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포장마차 음식, 대합 양념구이 만들기


 

 

먹을거리가 변변찮았던 시절, 이것 하나로 공깃밥 하나를 뚝딱 해치웠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가 80년대라 그리 어려운 시절은 아니지만, 우리 집은 달동네 셋방살이를 했던 기억이 나는군요. 어린 저는 아무 생각이 없었을 것이고, 지방에서 무일푼으로 올라와 서울에 정착해야 했던 부모님은 아마도 먹고살기 위해 힘겨운 사투를 벌였을 것입니다. 그때 가끔 맛보던 대합 양념구이는 지금과 달리 석유 곤로(풍로)에서 탄생되곤 했죠. 게다가 저는 중학교 때 포장마차 좀 다녔습니다. 신사동 쪽에서 외숙모는 포장마차를 했고 나는 주당이자 미식가이신 아버지를 따라 동네 호프부터 시내 맛집을 다니며 일찌감치 술을 배웠죠. 그때 맛보던 대합 양념구이도 잊히질 않았는데 최근에는 통 먹어볼 기회가 없다가 가끔 향수병에 젖을 때면 이 음식이 생각나기도 합니다.

 

 

대합조개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사 온 대합조개입니다. 저만한 대합 8마리가 단돈 만원. 

그래도 명색이 수산시장이라고 마트보다는 훨씬 저렴하군요. 대합의 제철은 봄으로 알려졌지만, 가을에 먹어도 맛이 좋습니다.

시장에서 사 올 때는 조갯살을 까 달라고 하시고 껍질에 넣어서 함께 챙겨오세요.

 

 

대합 살은 굵은 소금을 뿌려 살짝 주무르듯 문질러서

 

 

흐르는 물에 씻어 장만합니다.

 

 

이렇게 해서 대합 양념구이 재료가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 대합 양념구이 재료(2인분 기준)

대합 조개 2마리, 양파 1/5개, 양송이(혹은 표고) 버섯 1개, 대파 약간(생략 가능), 홍고추 1/2개, 매운 고추 1/2개

 

#. 양념장

진간장 2T, 고춧가루 1큰술, 설탕 1T, 청주 1T, 다진마늘 1T, 후추 약간, 참기름 1T, 깨소금 약간,

 

※ 참고

개량은 밥숟가락, 1큰술은 밥숟가락으로 수북이, 대합은 사진과 같이 먹기 좋은 크기로 썰고(내장 포함), 채소류는 적당히 다져놓습니다. 양념장은 참기름과 깨소금을 제외한 나머지 재료를 잘 섞어서 준비합니다.

 

 

먼저 달궈진 팬에 식용유를 적당히 두르고 다진 채소를 볶습니다.

 

 

살짝 볶아지면 대합을 넣습니다. 불은 최대 화력을 유지하세요.

 

 

준비한 양념장을 끼얹은 다음, 볶다가 참기름을 1T 정도 넣습니다.

보통은 어느 정도 볶다가 이쯤에서 접시에 올리지만

 

 

저는 대합 껍데기에 담아서 마저 끓였습니다. 이럴 때 평소에는 잘 쓰지 않은 작은 가스렌지에 불을 켜보는군요. ^^

 

 

하다 보면 넘칠 수 있으니 주의하세요. ^^;

그리고 다른 조개도 마찬가지지만, 대합 살 역시 오버쿡이 되면 질겨집니다. 대합과 양념장을 맨 마지막에 넣어 볶는 이유도 오버쿡이 되지 않기 위함이고요. 대합 살은 대충 볶아졌다 싶을 때가 다 익은 것이니 이렇게 올려서 마저 끓일 때는 약간 덜 익은 듯한 느낌일 때 조개껍데기로 옮겨 담아 끓이도록 합니다.

 

 

마무리는 깨소금을 이왕이면 빻아서 깻가루로 뿌려줍니다.

 

 

추억의 포장마차 음식, 대합 양념구이 완성

 

대합조개 2마리를 기준으로 진간장 2T, 고춧가루 1큰술, 설탕 1T, 청주(없으면 소주) 1T, 다진 마늘 1T, 참기름 1T와 후추 약간이라는 양념장 비율은 아시다시피 너무도 단순한 조합이지만, 그만큼 만만히 사용되는 양념이라 오징어와 제육볶음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주재료와의 밸런스겠지요. 처음에는 단맛도 과하고 먹다 보니 좀 짜서 한두 번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는데 지금은 대합 두 마리에 이 정도 양념이 적당함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런 양념은 조합이 단순해 맛이 그리 고급스럽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이런 추억의 음식을 만들기 위해 이것저것 갈아 넣는 번잡스러움보다는 그냥 있는 재료를 손쉽게 만드는 데 초점을 두었으니 다른 좋은 재료가 있다면 갈아서 넣어도 보세요. 어디까지나 개인의 취향이자 자유니 마음껏 응용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래도 저는 간편하게 만들 수 있는 이런 양념 조합이 좋습니다. ^^

 

 

 

식으면 국물이 마르고 대합 살이 뻣뻣해지니 될 수 있으면 조리 후 바로 드시는 게 좋습니다. 

국물은 자작할 만큼 있어야  

 

 

요렇게 밥을 비벼 먹기에 좋은 상태가 됩니다. 먹다 보면 밥을 안 비벼먹 을래야 안 비벼 먹을 수 없게 만드는 맛이거든요. ^^

 

 

그래서 이 음식은 적당한 간에 적당한 맵기여야 밥을 비벼 먹기에도 부담이 없습니다.

이날 사용한 양념장 비율은 자극적인 입맛에 길들인 이들에게 순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매운 고춧가루와 설탕을 좀 더 넣거나 하는 것은 오로지 개인 취향이니 알아서 가감하시면 되겠습니다. 겨울이면 대합조개의 가격이 어떻게 변할지 모릅니다. 그나마 저렴한 이 시기에 재래시장이나 수산시장에서 구입한 대합으로 식탁에서 포장마차에 대한 향수를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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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의 전통음식 밥식해, 장인의 제조과정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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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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