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횟감용 피빼기, 시메] 횟감용 생선을 가장 싱싱하게 해주는 신경절단법


 

회를 좋아하는 낚시인이라면 저마다 피를 빼고 집으로 공수해 오는 방법을 모색했을 겁니다.

어떻게 하면 싱싱하고 맛있는 상태로 가져올 수 있을까? 특히, 먼 길을 오가는 원정 낚시라면 횟감을 공수해 올 때 각별히 신경 써야 합니다. 

대충 가져오면 회에서 비린내에 물러진 살로 기껏 잡아온 자연산의 의미가 퇴색할지도 모르니까요. 

결국, 몇 젓가락 먹다가 입에 안 맞아서 튀김에 쓰였던 경험, 한둘씩은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횟감용 생선을 가장 싱싱하게 해주는 간단한 신경절단법 하나 소개해 보겠습니다.

 

우선 이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신경절단을 해야 하는 이유를 알아야 합니다.

신경절단을 하는 이유는 선도의 보장과 식감의 보전에 있습니다. 물고기는 죽어가는 시간이 길면 길수록 스트레스를 받아 육질이 물러집니다.

이를 고생사(苦生死)라고 하는데 가장 안 좋은 예는 물속에서 죽어가는 경우입니다.

살림통이나 살림망에 넣어 뒀는데 산소가 모자라거나 혹은 너울기가 심해 스트레스를 받으며 죽어가는 활어는 비록 숨이 붙어 있다고 해도 이미

횟감으로서 가치를 상실하게 됩니다. 그런 물고기를 현장에서 바로 썰어 먹는다면 그나마 육이 물러지기 전에 먹는 것이므로 상관없지만, 이를 집으로

가져와 썰면 육질이 물러져 있어 제맛이 나지 않겠지요.

 

 

피를 빼도 활어는 일정 시간 동안 살아있므로 즉살과는 거리가 있다.

 

그래서 우리는 육질이 물러지는 시간을 늦추기 위해 가장 팔팔할 때 피를 빼고 숨통을 끊어 쿨러에 보관합니다.

그런데 단시간에 숨통을 끊는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즉살이란 말 그대로 수초 이내에 생명줄을 끊음으로써 물고기가 더이상 스트레스를

받지 않게 하는 것인데 이는 단순히 아가미를 찔러 피를 빼는 것으로는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피만 빼면 물고기는 수 분 동안 살아있으며 괴로워하다 죽어버립니다. 횟집에서 신경절단을 굳이 하지 않는 이유는 활어회로 내기 때문이며

숙성회를 내는 일식집이라 해도 손질에서 숙성 보관까지 그 동선이 매우 짧고 일사불란한 처리가 가능하기 때문이겠지요. 

그러나 낚시꾼은 낚시에 온갖 신경이 집중되므로 잡은 활어를 잘 살려서 항으로 가져가는 방법과 거기서 피를 빼 다시 집으로 가져가는 매우 긴 동선에

대해 신경 쓰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래서 즉살이 반드시 필요한 것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즉살은 늦어도 2~3분 안에 죽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려면 신경절단을 해야 합니다.

신경절단은 크게 두 가지 타입이 있는데 하나는 관자놀이를 찔러 신경을 끊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척수를 끊어내는 방법으로 일본에서 유행하는 '이케시메'가

있습니다. 이 중에서 오늘은 관자놀이를 찔러 신경을 절단하는 방법에 관해 알아보겠습니다.

 

 

방법은 눈 윗부분을 찌르는 것으로 끝납니다. 매우 간단하죠?

 

 

바로 이 부분입니다. 사람으로 치면 관자놀이에 해당하는데 잘 보면 이 부분이 움푹 들어가 있습니다.

위치상으로는 머리뼈라 매우 딱딱할 것 같지만, 희한하게도 이 부위는 칼이 부드럽게 들어갑니다.

이렇게 칼을 넣은 다음 좌우로 살짝 비틀면 뇌 신경을 끊는 결과가 되므로 물고기는 파르르 떨다가 금새 죽어버립니다.

 

다음 단계는 평소 피 빼는 방법과 같습니다. 아가미 정 중앙을 찌른 다음 (씨알이 크면 꼬리자루의 비늘을 긁어내 그곳에 칼을 넣어 척추를 반쯤 꺾는다.)

물에 5분 정도 담가 놓으면 피가 깔끔히 빠집니다. 마무리로 세척 한 번 해준 다음 쿨러에 담아오는데 살이 얼음에 직접 닿지 않아야 하므로 김장용 비닐

봉투를 준비해 그 안에 고기를 담아오는 것도 방법입니다. 이렇게 신경을 절단한 고기와 그렇지 않은 고기는 갓 잡아 썰었을 때 식감의 차이가 거의 나지

않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근육의 단단함에서 적잖은 차이를 보입니다.

 

 

토치로 껍질만 굽는다.

 

위 생선들은 모두 대마도에서 서울로 가져온 것인데 손질한 시점부터 집으로 가져와 개봉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무려 12시간이나 됩니다. (이때가 자정)

이후 포를 뜨고 냉장고에서 18시간을 추가로 숙성하면 다음 날 저녁 6쯤에 꺼내 먹을 수 있으니 총 숙성 시간이 30시간에 이릅니다.

이렇게 숙성해도 차진 식감을 맛볼 수 있었던 것은 신경절단의 위력이 있었기 때문이겠지요.

참고로 위 예시는 벵에돔의 경우이며 어종에 따라 육질의 차이는 벌어질 수 있습니다.

 

 

토치로 껍질만 구워낸 다음 곧바로 얼음물에 담가 놓습니다.

이렇게 하면 열에 녹아 흐물해진 껍 감이 다시 살아나 쫄깃한 식감을 얻게 됩니다.

 

 

곧바로 건져서 물기를 꼼꼼히 닦아준 후 썰어 먹습니다.  30시간 숙성회다 보니 두툼하게 썰었습니다.

회는 이때 먹어야 하고 남은 것은 다음날 저녁에 초밥을 쥐면 아주 맛있습니다.

다음 날 저녁이면 총 숙성시간이 54시간이 되는데 이는 이틀하고도 반나절이 지난 시간입니다.

이때는 제아무리 신경절단으로 회를 장만했다 하더라도 육이 물러 우리 입맛에는 회로 먹기에는 적합하지 않고 (일본인들은 이 상태의 회를 즐기지만)

초밥을 쥐거나 혹은 회덮밥, 회무침, 회 비빔냉면으로 응용하면 아주 맛있게 먹을 수 있습니다.

 

이후 하루가 더 지났습니다. 총 숙성시간이 78시간이 되었습니다. 남은 회 조각을 썰어 도미 탕수나 튀김, 구이, 탕으로 즐기면 되겠습니다.

지금까지의 예시는 일반 냉장고가 아닌 김치냉장고 숙성 칸을 기준으로 하였습니다.

평소에 자주 여닫는 일반 냉장고는 냉기 순환과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되지 않기 때문에 소고기와 숙성회의 보관을 추천하지 않습니다.

 

오늘 글을 요약하자면, 평소 아가미를 찔러 피를 빼 왔다면, 그것을 하기 전에 관자놀이를 찔러 주세요. 그것만으로도 육질의 보전이 아주 좋아집니다.

오늘은 횟감용 생선을 싱싱하게 해주는 신경절단법에 관해 알아보았습니다. 다음에는 이케시메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제가 이케시메를 하기 위해 지난 번 대마도에 갔다가 시메 도구를 구입했습니다. 문제는 최근 낚시를 가지 못했다는 점.

조만간 큰 고기를 낚게 되면 그때 촬영해 소개해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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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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