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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입맛 살리는 제철 임연수어 구이
지금까지 다양한 어류와 낚시를 다뤘지만 유독 임연수어와는 인연이 닿지 않았기에 이번 주는 작심하고 임연수어 조행기부터 꾼의 레시피까지 연속으로 발행하고 있습니다. 낚시는 충분히 즐겼으니 이제 먹는 일만 남았는데 적잖은 분들이 임연수어 요리를 궁금해하셔서 몇 가지 소개할까 합니다. 사실 제가 현직 셰프라면 시간을 투자해 요리법을 개발했을지도 모르지만, 제가 아는 임연수어의 사용은 '구이'와 '튀김' 정도입니다. 이유는 무른 살에 있습니다. 데게 무른 살을 가진 어류는 꾸득히 말려 먹었을 때 맛의 진가를 발휘하는데 임연수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다만, 거주 환경상 말리기 어려우면, 자반처럼 펼치고 소금으로 염장해 두었다가 필요할 때마다 구워 먹는 정도가 가장 일반적일 것입니다. 조만간 임연수어 가라아게를 선보일 예정이며, 오늘은 우선 임연수어에서 가장 기본인 '두 가지 구이법'에 관해 알아봅니다.
※ 임연수어 구이는 일반 가정에서 팬으로 튀겨먹는 가장 기본적인 생선구이로 요리 초심자가 아니라면, 누구나 알만한 기본적인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손질한 임연수어는 이미 소금을 뿌렸기 때문에 여기서는 후추로만 간 하고, 필요시에는 청주를 넣은 분무기를 살짝 뿌립니다. 임연수어 손질법은 여기를 참조하세요. (관련 글 : 임연수어 손질, 23초면 충분하다)
#. 간장 양념을 곁들인 임연수어 뮈니에르
손질 염장된 임연수어 2마리, 옥수수 전분, 후추 약간, 청주 약간, 식용유
#. 간장 양념
조림 간장 5T, 레몬즙 5T, 설탕 3T, 식초 3T, 물 3T, 간마늘 1T, 매운 고추 2개(아이가 있으면 고추 생략)
※ 참고
- 1T는 밥숟가락으로 계량
- 임연수어는 반드시 자반처럼 펼친 상태라야 바삭하게 익습니다.
밑간한 임연수어를 앞뒤로 전분 가루에 묻히고 탁탁 털어줍니다.
※ 전분 가루에 분말 카레를 섞어주는 것도 좋습니다.
달군 팬에 식용유를 조금만 넣고 껍질부터 굽습니다.
임연수어는 등껍질이 바삭해야 맛있습니다. 약간 태우는 느낌으로 충분히 굽고 난 다음 뒤집습니다. 식용유를 적게 두른 이유는 튀기지 않고 구운 느낌으로 하기 위함입니다. 굽다가 임연수어에서 수분이 빠져나오면 따라 붓고 계속해서 굽습니다.
분량의 양념(조림 간장 5T, 레몬즙 5T, 설탕 3T, 식초 3T, 물 3T, 간마늘 1T, 매운 고추 2개)를 모두 섞어 양념장을 만듭니다.
양념간장을 냄비에 넣고 한소끔 끓으면 불을 낮추어 은근히 다립니다.
구운 임연수어를 접시에 올리고
졸인 간장 양념을 끼얹습니다.
마지막으로 실파를 뿌려 마무리합니다.
간장 양념을 곁들인 임연수어 뮈니에르가 완성됐습니다.
개인적으로 생선 껍질은 살과 함께 먹었을 때 맛의 균형짐을 느끼지만, 유독 임연수어만큼은 껍질만 따로 벗겨 먹기를 선호합니다. 그 이유는 임연수어만이 낼 수 있는 껍질의 고소한 풍미를 온전히 느끼고 싶어서입니다. 살과 함께 먹으면 그 맛이 반감되는데 실제로 임연수어의 살 자체는 식감과 맛이 크게 인상적이진 않아서 껍질과 섞이면 껍질에서 느껴지는 바삭함과 고소함이 선명히 와 닿지 않습니다. 이건 오로지 개인적인 취향이니 여러분은 여러분 취향에 맞게 드시기 바랍니다.
살은 살대로 간장 양념에 적셔 먹으면, 느끼한 맛도 잡아주면서 깔끔하게 넘어갑니다. 껍질도 따로 벗겨서 먹어보고 살도 먹어보았지만, 이 음식의 하이라이트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뱃살 부위입니다. 가슴에서 꼬리로 이어지는 생선의 밑면은 등보다 살이 적게 붙어서 오히려 전분의 바삭함이 살아있습니다. 이미 끼얹은 간장 양념이 어느 정도 흡수돼 느끼함도 잡아주고요. 간장 양념에는 매운 고추가 들어가 달짝 시큼하면서 칼칼한 맛인데 아이가 있는 집에서는 고추를 생략해도 됩니다.
두 번째는 가장 기본인 임연수어 구이입니다. 마찬가지로 껍질부터 굽는데 이번에는 달군 팬에 식용유를 넉넉히 둘러 튀기듯 굽습니다. 이 음식의 포인트는 전분 가루 없이 그냥 굽는 것이므로 넉넉한 식용유를 이용해 껍질의 크러스트를 최대한 살리는 데 있습니다.
#. 가장 기본적인 임연수어 구이
손질 염장된 임연수어 2마리, 후추 약간, 청주 약간, 식용유
생선 구이는 탈 듯 말 듯한 경계에서 조리를 완성하는 것이 최대 관건입니다. 지느러미 등 일부는 타도 상관없습니다. 더욱이 기름기가 바짝 오른 생선은 충분히 구워도 잘 타지 않기 때문에 이 부분은 마음을 놓고 센 불에 지집니다. 충분히 지졌다면, 뒤집어서 반대 면도 충분히 굽습니다.
가장 기본이 되는 임연수어 구이
어제 올린 손질법과 달리 이것은 머리를 살린 형태입니다. 사실 임연수어 머리는 먹을 게 없어 굳이 살릴 이유는 없지만, 사진발을 위해 몇 마리는 머리를 자르지 않고 손질했습니다.
윤기 좔좔, 껍질의 바삭함이 느껴지시나요? 이것이 가정에서 쉽게 할 수 있는 임연수어 구이입니다. 생선 구이집에 가면 생선 등을 보이게 놓는 곳이 있는가 하면, 뒤집어 놓는 곳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 옳은지는 이견이 있습니다만, 저는 등이 위로 보기를 선호합니다. 일반적인 생선구이라면, 젓가락이 들어갈 때 살과 함께 껍질도 잡혀야 합니다. 모름지기 생선은 껍질과 함께 먹었을 때 영양적인 부분부터 맛까지 제대로 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뒤집어 올리면, 젓가락질할 때 살만 파먹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생선을 뒤집어 접시에 담아내는 것을 썩 좋아하지 않습니다.
여기서 옆지느러미를 떼고 먹으면 하수. ^^;; 사실 먹는데 고수 하수가 어딨겠냐만은 그래도 어떤 음식을 먹을 때는 그 음식에서 취해야 할 맛 포인트가 있고 거기에 근접할수록 재료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임연수어 구이는 기름에 바짝 튀기듯 구워냈기에 저 정도의 얄팍한 지느러미는 그저 과자처럼 바스러지는 고소함이 포인트라 봅니다. 여기서 나는 고소함이 어찌나 강렬한지요.
그러한 맛의 포인트를 극대화한 형태가 위 사진에서 잘 드러나고 있습니다. 아시죠? 먹어본 자만이 아는 임연수어 껍질 쌈밥.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껍질을 살에서 분리해야 하는데 이는 단지 젓가락을 잡고 들어 올리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어떤 생선이든 지방이 끼면 껍질과 살의 분리가 용이하고(이는 회를 뜰 때 껍질을 탈피할 때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지방감이 적은 생선은 껍질이 제대로 분리되지 않거나 일부 찢어지기도 합니다.
제철 맞은 봄 임연수어는 산란을 마친 임연수어가 영양을 보충하기 위해 수심 얕은 바다로 들어오며 닥치는 대로 먹이 활동을 하기에 봄 기운을 머금은 4월의 임연수어가 최고인 이유입니다. 러시아나 미국산 임연수어와는 달라도 한참 다르니 군대서 먹은 임연수어를 떠올리면 아니되옵니다. ^^
봄기운을 머금은 임연수어의 속 껍데기는 잘 튀겼을 때 이렇게 황금빛이 납니다.
설사 중간에 끊어지진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쭉 올리자 껍데기가 일순간 벗겨집니다.
이것을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에 올려
요렇게 싸먹으면 눈이 절로 감기는 맛. 기호에 따라 김치를 올려 먹으면 아주 그만입니다. 이날은 울릉도에서 사 온 명이나물과 궁합을 맞추니 색다르더군요. 임연수어 껍질 쌈밥은 마리당 단 두 번의 기회만을 제공하기에 분에 넘치는 귀한 음식입니다. 마음 같아서는 껍질만 홀라당 벗겨서 실컷 먹고 싶지만, 그렇게 하기에는 수십 마리의 임연수어가 껍질만 벗겨진 채로 희생돼야 하기에 남은 속살도 사랑해 주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제가 정말로 좋아하는 부위는 따로 있습니다.
참고로 중간중간 검게 보이는 자국은 탄 게 아니고 후추다
좀 전에도 썼지만, 가슴에서 꼬리로 이어지는 배받이는 살이 적게 붙어서 더욱 바삭하고 고소합니다. 이러한 백미는 가을 전어 못지 않게 깨가 쏟아지는데 뜻밖에도 많은 사람이 이 부위를 무심코 홀대합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고마워하며 손으로 가져가 잡아 뜯곤 했죠. 지금이야 고등어가 고갈비 노릇을 하고 있지만, 원조 고갈비는 바로 이것이었단 사실. 그러니 젓가락을 대면 실례입니다. 손으로 잡아서 뜯어먹으면 은근히 먹을 게 많은 부위입니다. 그 꼬시움에 소주 몇 잔이 들어가도 입에 붙은 기름칠에는 쓴맛이 붙을 새가 없습니다. 쪽쪽 빨아 드셔 보세요. 진정한 고갈비의 맛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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