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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도 낚시 4일 차, 싸이방에서 오전 낚시를 마치고 민숙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선착장에는 이날 나가시는 분들의 고기 손질이 한창이군요. 선상낚시에서는 씨알 굵은 벵에돔이 많이 나왔다고 합니다.
갯바위에 하선 직후
방에서 잠시 쉬고 나와 오후 출조를 하였습니다. 외해는 상황이 안 좋아 잔잔한 미네만에서 혼낚으로 이어갑니다.
고요하고 평화로운 미네만, 대마도 나가사키 현
이 자리는 첫날 오후에 내렸던 '요시마 마에'라는 포인트입니다. 민숙집 스텝 외에 일반 손님은 내린 적이 없는 그야말로 생자리죠. 테스트 삼아 내린 자리에에서 4짜 벵에돔 3~4마리가 나온 적은 있었고, 그 외에는 감당할 수 없는 씨알이라 터트렸다고 합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첫날 성준씨와 함께 들어갔는데 아직 사람 때가 묻지 않아서인지 발밑에는 끌어올리기 버거운 괴수들을 확인했고, 걸었다가 손맛만 보고 터트린 것으로 위안 삼아야 했습니다.
그래서 이날은 그때 보지 못한 얼굴을 기어이 확인할 생각인데 배에서 내리자마자 포인트를 둘러보니 상황이 매우 좋지 못합니다. 선착장에 나올 때 수심 10m 바닥이 훤히 보일 만큼 청물이 낀 것을 확인했지요. 이 자리는 거리상으로 조금 떨어져 있으니 조금은 낫겠지 싶었습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발밑 수중턱이 훤히 들여다보이는군요. 첫날에는 물의 탁도가 적당히 흐려 그나마 대물이 물어줬던 것 같은데 지금은 상황이 180도 달라진 것입니다. 아무래도 가는 채비를 써야겠죠. 그러다가 걸면 어떻게 해야할 지 그때 가서 생각해 보렵니다.
B 전유동으로 낚시를 시작했다
#. 나의 장비와 채비
로드 : NS 알바트로스 1.5-530
릴 : 다이와 임펄트 2500번 LBD
원줄 : 쯔리겐 프릭션 Z 1.5호 세미 플로팅 타입
어신찌 : 구레전과 B호, 조수우끼고무 L
목줄 : 토레이 일본선 2호에서 1.7호로 변경
바늘 : 벵에돔 전용 바늘 6호에서 5호로 변경
이런 날은 채비 선택에도 고민이 많이 됩니다. 물색은 청물인데 청물기를 보이면 대상어의 먹성이 무척 예민해질 것이고, 벵에돔의 수심층도 그만큼 바닥에 가까울 것이고, 그런데 대물은 낚고 싶고, 그러려면 낚싯대를 1.5호대는 써야 하겠고, 1.5호대라 원줄과 목줄도 최소 2호는 써줘야 채비 밸런스가 맞을 텐데 그렇게 하면 녀석들이 안 물 것 같고.
그래서 원줄 1.5호에 목줄은 1.7호로 적당히 타협. 낚싯대가 1.5호라 원줄 1.5호와의 채비 밸런스는 좋지 못할 것입니다. 낚시하다가 문제가 생길 수도 있겠지만, 일단은 해보는 것으로.
시작하자마자 첫 캐스팅에 금볼락이 물고 옵니다. 우리 딸내미 반찬으로 낙점.
이어서 첫날 낚시를 방해한 줄갈돔이 이날도 어김없이 등장합니다. 줄갈돔에 대한 맛 평가는 거의 없는데 일본에서는 잡어로 취급한다죠.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한번 챙겨보고 맛보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청물기를 보이는 상황과 달리 잡어 활성도가 제법 있습니다. 수심이 상당히 깊어서 그에 대비한 채비로 공략 중인데 아직은 계획대로 착착 되고 있습니다. 원하는 수심까지 미끼도 잘 내려가고 있어서 그곳에 벵에돔이 있다면 반드시 물어줄 것만 같습니다. 조류가 발 앞으로 아주 천천히 들어오고 있다는 점도 제게 유리합니다.
전방 15m로 던져진 채비는 서서히 가라앉으면서 자연스럽게 수중턱 언저리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8m, 10m,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깊을지 모를 곳을 공략하기에 일반적인 품질로는 밑밥과 미끼의 동조가 매우 어렵다고 봅니다. 그래서 밑밥은 캐스팅하기 전에 1~2주걱, 캐스팅 하고 1~2주걱, 기다리다가 1~2 주걱, 채비를 걷고 나서 1~2 주걱.. 이런 식으로 소량을 자주 넣어서 밑밥띠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갯바위에서 이러한 품질이 가능한 것은 전갱이나 숭어 새끼 같이 낚시에 치명적인 잡어가 안 보이기 때문도 있습니다. 미끼가 한참 들어갔습니다. 몇 미터나 들어갔는지 이제는 짐작이 어렵습니다. 혹시 바닥에 드러누운 것은 아닌가 싶어 대를 살짝 들었다 놓았는데 그 순간 찌가 자물자물 잠기더니 쭉 빨고 들어갑니다.
표준명 줄갈돔
왔다 싶었는데 탈탈거리면서 올라오는 이 녀석. 아무래도 줄갈돔과 신경전을 벌일 것 같습니다.
지금 이 채비는 벵에돔은 물론, 감성돔과 참돔까지 모두 노리는 것입니다. 찌가 있는 쪽의 수심은 8~10m 정도 나오는데 거기서 조금만 더 벗어나면 22m로 급심을 이룹니다. 지난번에도 10m에서 22m로 떨어지는 경계 지점 즉, 급심을 보이는 수중턱에 찌를 붙일 때 입질이 잦았던 것을 염두해 지금도 그런 식으로 공략 중입니다.
수심이 깊으니 지나가는 참돔도 노려볼 만 하겠지요. 가장 마음에 걸리는 것은 청물입니다. 이 청물에 과연 물어줄까 싶은.. 사실 낚시는 자신감이고 어느 정도 확신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낚시 시작한 지 한 시간도 안 됐는데 벌써 꽝의 기운을 느끼고 있습니다. 상황이 급변해 물이 좀 더 탁해진다면 모를까, 이대로 가다가는.. 따위의 부정적인 생각만 잔뜩 들고 있습니다.
이때 미동 없던 찌가 스르륵 잠겨 듭니다. 그리곤 가만히 있네요. 수면에 늘어진 원줄을 사리고 있다가 반응이 없길래 뒷줄을 살짝 당기니 골골하면서 들어갑니다. 어떤 녀석인지 몰라도 무척 예민한 입질이네요. 일단은 챔질해 보는데
참돔입니다. 어지간하면 시원하게 빨고 갈 참돔인데 이 정도의 예민한 어신을 보인다는 것. 아마 청물의 영향일지도 모르죠. 머릿속으로 참돔을 염두에 두긴 했는데 제가 원한 것은 60cm가 넘어가는 참돔입니다.
이후로는 계속해서 줄갈돔과의 신경전을 벌입니다. 그만 좀 물어라~! 꼭 이런 녀석은 물어도 곱게 물지 않아요. 미끼를 깊숙이 삼킵니다.
얼마나 바닥을 긁었으면 쏨뱅이가 다 잡힐까요? B찌라 중층 이상 내려가더라도 벵에돔이 조금은 떠서 물 것을 대비해 내려가는 채비를 잡아주기도 했지만, 별 소용이 없습니다. 지금은 뭐랄까 주요 대상어를 제외한 잡어만이 득세하는 상황.
이번에는 편광안경을 끼고 다시 한번 바다를 보는데 순간 말문이 막힙니다. 발밑 수심이 10m 정도 나오는데 그 바닥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것입니다. 그 부근에 노는 잡어까지도요. 처음에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아마도 청물이 미네만 전체로 번지고 있어 상황이 더욱 악화된 것 같습니다.
1호 반유동 잠길 채비로 변경
이제는 근처를 노리는 것이 무의미해졌습니다. 30m, 아니 40m 이상 장타를 쳐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 여기서 40m 이상 치면 그곳 수심은 30~40m로 엄청나게 깊어지겠지만, 어차피 들어오는 조류라 해 볼 만 하다고 봅니다.
찌는 비교적 여부력이 적으면서 무거운 1호찌를 선택합니다. 수중찌 역시 -1호찌로 부력을 맞춥니다. 쯔리겐의 '치누화전차'라는 모델은 1호찌의 경우 B봉돌만 달아도 매우 예민한 상태로 흘릴 수 있습니다. 저는 B봉돌 대신 2B봉돌을 도래 밑에 달았습니다. 그러니까 B가 초과한 상태입니다. 찌밑 수심은 13m 정도 줬습니다.
이렇게 하면 수면에서 13m까지는 수중찌에 의해 빨리 내려갑니다. 물살에 따라 내려가는 시간이 다를 수 있고, 심지어 급조류에서는 13m까지 내리지 못할 수도 있지만, 잔잔한 미네만에서는 -1호 수중찌만으로 13m까지 내리는 데 문제 없습니다. 미끼가 13m까지 내려가면, 면사 매듭이 찌톱에 걸려 더는 내려갈 수 없는 것이 반유동인데 여기서는 부력이 초과되었기 때문에 초과한 부력만큼 찌는 서서히 가라앉게 됩니다. 수심 13m부터는 전유동처럼 서서히 내리면서 탐색하게 되는 것이지요.
잠시 딴청을 부리다 바다를 보는데 찌가 사라지고 없습니다. 원줄이 곧게 펴져 있군요. 챔질하는데 멀고 깊은 수심에서 받은 입질이라 조금은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표준명 독가시치
올라온 녀석은 저를 정말로 허탈하게 하네요. 기껏 수심 15~17m까지 내려서 받아낸 입질이 독가시치라니. 징해요. 징해~ 어쨌든 이 감으로 쪼아보면 뭐라도 나오지 않겠냐면서 계속 노려봤지만, 비슷한 씨알의 독가시치와 작은 참돔 한 마리가 전부였습니다. (열받아서 사진도 생략했다는 ^^;)
시간은 오후 5시. 이제 곧 철수시각이 임박한 가운데 상황이 조금씩 변하고 있습니다. 잡어까지 꼭꼭 숨어버린 청물에 생명체들이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것입니다.
밑밥을 주자 호박돔부터 시작해 자리돔, 황줄깜정이, 그리고 많은 개체 수는 아니지만 35cm 정도 돼 보이는 벵에돔도 한두 마리 어슬렁거립니다. 이거라도 노리자 싶어 민장대 캐스팅하듯 가까운 곳을 노려보았지만.
녀석들이 미끼를 봐도 물지를 않습니다. 그나저나 호박돔을 한 자리에서 많이 보기는 처음이네요. 사진에는 두 마리밖에 찍히지 않았습니다만, 이 자리에서 여섯 마리가 동시에 떠올라 먹이 활동하는 것을 봤습니다. 보통 제가 알고 있는 호박돔은 암수 한 쌍이 커플로 다니면서 다른 호박돔과 영역을 공유하지 않은 것인데 이렇게 보니 꼭 그런 것은 아닌가 봅니다.
이제는 철수 준비할 때가 왔습니다. 발 앞에 밑밥을 꾸준히 뿌리면서 잡어 활성도는 제법 올랐습니다. 그 잡어들을 헤치고 수면으로 올라와 빠른 속도로 밑밥을 주워 먹는 녀석이 보입니다. 밝은 청색을 띠는 민첩한 녀석인데 그 크기가 60cm에 가까울 정도로 거대하군요.
가만 보니 황줄깜정이. 정확한 크기는 잡아봐야 알겠습니다만, 제가 낚시하면서 이렇게 큰 황줄깜정이는 처음 보는군요. 목줄이 1.7호인 게 마음에 걸렸지만, 지금은 이 녀석이라도 걸어서 손맛을 봐야 기분이 풀릴 것 같습니다. 발 앞에서 먹이 활동 중이라 뒤로 물러서서 미끼를 사뿐히 내려봅니다. 워낙 청물이라 미끼 내려가는 것도 다 보이는데요. 바로 눈에 띄었는지 녀석이 접근해 옵니다. 물어라~ 물어라~
바로 무네요. 그리곤 고개를 돌려 휙 하고 달아납니다. 수중 촬영 못지않게 이런 먹이 흡입 과정을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아직 챔질하지 않아서 녀석도 지가 낚인 건지 모르고 돌아다니네요. ㅎㅎ 더 들어가면 초릿대에서 반응이 올 테고 그러면 뱉을 수도 있으니 이쯤에서 챔질해 봅니다. 그 순간
"우악~~~팅!"
3초 정도 지났나요? 와 뭐 이런 어마무시한 힘이 다 있나요? 바늘만 나가서 재빨리 바늘을 메고 크릴을 꿰서 던져봅니다. 1.7호 목줄로 6짜 황줄깜정이에 도전해 잡아낸다면 그 또한 이야깃거리가 될 것이니. 녀석은 붕어 아이큐인가요. 짧은 시간이긴 해도 바늘에 걸려봐서 놀랐을 법도 한데 다시 크릴을 먹으러 달려듭니다. 챔질하는데.
"으어억 이 힘은.."
양손으로 낚싯대를 부둥켜 잡고선 세상에서 가장 볼품없는 자세로 버티고 섰습니다. 제 왼쪽에 수심이 급격히 낮아지는 수중턱이 하나 있는데 그쪽으로 들어가려는 녀석을 가까스로 막아서고 버팁니다. 한 10초 정도 그렇게 버텼는데도 결국에는 팅. 목줄 강도 실험하기에는 딱이죠. 일부러 LB 브레이크를 안 줘봤는데 역시 감당이 안 되는 힘입니다.
4짜가 넘는 긴꼬리벵에돔이 퍽퍽하고 무는 상황에서
이날 저녁, 저는 좀 전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도보 포인트로 나왔습니다. 대마도 낚시 둘째 날, 성준씨와 함께 4짜 이상 벵에돔을 몇 마리 잡았던 바로 그 자리입니다. 이번에는 부산에서 온 손님 한 분과 함께 들어왔는데요. 전날에는 비치지 않았던 긴꼬리벵에돔이 이날 들어온 것으로 보입니다.
불행히도 이 녀석은 제가 잡은 첫수이자 마지막이 돼버렸습니다. 중간에 몇 방 터트렸는데 아마 그 녀석은 4짜 후반에서 5짜가 넘어가는 긴꼬리벵에돔이 아닌가 싶습니다. 당시 제가 4호 목줄로 했는데도 버티고 버티다가 팡팡 터져나갔고, 옆에 분도 터트리다가 겨우 몇 마리 건졌죠.
50cm급 참돔까지 가세해 분위기가 이어지는 듯하였으나 이 녀석을 끝으로 입질은 뚝 끊겼습니다.
이날 저녁 1시간 30분 동안의 조과
저녁에 해가 지고 어둑해질 틈에 잠깐하고 온 것이 이 정도. 아마도 밤을 새웠다면 쿨러를 채우고 왔을지도 모르지만, 대마도는 12월부터 3월까지 밤낚시 금지라 9시가 되기 전에는 철수해야 했습니다.
아쉽네요. 터트린 것도 아쉽지만, 무엇보다도 저의 무뎌짐이 말입니다. 예전 같았으면, 대물 한 마리 걸었다가 놓쳤을 때 그 아쉬움이 일주일은 갔거든요. 지난 2008년도 아내와 함께 거제도로 감성돔 낚시를 갔을 때의 일입니다. 그때는 9월이었고 30~35cm 정도 되는 감성돔 세 마리를 잡아둔 상황인데 한번은 대물 돌돔으로 추정되는 녀석을 걸었다가 5초를 못 버티고 터트렸습니다.
생전 처음으로 느껴본 엄청난 힘에 깜짝 놀라기도 했지만, 놓쳤을 때의 아쉬운 여운이 어찌나 길게 남던지. 그런데 지금은 5짜 이상 되는 녀석을 터트려도 그냥 터트렸나보다 하고 넘어갑니다. 심적 데미지가 거의 없는 것입니다. 이때 저는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 내가 그동안 낚시를 다니면서 확실히 이런 것에 무뎌지긴 했구나.
글은 그 사람의 마음이자 그릇입니다. 낚시 시작할 때의 설렘, 두근거림, 대물과 맞닥트렸을 때의 느낌이 결국에는 글로 고스란히 전해지는 법인데 지금의 저는 제 기록어가 될지도 모를 대물을 연달아 터트려도 사진 세 장으로 끝. (밤낚시라 사진을 제대로 못 찍은 탓도 있지만) 이 무뎌짐을 늦추거나 막을 방도는 없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로 어쩔 수 없는 현상인지 스스로 개탄스럽기만 합니다.
어쨌든 이날 1.7호대에 목줄 4호로 40cm 초중반의 긴꼬리벵에돔은 힘으로 막 끌어올려도 무리가 없었는데 중간에 터트린 녀석들은 버티고 버티다가 끝내 못 버티고 터트렸기에 그 정체가 궁금했습니다. 당시에는 5짜 전후의 긴꼬리벵에돔이겠거니 싶었는데 나중에 파트너의 말을 들어보니 대형 청돔(참돔 말고 청돔)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며칠 지나서 이 분과 통화를 했는데 제가 대마도를 나간 날, 다시 이 자리에 들어와 무려 15방을 터트렸다고 합니다. 올린 것은 5짜 좀 못 되는 청돔 한 마리. 청돔 힘이 무지막지하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이날 그런 녀석이 긴꼬리벵에돔과 섞여 들어올 수도 있겠다란 생각을 해봅니다.
원래는 이 글로 대마도 낚시 조행기를 마무리하려고 했는데 스크롤 압박이 심해져서 다음 편으로 넘기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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