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전을 맛있게 부치는 방법(대물 참돔으로 만든 도미전)


 

 

80cm급 참돔

 

이날은 생선전을 위해 냉동실에 고이 모셔둔 참돔을 꺼냈습니다. 언뜻 보면 작아보이지만, 이것의 원형은 분명 80cm급 참돔이었습니다. 

다만, 대가리와 꼬리를 떼 포만 뜬 것이고 냉동을 한 거여서 좀 작아 보이긴 하네요.

 

 

해동이 덜 된 상태에서 껍질을 벗기려니 조금 애를 먹었습니다.

 

 

대충 부위별로 잘라다 놓았습니다. 갈비 쪽은 뼈가 억세 사용하지 않았고 등살과 뱃살을 가르는 지아이(척추에 붙은 잔가시)도 제거했습니다.

고기가 워낙 커서 살도 두꺼운데 이런 부분은 갈비 저미듯이 펴주면 됩니다.

 

 

냉동이라 수분이 많이 나옵니다. 이를 키친타월로 말아서 제거한 다음

 

 

한입 크기로 적당히 저미는데 이왕이면 얇게 뜨도록 합니다.

 

 

이런 느낌

 

 

도마 위에 펼쳐놓고 고운 소금, 후추로 밑간하는데 이때 청주를 분무기에 넣어 뿌리면 골고루 들어가므로 잡내 제거에 효과적입니다.

이렇게 밑간했으면 약 15분에서 30분 정도 지난 후 조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참돔이 80cm면 노성어에 접어들 시기입니다.

1m로 자라는데 필요한 시간이 약 10년이고 이후로는 성장 속도가 둔화되기 때문에 몇 년을 살았는지 정확히 추정하기가 어렵습니다.

이렇게 포를 떠보면 근육에 힘줄(사진의 흰 부분)이 발달해 도드라져 보이는데 이는 대형 개체에서만 발견되는 특징이기도 합니다.

생선회를 보고 이것이 씨알이 크다, 작다로 판단하는 근거는 회의 단면적과 함께 힘줄의 분포도로 알게 되는 것이지요.

 

 

이제 생선전을 부칠 준비가 다 됐습니다. 부침 가루와 달걀 물을 준비하고요.

방법은 일반 대구전 부치는 것과 같아서 레시피랄 것도 없습니다.

 

 

부침 가루(혹은 밀가루)에 양면을 묻힌 다음 탁탁 털어내야 합니다.

가루가 많이 묻을수록 생선전은 맛이 덜해요.

 

 

달걀 물에 충분히 적신 후

 

 

기름을 충분히 두른 팬에다 부칩니다. 이때 강불에 놓고 부치면 겉은 타고 속이 익는다 해도 질감이 퍼석해지니 주의합니다.

생선전(도미전)의 맛은 생선 자체의 맛도 중요하지만, 입에 넣었을 때 부들부들한 질감이 더 중요합니다.

생선전을 부드럽게 부치려면 오버쿡이 되지 않아야 하며 그러기 위해선 중불에 적당히 뒤집어가며 부치면서 다른 일은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이렇게 부치고 있을 때 갓 부친 생선전을 집어먹으면 뜨끈뜨끈하고 얼마나 맛있는지 ^^

 

 

이제 양념장을 만들겠습니다. 생선전에 어울리는 간장은 초간장.

여기에 고소한 맛을 더하기 위해 참깨를 갈아서 준비합니다. 참깨 대신 잣이 있으면 강력 추천합니다.

 

 

여기서는 진간장 2T, 물 1T, 양조(혹은 사과) 식초 1T에 준비한 참께를 넣었습니다. 초간장은 간장과 물, 식초의 비율이 2 : 1 : 1 이면 적당할 것입니다. 

만약, 군만두용 초간장을 만드시겠다면 깨 대신 고춧가루를 1/2T 정도 추가하면 되겠지요.

 

 

이것은 실패작

 

그 전에 도미전을 부쳤을 때는 조금 오버쿡이 되어서 원하는 질감으로 나오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고명을 올려 멋을 부리겠다고 한 것도 결과적으로는 어설프게 되었고. ^^;

 

 

그래서 이번에는 고명 없이 생선전만 부드럽게 부쳤습니다.

 

 

갑자기 군침 넘어가는 소리가 ^^

 

 

대물 참돔으로 만든 고급스러운 도미전

 

부드러우면서 희고 뽀얀 도미 속살

 

 

#. 생선전이 맛있으려면

이렇게 초간장에 찍어서 입에 넣어보니 처음에는 초간장의 시큼 짭짤한 맛이 느껴지다가도 금방 씻겨버리기 때문에 결국에는 도미전 자체에 간이 잘 맞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간이 재료와 함께 조화를 부리지 못한 체 겉돌게 되겠지요. 여기서 밑간이 중요한데 고운 소금을 적당량으로 골고루 뿌리는 기술이

필요해 이 부분은 개인의 역량에 맡기겠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최현석 셰프의 허세가 알고 보면 단순한 허세는 아닙니다.

소금을 뿌릴 때 최대한 높은 지점에서 뿌려야 식재료에 골고루 묻기 때문인데 가정에서는 신문지를 깔지 않으면 소금이 바닥에 다 튀므로 선뜻하기가 어려울

뿐이죠. 손바닥에다 소금을 올리고 후~ 부는 사람도 있는데 이거 잘못하면 뒤처리가 곤란해집니다. ^^

 

앞서 말했듯이 생선전을 밑간할 때는 소금을 골고루 뿌리는 게 관건입니다. 그러기 위한 조건 중 하나가 고운 소금과 마른 손입니다.

손에 물기가 있으면 소금을 제대로 뿌리기가 어렵겠지요. 여기에 저는 소금을 적당량 덜어 손바닥에 넓게 퍼 바른 뒤 양손으로 비벼가며 털어내는 식으로

뿌립니다. 이렇게 하면 어느 한쪽에 소금이 뭉쳐서 뿌려지는 현상을 줄일 수 있습니다. 이걸 동영상 없이 설명하려니 조금 어렵네요.

 

어쨌든 생선전은 간이 생명입니다. 초간장은 짤막한 순간에 혀의 즐거움을 주기 때문에 끝까지 맛을 유지할 간이 생선에 잘 배야 한다는 것.

그래야 "간이 따로 놀지 않고 맛있다."는 말을 들을 수 있겠지요. 이것이 생선전 맛의 첫 번째 포인트이고, 부칠 때는 약불에서 중불 사이로 맞추어 겉면 색이

진해지지 않을 정도로 부친 다음(기름도 넉넉히 두릅니다.), 적당한 시점에 건져내야 하는 판단력입니다. 생선살이 의외로 금방 익습니다.

지금은 냉동을 사용해 100% 익혔지만, 생물로 하게 되면 약 90% 정도 익었을 때가 가장 촉촉하고 부드럽죠. (해외에서 농어나 은대구 스테이크를 떠올리면

될 겁니다.) 생선살은 익힘이 100%를 넘어서게 되면 그때부터 촉촉함을 잃고 식감은 퍼석거려 맛이 반감됩니다.

그래서 불은 강하지 않도록 맞추고 여러 번 뒤집어도 좋으니 전을 부칠 때는 오로지 후라이팬에 집중하시기 바랍니다.

 

 

그런데 밥이 없다.

 

이 생선전을 김이 모락모락 나는 흰 쌀밥과 먹을 생각으로 밥통을 여는데 아뿔싸 밥이 없네요.

찬장을 여니 우리 집에 햇반이 있을 리 없고, 그러다 눈에 띈 건 짜장 라면. 그래서 도미전에 짜장면을 끓여 먹어야 했습니다. 흑 ㅠㅠ

 

 

짜장 라면과 도미전. 이 어울리지 않은 조합이란

 

 

이 맛있는 도미전을 짜장면과 함께 먹어야하다니 이건 도미전에 대한 예의가 아닌데.

대물 참돔으로 만든 도미전은 그렇게 웃기는 짜장이 되어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생선전을 맛있게 부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전에 밥통부터 확인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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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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