헷갈리기 쉬운 방어와 부시리 구별법


 

 

거제도의 한 식당에서 먹은 물회

 

얼마 전, 거제도에 갔을 때 먹었던 물회입니다. 동해와 제주도에서는 자주 접했던 물회였지만 남해에서는 처음입니다.

남해라고 해서 초고추장 양념을 푼 물회 맛이 크게 다르지는 않았는데 들어간 회는 부시리로 보이는군요.

아무렴 지금이 제철인 데다 알부시리를 떠도 양이 많이 나올 테니 가격대비 성능비로 보면 부시리만 한 것도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생선회라는 것은 단 1%라도 확신이 안 들면 끝내 확인을 거쳐야 합니다. 원형 그대로라면 충분히 확신했겠지만, 양념에 무쳐져 있어 확신을

하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 나는 식당 아주머니께 물었습니다.

 

"물회에 들어간 거, 부시리 맞죠?"

"아뇨. 히라스인데요."

"부시리가 히라스에요. ^^;"

"에 아닌데? 부시리는 따로 있어요. 이건 히라스가 맞아요."

"그럼 제가 시킨 물회에는 뭘로 썰어 넣으셨는데요?"

"그건 히라스고"

 

여기까지 대화 내용으로 보아 횟집 아주머니는 그동안 부시리를 방어로 잘못 알고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아주머니는 부시리 = 방어로 인식하면서 히라스는 다른 어종으로 알고 있었던 것.

웬만한 논리로 설명해 봐야 통하지 않을 것이란 것을 알면서도 그래도 이런 건 횟집 업주로서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괜한 오지랖을

떨게 되더군요. 

 

"부시리의 일본말이 히라스입니다. ^^;"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아주머니는 수조로 와보라고 합니다. 그리고 자세히 살피는데 어라?

부시리만 있을 줄 알았던 수조에는 여름 방어도 몇 마리가 뒤섞여 놀고 있습니다. 그래서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이건 방어고.. 저건 부시리고"

"그래. 내가 부시리라 한 게 방어 맞잖아요"

"그게 아니고요(중략)"

 

결과적으로 아주머니는 방어와 부시리를 구별하고 있었습니다만, 명칭을 잘못 알고 있었던 것이지요.

제 차 설명을 하자 아주머니는 그제야 납득이 간다는 듯한 표정입니다. 알려주고 나온 제 속도 꽤 후련했지요.

모르긴 몰라도 이 두 어종을 혼동하는 상인들이 제법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글만 봐서는 이해가 어려우니 사진과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사진 1> 방어의 주상악골은 뾰족한 직각에 가깝다.

 

방어와 부시리는 모두 농어목 전갱이과 어류로 매우 가까운 친인척 관계에 있습니다. 

다만, 모양과 습성, 서식 환경에 미묘한 차이가 있어 전문가가 아니면 이 둘을 구분하지 못하지요.

하지만 방어와 부시리를 구분하는 결정적인 포인트가 몇 가지 있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쉬운 두 가지 방법을 소개하겠습니다.

<사진 1>을 보면 눈 아래에 각이 진 모양이 있습니다. 물고기마다 이러한 부위를 가지고 있는데 전문용어로는 주상악골이라고 합니다.

방어의 주상악골은 그 끝이 90도에 가깝게 날카롭게 꺾여 있습니다.

 

 

<사진 2> 부시리의 주상악골은 둥그스름하다.

 

반면, 부시리는 주상악골이 둥그스름하지요. 이것도 잘 봐야 하는 것이 물고기는 입을 열 때 주상악골이 분리됩니다. <사진 2> 참조

분리되었을 때의 주상악골은 바깥쪽과 안쪽으로 나뉘는데 여기서 말하는 방어와 부시리의 구별법은 안쪽의 모양을 보고 판단해야 합니다.

 

 

<사진 3> 방어는 가슴과 배지느러미의 끝 선이 일치한다.

 

하지만 주상악골은 자세히 보지 않으면 살피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수조에서 쉴 새 없이 돌아다닐 경우 더더욱 살피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는 사람들에게 이 방법으로 구별할 것을 권하고 있습니다. 위 사진은 멀리서 봤을 때도 구별할 수 있는 포인트가 있는데요.

바로 가슴과 배지느러미입니다. 방어는 가슴지느러미와 배지느러미의 끝 선이 거의 일치합니다.

 

 

<사진 4> 부시리는 가슴과 배지느러미의 끝 선이 서로 어긋나 있다.

 

반면에 부시리는 가슴과 배지느러미의 끝 선이 서로 어긋나 있습니다. 배지느러미가 가슴지느러미보다 뒤에 있기 때문이지요.

횟집과 시장 상인은 부시리를 히라스라 부르는데 이 역시 순화해야 할 말이겠죠?

 

1) 방어의 명칭

표준명 방어는 일어명으로 부리(ブリ)이며 어린 방어를 일식에서는 하마치(ハマチ)라 부릅니다.

우리는 크기 상관없이 방어(작은 방어는 알방어 정도)라 부르면 되겠습니다.

 

2) 부시리의 명칭

표준명 부시리는 일어명으로 히라마사(ヒラマサ)이며, 히라스(ヒラス) 일본 관서지방에서 불리는 방언입니다.

그 방언을 우리나라 상인들은 물고기 이름으로 채택해 사용하고 있으니 이는 분명 고쳐야 할 말이지요.

 

이 둘을 구분해야 할 가장 큰 이유는 상거래의 혼선을 피하기 위함입니다. 익히 알려지다시피 방어의 제철은 겨울이고 부시리의 제철은 여름입니다.

겨울 방어는 지방 함량이 높아 맛이 뛰어나고 몸값도 천정부지로 오릅니다. 그래서 일부 상인들은 상대적으로 몸값이 낮은 부시리를 방어로 속여 팔기도

합니다. 사실 이 두 어종은 서로 제철이 달라 맛의 우열을 가리기가 어렵습니다. 일본에서는 부시리를 방어보다 한 수 위의 고급 어종으로 취급하지만,

그래도 제철 맞은 생선회를 못 따라가듯이 적어도 겨울만큼은 한일 양국이 방어를 높게 쳐주고 있으므로 고의든 아니든 부시리를 방어로 오인하거나 

혹은 방어를 부시리로 오인해 상거래 혼선을 일으켜선 안 될 것입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이번과 같은 사례이기도 합니다.

 

결과적으로 횟집 아주머니는 맛이 떨어지는 여름 방어를 부시리로 잘못 알고 들여와서는 물회 재료로 사용했었고 또, 그것을 일부 손님들에게 부시리라 

설명했으니 그 손님들은 "아. 여름 부시리" 하며 먹어왔을 거란 생각에 피식 웃음이 나옵니다.

이 글을 미리 보았다면 이러한 혼선은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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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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