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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에서 몬브릿지까지는 편도로 약 350km 거리로 꽤 멀다
EBS <성난 물고기> 태국 촬영 3일 차. 오전에 기찻길 시장을 둘러본 후 곧바로 몬족이 사는 몬브릿지로 떠납니다. 몬브릿지는 세계에서 두 번째, 태국에서는 가장 길고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는 목축 다리입니다. 미얀마 국경지대와 인접해 있어 미얀마에서 건너온 몬족의 애틋한 사연이 담긴 곳이기도 하죠.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여행지인 만큼 각별함이 있지만, 태국의 대표적인 여행지로 삼기에는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점이 있습니다. 마을을 비롯한 주변은 카오램 호수 국립공원으로 천혜의 자연에 둘러쌓였으나 주변을 벗어나면 그야말로 오지나 다름 없는 산악지대이죠. 관광지라 할 만한 편의 시설과 같이 둘러볼 만한 여행지가 없으니 태국의 인기 여행지라고는 말하기 어렵습니다.
저 역시 촬영으로 오지 않았다면, 한 평생 올 일이 있을까 싶은 그런 곳인데요. 거리는 방콕에서 약 350km로 서울 부산에 못 미치는 거리지만, 우리나라처럼 고속도로가 발달하지 않아서 좁은 국도와 산악 도로를 타고 가야 하는 여정을 거쳐야 합니다. 그래서 소요되는 시간은 편도로 5~6시간. 왕복 10시간 정도 걸리는 동선이지만, 내일은 꼬창 섬으로 넘어가야 하기에 이날 반드시 몬브릿지에서의 씬을 소화하고 내려와야 했습니다.
도착한 곳은 미얀마 몬족이 사는 마을
장장 다섯 시간 반에 걸쳐 도착한 곳은 미얀마 국경과 인접한 몬족의 마을입니다. 웬만해선 차 멀미를 안 하는데 이번에는 대관령 뺨치는 산악도로를 타고 오느라 속이 좀 울렁거렸습니다. 처음 이곳에 도착했을 때는 아무런 생각이 없었습니다. 잘 사는 동네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는 정도. 기왓집과 판잣집이 즐비한 동남아의 여느 시골 마을 같았습니다.
인적이 드물고 거리는 깨끗하였으며, 산악지대라 그런지 그렇게 후텁지근하지 않은 기온입니다. 사실 그리 특별하지 않은 곳인데 왜 이리 공을 들이면서 촬영해야 할까? 아마도 함께한 우지원씨를 비롯해 피디님들까지 비슷한 생각일 것입니다.
하지만 방송사에서 원하는 그림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위에서 몬브릿지 풍경이 들어가면 좋겠다는 희망 내지는 일종의 지시가 내려졌기에 따라야 할 뿐이겠지요.
어쨌든 여기가 미얀마 국경지대인지는 와닿지 않았고, 몬족이 뭔지는 더더욱 모르는 상황에서 나무 다리 하나를 건너게 됩니다.
촬영 준비 중인 상황, 태국 몬브릿지
이날 촬영지의 핵심은 몬브릿지라고 합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 다리는 멀찌감치 거리를 두고 찍어야 장관인데요. 촬영으로 인해 개인 행동이 제한되기에 멀리 못 갑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길다는 목조다리의 독특하고도 위풍당당한 장관은 담아내지 못했죠.
여기서 바라보면 그냥 '나무로 된 다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풍경. 처음에는 미얀마 국경지대라고 해서 다리만 건너면 미얀마인줄 알았습니다. 지도를 살피니 처음 도착한 마을이 몬족의 마을이었고, 다리를 건너면 태국 마을인데 거기서 좁다란 도로를 따라 좀 더 올라가면 미얀마 국경지대가 나온다고 합니다.
그래도 다리 건너 풍경은 태국이라 하기에 상당히 이국적입니다. 오른쪽 뒤편에 있는 건물이 눈에 띠는데요. 이 지역에서는 제법 유명한 레스토랑이라고 합니다. 주변 분위기와 달리 꽤 현대적인 느낌이 나는데요. 이 때문에 앞서 본 몬족 마을과는 웬지모를 괴리감이 들기도 합니다. 도곡동 타워팰리스와 맞은편 판자촌의 차이까지는 아니지만, 몬족의 사연을 듣고나니 왜 이런 차이가 나는지 고개가 끄떡여졌지요.
풍경이 아름다운 카오램 호수와 몬족의 수상가옥
이곳에 거주하는 주민은 미얀마 난민인 몬(Mon)족입니다. 몽족이라고도 부르죠. 소수 민족으로는 최조로 동남아시아에 도달했다고 알려졌는데 그 시기가 기원전 1500년 경입니다. 소수민족으로서 왕족을 세우고 독립 투쟁을 벌여온 긴 역사만큼 정복 당한 투쟁의 아픔이 서려있습니다. 지금은 미얀마 정부군과 싸우다 패전해 태국과 미얀마 곳곳에 뿔뿔히 흩어졌으며, 인구는 약 40~50만명으로 추산된다고 합니다.
처음 몬족이 태국으로 내려올 당시에는 태국 다른 지역으로의 이주나 경제 활동이 제한됐지만, 지금은 태국 당국의 관대한 조처로 미얀마의 몬족을 난민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습니다. 그 덕에 농경지 중심으로 생활했던 몬족이 지금은 가게를 운영하며 생계를 꾸릴 수 있게 되었는데요. 아무래도 한곳에 정착해 번영한 역사가 오래되지 않다보니 대체로 가난하며, 소외된 계층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같습니다.
관광객들의 눈에는 소박한 삶을 엿볼 수 있는 여행지 같아도 실상은 소박하다는 말을 쓰기가 미안할 만큼, 가난한 동네였던 것.
태국과 미얀마 국경지대를 잇는 몬브릿지는 태국에서 가장 큰(어쩌면 두 번째일지도) 호수인 카오램의 상류에 있으며 이곳의 유일한 볼거리입니다. 가끔 서양권 관광객이 드문드문 보이는 정도이고, 나머지는 몬족을 비롯해 태국 현지인들이 주류이죠.
몬족의 아이들
촬영을 하다가 다리에서 놀고 있는 몬족의 아이들을 발견합니다. 우리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놀이를 즐기는데요.
설마 뛰어내리려는 걸까?
다리 높이가 어림 잡아도 10m는 넘어 보였는데 인간이 공포를 느끼는 높이임에도 아이들은 아랑곳 않고 다이빙 놀이를 즐깁니다. 어렸을 때부터 강물에 뛰놀던 아이들일테니..
몬브릿지는 말그대로 나무로 지어진 다리. 공사에 사용된 못과 피스를 제하면 순수히 나무로만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예전에는 차량 통행이 가능했는데 태풍이 휩쓸고 난 후에는 사람만 다닐 수 있다고 합니다. 이런 연약한 목조 구조물이 이곳 아이들에게는 더 없이 좋은 놀이터인 셈. 물에 뛰어드는 것도 대단한데 원숭이처럼 목조 구조물을 타고 올라오는 것도 대단해 보였죠.
물에 뛰어내리는 장면을 좀 더 촬영하기 위해 피디님이 아이들에게 약간의 용돈(?)을 쥐여주었습니다. 그랬더니 더욱 적극적으로 뛰어내리는데요. 소문 듣고 찾아왔는지 몇몇 아이들이 우리 앞에 손을 펼치는 바람에 이쯤에서 촬영을 접습니다.
드론으로 주변 풍경을 촬영하는 중
드론 촬영 중인 피디님
카오램 호수의 일몰
튀김을 팔고 있는 몬족의 여인
타나카를 파는 몬족의 아이들
몬족의 문화 중 하나가 향이 나는 분(타나카)를 얼굴에 바르는 것입니다.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국가 대부분이 미의 기준을 '하얀 피부'에 둬서 그런지 몬족의 경우에는 얼굴에 분을 바름으로써 피부가 하얘진다고 믿는 풍속이 있습니다. 자매로 보이는 아이들과 인사를 나누며 타나카에 대해 좀 더 알아보려고 했는데요.
몬족에게는 기본적인 교육의 혜택이 닿지 않은지 간단한 영어도 통하지 않아서 소통에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바디랭귀지로 이야기하다 별 소득 없이 끝나버렸고 대신 사진이라도 찍을까 했는데
처음에는 낯선 외국인이 말을 걸 때부터 수줍어하는 눈치였다가 이럴 때일수록 만국공통어인 '미소'로 대하니 아이들도 같이 웃어줍니다. 역시 이럴 땐 웃어주는 게 최고. 예쁘게 잘 자라길 ^^
강 아래에 다니는 작은 유람선은 주로 관광객들이 이용합니다.
미얀마 몬족 마을에서 태국 쪽으로 건너왔습니다.
근처에는 몇몇 식당이 있는데요. 우리나라 80~90년대 즈음 등산길 하산하다 마주칠 법한 식당 풍경 같습니다.
이곳 아이들은 몬족이 아닌 태국인들이겠지요. 이곳은 문명의 손길이 닿는지 최신 스마트폰으로 만화를 보는 모습입니다. 중간에 한 아이의 엄마이자 식당 주인으로 보이는 여인이 볶음밥 한 그릇을 턱 하니 놓고 가는 장면이 정감 가네요.
근처에는 또 다른 여인이 생선을 튀기고 있습니다. 튀긴 생선은 포장해서 파는데요.
뭔가 싶어 기웃거리는 저에게 맛을 보라며 권합니다.
아마 주변에서 나는 민물고기로 보이는데요. 다소곳하게 모은 빨간색 배지느러미가 귀엽게 느껴지는 이름 모를 생선. 한입 물자 기름에 튀긴 바삭함은 있는데 맛은 그닥이군요. ^^;
원래는 자이언트 스네이크 헤드 피쉬를 요리해 준다는 식당에서 마저 촬영하려 했으나 일찌감치 문을 닫은 관계로 다른 식당을 이용해야 했습니다. 이제는 카메라를 끄고 현지 식당에서 완벽한 태국식으로 저녁을 들기로 합니다.
태국에는 집집마다 가게마다 꼭 이런 제단이 있는 것 같습니다.
태국 맥주인 창으로 더운 몸을 식혀주고요.
태국에 와서 한 번쯤 맛봐야 한다는 쏨땀을 주문합니다. 휴게소에서 맛본 쏨땀보다 더 매콤하고 맛있네요.
똠얌꿍도 빠지면 서운하겠지요. 태국에 와서 매끼니마다 똠양꿍을 먹은 것 같은데 맛은 이집 똠얌꿍이 최고였습니다. 단순히 맵고 시고 짜고 달고 한 맛이 아닌 코코넛 우유의 부드러움이 많이 가미되어 먹기가 한결 편안했습니다. 밥 말아먹고 싶다면 솔직히 오버고, 소주는 매우 당기는 맛이었죠. 보기엔 국물 뿐이지만, 안에 해산물 건더기도 푸짐히 들었습니다.
태국식 치킨인데요. 꼭 황태 보푸라기처럼 새긴 생선 보푸라기가 뿌려져 나옵니다. 감칠맛을 높이려고 뿌린 걸까요? 생선 보푸라기에서 강한 감칠맛과 짠맛이 동시에 느껴집니다.
이 음식을 굳이 비유하자면, 태국식 닭볶음탕 정도. 우리 입에는 양념 맛이 적응 안 될 확률이 높아요. 약간 쿰쿰하기도 하고. 어떤 양념이 들어갔는지 전혀 상상이 가지 않습니다.
무난한 오징어 튀김도 주문합니다. 여기서도 뭔가 가득 뿌려져 나왔는데 태국은 튀김에 맛을 더하는 프레이크를 자주 뿌리나 봅니다.
공심채(모닝글로리) 볶음
국내에서는 맛보기가 쉽지 않은 공심채 볶음. 여기서라도 충분히 맛보고 가야겠지요. ^^; 여러 동남아 국가를 다니면서 공심채 볶음을 먹어봤는데 어지간해서는 실패할 확률이 적은 음식이죠.
고슬고슬하게 볶아진 해산물 볶음밥
이 커다란 한 접시가 고작 몇천 원. 해물도 실하게 들어갔습니다.
매운 돼지고기 볶음(팟 끄라파오 무쌉)
태국에서 거의 실패하지 않는 또 하나의 음식은 바로 매운 돼지고기 볶음입니다. 태국 바질의 향긋함과 쥐똥고추의 알싸함이 잘 조화됐는데 흰쌀밥과 함께 먹었을 때 가장 맛있지요.
우지원씨를 비롯해 제작진과의 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벤을 타고 방콕의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350km의 긴 거리 중 절반 쯤 왔을 때입니다. 검문소를 통과하다가 운전기사의 면허 경신 문제로 경찰에 붙잡히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결국, 벌금 처리하고 풀려났지만 우리는 차에서 한 시간 이상 기다려야 했습니다. 방콕의 숙소로 돌아오니 새벽 1시.
피디님 내일은 우리 늦잠 좀 잘 수 있나요? ㅠㅠ (다음 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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