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꾸미, 국내산 중국산 동남아산 구별법과 구입 팁


 

 

노량진 수산시장, 서울 동작구

 

낙엽이 떨어질 때만 해도 봄날은 오지 않을 것만 같았는데 화사하게 핀 개나리를 보니 이제는 영락없는 봄이 왔음을 실감하였습니다.

봄날의 향취는 수산시장의 비릿한 내음에서도 느껴볼 수 있었는데요. 겨우내 보이지 않았던 제철 수산물이 좌판 진열대를 장식하면서 수산시장은 훈풍이

불고 있었습니다. 대표적으로 멍게, 미더덕, 그리고 도다리를 비롯한 가자미과 생선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고 지난가을, 요리조리 그물을 빠져나가 살을 찌운 

자연산 대하도 선보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봄 하면 주꾸미가 빠질 수 없겠지요. 

 

이날은 방송 촬영차 노량진 수산시장을 찾았습니다. 촬영을 마치고 여기저기 둘러보는데 지난 2~3년 전의 풍경과는 또 다르더군요.

중국인 관광객이 눈에 띄게 늘어나서 이곳이 서울인지 중국인지 분간이 안 될 정도로 활기가 넘쳤습니다.

이에 몇몇 상회에서는 조선족으로 보이는 직원을 고용해 중국인 관광객과의 흥정을 돕는 모습도 더러 보입니다.

저는 이날, 어젯밤 제 페이스북에 올렸던 요리(주꾸미 바지락 초무침) 재료를 구입하기 위해 둘러보던 중 요즘 제철인 알배기 주꾸미를 알아보면서 이런

부분은 우리가 알고 구입하는 것이 좋겠다. 특히, 국내산과 중국산, 그리고 태국산 주꾸미의 구별법과 구입 팁에 관해 알아보겠습니다.

 

 

 

<사진 1> 국산 주꾸미와 중국산 알배기 주꾸미

 

#. 현재 알배기는 중국산이 대세

우리가 접하는 주꾸미에는 세 가지 원산지가 있습니다. 국내산, 중국산, 그리고 동남아산(태국산이나 베트남산)이 있는데요.

여기서 동남아산은 전량 냉동으로 들어오므로 일 년 내내 볼 수 있으며 국내산과 중국산은 집중적으로 어획되는 봄철에 생물로 접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주꾸미 어획량이 감소해 시세는 높아질 것 같습니다. 바로 어제(2015년 3월 29일 자) 노량진 수산시장의 활 주꾸미 시세는 이랬습니다. 

 

국내산 활 주꾸미 : 1kg당 32,000~35,000원

중국산 활 주꾸미 : 1kg당 28,000~30,000원

 

많이 비싸죠? 이 둘의 맛 차이는 크게 나지 않고 오히려 알은 중국산에 더 많이 들었습니다.

국내산 주꾸미는 크기도 작고 알도 거의 들어있지 않아 가격만 잡아먹는 계륵이 돼버린 셈이지요.

그러니 알배기 주꾸미를 원한다면 굳이 값비싼 국산 주꾸미를 살 이유가 없겠죠?

그런 이유로 예전에 있었던 국내산 주꾸미에 중국산을 은근슬쩍 끼워 파는 행위는 올해 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 국내산과 중국산 주꾸미의 구별법

수산시장에 가면 <사진 1>처럼 양동이에 활 주꾸미를 넣고 파는데 원산지를 가늠하는 힌트는 주꾸미가 담긴 국물(?) 색에 있습니다.

 

1) 국내산 주꾸미 : 서해에서 잡힌 것으로 유통 거리가 짧아 활력이 넘친다. → 먹물이 충분히 남아 있고 환경에 민감 해 색이 매우 어둡다.

2) 중국산 주꾸미 : 같은 서해에서 잡혔지만 유통 거리가 길어 활력이 둔하다. → 먹물은 오는 동안 다 쏘았으므로 색이 밝다.

 

 

<사진 2> 중국산 주꾸미(왼쪽), 국내산 주꾸미(오른쪽)

 

지금 판매되고 있는 주꾸미는 중국산이 국내산보다 크기가 크고 알도 많이 들었지만, 비슷한 크기끼리 비교한다면 <사진 2>와 같은 차이를 보입니다.

이는 국내산 주꾸미가 활력이 좋아 주변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해 보호색을 띠며 먹물을 쏘므로 중국산 주꾸미보다 색이 대체로 어두운 것입니다.

 

 

<사진 3> 주꾸미는 크기가 클수록 알이 꽉 찰 확률이 높다.

 

#. 알배기 주꾸미 고르는 요령

3월 말에서 4월 초는 국내산 주꾸미의 알이 미완숙인 경우가 많으므로 알배기를 원하면 중국산을 고르되 이 중에서도 알이 꽉 찬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이

있으니 <사진 3>처럼 목을 잡았을 때 머리가 크고 꽉 찬 것을 선별하는 것이 요령입니다.

 

지금까지 중국산과 국내산 활 주꾸미 고르는 요령에 관해 알아봤습니다.

싱싱함에서는 활 주꾸미를 따라올 수 없지만, 가격이 비싸다는 단점이 있어 좀 부담스럽습니다.

강한 양념에 볶아 먹는 주꾸미 볶음이라면, 굳이 활 주꾸미를 구입할 이유가 없겠지요. 

특별히 활 주꾸미의 선도를 살릴만한 음식(샤브샤브나 숙회)이 아니라면, 기절 주꾸미나 죽은 생물 주꾸미도 충분하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그래서 아래는 비록 죽었지만 생물 주꾸미를 고르는 요령에 관해 알아봤습니다.

 

 

<사진 4> 국내산 생물 주꾸미

 

#. 생물 주꾸미 구입팁

노량진 수산시장에 가면 사람이 가장 많이 몰리는 활어 골목 뒤쪽에 선어 골목이 있습니다.

그곳을 둘러보면 비록 활 주꾸미는 아니지만 여전히 싱싱한 생물 주꾸미를 원산지별로 팔고 있으니 좀 더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습니다.

이날(2015년 3월 29일) 알아본 생물 주꾸미 시세는 아래와 같습니다.

 

국내산 주꾸미 : 25,000~28,000원

중국산 주꾸미 : 20,000원

동남아산 주꾸미(냉동) : 10,000원

 

활 주꾸미에서는 국내산과 큰 차이가 없었지만, 생물에서는 좀 더 차이가 있었습니다. 동남아산 주꾸미와는 무려 3배 가까이 차이가 나는군요.

일 년 내내 볼 수 있는 동남아산 냉동 주꾸미는 주로 해동해서 팔고 있는데요. 알배기는 중국산에만 있었습니다. 

그러니 원산지 관계없이 '알배기 주꾸미'란 문구에 현혹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사진 5> 중국산 생물 주꾸미

 

생물 주꾸미도 국내산과 중국산은 빛깔에서 적잖은 차이가 있습니다.

<사진 4> 국내산 주꾸미와 <사진 5> 중국산 주꾸미를 비교해보면 그 차이가 확연히 드러나는데 다리보다는 머리 색을 집중적으로 살피시기 바랍니다.

국내산 주꾸미 쪽이 아무래도 먹물이 많이 들었으므로 중국산보다 머리 색이 진한 편이며 상처가 덜합니다.

머리에 난 상처는 한국 어부와 중국 어부의 작업 방식 및 숙련도와 관계있는데 봄 주꾸미는 대부분 산란을 위해 보금자리를 찾아 들어가는 주꾸미의

습성을 이용해 소랑패기로 조업합니다. 즉, 소라 껍데기에 든 주꾸미를 꺼내려면 갈고리를 찍어서 빼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상처가 나는 것은 한국과 중국

모두 같지만, 중국 선원의 작업이 거친 탓인지 중국산 주꾸미의 머리에는 유난히 상처가 많음을 알 수 있습니다.

위 사진은 kg이 아닌 한 묶음(약 500~600g으로 추정)을 16,000원에 팔고 있었는데 아무리 알배기라곤 해도 금값이네요.

 

 

국내산 주꾸미(왼쪽), 중국산 주꾸미(오른쪽)

 

국내산과 중국산의 생물 주꾸미 비교입니다. 개별적으로 놓고 보면 모르고 지나칠 수 있는 특징들이 한 자리에서는 두드러지게 보이죠.

주꾸미 전반에 나타나는 색과 자잘한 반점은 모두 주변 환경에 반응하는 보호색과 잔여 먹물양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므로 활력이 뛰어난 주꾸미일수록

그리고 산지에서 이동 거리가 짧은 주꾸미일수록 색이 어둡게 나타납니다. 그런 이유로 중국산은 밝고, 베트남이나 태국산은 아예 허여멀그레한 것입니다.

 

 

수산시장을 돌다 보면 원산지가 동남아산(태국이나 베트남)인 주꾸미를 많이 봅니다.

전량 냉동이며 이렇게 해동해서 진열하는데요. 이 주꾸미들은 산란철에 잡힌 물량이 아니므로 '알배기 쭈꾸미'라고 파는 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상인들이 한결같이 "동남아산은 알이 없다. 알배기는 중국산을 사야 한다."고 말해주고 있었던 점.

그래서 저 알배기란 표현은 봄에 알배기가 많이 들어오니까 그냥 생각 없이 적은 것으로 보입니다.

 

 

태국산 주꾸미

 

태국산 주꾸미의 특징은 만져보면 매우 차갑고(해동 중이라) 전반적으로 채색이 희고 창백합니다.

 

 

국내산과 비교해보면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죠.

주꾸미는 주변 환경에 따라 보호색을 띠는데 머리의 반점이 그런 역할을 합니다.

활력이 좋은 주꾸미,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주꾸미일수록 머리의 반점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며 저것이 전반적인 주꾸미 채색을 어둡게 보이게 합니다.

반면 냉동으로 들어오는 동남아산은 머리에 그런 반점이 없으며 중국산은 유통 거리가 먼 탓에 반점이 있어도 많이 나타나지 않습니다.

한편 싱싱한 주꾸미에는 항상 금테가 있습니다. 이 금테는 원산지를 떠나 대부분 있지만, 죽어서 시간이 많이 흐르면 흐를수록 선명했던 금테가 흐려지며

동남아산에서는 매우 흐려져 있거나 아예 나타나지 않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죽은) 생물 주꾸미를 고를 때는 금테가 뚜렷한 것을 고르는 게 좋습니다.

 

국내산과 동남아산 주꾸미의 가격 차는 2~3배가 나므로 상인 입장에서는 국내산 생물 주꾸미에 동남아산을 끼워 파는 유혹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이날 노량진 수산시장에서는 전반적으로 원산지 표기가 바르게 되어 있었지만, 일부 가게는 중국산을 아예 표기하지 않는 등 중국산을 꺼리는 일부 소비자

인식을 의식하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활어 코너 쪽의 호객행위는 여전히 기승을 부렸습니다. 길을 막거나 옷자락을 잡는 일도 서슴지 않습니다.

노량진 수산시장을 이용할 때는 사람이 가장 많이 몰리는 앞쪽 골목보다 비교적 한산한 뒤쪽 골목을 이용해 이제는 호객행위가 통하지 않음을 보여줘야

할 것입니다. 오늘 내용을 정리하자면.

 

- 활 주꾸미는 국내산, 중국산 할 것 없이 매우 비싸며 시세는 매일 변한다.

- 올해는 주꾸미 어획량이 감소해 가격이 매우 높아질 전망이다. (작년 가을에 주꾸미가 풍어인 여파로 올해는 해거름일 확률이 높다.)

- 강한 양념, 복음에 쓰이는 주꾸미라면 굳이 값비싼 활 주꾸미를 살 이유가 없다.

- 주꾸미는 국내산과 중국산에 따른 맛 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다. 다만 알배기는 현재 중국산이 압도적으로 많다.

- 국내산, 중국산, 태국산에 따른 특징을 잘 알아두었다가 속지 말고 구입하자.

- 가장 번잡하고 호객행위가 기승을 부리는 앞 골목보다는 비교적 한산한 뒷골목을 이용하자. 서비스, 친절도, 가격 모두 뒷골목이 좀 더 낫다.

 

이러한 점 꼼꼼히 알아두었다가 수산시장에서 봄 주꾸미를 저렴하고 맛있게 사 드시길 바랍니다. 

또한, 오늘 내용을 알아둔다면 지금 열리고 있는 서천 주꾸미 축제에서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습니다.

작년에도 국내산 주꾸미 물량이 달려 일부 업소는 중국산으로 대체했는데 문제는 원산지를 국내산으로 속이고 팔다 적발된 적이 있었죠.

올해도 이런 상술이 기승을 부리지 못하게 하려면, 우리 스스로 수산물에 전반에 대한 안목을 높여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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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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