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밥, 맛있고 예쁘게 모양내는 방법(초밥용 네타 장만하기)


 

이번 주 꾼의 레시피는 초밥에 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초밥은 바다낚시를 즐기는 이들이라면 가족과 연인을 위해 꼭 한번 만들어주고 싶은 동경의 음식입니다. 하지만 이 음식은 진입장벽이 높아 선뜻 손이 가지 않고, 실제로 손 쉽게 만들지 못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사실 초밥에 관해 글을 쓰게 되면 24시간이 모자라니 아마 쓰다가 스스로 지쳐버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내용이 너무도 방대하기에 지난번에 쓴 글을 링크하고요. 오늘은 독자의 요청으로 초밥용 횟감(네타)를 장만하는 방법에 관해 알아보겠습니다. 우선 초밥을 쥐기 위해서는 싱싱한 활어가 필요합니다. 최종적으로는 숙성한 횟감으로 초밥을 쥐지만 손질의 시작점은 반드시 활어라야 합니다.

 

#. 초밥 조리에 꼭 필요한 글 모음(아래는 조리 순서와 같습니다.)

1) 피 빼기 : 횟감용 활어 피빼는 법, 즉살을 위한 신경절단법 

2) 포 뜨기 : 광어 회뜨기, 돌돔 감성돔 회뜨기

3) 숙성하기 : 생선회 숙성

 

 

잘 숙성된 5짜 자연산 우럭

 

위 사진은 링크 1), 2), 3)번의 과정을 거친 것으로 살아있을 때 피와 내장을 제거하고, 포를 떠서 숙성한 것입니다.

 

 

포 가장자리의 불필요한 살은 제거합니다. 특히, 지느러미와 연결된 근육은 지방이 많아 초밥용으로는 적합하지 않으니 사진과 같이 제거해 균일하지 않은 포의 가장자리는 반듯하게 다듬습니다.

 

 

등살(위), 뱃살(아래)

 

포의 가장자리를 다듬은 모습입니다. 여기서 나온 자투리 살은 매운탕, 어묵의 재료, 크로켓, 회덮밥, 회국수 고명 등으로 사용하면 됩니다. 포의 한가운데를 가르면 등살과 뱃살로 나뉘며, 가운데 혈합육에 박힌 가시(지아이)는 버리거나 매운탕이나 뼈다데기 같은 양념장에 활용합니다.

 

 

위 사진은 잘못된 예

 

일식에서는 초밥용 회조각을 네타라고 부릅니다. 이 네타를 우리말로 대체할 적당한 단어가 없어서 이 장에서는 네타 그대로 사용하겠습니다. 초밥을 맛있고 예쁘게 만들려면 이 네타의 모양이 잘 잡혀야 합니다. 네타의 두께, 면적, 모양에 따라 초밥 모양도 다양한데 이 부분은 저보다도 실무에서 하루 수백 개씩 초밥을 쥐는 조리장들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여기서는 가정에서 비전문가가 할 수 있는 보통의 방법으로 소개하겠습니다.

 

우선 네타 장만에 앞서 포의 두께를 유심히 살핍니다. 사진의 포는 우럭 등살인데 두꺼운 면과 얇은 면이 있습니다. 여기서 두꺼운 면이 내쪽을 보게 하면 안 됩니다. (중요)

 

 

이것은 적절한 예

 

포를 뒤집어 혈합육이 바닥을 보게 합니다. 방향을 보면 머리가 왼쪽으로 향했고 꼬리는 오른쪽으로 향했습니다. 이렇게 놓으면 포의 두께가 두꺼운 쪽이 바깥쪽을 향하고 얇은 쪽은 사람을 향하게 됩니다. 이 상태에서 칼질해야 회 모양을 예쁘게 잡을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포의 맨 앞부분을 제거해 줘야 합니다. 포는 수평에 가깝도록 놓고 칼은 사선을 그리며 잘라줍니다. 

 

 

 

이렇게 자투리를 잘라낸 단면이 곧 초밥용 네타의 모양으로 이어집니다. 네타의 모양을 좀 더 넓고 길게 해주고 싶다면 첫 자투리를 자를 때 칼을 사선으로 더 기울입니다.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초밥용 회(네타)를 만들어 봅니다.

 

※ 여기서 사용하는 칼의 종류  

일식에서는 기다란 칼을 '야나기보초'라고 부릅니다. 사시미 전용 칼로 우수도(오른손 잡이용)와 좌수도(왼손 잡이용)가 따로 있습니다. 칼 길이가 매우 긴 이유는 회를 단칼에 자르기 위함입니다. 이 부분은 내용을 진행하면서 다시 설명하겠습니다. 칼을 쥘 때는 사진과 같이 가볍게 쥐면서 검지로 칼등을 눌러줘야 살을 가를 때 힘을 받습니다. 

 

칼을 위 사진처럼 쥐고 생선 살은 검지와 중지 손가락으로 살짝 눌러 고정합니다. 두께를 정했으면 칼을 사선으로 넣어 회의 단면적을 넓게 하는데 이때 중요한 것은 단칼에 썰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단칼에 썰지 못해 칼을 움직이면서 썰어내면 네타의 표면이 매끄럽지 않아 씹었을 때의 질감(텍스처)이 나빠집니다. 회를 단칼에 썰기 위해선 칼 뒷꿈치에서부터 날을 넣어야 합니다. 위 사진과 같이 칼날을 넣었으면

 

 

그대로 당겨 썹니다. 야나기보초가 매우 긴 이유는 회를 단칼에 썰도록 하기 위함이겠지요. 이때 날이 제대로 서지 않으면 중간에 걸리고 칼이 안 들어가기 때문에 칼날은 미리 갈아놓아야 합니다.

 

 

칼날이 회 두께의 약 80%까지 들어갔다면 직각으로 세워서 완벽하게 끊어냅니다.

 

 

막판에 칼을 직각으로 세워서 끊어내면 회 모양이 각이 져서 모양이 예쁘게 나옵니다.

 

 

이렇게 썰어내면 혈합육의 단면적이 넓어져 초밥이 예쁘게 나옵니다.

 

 

초밥에 사용되는 네타는 대략 이 정도의 느낌. 밥을 잘 감싸야 하니 면적은 이보다 조금 더 넓게 하면서 길이는 너무 길어지지 않게 한 것이 저는 좋더군요.

 

 

초밥용 네타가 완성되었습니다. 초밥을 쥐는 요령, 단촛물의 배합에 관한 내용은 일전에 글을 썼으니 관련 글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관련 글 : 생선 초밥 만드는 법, 단촛물 배합)

 

 

그리하여 완성된 초밥

 

낚시꾼이 아니면 쉽게 맛보기 어려운 자연산 개우럭 초밥

 

참고로 저는 일식 조리사가 아니며 실무 경험도 전혀 없습니다. 그래서 실무자들이 보았을 때 제 초밥은 여러모로 부족할지도 모릅니다. 

초밥은 제게 있어서 좋은 취미이자 바다낚시의 연장선입니다. 어떻게 하면 잡아온 고기를 맛있게 요리해 먹을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의 결과를 제 가족과 함께 공유하다 보니 지금의 꾼의 레시피로 다듬어져 왔습니다.

 

바다낚시를 보다 안전하고 행복하게 즐기기 위한 노력과 고찰은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낚시인에 의해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다만, 그 노력과 고찰이 단순히 고기를 낚는 데만 혈안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사회적으로 보았을 때 낚시와 낚시꾼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호의롭지 못합니다. 혼자서도 즐길 수 있는 취미다 보니 낚시를 즐기는 이들끼리만 공감대가 형성이 되고 이것이 과하면 외골수가 되고 가정을 소홀히 한다는 점이 문제가 되었습니다. 저는 바다낚시를 즐기면서 단순히 채비나 테크닉을 공유하는 차원을 벗어나 잡아온 생선을 맛있게 요리해 가족과 함께 즐기는 문화가 형성되기를 바라는 사람입니다. 

 

스웨덴을 포함해 선진 유럽국들은 근무 시간 외 여가 활동을 가족과 함께 보내는 것에 삶의 가치를 두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캠핑과 등산을 통해 주말을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예전보다는 많아졌죠. 하지만 낚시는 여전히 그렇지가 못합니다. 낚시의 즐거움을 가족과 함께할 수 없는 대신, 잡아온 생선으로나마 맛있게 만들어 홀로 즐긴 취미의 대가를 가족에게 치를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제 블로그의 '꾼의 레시피' 카테고리는 그런 모토로 기획되었습니다. 비록, 초밥 전문점에 비할 수준은 아니지만, 가족에게 대접할 만한 음식을 만들자!

 

그 첫 번째 조건은 물 좋은 생선을 구하는 것인데 이 부분은 낚시꾼들에게 전혀 문제 될 것이 없을 것입니다. 두 번째 조건은 가족과 즐거움을 함께하려는 공유 의식입니다. 무엇보다도 맛있는 음식을 가족과 연인에게 만들어 주겠다는 의지가 필요하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레시피나 방법론은 그다음 문제겠지요. 지금은 검색만 하면 다 나오는 시대이고 제 블로그만 들여다봐도 웬만한 생선 관련 음식은 찾아볼 수 있으니까요.

 

오늘은 초밥의 모양을 결정하는 네타 장만에 관해 알아보았습니다. 글 읽어주심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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