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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속해서 이어지는 대마도 낚시 조행기입니다. 지난 편을 못 보신 분들은 아래 링크부터 먼저 읽어주시길 권합니다.
#. 3월의 대마도 낚시
대마도 낚시(3), 잠깐의 해루질에서 잡은 어마무시한 낙지들(동영상)
다음 날 아침, 선착장
대마도 낚시 2일 차, 아침이 밝았습니다. 아침밥을 먹고 배를 탄 시각은 6시 30분. 사진에 나무 기둥을 보면 아래쪽에 흰색 밧줄이 묶인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 아래는 전날 밤 승화씨가 내린 통발이 묶여 있는데 잠깐 올려서 확인해 보니 꼼장어 두세 마리에 붕장어 서너 마리가 전부. 그것도 작년 이맘때 보았던 어른 팔뚝만 한 크기가 아니어서 조금은 실망했습니다.
새벽의 고요한 미네만
바닷바람을 쐬며 출항할 때의 기분은 늘 상쾌하고 좋습니다. 지금 이 시각에 곤히 잠들었을 아내와 딸이 생각나기도 하고요. 시즌 막바지라 갯바위 조황이 영 불안합니다. 저는 그렇다 쳐도 함께 온 일행이 빈손으로 대마도를 나가는 일은 어떻게든 막아야겠다는 생각에 어깨가 조금 무겁습니다. 지금부터 하게 될 선상낚시는 그래서 중요하죠.
선상낚시 포인트로 가기 전, 갯바위 팀부터 하선합니다. 팀이라 해봐야 한 팀. 낚시하기에 북적이지 않고 한산해서 좋습니다.
울산과 부산에서 오신 분은 '후타마타 나가세'란 자리에 내렸습니다. 어제 오후, 우리 팀이 후타마타에서 일반 벵에돔을 잡고 있을 때 그보다 더 안통인 저 자리에는 희한하게 긴꼬리벵에돔이 더 많이 잡혔습니다. 크기는 30~40cm로 크진 않았지만, 긴꼬리벵에돔이란 것 자체가 꾼들에게는 반가움의 대상이니까요. 다만, 긴꼬리벵에돔은 겨울 벵에돔 시즌이 후반으로 갈수록 비중이 줄어드는 것 같고, 씨알도 잘아지는 경향을 보입니다.
배는 미네만을 벗어나 북쪽으로 20분가량 달려 이나사키라는 포인트에 도착했습니다. 간단한 채비 소개 나갑니다.
#. 나의 장비와 채비
로드 : 원다 벵에돔 전용 1.7-530
릴 : 브랜드를 모르는 국산 5000번 릴
원줄 : 선라인 블랙마크 4호 서스펜드 타입
어신찌 : 마이너스 g2
목줄 : 토레이 일본선 3호
바늘 : 벵에돔 전용 바늘 9~10호
봉돌 : 상황에 따라 수시로 가감
선상낚시에서는 원줄의 비중이 매우 중요합니다. 채비를 조류에 태울 때 천천히 가라앉히는 게 가장 중요하기에 평소 사용하던 플로팅 타입은 여러모로 불리합니다. 될 수 있으면 서스펜드나 싱킹 타입을 사용하고, 찌도 일반 구멍찌가 아닌 대구경이나 기울찌 타입의 마이너스 부력이 좋습니다.
부력은 마이너스 g2부터 -B, -2B, -3B까지 있는데 이들 찌는 던지자마자 가라앉는 침력을 행사합니다. 수중찌와 같은데 체적이 넓어 조류를 타기에는 수월하지요. 하다 보면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빠른 조류를 만나는데 이때는 차라리 찌를 떼고 수중찌를 달거나 심지어 찌 자체를 달지 않고 봉돌만 물려 낚시하기도 합니다. 선상낚시 채비란 게 정답이 없으니 그때그때 상황에 맞추고 옆 사람 채비를 열심히 벤치마킹하는 것이 도움됩니다.
엘라님이 처음으로 입질 받았다
제가 생각하는 선상낚시의 첫 번째 조건은 물색입니다. 청물이 들어오면 아무리 조류 소통이 좋아도 허사일 때가 많아요. 두 번째는 적당한 유속이고, 세 번째는 조류 방향입니다. 조류가 난바다로 나가기보다는 해안선을 따라 흐를 때 입질이 잦았음을 경험적으로 느껴왔습니다.
이날 물색은 OK, 유속도 적당, 방향도 나쁘지 않은데 어쩐 일인지 입질 빈도가 낮습니다. 기압이라는 변수가 있기는 한데 사실 기압도 고기압에 가까워서 고기가 떠오를 것을 기대했지만, 역시 바다낚시는 이론적으로만 되지 않음을 여실히 느낍니다. 한동안 입질 없이 지루한 시간이 흐르다가 엘라님이 처음으로 입질 받고 대를 세웁니다.
벵에돔인데 씨알이 자네요. 지금은 산란하러 들어온 덩치급 벵에돔이 대부분 갯바위에 붙어서 선상에는 오히려 잘다는데 그 말이 사실인가 봅니다.
시간은 계속 흘러만 가고, 조류는 미적지근하게 흐르면서 이제는 포인트를 옮겨야 하는지 고민할 시점이 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입질을 기대하기가 어렵고, 설사 들어와도 무척 예민하죠.
잘 흘러가던 채비도 지금은 멈췄습니다. 뒷줄을 잡고 견제를 해보는데 줄이 살짝 움찔합니다. 기분 탓인가 싶어서 그냥 넘기려는데 고작 몇 cm 정도일까요? 줄이 또르르 나가는가 싶더니 멈칫합니다. 아~ 이상하다. 잡어가 물었나, 하긴 채비가 나가지도 않았고 가라앉았다면, 분명 어랭이가 물고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챔질을 해야 하는데 타이밍이 어중간 해요. 줄을 살짝 감아서 팽팽히 하니 다시 한 번 움찔합니다. 물고 있구나 싶어서 뭐가 됐든 강하게 챔질. 이제는 조류가 완전히 멈춰섰기에 잡어라고 생각했는데 '드르륵' 하고 드랙을 차고 나갑니다.
참돔이라면, 마냥 드랙을 차고 나갔을 텐데 그것도 아니라서 일단은 대를 바짝 세우며 드랙을 조입니다. 뭔가 '꾸욱'하면서 올라오기는 하는데 거의 다 올라왔을 즈음 또 한 번 차고 나가는 녀석. 처음에는 4짜나 되겠지 싶었는데 이번에 처박는 힘으로 알아버렸습니다.
범상치 않은 씨알이었음을.. 선장인 쇼지상이 뜰채로 올릴 때만 해도 4짜 중반 정도 되겠지 싶었는데
막상 들어보니 묵직하네요.
대마도 낚시 이틀 만에 5짜 벵에돔을 품에 안았다
제 손자로 힘껏 펼치면 한 뼘이 22.5cm 정도이니 두 뼘이면 45cm입니다. 그런데 이 녀석은 그것을 훌쩍 넘기는 5짜 벵에돔입니다. 정확한 건 나중에 계측해보기로 하고요.
이후로 입질은 완전히 그쳤습니다. 좀 전에 제가 잡은 벵에돔도 조류나 그 외의 조건을 고려하면, 그다지 낚일 만한 상황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 말입니다. 어쩌면 이 녀석도 행운일까요? 지켜보던 쇼지상은 포인트 체인지를 외치며 닻을 올립니다.
배는 다시 남쪽으로 달려 미네만 입구인 토비자키로 왔습니다. 닻을 내리자마자 흘러가는 밑밥 크릴로 조류를 파악하는데 이제야 좀 제대로 된 조류 유속과 방향을 만나는가 싶습니다.
조류가 물때에 맞게 잘 흘러가 주니 첫 입질을 받기까지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먼저 큰 형님인 엘라님이 신호탄을 쏘는데.
제법 괜찮은 씨알의 긴꼬리벵에돔이 올라옵니다. 와우~
40cm를 조금 넘기는 긴꼬리벵에돔의 출현에 우리 모두가 고무되기 시작합니다. 이 정도 씨알로 한 사람당 더도 말고 10마리씩만 잡으면 그게 대박이지 달리 대박이 있겠습니까?
이번에는 내내 잠잠하던 승화씨가 대를 세우는데 초반부터 드랙이 드르륵하고 쫙 나갑니다. 드랙을 너무 풀어놓은 게 아닌가 싶었는데 아니었네요. 적당히 조인 드랙인데도 이 정도로 차고 나가는 녀석이라면, 그 녀석밖에 없죠. 참돔. 아~ 그런데 이 녀석의 질주가 그칠 줄 모릅니다. 순간 이건 70~80cm 사이즈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승화씨, 이번에는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반드시 잡아야 해요. (속으론 내 조행기를 위해서라도 흐흐~)"
비록, 유료 낚시터지만 승화씨도 고기를 많이 잡아본 사람으로서 이번 결투는 절대 양보할 수 없을 것입니다. 저 멀리 광명에서 큰돈 들여서 온 대마도인데 이제야 인생급 대어를 낚는 순간입니다.
그나저나 이제는 조금씩이라도 올라와야 하는데 녀석 꿈쩍도 안 하네요? 분명 낚싯대가 움찔 하며 차고 들어가는 것을 제가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단 말입니다. 녀석이 얼마나 큰지 바닥에 완전히 붙어서 버티는가 봅니다. 승화씨가 낚싯대를 최대한 세워서 끌어올리자 무지막지한 덩치가 살짝 뜨면서 올라올 기미가 보입니다.
"좋아요. 그런 식으로 조금만 더~"
조금 올라오나 싶었는데 다시 드랙을 차고 나가는 녀석. 허허~ 어쩌면 못 먹을 놈일 수도 있겠다 싶었죠.
"난다 고레?"
옆에서 지켜보던 쇼지상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듭니다. 미터급 참돔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꿈쩍하지 않을 수가 있나요. 이거 혹시 밑걸림 아이가? 순간 기대하고 지켜보던 일행의 기류가 실망으로 돌아설 즈음, 또 한 번 낚싯대가 움찔합니다.
어라! 밑걸림은 아닌데. 분명 뭔가 걸려 있기는 한데 꼼짝을 안 합니다. 이쯤 되니 별의별 생각이 다 듭니다. 초대형 다금바리나 그루퍼 종류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고.
시간은 점점 가는데 녀석은 올라올 기미가 없고. 결국, 답답한 마음에 낚싯대를 이리저리 흔드는 상황까지. 그 모습에서 저는 '밑걸림'이라 결론짓고 터트려야 할 것 같다고 말합니다.
그 순간 채비가 빠져나오면서 낚싯대가 다시 한번 꾹꾹 하는데 확실히 뭔가 물고 있습니다.
"이게 뭐예요?"
완전 허무 그 자체 (...) 어랭이 한 마리 걸었는데 몰라서 가만히 있었으니, 이 녀석은 돌 틈 속으로 박혀버렸고 그걸 입질로 착각한 승화씨는 조인 드랙까지 풀게 하면서 대마도와 엄청난 파이팅을 했다는 결론입니다. 제가 낚시를 시작하고 나서 목격한 가장 허무했던 파이팅. 그래도...
벵에돔의 입질은 계속되는군요.
이번에는 제 채비를 물고 올라온 긴꼬리벵에돔. 딱 요정도면, 크지도 작지도 않아 탕수나 찜으로 해 먹기 좋은 씨알입니다.
이번에는 말쥐치가 올라옵니다. 말쥐치를 잡을 때마다 집에 육포 건조기 하나 장만해 홈메이드 쥐포를 만들어 볼까? 하는 고민도 했습니다만, 일회성 이슈로 그칠까 봐 섣불리 시도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다 같은 흰살생선인데 참돔이나 벵에돔으로 어포를 만들면 무슨 맛이 날지도 궁금하군요. 한 대 장만할까요? 물론, 장만해서 쥐포 레시피를 써서 올린다 해도 섣불리 따라 할 사람은 없을 것 같은데 ^^ ;
이번에 받은 입질은 제법 묵직한 손맛이 전해집니다. 그나저나 승화씨가 대마도를 건 이후 제게만 입질이 들어와서 미안해요.
큰 건 죄다 일반 벵에돔이란 게 아쉽지만, 사실 아쉬움을 토로할 분위기는 아닌데 말입니다. 이것도 그저 감지덕지할 뿐이죠.
엘라님은 씨알이 작아도 긴꼬리벵에돔만 올립니다.
엘라님이 뒷심을 발휘하는군요. 연속해서 히트하는데
흔치 않은 차구레(茶グレ)가 잡혔다
이번에도 4짜급 긴꼬리벵에돔이 올라옵니다. 그런데 가만 보니 '차구레(茶グレ)'군요. 보통의 긴꼬리벵에돔은 푸른빛이 납니다만, 차구레는 갈색빛이 납니다. 여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죠. 차구레는 국내에서 접하기 어려운 긴꼬리벵에돔입니다. 남녀군도에는 흔하고 그 중간인 대마도는 흔치 않아 종종 잡히는 수준입니다.
아직 차구레에 관해 이렇다 할 연구가 진행되지 않아서 각종 추측만이 무성한데요. (주로 큰 씨알에서만 나타난다는 말도 사실이 아닙니다.) 조만간 이 부분과 관련해 '긴꼬리벵에돔의 종류, 차구레에 관하여'란 제목의 글을 발행하도록 하겠습니다. 벵에돔 낚시 마니아들에게는 흥미로운 내용이 될 것입니다.
어쨌든 이날 오전의 선상낚시는 이렇게 마무리됐습니다. 3명에서 한 선상낚시치고는 조황이 썩 좋지 못하죠.
정확히 계측하면 50cm가 나올 듯하다
이날 낚은 5짜 벵에돔이 정말 5짜인지 다시 한번 계측해 봅니다. 민숙집은 웬만하면 계측자 좀 바꾸지~ 다 떨어져 나갈 때까지 쓰시네요. ㅎㅎ 아무튼 사진상에는 51cm를 가리키지만, 정렬해야 할 첫 지점이 닳아 없어진 관계로 고기를 나무 틈에다 놓으면 정확히 계측된다고 합니다. 그랬을 때 딱 50cm가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오후 낚시는 다시 갯바위로 방향을 돌렸습니다. 전날 낚시해 보니까 철수 직전에 고기가 나와서 아쉬운 마음에 대를 접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철수 시간에 구애받지 않은 도보 포인트로 갔습니다. 대상어는 으레 벵에돔을 염두에 두고 간 거였는데 날이 저물자 이상한 녀석들이 물고 늘어지면서 우리 일행을 혼비백산하게 합니다. 이날은 벵에돔이 손님 고기에 불과했죠.
게다가 저는 릴을 잘못 챙기는 바람에 1.5호 원줄로 낚시해야 했습니다. 1.5호 원줄로 60cm가 넘어가는 대물과 싸워야 하는 도보권 낚시 이야기, 다음 편을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 수심 3m에서 청돔의 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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