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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간만의 차에 발판(갯바위)이 드러나는 날. 여기에 너울 파도가 잔잔해 배의 접안이 허용되는 날. 다소 과장된 표현일지 모르나 '싸이방'은 이 두 가지가 겹치는 날이 일 년 365일 중 6~7일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이날은 이른 아침에 간조가 겹치는 11~13물 사이로 때마침 파도가 죽고 잔잔한 날과 겹쳐서 들어올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최근에 낚시가 전혀 이뤄지지 않아서 조황 검증이 되지 않았다는 것.
감성돔을 비롯해 벵에돔과 참돔 낚시는 특급 포인트라는 지명도보다 최근 조황이 우선시 됩니다. 별 볼 일 없는 생자리라도 최근에 조황이 좋으면, 조황 검증이 되지 않은 특급 포인트보다 확률이 높다고 저는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싸이방은 안정적인 조과를 거두기 위함보다는 탐사한다는 생각으로 임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다 대박이 터지면 감사히 즐기고, 아니면 마는 것이죠.
오전 6시 10분, 대마도 북서쪽 싸이방 포인트에 내렸습니다. 어제까지는 바다가 잔잔했는데 오늘부터는 너울이 일렁이기 시작합니다. 오후부터 날은 또다시 험해진다니 이곳에 내리는 일도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 같습니다. 마음 같아선 저 끝부분에 서고 싶은데 사진에는 수시로 너울이 넘어오고 있어서 포기합니다.
제가 선 오른쪽 풍경입니다. 보시다시피 낮은 갯바위가 쭉 이어져 있어 물이 들면 이곳 대부분이 잠기게 됩니다.
이제 막 초들물이 시작됐습니다. 오전 낚시는 중들물까지만 보고 오전 11시쯤에 철수하기로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지형이 만만치 않아요. 가장 선두에서 낚시해야 대물 벵에돔을 걸었을 때 대응력을 높일 수 있는데, 보시다시피 파도가 넘어오고 있어서 밑밥통을 후방에 둬야 합니다. 할 수 없이 여기서 낚시하다가 고기를 걸면 파도 맞을 각오로 나가는 수밖에.
그럴 때 조심해야 하는 건 김발입니다. 사방이 김으로 덮여 있어 자칫 미끄러지면, 낚싯대와 릴 해먹고 심지어 허리나 팔꿈치까지 해먹는 불상사가 나올 수도 있겠지요. 대마도에서 낚시할 때 핀펠트 장화는 필수입니다.
성준씨는 벌써 채비를 마치고 낚시를 시작합니다.
9그램짜리 작은 g2찌로 시작
#. 나의 장비와 채비
로드 : NS 알바트로스 1.5-530
릴 : 다이와 임펄트 2500번 LBD
원줄 : 쯔리겐 프릭션 Z 2호 서스펜드 타입
어신찌 : 쯔리겐 전유동G g2, 조수우끼고무 M
목줄 : 토레이 일본선 2호
바늘 : 벵에돔 바늘 6~7호
채비는 여느 때와 비슷합니다. 이른 아침이라 멀리 쳐도 전방 20m 안쪽 범위를 공략할 생각이라 9g대의 예민한 g2찌를 꺼내 들었습니다. 대마도 서쪽 지형이 대부분 그렇듯 이곳 포인트 수심이 그리 깊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가까운 곳은 깊어야 4~5m. 이제 막 간조에서 초들물이 시작됐기에 3m가 채 나오지도 않을 것이고, 수중 턱을 기점으로 수심이 깊어지는 구간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일단은 갯바위 주변으로 일렁이는 포말이 소멸하는 지점을 노리고, 입질이 없으면 점차 공략 범위를 늘려나가는 것으로 할 예정입니다. 포말이 제법 일고 있어 미끼를 비롯해 목줄 하단부를 잡아줄 봉돌로는 역시 찌와 같은 호수인 g2로 달아줍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성준씨와 제가 동시에 첫수를 거둡니다. 그런데 성준씨는 일반 벵에돔, 저는 긴꼬리벵에돔이네요. 한 지점에 같이 섞여 노니 크게 의미는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성준씨가 저보다는 조금 더 갯바위에 붙이는 낚시를 하고 있다는 점.
얼마 지나지 않아 성준씨가 25cm를 넘기는 일반 벵에돔을 올립니다.
반면에 그보다 2~3m 떨어진 곳을 공략 중인 제게는 긴꼬리벵에돔이 올라오는데 아직 씨알은 작습니다. 전부 방생하고요. 이른 아침부터 활성도가 매우 높습니다. 갯바위 벽 쪽으로는 줄도화돔이 설치고 있지만, 바깥으로 나가진 않고 있습니다. 미끼가 수심 2~3m만 내려가면 어김없이 물고 늘어지는 작은 벵에돔들. 1타 1피로 올라오니 백 마리도 잡을 수 있을 것 같지만,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한도 끝도 없겠지요. 어떻게 해야 씨알을 선별할 수 있을지 고민이 되는 부분입니다.
시간은 오전 7시 30분. 한동안 잔챙이 벵에돔과 놀다가 성준씨 낚싯대가 크게 휩니다. 척 봐도 4짜가 넘을 것 같으니
뜰채를 대고 안전하게 랜딩합니다.
약 43cm급 벵에돔
벵에돔은 큰데 채색이 밝습니다. 수심이 낮으니 바닥에서 물어봐야 3~4m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이 녀석은 1~2m 정도 떠서 문 것 같습니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발 앞에서 이런 녀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시간은 흘러 흘러 8시 30분. 준수한 씨알의 벵에돔이 나와 기대를 걸고 노려봤는데 아직은 소식이 없습니다. 이후 잔챙이와의 씨름은 계속되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이 녀석들을 따돌리고 바닥층에서 어슬렁거릴 대물을 꾀어낼지 고민만 깊어갑니다.
그 사이 성준씨가 괜찮은 씨알로 또 한 마리를 올립니다. 최근 빅마마에 스텝으로 들어가면서 낚시 실력이 많이 향상되었습니다.
들물이 들면서 바다 날씨도 험악해지려고 합니다. 25cm 전후의 잔챙이 벵에돔은 계속 물고 오는데, 이날 사용된 장비는 대물을 염두한 1.5호대라 그다지 재미는 없습니다. 옛날 같았으면 잔챙이라도 일단은 물칸에 넣어둔 다음, 철수 직전 바글바글한 모습을 사진으로 찍고 방생했을 텐데요. 요새는 마음의 여유도 없고, 무엇보다도 '특종' 하나 건지려는 생각으로 낚시에 임하다 보니 예전처럼 아기자기하고 잔잔한 재미가 떨어집니다.
대마도까지 와서 잔챙이를 가득 잡아다가 사진을 찍는 것도 누구 눈에는 우스워 보일 것이고. 그렇게 생각하다 보면 이런저런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게 되면서 원래 제가 지향했던 낚시가 위축된 것은 아닌지. 무엇보다도 월간지에 조행기를 기고하면서부터 더욱 그런 시선을 의식하게 되면서 대물이나 특종을 건지려는 낚시로 방향을 잡게 된 것. 개인적으로 그런 부분에서 자괴감이 들고 있습니다.
그래서 올해부터는 월간 낚시춘추에 조행기를 기고하는 것을 중단했습니다. (대신 낚시 대상어와 관련된 이야기로 연재를 시작했습니다.) 언제일진 모르지만, 아내가 갯바위에 복귀하는 것도 한시적일 것이고, 딸과 처음으로 낚시를 가게 된다면 그 장소는 좌대나 해상 펜션일 가능성이 높고 뭐 이런저런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만, 예전처럼 낚시 가고 싶을 때 갈 수 있었던 시절과는 달리 지금은 여건이 녹록지 않더군요.
어떻게 해도 손바닥만 한 벵에돔만 올라오니 잠시 낚싯대를 놓고 주변을 둘러보기로 합니다. 아까부터 저곳이 탐나기는 했는데 갯바위 일부가 잠기기 시작했으니 경상도 말로 상그러운 낚시는 안 하려고 합니다.
안쪽은 갯바위 풍경이 제법 웅장합니다. 골창처럼 이어진 곳의 수심이 꽤 나올 것 같지만, 대마도 서쪽은 페이크일 확률이 높습니다. 보기에는 저래 보여도 막상 던져보면 수심 낮은 곳이 태반이거든요. 지금 시간에 던져봐야 잔챙이만 나올 것 같고.
저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발 앞에서 씩씩하게 치고 있는 포말지대를 공략해 보기로 합니다. 이렇게 수심 낮은 지형에 포말이 일면, 밑밥은 갯바위를 맞추듯 뿌립니다. 그러면 포말이 밑밥을 쓸고 내려가면서 먼 곳의 벵에돔을 불러들이죠.
발 앞에 포말이 당차게 치고 있으니 그리 멀리 던질 필요도 없습니다. 그런데 바다가 변하기 시작하네요. 좀 전까지 귀찮게 물고 올라왔던 잔챙이 벵에돔의 입질이 뜸해진 것입니다. 활성이 낮아진 걸까요? 아니면 뭔가 큰 녀석들이 들어온 걸까요?
들어온 것은 파도였습니다. 잔 파도만 일렁이다 한 번씩 큰 파도가 들어올 때면 그야말로 혼비백산.
찌 보고 있는데 갑자기 들이닥치니 피할 새도 없이 당해버립니다.
그나마 얼마 남지 않은 밑밥인데 죽이 됐군요. 에휴~ 낚시 안 된다. 안돼.
얼마 남지 않은 밑밥, 그냥 발밑에 쏟아붓습니다.
멀리 퍼져나가라~ 멀리 퍼져나가라~
대를 접기 전에 마지막으로 온 힘을 다해 집중해 봅니다.
그러다가도 한 번씩 너울이 크게 들어올 때면 신경이 쓰여 집중이 되질 않습니다. 밑밥통이 파도에 막 떠밀려 뒤집어지길 반복하고.
그래 봐야 지형이 이래서 언제든 건지면 그만이지만, 아무 때나 들어올 수 없는 귀한 자리에서 낚시는 볼품없이 난장판이 되어갑니다. ^^;
이 장면은 밑밥을 치려는 것이 아니고 파도가 갑자기 들이닥치길래
순간적으로 솔채를 잡아 휩쓸리는 걸 막는 장면.
이제 철수시각이 임박했습니다. 이제 밑밥도 다 떨어지고 파도는 점점 높아지고, 발판은 물에 잠기고 있고. 아무래도 오전 낚시는 이걸로 마무리해야 할 듯. 성준씨는 이미 대를 접고 정리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요. 너무 아쉽네요. 입질의 추억의 체면도 말이 아니고. 밑밥은 동났지만, 아직 수중에 들어간 밑밥이 있으니 몇 번만 더 던져보렵니다. 파도에 휩쓸릴 만한 물건들은 다 정리해 뒀습니다. 이젠 신경 쓰일 만한 요소가 없죠. 막판이지만, 낚시에 한 번 더 집중해 봅니다. 크릴을 예쁘게 꿰어다 전방 15m에 던진 다음, 베일이 열린 채로 헛챔질해서 원줄을 몇 미터 정도 방출합니다. 베일을 닫고 채비가 내려가기만을 기다리다가 정렬이 되었을 즈음, 수면에 늘어진 원줄을 감아들이면서 살짝 팽팽한 긴장감을 줍니다.
"오너라"
와야 잔챙이일 확률이 높지만, 한동안 입질도 받지 못했으니 이젠 지푸라기라도 건지고 싶은 심정이랄까. 순간 미동 없던 찌가 스멀스멀 잠기기 시작합니다. 입질이 들어온 곳은 전방에서 약 12~13m 지점. 예민해진 새끼 벵에돔이거나 어랭이 정도를 예상하며 뒷줄을 사립니다. 찌가 스멀스멀 들어가는 것이 꼭 감성돔 입질 같기도 하고, 그런데 원줄이 쫙하고 갑자기 펴집니다. 반사적으로 챔질!
뭐지? 마치 누가 신다 버린 장화를 건 것처럼 묵직하게 끌려오는가 싶더니
갯바위 근처에 도달하자 사정없이 처박기 시작합니다. 4짜 넘는 벵에돔의 전형적인 움직임이죠. 수심 2~3m도 안 되는 수중턱 언저리에서 목줄이 닿을락 말락 하는 것이 눈에 보입니다. 저게 닿는 순간 마지막 희망이 날아간다는 생각으로 버티자
녀석이 항복하고 올라옵니다. 뜰채에 담기면서 안도의 한숨이 휴~
"이제야 고기다운 고기 한 마리 했습니다."
성준씨는 짐 정리를 마치고 뒤에서 절 찍어주고 있습니다. 철수배가 올 시간이 임박한 가운데 갯바위에 흩어진 크릴 몇 마리가 있어 서둘러 꿰어 봅니다. 좀 전에 낚은 이런 녀석이 갯바위 주변에 좀 더 있기를 바라면서..
"또 왔다."
야구가 9회 말 2아웃부터라면, 낚시는 철수하기 10분 전부터죠. (농담입니다. 괜한 말로 욕먹을라 ^^;;)
그런데 올라온 것은 30cm 남짓한 벵에돔. 이걸로 흥분의 불씨를 꺼트릴 순 없습니다. 다시 던집니다. 이번에는 10cm만 씨알을 늘리자. 그리고 마지막이 될 다음번 캐스팅에서는 거기서 10cm 더 늘인 녀석을 올리자. 그렇게만 된다면, 이 조행기는 역사에 길이 남을 대역전극이 될 것입니다. (꿈도 야무지죠.) 과연 각본 없는 조행기가 영화처럼 끝날 수 있을지.
그런데 설상가상 이번에도 입질이 들어오려고 합니다. 생각해 보니 지금은 중들물로 곧 있으면 이곳은 잠기는데 이제사 녀석들이 갯바위 근처로 들어온 건가 싶습니다. 시간이 좀 더 있었더라면, 꿈도 야무진 대역전극을 기대해 볼 수도 있었을 텐데.
찌 들어가는 패턴은 아까와 비슷합니다. 확 가져가는 것이 아니고 스멀스멀, 그러다 먹잇감에 확신이 들면 삼키고 돌아서는데 그때 원줄이 훅하고 나가죠. 그러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제발 뱉지 마라. 뱉지 마라. 예상대로 줄이 곧게 펴집니다. 드뎌 왔습니다. 이걸로 9회말 대역전극을 쓸 수 있을..
"............"
저 멀리 철수배가 오고 있습니다. 황급히 대를 접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뭔가에 잠시 홀렸나 봅니다.
오전에는 우리 말고도 다른 팀이 근방에 내렸습니다. 이 자리도 (포인트명은 모르지만) 싸이방처럼 쉽게 내릴 수 없는 자리라고 하네요.
너울이 높아지는 상황이라 접안하기가 까다롭습니다. 우리나라였으면 배를 갯바위에 대로 액셀을 밟았을 텐데 대마도 서쪽은 지형이 낮아서 배를 대기가 까다롭고 또 그런 이유로 접안 장치(타이어 같은)도 잘 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낚시꾼은 배를 대는 순간 훌쩍 뛰어올라 타기도 하는데 이때가 그랬습니다. 선수로 뛰어오른 분의 살림통이 가벼워 보이는 걸 봐선 이곳도 별다른 조황은 없었나 봅니다.
철수 길에서 바라본 미네만, 대마도 나가사키 현
바깥 상황이야 어떻든 미네만은 평화롭기만 하군요.
잔챙이는 방생하고 남은 소박한 조과입니다. 하도 벵에돔이 펄떡펄떡 뛰길래 사진에 전부 담지는 못했습니다.
간단히 점심을 먹는데 비빔밥이 특이하죠. 일본식입니다.
바닥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선착장 앞바다
좀 전에 철수하면서 걱정이 하나 더 늘었습니다. 없었던 청물기가 이날 갑자기 심해진 것입니다. 이곳 선착장은 발밑 수심이 8~10m나 됩니다. 그런데 사진을 유심히 보면 바닥에 깔린 돌과 자갈 등이 보이고 있죠. 10m 바닥이 훤히 보이고 있습니다. 돌아다니는 고기는 대부분 고등어와 전갱이입니다. 작정하고 낚시하면 고등어, 전갱이로 한 상자 마련할 수 있습니다. ^^;
미네만의 어느 생자리에 내렸다
청물이 심하게 껴서 오후 낚시가 어떻게 될지는 매우 불투명해졌습니다. 오후에는 성준씨가 업무를 봐야 하니 혼자 낚시하기로 합니다. 날이 안 좋아지고 있어 잔잔한 미네만에서 낚시하기로 했는데 제가 첫날 내린 바로 그 자리에서 복수전을 하기로 했습니다. 그때 성준씨와 제가 두세 방씩 터트린 기억이 있었죠. 다시 도전하기로 합니다. 다음 편을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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