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이 가요 손이가 새우깡에 손이가요. 아이 손 어른 손 자꾸만 손이가~♪"

 

라는 CM 송으로 유명했던 새우깡. 수십 년 동안 국민 간식으로 사랑받아온 새우깡에 '국내산 생새우'가 사용된다고 알려지면서, 제품에 그려진 새우가 정확히 어떤 새우인지 알아보다가 몇몇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과연 새우깡에 들어가는 새우는 어떤 새우일까요?

 

 

아르헨티나 붉은새우(일명 자연산 홍새우)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이와 관련된 글을 보게 되었습니다. 한 매체는 새우깡에 쓰인 모델이 위 사진과 같은 '자연산 홍새우'라고 주장합니다. 포장지에 그려진 새우가 붉은색이고 홍새우도 붉다는 것이 이유라고 합니다. 그러나 사진의 새우는 아르헨티나산 수입입니다. 남서 대서양이 주 서식지이며 국내로 수입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1971년부터 생산되기 시작한 새우깡 모델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1970년대 새우깡 보도 자료

 

새우깡의 탄생 배경은 1970년도로 되돌아갑니다. 제빵과 사탕, 초콜릿 시장이 성장할 당시, 농심은 과자 사업으로 눈을 돌려 국민에게 친숙하면서도 진짜 새우 맛이 나는 과자를 개발, 국내산 생새우로 1년 이상 테스트를 거쳐 만든 것이 새우깡이라 밝혔습니다.

 

 

그때 사용한 새우는 표준명 '중하(학명 : Metapenaeus joyneri)'로 일본에서 고급 새우요리에 쓰이는 '시바 새우'와 같은 종입니다. 중하는 우리의 토종 새우인 대하보다 크기가 작아서 붙여진 이름이지만, 실제로는 중하라는 고유한 새우 종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중하가 자라면 대하(학명 : Fenneropenaeus chinensis)가 되는 것이 아니고, 중하와 대하라는 각각의 새우 종이 존재하는 것입니다. 보도 자료에는 이렇게 쓰여 있습니다.

 

"흔히 시바새우하면 일본인들이 가장 즐겨 먹는 고급새우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새우가 전남 법성포에서 잡히는 중하(仲蝦)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중하는 새우 중에서 가장 맛이 좋기로 유명하며 일본인들이 오래전부터 잡히는대로 모두 사가버리므로 오히려 본 바닥인 우리들이 그 맛을 잘 모르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1970년 새우깡을 발매하면서부터 년 520톤의 중하(어획량의 60%)를 새우깡의 원료로 사용하고 나머지는 일본으로 수출되고 있으므로 우리는 새우깡을 통해서만 법성포 중하의 진미를 맛보고 있는 셈입니다."

 

인제 와서 씁쓸하게 느껴지는 것은 우리 국민이 맛이 좋은 중하를 생새우가 아닌 과자로만 접했다는 사실입니다. 매년 520톤의 중하를 새우깡에 부었던 농심은 1994년을 마지막으로 중하의 사용을 중단합니다. 이유는 남획으로 인한 어획량 감소 때문입니다.

 

현재 중하의 개체 수 감소는 꽤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2015년 자료를 보니 한창 잘 잡히는 달에도 월 50톤에 못 미친다고 나와 있습니다. 중하가 새우깡에 쓰였던 30~40년 전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어획량입니다. 그렇다면 지금의 새우깡은 어떤 새우를 사용하고 있을까요?

 

서해가 주산지인 '꽃새우(학명 : Trachysalambria curvirostris)'란 종입니다. 농심 홍보팀 윤성학 과장의 말에 의하면 "제품이 처음 나왔을 때는 중하와 꽃새우를 함께 사용했지만, 지금은 중하 어획량이 줄어 꽃새우만 사용한다."고 설명합니다.

 

 

표준명 물렁가시붉은새우(방언 꽃새우), 학명 : Pandalopsis japonica Balss

 

그런데 포털 검색창에 '꽃새우'를 치면 90% 이상은 위와 같은 새우가 검색됩니다. 이 새우는 서해가 주산지인 꽃새우가 아닌 동해에서만 서식하는 횟감용 새우입니다. 이 새우의 정식 명은 '물렁가시붉은새우'인데 보시다시피 꽃처럼 예쁘다고 하여 꽃새우란 이름으로 잘못 취급되고 있습니다

 

 

잘못된 보도의 예(설명과 사진이 일치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새우깡 원료가 kg당 10만 원을 호가하는 물렁가시붉은새우로 설명되는 웃지 못할 보도가 나가기도 합니다. 잘못된 보도는 잘못된 인용을 부르면서 부정확한 정보를 생산하게 됩니다. 몇몇 블로그가 동해가 주산지인 물렁가시붉은새우를 새우깡 모델이라 주장하는 것도 잘못된 보도가 나갔기 때문입니다.

 

위 새우는 횟감용 고급 새우로 kg당 10만 원이 넘습니다. 냉동으로 구입해도 kg당 4~5만 원 선입니다. 이런 새우를 새우깡에 썼다면 한 봉지당 만 원 이상은 받아야 할 것입니다. ^^;

 

 

표준명 꽃새우, 학명 : Trachysalambria curvirostris

 

비록, 물렁가시붉은새우의 꽃새우 마케팅에 완전히 가려졌지만, 서해에서 주로 잡히는 원조 꽃새우가 있습니다. 위 사진이 진짜 꽃새우이며 새우깡의 주원료입니다. 꽃새우는 중하와 비슷한 크기로 다 자란 성체는 몸길이 10~12cm에 달합니다. 동해에만 서식하는 물렁가시붉은새우와 달리 이 녀석은 군산과 장항, 법성포에서 주로 생산됩니다.

 

 

 

새우깡의 인기가 변함없는 이유는 진짜 새우 맛과 더불어 '변하지 않는 한결같은 맛'에 있다고 농심은 설명합니다. 국내산 생새우를 사용한다는 홍보 전략이 어느 정도 먹힌 것입니다. 실제로 90g짜리 새우깡 한 봉지에는 생새우 4마리가 들어갑니다.  

 

 

새우깡의 성분 표기

 

그런데 실제 사용된 원재료 함량 표기를 보면 국내산 생새우는 50%, 나머지 50%는 미국산 새우입니다.

 

 

쌀새우깡 성분 표기

 

쌀새우는 아예 국산 생새우가 빠진 대신 미국산 새우가 쓰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사진에는 없지만 매운새우깡의 성분 표기를 보면 중국산 새우가 7.6% 들어가며 국산 생새우의 사용 흔적은 보이지 않습니다. 앞서 농심은 '국내산 생새우를 사용'한다고만 표기했을 뿐, '국내산 생새우만 사용'한다고는 표기하지 않았으므로 이에 대한 과대광고 책임은 면할 수 있습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새우깡에 쓰인 원재료가 반드시 표지 모델과 일치한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 원재료는 원재료대로, 표지 모델은 표지모델대로 소비자에 어필하는 부분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다만, 새우깡이 1971년 생산할 당시 '중하(Shiba shrimp)'를 원재료로 썼기 때문에 정황상 그림도 중하를 토대로 그린 것이 아니냐는 추측은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주장을 확실히 굳히려면 당시 새우 그림을 디자인했던 사람을 찾는 것인데 워낙 오래되다 보니 농심 측도 정확히 모르는 것 같습니다. 차선책으로는 생물학적인 특징 및 형태를 분석함으로써 종을 가리는 '동정'이 있습니다. 저의 경우 어류나 수산물을 자문할 때 이러한 동정을 반드시 거칩니다. 새우깡의 표지 모델과 중하를 동정한 결과 의 일치했죠.

 

다만, 갓잡힌 중하와 꽃새우는 빨갛지 않고 회색 빛을 띱니다. 그럼에도 새우를 빨갛게 묘사한 이유는 새우가 익으면 빨갛게 된다는 점과 또 그렇게 묘사해야 먹음직스럽게 보인다는 점에 착안한 것으로 보입니다.

 

결론적으로 새우깡의 표지 모델은 생산 당시부터 1994년까지 쓰였던 '중하(Shiba shrimp)'로 보이나, 지금은 쓰지 않는 원재료입니다. 현재 생산되는 새우깡은 서해가 주산지인 국내산 꽃새우 50%, 미국산 새우 50%이며, 매운새우깡은 중국산 새우만 쓰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여담으로 매운새우깡을 갈매기에게 던져주었더니 처음에는 멋모르고 받아먹는 듯하더니 이내 뱉어버렸고, 어떤 녀석은 먹자마자 물속으로 처박기도 하였습니다. 혹시 갈매기가 매운맛 성분인 캡사이신을 느끼는가에 대해 알아봤는데 조류(鳥類)는 매운맛을 내는 캡사이신을 통각으로 인지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확실하게 증명된 사실은 아님) 그렇다면 제가 보았던 갈매기의 행동은 어떻게 설명돼야 할지 여전히 미스터리입니다

 

참고로 국내에서 가장 비싼 새우깡은 영종도 배에서 파는 2,200원 짜리 새우깡입니다. 이보다 더 비싼 새우깡을 알고 계신다면 이곳에 제보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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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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