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하 철을 맞아 '흰다리새우' 많이 사 드시죠? 왜 대하 철인데 흰다리새우를 사 먹어야 할까요. 대하는 안 잡히는데 축제는 해야겠고, 일부이긴 하나 호갱... 아니 사람들은 축제하면 "어차피 돈 쓰러 가는 거지"라는 생각으로 대하를 찾으러 오니 이 기간에 대하가 안 잡히면 새우를 만들어서라도(?) 팔아야 합니다.

 

실제로 새우를 만들어 팔고 있죠. 대하가 잡히지 않자 축제 기간 대량으로 출하한 양식 흰다리새우(우리 바다에는 서식하지 않는 외래종)가 대하를 대체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양식 새우라도 싱싱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흰다리새우가 '양식 대하'나 '국산 대하'란 이름으로 팔고, 소비자도 그렇게 알고 사 먹는다는 것입니다.

 

이렇듯 우리의 토착성 새우인 '대하(학명 : Fenneropenaeus chinensis)'가 외래산인 '흰다리새우(학명 : Litopenaues vannamei)'와 구분이 흐려지면서 상거래에 혼선이 빚어지고 이로 인한 상술도 기승을 부리게 됩니다. 싱싱하게 살아있는 대하(양식산 흰다리새우)를 1kg에 6만 원을 주고 샀다는 어느 블로거의 글이 안타까운 이유이기도 하지요.

 

가장 큰 문제는 정량을 지키지 않는 것입니다. 축제장을 비롯해 소래포구 같은 수산시장에서는 정량을 지키는 상인보다 지키지 않는 상인이 더 많을 정도입니다. 1kg에 감이 없는 소비자를 상대로 저울 눈속임이 많음을 시사합니다. 

 

그렇다면 왕새우(대하, 흰다리새우) 1kg의 실제 양은 몇 마리나 될까요? 아래 예시를 통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대형 마트에서 판매하는 에콰도르산 흰다리새우입니다. 원산지만 다를 뿐, 국내 양식산 흰다리새우와 같은 종입니다. 무게는 1139g, 가격은 22,540원이었습니다. 1kg이 조금 넘는 이 새우는 몇 마리나 될까요?

 

 

도마 위에 펼쳐 보았더니 총 41마리입니다. 새우가 작아서 이렇게 많이 나온 걸까요?

 

 

보시다시피 이 새우는 왕새우란 말에 걸맞은 크기이며, 축제장과 수산시장에서 흔히 보는 흰다리새우의 평균 크기와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새우 머리에서 꼬리까지 길이를 쟀더니 어림짐작으로도 15cm를 훌쩍 넘깁니다. 물론, 새우를 계측하는 정확한 방법은 따로 있습니다. 사진에 표시한 a)는 눈알 뒤쪽부터 갑장이 끝나는 지점으로 이를 '두흉갑'이라고 합니다. 새우는 기본적으로 구부러져 있어서 몸길이를 재는 것이 의미 없습니다. 그러므로 두흉갑의 길이로 새우 크기를 계측하는 것이 정확하기는 합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정도 크기는 축제장에서 볼 수 있는 흰다리새우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한 마리당 무게는 얼마나 나올까요?

 

전자저울로 실험해 보았습니다. 우선 그릇을 올리고 영점을 맞춥니다.

 

 

흰다리새우는 큰 것도 있고, 작은 것도 있었습니다. 우선 큰 것을 재니 33g이 나옵니다.

 

 

작은 것은 24g이 나옵니다. 평균을 내면 흰다리새우 한 마리당 무게가 약 28g 정도인 셈입니다.

 

 

열 마리를 무작위로 골라 측정했더니 평균치인 280g이 나옵니다. 1,000 나누기 28(한 마리 그램 수) = 35.71. 즉, 흰다리새우는 1kg당 적정 마릿수가 크기마다 차이는 있겠으나 대체로 35마리 전후가 나와야 하며, 제가 그간 구입한 경험도 이와 비슷합니다.

 

자연산 대하는 흰다리새우보다 좀 더 크고 살이 포동포동하게 쪘습니다. 정말로 큰 것은 한 마리 당 50g 이상 나오기도 하지만, 대체로 30~40g 사이입니다. 자연산 대하 한 마리가 40g이 나온다고 가정하더라도 1kg이면 최소 25마리는 나와야 합니다.

 

천보만보 양보하더라도 흰다리새우를 1kg 구입하면 최소 30마리가 넘어야 하며, 자연산 대하는 20마리 이상이 돼야 정량에 가까운 것입니다.

 

그런데 막상 구입해 보면 그렇지가 못할 때가 더 많습니다. "자연산 대하도 아닌 양식산 흰다리새우 1kg을 샀더니 14마리를 주더라. 그래서 너무 적지 않느냐고 따졌더니 선심 쓰는 척하며 8마리를 더 주더라"는 어느 블로거의 글이 남의 일 같지 않은 것이겠지요.

 

 

대하 축제 현장에서 대하를 담는 상인

 

왕새우를 담을 때도 주의 깊게 볼 필요가 있습니다. 위 사진처럼 새우를 뭉텅이로 잡아 현란한 손놀림으로 담는 상인을 자주 보는데요. 이렇게 하는 이유는 물 무게를 늘리기 위함입니다. 새우와 함께 딸려 들어오는 물의 양이 만만치 않죠, 냉동 꽃게나 새우를 판매할 때는 표면에 붙은 얼음 양이 절반입니다. 집으로 가져와 열어보면 물 반 새우 반. 새우들이 물 속에서 헤엄치는 수준입니다.

 

담을 때는 물을 빼달라고 부탁하고, 바구니(무게만 700g 이상)로 잴 때는 바구니 무게를 빼달라고 부탁합시다. '일부' 상인들도 지금까지는 대충대충 쟤고, 중량을 부풀리면서 이득을 봤는데 앞으로는 똑똑해진 소비자들로 인해 그러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스스로 자정 능력을 발휘하고 양심껏 판매하기를 간곡히 부탁합니다.

 

 

#. 무분별한 남획도 통제해야

대하를 비롯한 새우류는 대부분 1년생입니다. 알에서 깨어난 유생이 먹을 만한 크기로 성장하기까지는 고작 1년밖에 걸리지 않습니다. 그만큼 생체 순환기가 빠르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무분별한 남획을 막고 어획량을 통제하였더라면 개체 수는 금방 불어났을 것입니다. 매년 대하 축제가 열릴 때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자연산 대하를 kg당 6만 원에 사야 하고, 그마저도 없어서 양식산 흰다리새우를 kg당 3~4만 원씩 주고 사 먹어야 하는데 어업 관리만 잘 되었더라면 이 사달이 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대량 양식'을 함으로써 우리가 받는 실질적인 혜택은 저렴한 가격에 질 좋은 수산물을 공급받는 것입니다. 그러나 축제장과 수산시장에서 사 먹는 양식산 (활)흰다리새우는 이러한 대량 양식의 취지에 어긋나면서 한탕주의 상술에 서민들 지갑만 터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가을에 주로 먹는 대하는 봄에 알에서 깨어나 반년 가까이 자란 개체입니다. 이 개체가 살아서 돌아가면 이듬해 봄에 알을 낳고 죽습니다. 그럼 그 알이 다시 태어나 우리 식탁을 풍요롭게 할 것입니다. 그만큼 자원 회복이 빠른 새우이므로 조금만 관심을 두고 어획량을 통제한다면, 이듬해 가을에 있을 대하 축제가 더욱 풍성해질 것입니다. 그러면 어민도 웃고 소비자도 웃겠지요.

 

이러한 부분을 해당 군청과 지자체에서 지속적인 관심으로 관리해주길 바라며 특히, 정량을 준수하지 않는 일부 상인들로 인해 신뢰를 잃고 지역 인심까지 잃어버리는 상황이 반복되지 않도록 노력해 주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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