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뱅이는 전 세계에서 한국, 일본 등 동아시아인들이 주로 먹는 독특한 바다 생명체입니다. 이 골뱅이를 조개까지 포함하면 '권패류'라 부르고, 나선형으로 돌돌 말린 비대칭형 고둥류에 한정하면 '복족류'로 분류됩니다. 이 복족류 가운데 '최고의 맛'을 가진 고둥(=골뱅이)을 꼽으라면 단연 백골뱅이를 들 수 있습니다.

 

 

<사진 1> 표준명 물레고둥(학명 : Buccinum striatissimum, 방언 : 백골뱅이, 참골뱅이, 백고둥)

 

#. 백골뱅이

제가 어렸을 적에는 제법 흔했는데 지금은 남획으로 개체 수가 줄고 있으며, 이에 따라 가격도 매년 오르는, 어쩌면 가까운 미래에 운의 먹거리에 처할 녀석입니다. <사진 1>은 우리가 제법 비싼 값을 치르면서 먹는 물레고둥입니다. 이 물레고둥을 시장에서는 백골뱅이, 참골뱅이, 백고동 따위로 부르면서 가장 맛있고 값비싼 골뱅이로 취급하죠. 

 

 

<사진 2> 표준명 고운띠물레고둥(학명 : Buccinum bayani, 방언 : 백골뱅이, 참골뱅이, 백고둥)

 

우리가 백골뱅이로 알고 먹는 것은 '물레고둥'과 '고운띠물레고둥'으로 두 종류가 있습니다. 시장에서는 이 둘을 구분 없이 '백골뱅이'로 팔고 있습니다. 대략적인 가격은 kg당 16,000~25,000원 사이입니다. 골뱅이도 크면 클수록 살집이 많고 수율도 높아지지만, 그만큼 개체 수가 한정되니 어획량이 많지 않습니다. 백골뱅이도 어획량이 줄면 가격이 올라가는 자연산의 법칙이 그대로 적용됩니다. 또한, 크기가 클수록 가격이 비싸지는데 적용되는 단가는 아래와 같습니다. (1kg 기준으로 대략적인 가격)

 

小 → 16,000원

中 → 20,000원

大 → 23,000원

 

그날 어획량에 따라 변동이 있으나 대략적인 평균가는 18,000~20,000원. 이것이 백골뱅이의 kg당 가격입니다.

 

 

<사진 3> 표준명 깊은골물레고둥(학명 : Buccinum tsubai, 방언 : 논골뱅이, 똥골뱅이, 흑골뱅이)

 

#. 논골뱅이(흑골뱅이)

마지막으로 소개할 녀석은 '깊은골물레고둥'입니다. 이름이 참~ 어렵죠? 물레고둥과 마찬가지로 상업적으로도 끌리지 않습니다. 그래서 어부와 상인들은 이 녀석을 주로 논골뱅이, 흑골뱅이 정도로 부릅니다. 일부 어민은 '똥골뱅이'라 부르기도 하죠. 그만큼 흔하고 저렴하다는 뜻일 겁니다.

 

이렇게 흔하고 저렴한 원재료는 주로 통조림에 사용됩니다. 흔히 유동 골뱅이로 알려진 통조림 중 국산을 강조한 제품이 바로 이 녀석으로 만들어집니다. 흔한 만큼, 시중(마트, 수산시장)에서도 쉽게 구매할 수 있는 가장 대중적인 골뱅이죠.

 

논골뱅이는 우리나라 동해 깊은 바다에 주로 분포하며, 전 세계적으로도 동해와 일본 근해에만 서식하는 특산종입니다. 따라서 이 종을 먹는 민족은 전 세계에서 한국인과 일본인뿐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입니다. 가격 또한 흔한 만큼 저렴합니다. 크기와 상관없이 (논골뱅이는 대체로 작고 비슷비슷한 크기) kg당 6,000~7,000원 정도 합니다. 그렇다면 따져봅니다.

 

- 백골뱅이의 kg당 평균가 → 18,000~20,000원

- 논골뱅이의 kg당 평균가 → 6,000~7,000원

 

이 두 골뱅이의 가격 차는 무려 3배나 벌어집니다. 가격이 이렇게 차이가 나는데도 형태적 구분이 모호하거나 사람들이 구별할 줄 모른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바로..

 

"둔갑입니다."

 

이 둔갑의 현장은 그리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서울 노량진수산시장

 

#. 저렴한 논골뱅이(흑골뱅이)를 값비싼 백골뱅이로 둔갑한 사례

수도권 및 서울에서 가장 큰 활어 유통 시장인 노량진수산시장. 그곳 상인 중 일부는 이렇게 논골뱅이를 백골뱅이처럼 판매하고 있습니다. 잘 보면 확연한 차이가 나는 두 종이지만, 일반적인 소비자 관점에서는 '거기서 거기인 골뱅이'에 불과한지라 유독 대놓고 상술을 부리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사진에는 원산지 표기판이 엎어져 있는데 거기에는 놀랍게도 백골뱅이라 쓰여 있었습니다.

 

 

논골뱅이(흑골뱅이)를 값비싼 백골뱅이로 버젓이 팔고 있는 상황

 

어떤 가게는 아예 논골뱅이를 버젓이 백골뱅이로 팔고 있니다. 가끔 백골뱅이와 논골뱅이의 차이조차 모르고 판매하는 상인도 있습니다. 이는 의도적 상술이 아닌 무지에 의한 상술로 유추가 되나, 여기서 더 나아가 kg당 가격을 백골뱅이 가격인 18,000원으로 부르는 것은 명백한 둔갑으로 보아야 합니다. 확실히 문제가 있죠?

 

제가 이러한 상술을 지켜본 것이 올해로 5년째입니다. 그러니 훨씬 오래전부터 이러한 상술이 일어났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명백한 상술이 이렇게 버젓이 일어나는데도 노량진수산시장은 시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의도적이든 무지에 의해서든 가격 차이가 크게 나는 두 종을 모두 백골뱅이로 표기하고 그 가격에 판다는 것. 백골뱅이와 논골뱅이의 차이를 모르는 소비자라면 상술에 당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게다가 최근에는 논골뱅이의 검은 때를 빡빡 문질러 벗겨내는 식의 세척으로 백골뱅이와 최대한 유사하게 보이게 하는 상술이 포착되고 있습니다. (관련 자료가 확보되는 대로 올릴 예정) 따라서 골뱅이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이 글을 통해 백골뱅이와 논골뱅이의 차이를 충분히 인지하시기 바랍니다.

 

참고로 백골뱅이는 국내 연안에서 나는 골뱅이류 중 가장 맛이 뛰어나지만, 가격이 비싸다는 것이 흠입니다. 횟감으로 먹을 때는 이러한 맛의 차이가 제법 나는데 삶아서 초고추장에 무쳐 먹는 조리법이라면, 가격대비 뛰어난 논골뱅이도 나쁘지 않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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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 추억 ★입질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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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바다사나이
    2018.03.12 16:02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유용한 정보에 이마를 탁 치고 갑니다 ~ ㅎ

    감사합니다.
  2. 한탄강
    2018.03.15 15:21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어류는 구분 하는 사람이 제법 되도, 이런 골뱅이 까지 제대로 구분 할 수 있는 사람은 참 드믄데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예전에 태국 여행때 보니 그쪽도 골뱅이를 잘 먹더군요.
    아래 링크의 사진과 같이 알록달록 표범 무늬가 있는 골뱅이를 먹던데, 이건 무슨 종 인지를 모르겠습니다.
    침샘 독이 있는 종 인지 정도라도 구분 하였으면 좋겠는데, 혹시 아시는지요?

    https://goo.gl/maps/v2qjCrrfCZ52

    https://goo.gl/maps/kpk271d6zmz
    • 2018.03.15 15:39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제가 예전에 필리핀에서 먹었던 것과 같아 보이네요. 정확한 종명은 도감을 찾아봐야겠지만, 현지에서는 따로 뭔가를 제거하지 않고 통으로 먹었던 것 같습니다.
    • 한탄강
      2018.03.15 15:55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네, 감사합니다.
      저도 그쪽 사람들이 이 고둥을 먹을때 뭔가 제거하거나 하지 않고 그냥 먹는 것을 보기는 했습니다.
      그렇지만, 그 사실 만으로 안전한 종 이라고 결론 내리기가 불안한것이, 계절에 상관 없이 생굴(석화)을 그냥 먹고, 그러다 탈도 나고 하는 정도 수준의, 덜 예민한(?) 식문화 라는 것을 보았던 경험이 있는지라 이 골뱅이에 대해서도 속편하게 생각 하지만은 못 하겠더군요.
    • 2018.03.15 16:16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보통은 식당에서 조리해 내주니 그 판단을 식당에 맡기는 것이겠지요. ^^
    • 한탄강
      2018.03.15 16:3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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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컬 시장은 말할것도 없고, 파타야 같은 관광지의 시푸드 레스토랑들 조차도 1년 내내 생굴을 팔고 있습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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