 음식들을 만나게 됩니다.

 

 

모양은 친숙하나 색은 친숙하지 않았던 이 음식은 북경 오리가 아니고, 태국의 대표 음식 중 하나인 '카오만 까이'. 즉, 태국식 닭고기 덮밥에 쓰이는 재료입니다. 길쭉한 안남미 밥에 부드러운 닭고기를 올려 소스를 뿌려 먹거나 채소 반찬을 곁들여 먹는 식이지요. 특별히, 고수(팍치)나 레몬그라스 같은 태국인들이 좋아하는 향신료가 들어가지 않아 한국인 관광객이 공략하기에도 무난한 음식입니다. 알아두었다가 나중에 태국을 들르실 때 카오만 까이를 드셔보길 권합니다.

 

 

메뉴를 고르던 중 우리 눈에 익숙한 것을 발견합니다. 한국분이신 현지 코디네이터가 말하더군요. 이건 족발이라고.

 

 

족발? 자세히 살피니 정말로 우리네 족발과 닮았..아니 똑같습니다. 드러난 돼지 뼈에 갈색으로 익힌 살과 껍질. 그 아래 푹 삶은 흔적까지 빼다 닮았죠. 태국의 족발에 대해 알아보니 꽤 유명한 음식이랍니다. '카오 카무'라 불리는데요. 족발은 얇게 저며 살만 발라낸 다음, 밥 위에 얹어 먹는 덮밥이라고 합니다.

 

사실 처음으로 태국 음식을 접하는 이들에게는 태국의 낯선 향이 곤혹스러울 수 있습니다. 세계 3대 수프라 불리는 똠얌꿍도 과도한 레몬그라스와 생강 향, 시큼한 라임 맛에 질려버리기 일쑤죠. 고수(팍치)를 비롯해 생소한 향이 나는 채소가 들어가기라도 한다면, 그 끼니는 망칠 수도 있습니다. 결국, 햄버거 같은 패스트푸드를 전전하다가 한식당을 가기도 하는데요. 

 

그래도 해외로 여행을 왔으면 입에 맞는 현지 음식 정도는 알고 가시는 게 좋을 겁니다. 그런 점에서 위에 소개한 닭고기 덮밥(카오만 까이)이나 족발 덮밥(카오 카무)은 충분히 권할 만한 음식이지요. 이 외에도 태국에는 우리에게 친숙한 맛으로 다가오는 음식이 꽤 많습니다. 한국인 코디네이터가 태국에서 가이드를 오래 하다 보니 한국분들의 입맛과 애로사항을 잘 알고 있었는데요. 우리는 따라다니면서 추천해주는 음식만 먹으면 되니 편리했습니다.

 

 

태국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반찬 문화가 있습니다. 밥과 국, 반찬으로 구성된 끼니라는 점에서는 우리와 비슷한데요. 다른 점이라면, 원하는 반찬을 구입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잘 보면 많이 남아 있는 반찬이 있고 적게 남아 있는 반찬이 있는데요. 아무래도 적게 남은 반찬이 인기 메뉴일 확률이 높을 겁니다.

 

 

보기만 해도 아주 매콤하고 진해 보이는 닭볶음탕. 왠지 밥도둑일 것 같은 예감이 ^^

 

 

이쯤에서 아이쇼핑을 마치고 자리에 앉았습니다.

 

 

일행이 사 온 닭구이입니다. 봉지에 담아주는데요. 대충 접시에 부어서 공용 반찬으로 먹을 겁니다.

 

 

코디네이터분이 주문한 것은 멀건 국과 밥.

 

 

이것은 선지해장국?

 

그런데 눈에 익은 뭔가가 들어있습니다. 처음에는 웬 도토리묵이 국에 빠졌나 싶었는데 다름 아닌 선지라네요. 개인적으로 선지나 간에서 느껴지는 철분 맛을 싫어해 사람들과 해장국집 가기를 꺼리는 편입니다. (국물도 먹기 싫어서..) 한술 떠보라는 말에 맛을 봤더니 하나도 비리지 않았고 담백한 소고기뭇국 맛이 납니다. 갑자기 밥 말아 먹고 싶은데요. 여기에 잘 익은 깍두기만 있으면 으아~ ^^

 

 

이름은 모르지만, 해장국 같은 음식이 하나 더 있습니다. 고춧가루가 들어간 어묵탕 맛인데 밑에는 쌀로 만든 당면이 말아져 있습니다. 보시다시피 고수가 뿌려져 있는데 쌀국수에 고수 조합을 드시는 분들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안 되는 음식이죠.

 

 

또 다른 일행은 돼지고기 튀김 덮밥을 주문합니다. 닭 육수에 지은 누런 밥과 함께 매운 소스와 멀건 국이 딸려 나오는데요. 그냥 사진으로만 봐도 어떤 맛일지 예상되려 합니다. 저 멀건 국물이 말입니다. 맛을 보고 손뼉 칠 뻔했습니다. 분식집에서 나오는 엷은 간장 국 있잖아요. 이건 태국 버전입니다. 엷은 육수에 간장으로 색을 낸 듯한 맛이 전부인.. 그나마 우리는 파나 김이라도 뿌리는데 ㅎㅎ

 

 

태국식 돼지고기 덮밥(팟 끄라파오 무쌉)

 

태국 여행시 한 번쯤 먹고 간다는 돼지고기 덮밥(카오팟무). 여기에 태국식 바질이 들어간 것을 '팟 끄라파오무쌉'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팟'은 볶는다는 뜻이고 무쌉은 간 돼지고기를 뜻하는데 그래서 태국 음식 메뉴를 보면 '팟'이 많이 들어갑니다. 새우가 들어가면 카오팟쿵, 닭고기가 들어가면 카오팟카이, 돼지고기를 사용하면 카오팟무. 또는 팟 끄라파오 무쌉

 

 

음식의 면면을 보면 우선 중국식으로 튀긴 달걀 후라이가 올려지고요. 매콤한 돼지고기 볶음을 밥과 함께 곁들입니다. 태국에 와서 실패할 수 없는 메뉴 1위를 소개하라면 저는 단연 팟 끄라파오 무쌉을 추천할 것입니다. 그만큼 우리 입맛에 딱 맞습니다. 이따금 외국 음식이 두려우신 분들, 특히 재래시장 노점상이나 현지 식당 가기가 망설여지기도 하는데요. 앞으로는 당당하게 외쳤으면 좋겠습니다.

 

"여기 팟 끄라파오 무쌉 하나요!"

 

그 순간 저를 비롯한 여러분은 태국 음식과 친해지는 첫걸음을 이제 막 뗀 것이라고 봅니다. ^^

 

 

태국식 매운 소시지

 

하지만 가끔은 그럴싸한 겉모양만으로 시켰다가 낭패 본 경우도 있습니다. 태국식 매운 소시지이데요. 맵기만 하면 다행인데 안에는 고수가 촘촘히 박혀 있어서 뭐라고 표현하기 어려운 오묘한 맛을 냅니다. 저도 고수를 좋아하지만, 어디까지나 쌀국수나 분짜와 함께 먹는 데만 익숙했는지 이건 좀 ^^;

 

게다가 이번 촬영팀은 한 사람 빼고 모두 고수를 잘 드셔서 고수 소시지가 인기 있을 줄 알았는데요. 결과는 모두에게 버림받았습니다. 이걸로 봐선 고수만이 문제는 아닌 듯합니다. 

 

 

쏨땀

 

마지막으로 소개할 고속도로 휴게소 음식은 '쏨땀'입니다. 주재료는 익지 않은 그린 파파야와 땅콩이 들어가서 아삭아삭 씹히고, 어간장과 고추가 들어가 감칠맛이 풍부하면서 살짝 매콤합니다. 계속 집어 먹으면 중독될 만큼 입에 착착 감기는 맛.

 

사람들은 이러한 쏨땀을 태국식 김치나 태국식 샐러드로 비유하는데요. 저는 둘 다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태국에서 먹는 진짜 쏨땀은 쏨땀 만이 갖는 특유의 조합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 조합으로 인해 김치와 비견될 수 없으며, 샐러드가 될 수 없는 이유입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찰밥입니다. 쌀 모양은 길쭉한데 찰밥이라고 해서 약간의 의심을 품고 먹었는데요. 먹는 순간 제 눈이 부엉이처럼 커졌습니다. 우리네 찰밥보다 찰기가 더하면 더했지 모자라지 않을 만큼의 찰기. 밥을 어떻게 지었는지 밥맛도 아주 좋습니다.  

 

사실 날아다닌다는 태국의 안남미도 품종과 품질에 따라 밥맛이 천차만별. 똑같이 길쭉한 밥이라도 어떤 건 맛있는데요. 어떤 건 너무 푸석하고 맛이 빠져 있습니다. 그런 밥에 이미 질린 상태라 예상 밖의 찰밥은 가뭄에 단비 아니 사막에 오아시스에 온 기분마저 들었습니다.

 

 

쏨담은 이렇게 찰밥 위에 얹어 먹습니다. 입에 착착 감기니 국물까지 삭삭 긁어먹게 되더군요. ^^; 이렇게 맛있는 쏨담 한 접시가 여기서는 2,000원 내외입니다. 쏨땀 맛이 그리워 한국의 태국 음식점에 갔더니 비슷한 양으로 한 접시가 12,000원이나 하더라는.. (이게 뭐라고 ㅠㅠ)

 

 

후식으로 빵을 샀는데요. 다들 한 입만 먹고 버리길래 궁금해서 맛 보는데... (아 괜히 먹었다. ㅠㅠ)

 

 

식사를 마친 우리는 태국 최대 길이의 목조 다리가 있는 상클라부리주로 떠납니다. 사실 글을 쓰는 지금도 이날 맛본 태국 음식이 생각나려 합니다. 소고기뭇국 맛이 났던 구수한 선짓국과 돼지고기 덮밥, 여기에 쏨땀 한 접시라면 며칠 동안 먹어줄 용의가 있을 텐데 말이죠. 이렇게 여럿이 먹어도 2~3만 원밖에 하지 않으니 어찌 태국의 고속도로 휴게소 음식이 생각나지 않겠습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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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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