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밤, 어쩌면 마지막 저녁이 될지도 모르는 식사가 나왔습니다. 원래 계획은 하루 더 낚시하고 서울로 올라가기로 했는데 모레는 기상 악화로 결항할 확률이 높아졌습니다. 출항 여부도 내일 오전은 지나야 결정됩니다. 나가려면 내일 나가야 하는데 아마도 이런 고민은 현재 대마도에 들어온 다른 민숙집 낚시인들도 하고 있을 겁니다. 내일 나갈지 혹은 남아 있을지는 지금 결정해야 스텝분들도 배표가 매진되기 전에 예약할 수 있다고 합니다. 

 

 

흐음~ 고민이 되는 가운데 일단 식사부터 하기로 합니다. 추워서 따끈한 어묵탕이 간절했는데 때마침 나와주는 센스. ^^ 일본은 어묵탕에 스지(소 힘줄) 꼬치를 곧잘 넣어 먹는 듯합니다. 먹다 보면 일본 특유의 달달한 국물이 느껴져 물리기도 하지만, 저 튀긴 두부는 정말 맛있네요.

 

 

벵에돔 초밥입니다.

 

 

가라아게(닭튀김)와 채소, 김말이 튀김은 맥주 안주가 되고요.

 

 

노랑점무늬유전갱이(왼쪽), 긴꼬리벵에돔(오른쪽)

 

이번에는 특별한 회가 나왔습니다. 낮에 성준씨가 '시마아지(표준명 흑점줄전갱이)'를 잡았다고 해서 그걸 회로 떠서 내왔는데 막상 잡은 사진을 보니 노랑점무늬전갱이로군요. 다 한 끗발 차이인 사촌이죠. 예전에 제주도에서 이 녀석을 잡아다 썰어 먹은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9월이고, 지금은 12월이란 차이는 있습니다. 그 차이가 맛에도 영향을 줄지 기대되는데.

 

 

우리에겐 생소한 노랑점무늬유전갱이(일명 남양 갈전갱이) 회

 

이 어종은 아열대성 전갱이로 여름에 회 맛이 좋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가을에 맛보고 이렇게 겨울에도 맛보면서 또 하나의 데이터가 쌓이게 되죠. 가을~겨울에 잡힌 노랑점무늬유전갱이의 회 맛은 지방이 빠진 맛이라 그냥 그랬다. 정도로.. 

 

그런데 긴꼬리벵에돔도 최소 4짜는 되는 녀석인데 회 맛이 그냥 그렇습니다. 숙성을 안 한 탓도 있겠지만, 사실 이제는 무슨 회를 먹어야 '이건 정말 맛있다.'라고 감탄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러다가 회 맛은 다 똑같다고 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보통은 낚시하러 오면 회보다 고기가 당기는데 이날 더욱 그랬나 봅니다. ^^;

 

 

다음날 새벽, 대마도의 어느 어촌

 

결국은 저의 대마도 낚시 일정을 하루 줄이기로 했습니다. 이날 오후에 나가는 여객선에는 결항 여파로 많은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합니다. 저도 오전에 짧은 낚시를 끝으로 아쉽지만, 철수해야 할 것 같습니다.

 

 

바람을 피해 찾은 곳은 인근 어촌의 시멘트 방파제입니다. 대마도 낚시 마지막 일정은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감성돔 낚시를 시도하기로 합니다.

 

 

아직은 꾼의 손때가 묻지 않은 방파제. 그래서인지 얼마 전 이곳에서 5짜 두 마리와 6짜 감성돔이 연달아 낚였다고 합니다. 그로부터 약 한 달 뒤에 제가 온 건데 웬지 뒷북성 느낌이 들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대물 감성돔을 노려보기로 합니다. 바깥은 바람불고 난리인데 이곳은 평화롭네요.

 

 

하지만 이곳도 감아 들어오는 바람에 원줄이 날릴 정도여서 00(투제로) 채비로 공략해 보기로 합니다. 수심은 깊어야 4~5m. 발 앞은 2~3m. 00찌에 목줄 3m면 거의 목줄 길이만으로 하층을 훑을 수 있겠죠. 함께 온 일행은 제로찌 채비를 하였습니다.

 

 

시작하자마자 성준씨가 손바닥만 한 벵에돔을 연거푸 올립니다.

 

 

동이 트는 낚시에서는 가장 황홀하면서 긴장되는 순간에 제게도 이만한 벵에돔이 몇 마리 물어주고 있습니다. 이 녀석들이 1~2m까지 부상해서 (그래 봐야 수심 3~4m라 바닥에서 약간 뜬 거지만) 적극적으로 미끼를 받아먹는 활성도를 보입니다. 방생하고요.

 

 

제게 묘한 잡어가 걸려들었는데 망상어과에 속한 잡어처럼 보이기도 하고. 아무래도 일본 어류도감을 뒤져봐야만 정확한 명칭을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창 벵에돔이 물어재끼는가 싶더니 어느새 학공치가 대거 들어와서 미끼 내림을 방해합니다. 학공치가 중층에 머물면서 내리는 미끼를 가만히 두질 않네요.

 

 

공략지점을 바꾸자 이번에는 어린 돌돔이 올라옵니다. 앙증맞죠. 횟집에는 이런 양식 줄돔이 뼈째썰기(세꼬시)용으로 들어오곤 합니다.

 

 

성준씨에게도 어린 돌돔이 잡히고..

 

 

감성돔이 될 만한 공략점을 찾아 부지런히 던져보았지만, 아직은 녀석들이 움직이지 않았는지 별 소득이 없습니다. 혹시나 싶어 벽에 바짝 붙여 벽치기를 시도하는데 여기는 또 쏨뱅이 천지. 방파제 시멘트 벽과 바닥이 만나는 지점에는 쏨뱅이가 많이 붙어 있습니다.

 

 

그러다가 성준씨의 낚싯대가 크게 휩니다. 옳거니 왔다! 밑걸림 ^^;

 

 

전날 저와 함께 도포 포인트로 들어갔던 종배씨는 게를 잡았습니다.

 

 

아무래도 날을 잘못 잡은 것 같습니다. 세 명이 열심히 쪼아봤지만, 잡어만 드글드글. 감성돔이 안 들어온 모양입니다. 물색은 딱 봐도 감성돔 물색인데 아무래도 이런 곳은 바깥에 파도가 치고 험해졌을 때 빛을 발하지 않나 싶습니다.

 

 

물청소를 하고 세 시간의 짧은 낚시를 마칩니다.

 

 

이번 대마도 낚시는 기간에 비해 잡아 놓은 게 소박합니다. 혼자서 손질할 수준. 이 중에서 횟감이 될 만한 녀석들은 모두 이케시메해서 숙성 속도를 늦추고자 합니다.

 

 

밤 11시, 서울 집

 

이케시메로 처리하면, 오는 동안 숙성 지연 효과를 불러오기 때문에 살이 풀어지지 않고 여전히 단단함을 유지합니다. 그래서 얻을 수 있는 맛의 효과는 한국인 취향에 맞는 쫄깃쫄깃한 식감에 숙성에서 오는 감칠맛은 덤으로 주어지죠. 짐이 많아서 오는데 고생 좀 했습니다. 부산에서 KTX를 타고 광명역에 내리자 상원아빠님 차로 대기 중입니다. 최필님은 서울역으로 데리러 오겠다는 것을 말려서 집으로 오게 했습니다. 쿨러를 가져온 두 분에게 횟감이 될 만한 녀석을 나눠줍니다. 좋은 건 나눠 먹는 재미죠. ^^ 어차피 횟감은 늦어도 다음 날 안에는 먹어치워야 하기에 많아 봐야 소용없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구이밖에 더 하겠습니까?

 

 

다음 날 저녁, 제게 남은 횟감 두세 마리로 포를 떴습니다. 벵에돔과 긴꼬리벵에돔은 한쪽 면만 뜨고, 30cm급 돌돔은 양면을 떴습니다.

 

 

이건 벵에돔이고

 

 

이건 긴꼬리벵에돔입니다. 이렇게 보니 숙성된 벵에돔과 긴꼬리벵에돔은 차이가 크게 납니다. 이상하다 싶어서 버려진 서덜을 보는데 이케시메가 안 되어 있네요? 이케시메 한 것은 전부 상원아빠님과 최필님에게 갔던 것입니다. 에고 나도 이케시메한 회 좀 먹어볼까 했는데..

 

 

어쨌든 회와 합을 맞출 간장과 고추냉이를 꺼내 듭니다. 이번에 새로 영입한 생고추냉이는 삼광의 999.

 

 

그리고 같은 회사에서 신제품으로 개발했다는 생선회 전용 간장. 참고로 이 둘은 제가 자비로 구입한 것이 아니고 삼광 사장님이 보내 준 겁니다. 갑작스러운 선물(선물 맞나?) 혹은 호의(?)에 당황스러워 자초지종을 여쭸더니 예전에 제 글에서 자사 제품을 추천한 것을 보고 감사의 표시를 하고 싶었다고 하네요. 결과적으로 이렇게 써서 올리면 간접 광고가 되겠지만, 그래도 참고나 되시라고 올려봅니다. 여기서는 제품 평가를 하지 않겠습니다. 

 

 

밤이 늦었습니다. 이케시메를 미처 못한 벵에돔이라서 살이 무르네요. 대마도에서 즉살 이후 서울까지 소요시간은 약 10시간 정도입니다. 10시간 동안 온전하게 숙성하려면, 스티로폴 박스 한 개에 각얼음 두 개는 들어가줘야 하는데 실제로는 한 개만 넣는 경우가 많죠. 민숙집에서 얼음이 모자란 경우도 있어서 좋든 싫든 한 개만 넣어 오기도 합니다. 그럴 때 횟감의 육질은 이케시메 여부에 따라 완전히 달라집니다. 이케시메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관련 링크를 참고하세요. (관련 글 : 숙성회를 정말 맛있게 만드는 이케시메(신경 죽이기), 손쉬운 방법)

 

 

그나마 돌돔은 살이 원체 단단하니 사각사각 씹히는 맛이 일품이군요. 그런데 올여름에 잡은 돌돔에서도 느꼈지만, 이 녀석도 미묘하게나마 갯내 향이 납니다. 여름에는 그럴 수 있다 치고, 겨울엔 왜? 이 부분은 서식지 먹잇감과 관련된 것일 수도 있으니 좀 더 두고 봐야겠네요.

 

 

제가 무른 회로 반주를 하고 있을 무렵, 상원아빠님으로부터 한 통의 카톡이 왔습니다. 최필님도 잘 먹었다고 문자가 오고. 흐음~좋기도 하겠습니다. 저는 무른 회 먹는데 ㅋ 그래도 다행은 다행이죠.

 

 

다음 날 오전, 우리 집 브런치는 토치로 구운 벵에돔 쌈밥

 

무른 회를 맛있게 먹는 방법이 하나 있기는 합니다. 이렇게 토치로 껍질만 구워서 썰어 먹는데 구운 김에 제 비법 쌈장을 곁들여 밥과 함께 싸 먹는 것입니다. 이름하여 '벵에돔 쌈밥, 내지는 벵에돔 회정식'. 제주도에서 이걸로 식당 하나 차리면 어떤 반응일지 궁금합니다. (이것이 제주도 창업을 준비하는 분들에게 영감이 될 수도 있겠지만, 자세한 노하우는 혼자만 알고 있을...;; ㅎㅎ)

 

 

이건 맛이 없을 수 없는 조합입니다. 회도 많으니 두세 점씩 팍팍 집어다 싸먹습니다. 생고추냉이 한점 콕 올리고 고추 듬뿍 넣은 매콤 새콤한 쌈장을 곁들여 입안 가득 넣으면...(여기서 침 고인 분들은 지는 겁니다. ㅎㅎ) 이건 언제 먹어도 여전히 정겹고 맛있네요. 서울 입맛인 아내도 맛있다고 하니 그러면 성공입니다. ^^

 

그리하여 대마도 낚시 일정이 모두 끝났습니다. 만나서 반가운 민숙집 스텝분(성준씨, 현섭씨, 김실장님), 그리고 부산꾼 종배님, 절 역에서 집으로 픽업해 주신 상원아빠님, 최필님께 감사의 말을 올립니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조행기, 다음 편을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대마도 낚시 및 민숙 문의

빅마마 투어( 051-518-88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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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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