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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9시, 부산 국제연안여객터미널
부산 대마도를 운항하는 오션플라워호
서울에서 대마도로 향하는 여정은 그리 녹록지 않습니다. 아침 9시에 출항하는 대마도행 배편에 맞추기 위해선 꼭두새벽부터 일어나 움직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예전에 알람을 무심코 끄고 잤다가 KTX도 놓치고 배도 놓치는 초유의 사태를 한 번 경험한 터라 밤잠을 곧잘 설칩니다.
알람을 이중 삼중으로 맞추고 어떻게 어떻게 뒤척이다가 잠이 들어도 불안한 마음에 자주 깨기 일쑤. 그렇게 어설픈 숙면을 하다 일어나서는 그 새벽에 아파트 단지에서 콜택시를 부르는데 근방에 택시가 없다는 이유로 전부 취소가 됩니다. 열차 시간은 다가오는데 지나가는 택시는 없고. 결국, 지하철역까지 카트를 끌고 가던 중 저 멀리 '빈차'라 써진 붉은 빛이 한 줄기 희망처럼 다가옵니다.
우연히 이곳을 지나는 택시를 운 좋게 잡아 서울역으로 달렸고, 그렇게 해서 5시 15분에 출발하는 KTX에 몸을 실을 수 있었죠. 열차를 탔다고 끝난 게 아닙니다. 부산역에 도착 시각이 7시 50분. 배는 8시 50분 출항이지만, 엄연히 해외로 가는 거라 30분 전에는 수속을 마쳐야 해서 열차에 내리자마자 뛰어야 합니다.
그 많은 짐을 끌고 부산역 후문으로 나와 택시를 타고 여객선 터미널에 도착한 시간은 8시 5분. 일행의 여권까지 모두 받아서 수속을 진행하는 민숙집 차장님께 건넨 시간입니다. 제가 생각해도 놀라운 질주였죠. 여기까지 하니까 한숨이 절로 쉬어지면서 긴장감이 확 풀어집니다. 저뿐만 아니라 서울 사는 사람들은 이런 고난의 과정을 거쳐서 대마도로 입도하겠지요.
배는 대마도 북쪽 항구인 히타카츠로 향합니다. 출발한 지 1시간 10분 만에 도착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날은 너울이 있어서 적잖은 승객이 멀미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하필 화장실과 가까운 좌석에 앉았는데 걸핏하면 '우웩~우웩'하는 소리에 잠을 여러 번 깼다죠. 듣고 있자니 저까지 멀미가 납니다. ^^;
수속을 마치고 나오면, 이렇게 민숙집 차량이 마중 나와 있습니다.
히타카츠항에서 민숙집까지는 약 1시간. 중간에 마트에 들려 간단히 장을 보고요. 필요한 낚시용품도 구입합니다.
민숙집에서 도착해 방을 배정받은 뒤 대마도에서 첫 식사를 합니다.
우리 눈에는 좀 생소한 음식이죠. 도미 오챠즈케입니다. 도미 맑은국에 밥을 말고, 그 위에는 간장에 쯔케한 참돔이 올려집니다.
참돔은 선상낚시에서 잡은 자연산입니다. 낯선 비주얼과 달리 맛이 괜찮죠. 레시피가 궁금해 전속 요리사에게 물었더니 아예 종이에 써주겠답니다. (지금은 그 레시피를 받아 페친분에게 해석을 부탁해 집에서 만들어 먹었습니다. 그 이야기는 추후 '꾼의 레시피'에서 선보이겠습니다.)
오후 1시 30분, 첫 출항
미네만의 수려한 풍경
3개월 만에 다시 찾은 미네만입니다. 갯바위 하선을 앞두고 늘 설렘을 갖게 하는 풍경이죠. 게다가 이때(3월 중순)는 시즌 막바지라서 전반적으로 한산합니다.
이날은 선장인 쇼지상이 키를 잡았다
이날 출조객은 단 두 팀. 먼저 한 팀이 미네만 입구에 있는 갯바위에 하선합니다. 이 자리는 작년 2월에 제가 손맛 좀 보았던 '후타마타 나가세'란 포인트. 즉, 후타마타 가기 전에 있는 포인트란 의미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후타마타'로 향합니다. 만조가 되면 저기서 가장 높은 갯바위를 제하고 모두 잠기는데, 지금은 썰물이 진행 중이라 철수 시각까지는 안전하게 낚시할 수 있습니다. 예보 상으로는 파고 2~2.5m로 너울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막상 와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기상이 양호하네요.
저와 일정을 함께할 일행입니다. 이미 대마도 출조 경험이 2~3회씩 있는 분들입니다. 홍대에서는 잔뼈가 굵은 분들이기도 하죠. 왼쪽은 제 블로그 독자 모임에서 큰 형님으로 통하는 엘라님. 홍대에서 오래된 식당인 '통통돼지뽈살'의 사장님이기도 합니다. 오른쪽 승화씨는 그 유명한 '홍대 돈부리'의 본점 사장입니다. 제가 가면 공짜로 주는 줄 알았는데 돈을 다 받더라고요. (...)
웃자고 한 이야기고, 어쨌든 두 분의 벵에돔 낚시 경력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엘라님은 가파도 넙치농어에서 릴 찌낚시로 전향한 케이스고, 승화씨는 무적의 유료낚시터 마니아입니다. 유료낚시터라고 무시하면 안 됩니다. 거기선 무시무시한 중국산 양식 대물들과 파이팅하니까요. 막 7~8kg짜리 민어도 잡습니다. (비록, 양식이지만 홍민어 아니고 진짜 민어임)
각자 자릴 잡고 낚시를 시작합니다. 저는 채비를 만들기 전에 꼭 밑밥을 10~20주걱 정도 뿌려두는데요. 포말이 쓱 하고 밀고 들어왔다 쓸고 내려가는 지형이라면, 반드시 포말이나 포말이 쓸고 갈 갯바위에다 밑밥을 쳐줍니다. 잡어가 얼마나 있는지 확인하고 별로 없다면, 히트 예상 지점에도 몇 주걱 뿌려두죠.
#. 나의 장비와 채비
로드 : 엔에스 알바트로스 1.5-530
릴 : 다이와 임펄트 2500번 LBD
원줄 : 쯔리겐 프릭션 Z 1.5호 세미플로트 타입
어신찌 : 쯔리겐 원투구레 0호, 조수우끼고무 M사이즈
목줄 : 토레이 일본선 2호
바늘 : 벵에돔 전용바늘 7호 쓰다가 입질이 예민해서 6호로 변경
봉돌 : g5~g2 (상황에 맞게 가감)
원줄 1.5호를 선택한 이유는 바람 때문입니다. 바람이 불면, 채비가 잘 내리질 않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가는 원줄을 쓰면, 바람이 불어도 채비 내림이 좋아지죠. 지금 이 시즌은 채비 내림이 관건입니다. 싸우다 터트리는 건 그때 가서 생각해 보고, 우선은 입질 받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사실 벵에돔 낚시는 원줄보다 목줄이 더 중요합니다. 원줄이 1.5호라도 목줄이 2호면 어지간해선 잘 안 터지죠.)
아직 너울기가 죽지 않아서 다소 꿀렁꿀렁합니다. 뒷바람이긴 하지만 바람이 세니 우선은 중량이 조금 있는 제로찌를 선택했습니다. 이곳은 깊어야 4~5m로 제로찌에 작은 봉돌 하나면, 전층 탐색이 가능할 것입니다. 바람과 너울기가 있으니 g5 봉돌 하나에 무게감이 있는 바늘로 채비를 천천히 내려보기로 합니다.
첫 캐스팅에 33cm급 벵에돔이 올라온다
첫 캐스팅을 한 다음, 밑밥을 치고 다시 바다를 보는데 찌가 사라지고 없습니다. 설마 벌써 입질인가요? 뒷줄에 손을 가져가려는 순간 줄이 쫙 펴집니다.
"왔다 왔어!"
어떻게 사진 찍을 틈도 없이 올라와 버린 첫 수. 30cm를 넘기는 벵에돔입니다. 던지고 나서 10초도 안 돼 물고 늘어졌다는 것은..
"모두 봉돌을 떼거나 줄이세요"
황놀래기(제주 방언 어랭이)
그러나 그게 처음이자 마지막 입질이었던 것 같습니다. 봉돌을 줄여서 채비를 가볍게 했지만, 우연히 뜬 벵에돔을 잡은 것인지 이후로는 아무런 입질이 없어서 결국, 떼버린 봉돌을 다시 물려야 했습니다. 그러자 어랭이만 줄창 물고 늘어지는군요. 이렇게 황놀래기가 물면, 채비 내림 속도가 빠르다는 것이므로 봉돌을 떼거나 조금 가볍게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엘라님 쪽은 잡어도 없는지 잠잠하네요.
승화씨는 간간이 어린 벵에돔을 낚아 올리고 있습니다. 그나저나 낚시복 패션이 튀네요. ^^ 처음에는 잠옷인 줄 알았는데 무려 방수가 되는 스키복이었음. ㅎㅎ
중량이 가벼운 소형 g2찌로 교체
적어도 지금은 표층에서 중층까지 벵에돔이 다니지 않는 것 같습니다. 원하는 대로 공략이 되지 않아서 채비를 바꿉니다. 뒷바람이라 대충 던져도 찌가 멀리 날아가네요. 굳이 무거운 찌를 쓸 필요가 없으니 가볍고 작은 g2찌로 바꿉니다. 여기에 봉돌은 g3 하나 물려서 좀 더 바닥층 가까이 채비를 붙여보기로 합니다.
채비를 바닥층 가까이 붙이는 과정에서 몇 차례 해초 걸림이 있었고, 미약한 어신을 두세 번 참아내며 받았더니 이런 벵에돔이 다 올라오네요. 대물을 기대하고 온 저로선 다소 맥이 풀립니다.
시간은 오후 4시. 이날 저녁에 폭풍 입질이 들어오려면, 지금부터 슬슬 물어줘야 할 텐데 말이죠. 해가 뉘엿뉘엿 기울고 있는데도 별다른 입질이 없어 첫날은 이렇게 꽝으로 가는가 싶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저만치 흘러가던 찌가 살짝 잠깁니다. 지금 이 상황에서 머릿속에 떠오르는 후보라곤 단 두 개. 어랭이와 벵에돔이죠.
벵에돔이라면, 좀 전과 같은 씨알이 아니길 바라면서 조심스레 뒷줄을 사리는데 당최 찌가 들어갈 기미가 보이질 않습니다. 뭐가 그리 예민한지 뒷줄을 살포시 잡아당기자 찌가 골골 하면서 들어가네요. 옳지~ 조금만 더. 조금만~ 조금만 더~더 들어가라!
"왔다!"
37cm급 벵에돔
지금 시각은 오후 4시입니다. 저는 겨울철 벵에돔 낚시에서는 첫 포문을 여는 시간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데 그 시간의 마지노선이 4시~4시 반입니다. 이때를 넘겨도 입질이 없으면, 그때부터는 꽝의 기운을 음미해야 할지도 모르니까요. 어쨌든 이것으로 입질이 시작된 걸까요?
눈짐작으로 37cm 예상했는데 딱 37이 나옵니다. 라이브웰에 집어넣고 기포기를 튼 다음, 서둘러 크릴을 꿰어 던집니다.
이번에는 모처럼 승화씨가 낚싯대를 세웁니다.
기준치를 살짝 넘길성싶은 벵에돔. 손으로 아가미 테를 가려도 저것이 긴꼬리벵에돔임을 알 수 있는 단서는 충분하지요. 아치형을 그리는 꼬리지느러미에 답이 있습니다. 사진에서 보시는 바와 같이 긴꼬리벵에돔의 꼬리지느러미는 ) 모양이고, 일반 벵에돔은 > 모양이죠.
제게도 긴꼬리벵에돔이 한 마리 올라옵니다. 시간도 시간인지라 슬슬 입질이 살아나면서 분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승화씨가 양손으로 낚싯대를 힘겹게 붙잡고 있습니다.
얼른 가서 뜰채질을 해주었는데 바늘이 아주 예쁘게 걸려있네요. 제가 골라준 바늘이라 조금은 뿌듯합니다. ^^;
30cm가 조금 넘어가는 벵에돔인데 아마도 승화씨는 처음 잡아봤을 겁니다.
시간은 오후 5시 30분. 낚싯대를 접는 시점까지는 30분이 채 남지 않았습니다. 20~30분 안에 잡아봐야 얼마나 잡겠냐는 생각도 들지만, 최근에 제 페이스가 철수 직전에 뭐라도 큰 걸 한방 쏘아 올리는 추세라 오늘도 그럴 것을 믿어봅니다.
그런데 분위기는 심상치 않네요. 입질이 활발해질 것 같으면서도 막상 흘려보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뭐랄까요. 벵에돔이 있기는 한데 개체 수가 많지 않은 느낌. 벌써 이 시간이면 우다닥 들어와야 하는데 말이죠. 아무래도 이날은 낱마리 분위기로 가나 봅니다.
입질이 하도 예민해서 바늘은 6호로 한 단계 낮추었습니다. 대물이 나올 시간인지라 차마 목줄까지는 낮추지 못하겠고 그대로 2호를 유지, 원줄도 1.5호를 유지하면서 4짜 벵에돔 한두 마리만 올라와도 만족해야 할 상황이 온 듯합니다.
전방에 솟은 여 사이로 작은 골창이 이어지면서, 조류도 다소 방방하게 흘러가니 봉돌은 기존의 g3번을 떼고 g2를 물려 어떻게든 채비를 바닥층 가까이 내리려 했습니다. 그래 봐야 지금은 초들물이라 수심 4m 정도 나오는 골창입니다.
잠시 후 잘 흘러가던 찌가 살짝 잠기는가 싶더니 그대로 멈추어 서버립니다. 크릴을 물고 가만히 있군요. 눈으로 직접 확인하진 못했지만, 낚시는 상상력을 동원해 기량을 발휘하는 게임 아니겠습니까? 분명 수중 촬영을 했다면 그런 장면이었을 것입니다. 고개를 돌려 지 갈길 가는 순간 찌가 총알처럼 들어갈 텐데 아무래도 지금 시기에서 그런 입질을 바라기에는 무리가 있을 겁니다.
뒷줄을 조금 팽팽히 해서 녀석이 조금만 더 물고 들어가기를 기다리던 찰나. 초릿대 끝에서 구부러진 원줄이 살포시 펴지는 순간 벵에돔임을 직감하였습니다. 와라~ 와라~ 사투리로 해야 하나? 온나~ 온나~
"왔다!"
아~ 거는 순간 파고드네요. 여기서 더 파고들면 끝장인데. 웬만하면 앉았다가 일어나는 봉춤은 추기 싫었는데 녀석이 절 그렇게 만드는군요. LB 브레이크는 끝까지 쥐고 절대 놓지 않을 겁니다. 파고들면 잠시 앉았다가 재빨리 감아올리고, 다시 파고들면 자세를 낮추며 낚싯대 각도를 최대한 세워서 녀석의 고개가 아래쪽을 향하지 못하도록 제압해 나갑니다.
드디어 고기 다운 고기를 한 마리 했습니다.
10~20분만 있으면 철수배가 오기 때문에 승화씨는 미리 대를 접고 촬영을 돕습니다.
이때 시간은 오후 5시 45분.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갑니다. 원래대로라면 지금쯤 대를 접고 철수 배를 기다리는 것이 맞지만, 고기가 나오고 있으니 사람 마음이 참~
어차피 이날 출조팀은 우릴 포함에 두 팀뿐이고, 제일 먼저 우리부터 태우러 올 것이기 때문에 조금 늦는다고 민폐를 끼칠 것 같진 않고 말이죠. 다만, 선장이 싫어할 수도 있으니 딱 한 번만 던져보고 접으렵니다. ^^;
"딱 한 번만"
떨리는 손으로 재빨리 크릴을 꿰어 던지는데 아우 크릴이 떨어져 부렀네요. 마음은 다급한데 몸은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고..
"승화씨 저쪽에 배 오나 좀 봐줘요."
다시 크릴을 꼽아 던지는데 이번엔 원하는 위치에 잘 들어갔습니다. 재빨리 품질하고 기다리는데 20~30초 정도 지났을까요? 또다시 찌가 스멀스멀 잠기기 시작합니다. 제게 낚시 시간이 한 시간만 더 주어졌더라면, 대물로 마릿수 조과를 올릴 것 같은데 이럴 때 철수를 해야 한다니 안타깝지요. 사실상 이게 마지막 입질인데 제발 어랭이나 복어가 건드리진 말아줬으면 좋겠습니다.
"벵에돔이라면, 뒷줄을 펴줄 것일지어다."
그러고 기다리는데 음... 반응이 없네요. 이젠 찌가 도로 올라오기까지 하네? 아무래도 미끼만 따먹힌 듯. 다시 던지기에는 시간이 애매합니다. 엇 그런데 찌가 다시 잠기기 시작하는군요. 물었다가 뱉은 녀석이 다시 문 걸까요? 물 꺼면 확 물지 뭘 그리 쟤는 지..
지금까지의 상황으로 보면 벵에돔이 산란기에 접어들면서 신경이 매우 예민해진 것으로 보입니다. 찌는 수면 아래 5cm 정도 잠긴 채 움직이지 않는데 여기서 바로 채면 벗겨질 것 같고, 그렇다고 뒷줄을 잡아당기자니 뱉어버릴 것만 같고. 이번 녀석은 예민해도 너무 예민한지라 저도 딱히 어떻게 해야 할지 결정하지 못한 채로 기다리는데 멈췄던 찌가 다시 골골 하며 들어갑니다.
이때면 수면에 늘어진 원줄을 정리해야 하지만, 왠지 이물감을 느끼고 뱉어버릴까 봐 대를 쭉 내밀고 기다리기만 할 뿐이죠. 고개를 돌려 저쪽에서 배가 오는지 어떤지 확인하고 다시 찌를 보는데... 찌가 없어졌다?
곧바로 제 시선은 초릿대에서 빠져나온 원줄에 고정. 아니나 다를까 살짝 구부러진 줄이 슬그머니 펴지려 합니다.
"더~ 더~"
보는 내내 숨이 찰 정도로 예민한 녀석. 마지막 입질이니 기어이 받아내고 말 테다. 그리고 몇 초 후..
줄이 스르륵 하면서 미끄러지듯 펴집니다. 가까운 곳에서 받은 입질이라 챔질 강도에 신경 써야 했습니다. 흥분한 나머지 너무 강하게 챘다가 직결 매듭이 터진 경험을 종종 했기에..
탁하고 올리자 턱 하고 가로막히면서 바늘이 단단한 위턱에 꽂히는 느낌이 생생히 전달됩니다. 순간 꾸욱~하면서 파고드는데 이번 건 좀 전에 낚은 녀석보다 더 세군요.
네가 아무리 커도 필사적으로 낚으려는 인간을 이길 물고기는 없다. 만약에 내가 이걸 놓치면, 후끈 달아올라야 할 조행기에 찬물을 끼얹는 격. 미안하지만, 넌 내게 반드시 낚여야 해! 너 죽고 나는 좀 살자 ㅠㅠ
그래야만 이 조행기의 완성도가 높아질 테니까. 아무리 각본 없는 드라마라지만, 최근에 저는 철수 직전에만 어복이 붙은 게 확실한가 봅니다.
들어보니 이번 녀석은 확실히 묵직합니다.
40cm짜리 자로는 계측이 안 되네요. 손자로 재보니 5짜에서 2~3cm 정도 모자랍니다. 그런데 바늘 꽂힌 부분이 묘합니다.
"뭐야 이건?"
콧구멍도 아니고 묘한 곳에 바늘이 꽂혀 올라왔군요. 허허~ 그런데 이건 교통사고가 아닙니다. 아무리 우연이라도 제 바늘이 지나가는 벵에돔을 꽂을 순 없어요. 이 벵에돔은 분명 제 미끼를 물었습니다. 물었다 뱉었다 하면서 저를 아주 초조하게 만들었죠. 결국, 녀석은 미끼를 흡입했고 찌를 가라앉혔지만, 저는 이를 순간적으로 놓쳤습니다.
챔질 타이밍이 늦어지는 바람에 뒷줄을 보고 체야 했는데 여기서 행운의 여신은 제게 손을 들어주었던 것 같습니다. 채는 순간 살짝 물고 있었던 바늘이 벗겨지면서 윗입술에 상처를 냈고(사진의 화살표) 그대로 대가리를 훑고 올라가다 저곳에 박힌 것으로 추정합니다. 저는 억수로 운 좋은 것이고, 녀석은 정말로 재수가 없는 것이고.
대마도 미네만의 일몰
선착장에서 뭔가를 발견한 민숙집 스텝이 뜰채로 퍼 올리고 있다
대마도 첫날 오후 낚시는 뜻밖의 사고로 대물 벵에돔을 낚으면서 마무리됐습니다. 선착장으로 돌아오자, 사람들이 웅성거립니다. 민숙집 스텝들이 뭔가를 발견하고 뜰채로 퍼 올리는데요. 처음엔 낙지인가 싶었는데 아니군요.
"아니 선착장에 이런 것도 살아요?"
"네 요즘 많이 들어옵니다."
"헐~"
이번 것은 제법 신선한 충격이군요. 대마도 낚시 다음 편을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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