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토속 음식, 갈치국 만들기


 

※ 아직 제주도 갈치낚시 하편이 남아 있는 시점에서 갈치국 끓이는 방법부터 알아보겠습니다.

 

일 년 열두 달 생선이 지천인 제주도에서는 갈치와 옥돔, 각재기(전갱이)로 국을 끓여 먹었습니다.

바쁜 해녀들이 간소화한 재료로 끼니 걱정 때우기에는 이만한 음식도 없었지요. 고춧가루가 귀하니 매운탕보다는 시원하고 담백하게 국을 끓여 먹었던 것.

그것이 오늘날 현지 도민은 물론, 관광객에게 독특한 음식으로 자리매김하였습니다.

싱싱한 갈치라야 제맛을 내는 갈치국은 갈치낚시를 즐기는 꾼은 물론, 주부들도 선도 좋은 갈치만 구한다면 맛있게 끓일 수 있는 방법입니다.

 

 

 

#. 갈치국 재료

갈치 중짜 1마리, 얼갈이배추 한줌, 단호박 몇 토막, 무 한줌, 홍고추1개, 청고추 1개, 통마늘 3~4개, 쌀뜨물.

국간장 1T, 우스쿠치 간장 1T(없으면 생략), 청주 2T, 된장 한톨, 소금 약간, 후추 약간.

 

※ 1T는 밥숟가락으로 개량

 

 

먼저 토막 낸 갈치는 칼로 긁어 은색 비늘을 제거해 줍니다.

이 은색 비늘은 구아닌 색소 성분이 들어 있어 많이 먹게 되면 배탈을 유발하지만, 싱싱한 갈치라면 그냥 먹어도 상관없습니다. 

다만, 국을 끓일 때는 자칫 국물이 지저분해질 수 있으니 깔끔하고 단정한 국 요리를 위해서라도 긁어주는 게 좋다고 봅니다.

들어갈 채소는 사진과 같이 썰어 놓고 무는 나박썰기를, 마늘은 편 썰기를 합니다.

 

 

생선 맑은탕(지리) 계열의 음식은 재료의 투입 순서가 매우 중요합니다.

국물을 좀 더 뽀얗게 하고 시원한 맛을 내기 위해선 쌀뜨물에 무와 편 마늘을 넣고 한소끔 끓여냅니다. (무가 반쯤 익을 때까지)

불은 가정에서 낼 수 있는 최대치로 합니다. 대략 3~5 분 정도 끓이면 갈치와 단호박을 넣고 다시 4~5분 정도 끓입니다. 

 

 

된장을 넣는데 너무 많이 넣기보다는 갈치의 비린 맛을 잡아준다는 느낌으로 요정도 만 넣어줍니다.

 

 

저는 국물의 깔끔하고 개운한 맛을 위해 우스쿠치 간장을 활용하는 편인데요.

우스쿠치 간장은 일본 관서지방에서 채소 육수를 낼 때 사용하는 색이 엷고 짠맛이 강화된 간장이지만, 제가 몇 번 사용해보니 전천후 활용이 가능하더군요.

어묵탕, 생선 맑은탕, 전골요리(나베), 계란탕, 시금치국 등 찌개나 조림이 아닌 국 요리에 잘 어울립니다. 없으면 생략해도 됩니다.

이어서 청주 2T와 국간장 1T를 넣고 간을 본 다음 (아마 싱거울 겁니다.) 부족한 간을 소금으로 맞춥니다. 마무리는 후추 톡톡.

 

 

마지막으로 얼갈이배추와 홍고추, 청고추를 넣고 30초 더 끓이다가 불을 끕니다.

여기까지 재료가 들어가는 순서를 눈여겨보시기 바랍니다.

 

1) 쌀뜨물 + 무 + 편 마늘로 끓이다가

2) 갈치 + 단호박을 넣고 끓이고

3) 간장, 된장, 소금, 청주로 간을 맞추다가

4) 마무리로 숨이 쉽게 죽는 채소류(얼갈이배추)와 고추를 넣는다.

 

고추를 맨 마지막에 넣는 이유는 국물이 지나치게 칼칼하지 않게 하기 위함입니다.

생선 맑은탕(지리)에서 고추로 인한 칼칼함은 은은하게 나야 하며, 그 이상 지나치게 되면 자칫 생선탕 특유의 구수한 맛을 헤칠 수 있습니다.

 

 

제주도 토속 음식인 갈치국 완성

 

국물 색이 다소 탁하게 된 이유는 약간의 된장과 국간장, 그리고 단호박이 녹아서 국물에 흡수되었기 때문인데 만약, 국물 색을 희고 맑게 하고 싶다면

간장을 넣지 말고 오로지 소금으로만 간하시면 됩니다. (대신 이 경우 맛이 지나치게 깔끔해 감칠맛을 잃을 수도 있음)

 

 

뜨끈한 갈칫국 한 사발에 그날의 피로를 풀면서

 

이것을 먹은 가족을 제주도로 보내버린다. ^^;

 

일반 사람들(소위 육지것들)은 갈치나 전갱이로 국을 끓이는 것에 대해 굉장히 생소해 합니다.

심지어 혐오감을 일으키는 이들도 있는데요. 그런 분들은 평소 물에 빠진 물고기를 못 드시는 분들에 해당하겠지요.

이런 분들이야 어쩔 수 없지만, 생선탕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요즘 제철인 갈치국을 추천합니다.

 

제가 만든 갈치국을 품평하자니 다소 부끄럽지만, 지금까지 저를 지켜보신 분들이라면 제가 여기서 어떤 말을 쓰게 될지 짐작하실 듯합니다.

그런데 오늘만큼은 좀 더 과격한 표현을 쓰고 싶네요. 제가 소개하는 꾼의 레시피, 한 번의 성공으로 소개하는 음식도 있지만, 몇 번의 실패 끝에 소개된

음식도 적잖습니다. 그 이유는 저 스스로 맛 기준이 높아서 만족하지 못한 음식은 완성될 때까지 소개를 미루기 때문입니다.

 

갈치국은 처음 끓여보았습니다만, 한 번에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가 몇 가지 있었습니다.

원래 이런 생선탕을 맛있게 끓이기에는 가정에서 하기에 구조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가스렌즈 화력이 업소 화력에 비할 수 없기 때문으로 모름지기 생선탕은

최대한 센 불로 단시간에 끓여야 국물이 깔끔히 우러납니다. 그걸 못하면 약불에 은근히 우려 곰국처럼 만드는 방법이 있기는 합니다.

벵에돔, 다금바리, 돌돔을 공수했다면 남은 뼈로 푹 우려내 국물을 뽀얗게 내고 거기에 미역을 살살 풀어 넣으면 최고의 보양식이 되겠지요.

 

그런데 갈치나 각재기(전갱이) 같은 생선은 선도가 빨리 상합니다. 쏨뱅이는 선도가 빨리 상하지는 않지만, 크기가 원체 작다 보니 센 불에 팔팔 끓여야

뼈에서 단 육수가 나옵니다. 그래서 이런 생선으로 탕을 끓일 때는 업소용 가스 불을 최대치로 올려 단시간에 팔팔 끓여내는 것이 정석이지만, 가정에서는

그게 어려우므로 '생선을 조금 더 많이 넣는 것'으로 국물의 감칠맛이 상승시키는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생선을 조금 더 많이 넣는 것"

 

예를 들어, 1인분을 끓이면 생선은 1.5인분에 준하는 양을 넣어서 끓이는 것.

즉, 국물에 감칠맛이 부족한 현상은 충분한 양의 생선 앞에서 무릎을 꿇습니다. 맛은 어떠했을까요? 

조금 건방진 표현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서귀포 갈치국으로 유명한 네거리식당보다 더 맛있었습니다.

사실 생선 맑은탕은 특별한 공력을 요하지 않습니다. 가정에서는 그저 싱싱한 생선을 좀 더 많이 넣고, 재료의 투입 순서만 지키면 어지간히 맛있습니다.

식탁에서 가족들을 제주도로 보내버리고 싶다면, 지금 제철을 맞고 있는 갈치로 국을 끓여보시기 바랍니다. (단, 3지 이하로만, 4지는 걍 구워드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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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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