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 벵에돔을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벵에돔 유비끼 만들기)


 

 

어제 페이스북에서 어떤 분이 달아 놓으신 댓글입니다. 

 

"필자님은 생선 중에서 벵에돔을 가장 좋아하시는듯 싶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생선은 따로 있지만, 어쩌면 이 분의 댓글도 맞는 것 같습니다. 3~4년 전부터 벵에돔 낚시를 자주 즐겼는데 현장에서 썰어 먹는 회를 제하고는 벵에돔이 그리 맛있지 않았습니다. 벵에돔은 잡히는 지역과 먹잇감, 그리고 씨알에 따라 특유의 갯내가 날 수 있어 요리 재료로서는 양날의 검입니다. 잘 만들면 천상의 맛을 내지만, 낚시로 잡는 순간부터 관리가 잘못되면 먹기 불편할 정도로 냄새가 날 수 있기에 예전부터 낚은 벵에돔으로 어떻게 하면 좀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을지 나름대로 고민을 했고 그 결과가 꾼의 레시피란 카테고리에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습니다.

 

오늘은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서 벵에돔을 가장 맛있게 먹는 두 가지 방법을 제시할까 합니다. 첫째는 벵에돔 낚시를 즐기는 분들이라면 대부분 알만한 것이죠. 바로 토치로 껍질만 구워 먹는 껍질구이회(일명 벵에돔 유비끼)입니다. 또 다른 한 가지는 이를 이용한 쌈밥입니다.

초심자들이 어려워하는 것 중 하나가 토치 구이입니다. 토치를 어느 정도의 화력으로 얼마나 구워야 하는지에 대한 감이 없으니 태우거나 혹은 설익어서 질겨지기도 합니다. 이 부분에 대한 궁금증은 아래 동영상을 통해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손질한 벵에돔입니다. 포를 떠서 키친타월에 말아 김치냉장고에서 하루 정도 숙성한 다음 꺼냈습니다. 이 상태에서 토치로 껍질을 굽습니다. 토치는 이마트에서 화력 조절이 되는 제품으로 구입했습니다. 가격은 2.5만원 정도 하는데 아직은 만족하며 사용 중입니다.

 

 

벵에돔 전문가들은 각자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껍질구이회를 만들겠지만, 저는 먼저 가장자리부터 빠르게 옮겨 다니면서 굽습니다. 가운데부터 굽게 되면 급속히 빠른 속도로 오그라들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오그라드는 속도를 늦추고자 가장자리부터 굽는 것입니다.

 

 

가장자리를 충분히 구웠을 즈음 회는 제법 오그라드는데 이때부터는 가운데를 위주로 굽습니다.

 

 

각도를 조절해 살에는 불이 닿지 않도록 하면서 다소 집요할 만큼 충분히 구워주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이 과정에서 가장자리는 어쩔 수 없이 익지만, 개의치 않아도 됩니다. 어차피 가장자리는 식감이 좋지 못해 칼로 잘라낼 것이니까요. 벵에돔 껍질은 대체로 질기지 않아 토치질 몇 번으로도 잘 익지만, 몸길이 43~44cm 이상이면 그만큼 껍질도 두꺼우므로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이 구워야만 익습니다. 그래서 저는 30~42cm급 벵에돔으로 껍질구이회를 만들며, 그보다 크면 껍질을 벗긴 일반적인 생선회로 만듭니다.

 

참고로 생선 껍질의 탄성(질김)은 익힘에 많은 영향을 줍니다. 주로 비늘 크기가 클수록 껍질이 질겨진다고 봐야 합니다. 예를 들어, 숭어, 감성돔, 홍민어(점성어) 처럼 비늘이 매우 큰 어종은 껍질도 질겨서 토치구이회는 물론, 뜨거운 물을 부어서 익히는 숙회(마스까와)로도 그리 적합하지 않습니다. 서울, 수도권 일부 횟집에서는 숭어를 도미처럼 보이기 위해 마쯔카와 타이처럼 만들어내는데 이는 해당 어종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조리법이기도 하며, 단지 시각적인 효과와 구색을 맞추겠다는 명분 속에는 도미처럼 보이고자 하는 소비자 기만도 포함합니다.

 

토치를 이용한 껍질구이회는 비늘이 작을수록 유리합니다. 참돔과 벵에돔은 충분히 구워서 내야 질기지 않으며, 쥐노래미, 벤자리, 돌돔, 우럭, 볼락, 쏨뱅이 같은 어종도 껍질구이회가 잘 어울립니다.  

 

 

벵에돔 껍질구이회(일명 유비끼) 만드는 법, 영상을 재생하세요

 

토치로 굽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이렇게 구운 회는 곧바로 얼음물에 담급니다. 열을 가했기에 재빨리 식혀야만 익은 껍질이 팽창하면서 야들야들한 식감을 살리게 됩니다. 여기서도 또 하나의 포인트라면, 손톱을 세워 껍질을 박박 긁는데 소나무 껍질 모양처럼 일어나게 머리에서 꼬리 방향으로 긁습니다. 이 과정을 거치면 비늘이 일어나면서 모양도 살릴 뿐 아니라, 미처 떨어지지 못한 비늘도 함께 제거됩니다.

 

 

2~3월에 잡힌 영등철 벵에돔은 산란을 앞둔 개체로 이제 막 알을 키워나가려는 시점이기에 몸에는 지방 감이 충분히 찼습니다. 그래서 벵에돔을 건진 물에는 자잘한 기름기로 흥건합니다. 여기서부터 중요한 과정이 남았습니다. 건진 벵에돔은 마른행주나 키친타월에 말아 물기를 닦아냅니다. 생선회에 수분기가 남아 있으면 살은 축축하고 흐물흐물해 맛이 떨어집니다. 그래서 뽀송뽀송한 회를 만들기 위해 반드시 키친타월이나 마른행주로 꾹꾹 눌러가며 수분기를 닦아냅니다. 또한, 회를 썰기 전에 다듬어야 할 필수 과정으로 갈비뼈와 지아이를 제거하고 포의 양쪽에 너덜너덜해진 살이 있으면 그것도 오려냅니다. (관련 글 : 돌돔 감성돔 회 뜨는 법)

 

 

그리하여 완성된 포는 그냥 썰어도 되지만, 이렇게 칼집을 한두 번 정도 내주고 썰면 보기에도 좋고 식감도 좋아집니다. (주의 : 껍질이 너무 과도하게 익으면 이 과정에서 살과 껍질이 분리될 수 있습니다.)

 

 

이제 회를 뜨기 위한 준비가 끝났습니다. 무채칼이 있으면 무를 채썰어 접시에 올립니다.

 

 

숙성회라 칼을 직각으로 세우고 평썰기(히라쯔쿠리) 하였습니다. (관련 글 : 생선회를 써는 다양한 방법) 생선회 전용 쌈장과 간장, 그리고 생고추냉이를 준비합니다. 여기서는 사진 촬영을 위해 4~5점씩 올렸지만, 평소에는 그런 것 없습니다. 그것을 잘 보여주는 것이 왼쪽에 있는 무한리필(?) 숙성회입니다. ^^

 

 

벵에돔 껍질구이회(일명 유비끼)

 

낚시꾼들은 이것을 '벵에돔 유비끼'라고 표현하지만, 유비끼는 우리말로 '데침(숙회)'입니다. 끓는 물에 살짝 데쳐 먹는 갯장어(하모) 샤브샤브에나 유비끼란 표현이 어울리며, 불에 굽는 것은 대체로 '타다끼'와 '아부리'란 표현을 씁니다. 여기서도 타다끼는 가운데 속살을 제한 모든 면을 불에 익히는 것이지만, 아부리는 한쪽 겉면만 익힌다는 차이가 있으므로 차라리 여기서는 아부리란 표현이 조금 더 근접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또한, 일각에서는 이것을 불에 구워냈다는 이유로 '히비끼'라 부르는데 사실 히비끼란 말은 일본에서도 잘 쓰이지 않는 국적 불명의 용어입니다. 이 모든 조리 용어는 일식에서 온 말이므로 마땅한 우리식 표현이 없으면 그냥 사용해도 되지만, 그래도 우리식 표현으로 바꿔 부르자면 '벵에돔 껍질구이회' 정도가 적당하기에 저는 주로 이렇게 부르고 있습니다. 

 

 

가운데는 다시마 숙성회인 광어 곤부지메입니다. (관련 글 : 감칠맛을 높이는 다시마 숙성회, 광어 곤부지메 만들기) 과도한 숙성으로 인해 식감은 다소 물러졌지만, 다시마 향이 잘 배서 평소 먹었던 생선회와는 전혀 다른 감칠맛이 입안에 은은히 남습니다.

 

 

그리고 오늘의 주인공인 벵에돔 껍질구이회. 한눈에 보기에도 야들야들하게 잘 구워진 껍질은 은은한 불맛을 품고 있었고, 열에 녹은 지방이 활성화되면서 향긋할 만큼의 고소한 맛을 선사합니다. 겨울 벵에돔이라 갓 썰어 먹으면 살이 탱탱하다 못해 질길 수도 있습니다. 이것을 적당히 숙성해 먹으면 뭐랄까요? 적당한 탄력감에 이와 턱이 즐겁습니다.   

 

 

다음 날 저녁입니다. 이제는 36시간을 훌쩍 넘겨 48시간 정도 숙성된 벵에돔입니다. 제아무리 벵에돔이라도 이 정도 숙성이면 물러질 만도 할 텐데 말이지요. 이 횟감은 현장에서 이케시메로 즉살했기에 탱글탱글하지는 않아도 여전히 탄력은 남아 있습니다. 그러한 육질의 질감이 사진을 통해 느껴지시나요? 마찬가지로 토치를 이용해 구웠으며, 아무래도 육질은 전날보다 물러진 상태일 것이므로 다소 두툼하게 썰었습니다.

 

 

전날에는 주안상에 올려진 벵에돔회가 이날은 밥상에 올려졌습니다.

 

 

하루쯤 숙성한 양념 된장입니다. 기존의 레시피는 아니고, 그냥 제가 임의로 만들어 오면서 몇 번의 수정을 거친 것입니다. 이 쌈장은 몇 년 전 가파도에서 맛보았던 제주식 쌈장에 영감을 받았습니다. 이 쌈장의 특징은 뭐든 재료가 듬뿍 들어간다는 것입니다. 특히, 매운 고추와 식초가 상상 이상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그러한 맛의 결과는 굉장히 자극적입니다.

 

 

하지만 그 자극적인 맛이 벵에돔 쌈밥에서는 굉장히 잘 어울립니다. 우선 질 좋은 김을 준비합니다. 저는 완도산 김을 즐겨 사용하는데 조미가 되지 않은 마른 김을 팬에 살짝 구워 적당한 크기로 자릅니다. 그 김에 보리밥과 벵에돔회를 2~3점씩 두툼이 올려 쌈장과 함께 싸먹으면 맛이 기가 막히지요. ^^

 

 

이때는 꽁보리밥이 없어서 귀리를 섞은 쌀밥으로 대체했습니다. 벵에돔도 큼직하게 썰어 쌈장에 듬뿍 찍고, 쌈장에 있는 고추 조각과 생고추냉이도 한점씩 얹으면 별미입니다. 오늘 내용을 정리하자면, 벵에돔은 껍질을 구워야 제맛이 나고, 그렇게 만든 회를 여러 점 집어서 쌈장에 듬뿍 찍습니다. 그리고 잘 구운 김에 밥과 함께 싸먹으면, 훅하며 느껴지는 김의 향긋함(좋은 김을 써야 합니다.), 벵에돔의 야들야들한 식감과 고소함, 그리고 새콤하면서 맵싸한 숙성 쌈장의 맛이 한데 뒤섞이면서 입안에서는 한바탕 난리가 납니다. 이 맛을 보여주고 싶어서 얼마 전, 제주도 당일치기 낚시에서 일행과 함께 갯바위에서 썰어 먹었는데 그때 일행의 반응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관련 글 : 당일치기 제주도 낚시(하), 갯바위에서 열린 수요미식회)

 

이제 벵에돔으로 할 수 있는 음식은 웬만큼 한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쓴 글을 바탕으로 조만간 정리하여 총 합본으로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주에는 낚시꾼은 물론, 주부들도 궁금해할 만한 조림 요리를 선보일까 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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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 추억 ★입질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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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상원아빠
    2016.04.15 11:13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입질님이 만든 쌈장을 먹어본 사람으로 평가하면....
    기존 쌈장과는 많이 다르나 맛은 더 훌륭하다라고 생각됩니다.
    레시피 빨리 공개해 주세요.^^;

    두달만 더 버티면 벵에돔 시즌이네요.
    열심히 일해서 시간 좀 만들어놔야 겠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2. 2016.04.16 01:23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비밀댓글입니다
    • 2016.04.16 02:16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굳이 안 될 이유는 없습니다.
      다만, 토치로 구운 뒤에는 재빨리 얼음물에 담갔다가 꺼내서
      마른 행주나 키친타월로 닦아준 다음에 포를 떠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껍질이 열에 약해졌기 때문에 잘 벗겨지기도 하고 포뜨는 감이 평소와 같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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