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회를 숙성하는 방법(숙성회를 먹는 이유)


 

"활어회, 숙성회, 선어회"

 

이름은 많이 들어봤지만, 여기에 어떠한 장단점이 있는지, 왜 굳이 숙성해서 먹는지 잘 모르는 이들이 많습니다. 특히, 바다와 인접한 해안가 사람들은 평생 활어회를 위주로 먹는 환경이다 보니 숙성회나 선어회는 낯설기도 하지만 입에 안 맞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호텔이나 고급 일식집에서는 굳이 산 생선을 죽여서 숙성해 팝니다. 

 

물론, 생선 한 마리를 잡으면 5~6인분은 족히 나오므로 2~3명이 주문할 때마다 활어를 잡을 수는 없기 때문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생선회를 숙성해서 먹는 근본적인 이유는 활어회에서는 맛보기 어려운 '감칠맛'을 올리기 위함입니다.

 

지난 시간에는 쇠고기를 숙성해 먹는 방법을 몇 차례에 걸쳐 알려드렸습니다. 우리가 마트나 정육점에서 사 먹는 쇠고기는 이미 5~7일간 숙성한 것이지만, 이를 가정에서 추가로 숙성해 육질은 더욱 부드럽고 맛도 끌어올리는 아미노산 성분 다시 말해, 감칠맛을 더욱 올려 깊은 육향을 맛보려는데 그 이유가 있습니다.

 

생선회를 숙성하는 이유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적당한 탄력감(식감)과 더하여 감칠맛 성분을 끌어내 가장 맛있는 상태를 만들기 위함이지요. 쇠고기와 생선회는 즉살(도살) 후 근육이 경직되는 것은 똑같습니다. 도살 직후 쇠고기 살을 보면 근육이 물결지듯이 출렁이며 신경 반응을 일으킵니다. 활어도 즉살해 포를 떠 보면 근육이 파르르 떨면서 경직에 들어가는데요. 생선회든 육고기든 이때가 가장 질긴 상태가 됩니다.

 

쇠고기는 결이 억세고 조직감이 질겨 도살 직후부터 수 시간 이내에는 이가 들어가지 못할 정도로 먹기가 어렵습니다. 그나마 생선은 조직감이 억세지 않아 즉살 후에 썰어내면 탱탱한 식감을 느낄 수 있지요. 다만, 조직감이 단단한 어종인 돔 종류, 복어, 쥐치를 즉살 후 두껍게 썰면 질겨서 맛의 감흥이 떨어집니다.

 

그러다가 대여섯 시간이 지나면 단단했던 근육이 살짝 느슨해지니 이때부터는 두께 감을 살려서 썰어낼 수 있고 식감도 먹기 적당한 상태가 됩니다. 그렇게 숙성한 회는 ATP 분해에 인한 '이노신산(IMP)'이 상당수 증가한 상태라 우리 혀는 생선회 고유의 감칠맛을 달달한 회 간장과 톡 쏘는 고추냉이와 함께 느끼게 됩니다. 이에 자연계에서 얻을 수 있는 감칠맛 성분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눕니다.

 

1) 글루탐산

주로 쇠고기, 다시마에서 나오는 감칠맛 성분으로 이것을 물에 넣고 장시간 끓이면 글루탐산이 녹아든 맛있는 육수가 됩니다. 사탕수수 발효로 만든 미원은 글루탐산과 나트륨을 혼합한 결정체로 이것 역시 끓는 물에 넣어 녹이면 감칠맛을 증진시키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2) 이노신산

주로 생선살에서 나오는 감칠맛 성분입니다. 활어회에서는 이노신산 양이 극히 적습니다. 활어회를 초고추장에 찍어 쌈과 함께 고추+마늘을 곁들여 먹게 되었을 때 생선회 고유의 맛을 느끼는 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며, 단지 쫄깃한 식감으로만 먹게 됩니다. 하지만 생선회를 저온에 숙성하면 시간 경과에 따라 이노신산이 증가하므로 일정 시간을 숙성한 회에서 더욱 강한 감칠맛을 느끼게 됩니다.

 

이러한 감칠맛 성분(이노신산)은 즉살 후 처음 몇 시간 동안은 갑자기 많은 양이 쏟아져 나오지만, 시간이 지나면 할수록 나오는 양이 줄어들면서 결국, 24시간을 기점으로 최대치로 포화됩니다. 이후부터는 이노신산 양이 증가하지 않으며 그대로 유지하다가 부패하기 전 수치가 떨어지는 특성을 보입니다.

 

활어에서 경직을 거쳐 부패하기까지의 과정

 

위 도표에서 보듯 활어는 즉살 후 경직과 해경, 자기 소화를 거쳐 부패에 이릅니다. 근육에 박테리아 등 미생물이 생기는 시점은 해경부터이고 부패에 이르면서 대폭 늘어납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활어를 잡아서 냉장 보관했다가 생선회를 먹을 수 있는 시간은 최대 2~4일 정도입니다. 2~4일이라고 뭉뚱그려 쓴 이유는 활어를 즉살하는 방법(시메)에 따라 기간이 달라지며, 활어 크기와 종류에 따라서도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A : 숙성 기간을 오래 버티는 경우 → 최상의 컨디션일 때 즉살, 이케시메(신경 죽이기), 2kg 이상 크기, 흰살생선, 돔 어종.

B : 숙성 기간을 오래 못 버티는 경우  산소 부족으로 고생사, 일반적인 피 빼기, 1kg 이하 크기, 등푸른생선

 

A의 경우 최대 4일까지 숙성할 수 있지만, B의 경우는 3일을 넘기기가 어렵습니다. 아래는 활어를 즉살해 저온(1도)에서 냉장 숙성했다는 가정에 따라 시간별 상태를 적어보았습니다.

 

0시간 : 활어 즉살 → 활어회 → 식감이 극도로 쫄깃하다. (어종에 따라 질기기도 하다.)

A. 1~3시간 : (근육이)경직 개시 → 싱싱회  → 식감이 매우 쫄깃하고 탱탱하다.

B. 5~6시간 : 완전 경직 → 숙성회  → 식감이 쫀득하고 감칠맛이 느껴진다.

C. 24시간 이상 : 숙성회  이노신산 최대치  → 감칠맛은 아주 잘 느껴지는데 식감이 약간 무른 편이다. 회와 초밥용

D. 48시간 이상 : 선어회 → 감칠맛은 아주 좋은데 식감이 무르다. 초밥용으로 좋다.

E. 4일경과 : 해경 → 여기서부터는 횟감보다 구이나 탕감이 좋다. 

F. 6일경과 : 자기 소화 → 선도가 좋지 못하므로 반드시 익혀서 먹어야 한다.

G. 7일이상 경과 : 부패 시작 → 누구 좀 잡숴본 후 증상을 말해 주세요.

 

※ 위 내용은 저온(1도) 보관을 전제로 하며 즉살 여부와 어종, 크기에 따라 편차가 있을 수 있습니다.

 

제 입맛에는 A와 B가 가장 맛있고 초밥은 C가 가장 나았습니다. A와 B를 좋아하는 걸 보면 저도 천상 한국인 입맛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 일본인은 C와 D를 좋아하지만, 최근 들어 활어회를 먹는 문화가 예전보다 많이 생겨났습니다. 일본은 관동지방으로 갈수록 선어회를 선호하며 관서지방은 적당히, 큐슈 지방은 우리나라의 영향을 받아 활어회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여기까지가 서론이었습니다. 서론이지만, 생선회 숙성에서 지나치면 안 될 중요한 내용입니다. 그렇다면 생선회 숙성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가장 기본이 되는 방법부터 알려드리겠습니다.

 

 

대마도에서 낚시로 잡은 벵에돔입니다. 낚시꾼들 특히, 서울과 수도권에 사는 낚시인들은 좋든 싫든 자기가 잡은 것을 숙성회로 먹을 수밖에 없습니다. 대마도에서 서울까지 오는데 걸리는 시간은 6시간 남짓이지만, 숙소에서 활어를 즉살한 시각부터 계산하면 총 10시간이 걸립니다.

그러므로 도마 위에 올려진 벵에돔은 총 열 시간 동안 숙성한 상태입니다.

 

 

피와 내장은 현장에서 모두 제거했으므로 여기서는 포(오로시)만 뜨면 됩니다. 우선 몸체와 대가리를 분리하고요. 포 뜨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여기서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으로 했습니다.

 

 

배에 칼을 넣어 갈비뼈를 끊어주는 작업부터 합니다. 1)번 라인에 칼집을 넣는데 갈빗대가 가로막고 있으니 약간 힘주어 넣습니다. (이때 손 조심하세요.)

 

 

쫘 갈라줍니다. 그러면 갈비뼈가 뚝뚝 끊기는 느낌을 받을 겁니다. 다음은 2)번 라인에도 칼집을 넣어 1)번처럼 똑같이 갈라줍니다. 1)번 라인과 2번) 라인 사이는 척추뼈가 있다는 점도 염두하세요.

 

 

다음은 일반적인 포뜨기(오로시) 작업입니다. 꼬리에 칼집을 내고 등지느러미 라인을 따라 칼집을 낸 다음 포를 뜹니다. 회 뜨는 방법은 제 블로그에서 몇 차례 설명했으므로 여기서 자세한 방법은 생략하겠습니다. 보다 자세한 회뜨기 방법은 관련 링크에서 확인하십시오.  

 

1) 돌돔, 감성돔 회뜨는 법

2) 놀래미 회뜨는 법

 

 

한쪽 면을 떴습니다. 반대쪽 면도 떠보겠습니다.

 

 

등 쪽 라인을 따라 칼집을 낸 다음, 척추뼈를 더듬어가면서 쓱쓱 벌려줍니다. 가운데 척추뼈가 살짝 돌출되어 있으니 이를 타고 넘겨야 포를 잘 뜰 수 있습니다. 칼끝에는 뼈가 닿는 느낌을 계속 받아야 합니다.

 

 

포뜨기(오로시)가 완성되었습니다. 총 석 장이 나온다고 하여 일식에서는 이를 석 장 뜨기라고 부릅니다. 오른쪽 뼈는 칼로 찍어 반으로 접은 뒤 매운탕에 쓰면 됩니다.

 

 

다음은 갈비뼈를 발라줍니다. 이 작업을 잘못하면 뱃살을 잃어버릴 수 있으니 최대한 손실이 나지 않게 해야 합니다. 방법은 한 손으로 갈비뼈를 눌러 고정한 뒤 갈비뼈가 시작되는 부분을 칼로 파고든 다음 옆으로 뉘여서 발라냅니다. 벵에돔은 내장을 감쌓던 검정 막이 있는데 이 작업에서 갈비뼈와 함께 제거됩니다. 제거한 갈비뼈는 매운탕에 사용합니다.

 

 

다음은 껍질을 벗기는 작업입니다. 토치로 익혀 벵에돔 껍질회(유비끼)를 만들겠다면 이 작업은 패스합니다. 껍질은 꼬리부터 벗기는데요. 손으로 껍질을 잡아야 하므로 자리를 만들기 위해 꼬리 끝에 있는 살점은 뗍니다.

 

 

껍질을 탈피하는데 이때 최대한 바짝 깎아 혈합육을 보호해야 생선회의 가치가 있습니다. 이 기술은 저도 진행형이며 앞으로도 부단히 연습해야 할 것 같아요.

 

 

 

껍질을 벗겼습니다. 근육을 보면 붉은색 혈합육이 군데군데 벗겨졌죠? 그 혈합육이 껍질에 붙어 있는데 이렇게 하면 50점밖에 안 됩니다. ^^; 대마도에서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포를 떠야 했는데 이때는 몸이 피곤해서인지 빨리하고 침대에 눕고 싶단 생각밖에 없었습니다.

 

 

키친타올이나 깨끗한 면보를 펼치고 그 위에 포를 올립니다.

 

 

잘 접어줍니다.

 

 

마지막까지 접은 후 이 상태로 숙성고에 넣어둡니다. 집에서는 1도로 맞춘 김치냉장고에 넣어 보관하면 됩니다.

 

 

다음 날 저녁에 꺼냈습니다. 대마도에서 즉살 후 총 숙성시간은 약 30시간. 이 벵에돔은 사이즈가 커서인지 숙성 시간을 잘 버티는 편이네요. 서른 시간이 지났음에도 식감이 크게 무르지 않았고 적당한 탄력을 갖고 있었습니다. 30시간이면 선어회로 맛있게 먹을 수 있으며, 초밥, 회덮밥, 회 비빔면 용으로 아주 적당한 상태가 됩니다. 또한, 충분히 숙성한 생선을 끓이면 육수도 잘 나와 매운탕감으로 최고입니다.  

 

생선회 숙성을 낯설어하는 이들은 과연 이것이 먹어도 되는 상태인지 감을 못 잡을 겁니다. 하지만, 우리가 밖에서 사 먹는 초밥도 대부분 이러한 숙성을 거칩니다. 그 과정을 직접 눈으로 보지 않았을 뿐, 우리는 늘 이런 생선회를 접해 왔습니다. 생선회를 숙성할 때는 반드시 지켜야 할 철칙이 있습니다.

 

1) 반드시 활어를 잡아야 한다. 

2) 스트레스를 안 받도록 단칼에 찔러 즉살해야 한다. (배가 뒤집혀 허우적거리는 활어는 숨만 붙었을 뿐 즉살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3) 평소 자주 열지 않는 칸을 1도로 설정한 다음 거기서 숙성한다.

 

특히, 3)번을 잘 못 지키는 횟집이 의외로 있더군요. 열고 닫고 하다 보면 냉기가 일정치 않아 숙성 기간이 단축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직접 잡은 횟감을 숙성해 드실 때 이 글이 참고되길 바라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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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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