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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제연어 만들기(1), 집에서 간단하게 훈제연어 만드는 방법
연어 시장은 해마다 성장해 이제는 수산물의 주요 산업이 되고 있습니다. 과거 80년도, 참치 캔 통조림이 처음 선보였을 때 국민의 반응은 미적지근했듯이 연어도 처음 시장에 나왔을 때는 그리 활발하게 소비되지 않았습니다. 당시 참치는 국민에게 생소한 어종이었고 맛도 익숙지 않았듯이 연어도 기호도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는 수산물 정도로 여기곤 했죠. 하지만 해가 거듭될수록 우리의 입맛은 서구화함에 따라 연어를 찾는 인구가 부쩍 늘어났고 이제는 외식 산업에서 빠질 수 없는 식재료로 부상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국민의 약 90%는 훈제연어를 먹어본 경험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민은 제대로 된 훈제연어 맛을 여전히 모르고 있습니다. 우리가 먹는 훈제연어는 대부분 훈연 방식이 아닌 조미료 뒤범벅인 액체, 목초액, 훈제 향이 가미된 액체를 인젝션을 통해 주입하거나 혹은 일정 시간 담가둔 것입니다. 물론, 최근에는 전통적인 건염방식으로 훈연한 제품이 나오고 있습니다만, 가격이 100g당 7~8천원 수준으로 굉장히 비싸 선뜻 사 먹기가 망설여집니다. 그 외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훈제연어, 패밀리레스토랑과 각종 뷔페에서 제공되고 있는 훈제연어는 대부분 훈제액을 주입한 연어이고 여기에 들어간 각종 식품첨가제는 물론, 성분 표시도 모호하다는 점에서 우리는 훈제연어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연기를 씌워 훈연하는 진짜 훈제연어는 어떤 원리로 만들어질까? 과연 가정에서도 만들어 먹을 수 있을까요?
이러한 궁금증을 풀기 위한 포스팅을 앞으로 몇 차례 할 생각입니다. 그 목차는 아래와 같습니다.
1) 집에서 간단하게 훈제연어 만들기
2) 10분이면 완성하는 장작불 훈제연어
3) 캠핑장에서 만들어 먹는 삼나무향 훈제 연어
4) 전통 방식으로 훈연한 훈제연어
여기서 저는 훈제연어'회''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습니다.
이 말은 "훈제연어의 기본은 익히지 않고 연기만 씌워야 하는 게 정석"이라고 주장하는 일부 사람들을 겨냥한 말입니다.
훈제연어는 말 그대로 훈제한 연어를 의미하는 것이며, 살을 익히는지 여부는 별개입니다. 그래서 훈제연어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누게 됩니다.
a. 고온 훈제
b. 저온 훈제
고운 훈제는 연어살을 훈연향과 열기로 서서히 익혀 살 속 깊숙이 배게 하는 것으로 최종적인 형태는 가열음식입니다.
이러한 고온 훈제는 각종 샌드위치, 샐러드, 카나페 등에 활용할 수 있고요.
반면, 저온 훈제는 50도 이하의 환경에서 콜드 스모크로 향을 입히는 것이므로 연어 살이 익지 않은 '훈제연어 회'가 됩니다.
이번에 저는 훈제연어를 만들기 위한 몇 가지 테스트하면서 '가정에서는 저온 훈제가 매우 어렵다.'는 안타까운 결론을 냈습니다.
위 목차 중 1), 2), 3) 번도 고온 훈제에 해당하며, 마지막 4)번은 저온 훈제로 남겨둘 생각입니다.
이 중에서 오늘은 집에서 간단히 만드는 훈제연어에 관해 알아보겠습니다.
왼쪽부터 시더플랭크, 히커리 톱밥, 매스큇 톱밥
1. 집에서 훈제연어 만들기, 첫 번째 방법(집에 오븐이 없을 경우)
생연어 300~400g, 히커리 톱밥 3큰술, 냄비, 산적 꼬지, 올리브유, 소금, 후추
훈제를 하기 위해서는 훈연에 필요한 몇 가지 준비물이 필요하지만, 오늘 컨셉은 집에서 별다른 준비물 없이 만드는 데 목적이 있으므로 준비물을 최소화하는 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사진의 준비물은 훈제연어는 물론, 소고기에 바비큐 향을 입히는 용도로도 사용됩니다.
자세한 설명은 다음 기회로 미루고요. 우선 집에서 간단하게 연어를 훈제하려면 히커리 톱밥(가운데)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톱밥은 한봉지(500g)에 약 4~5천원이면 구입할 수 있습니다.
산적 꼬지(이왕이면 사진에 나온 것보다 굵은 것이 좋음)와 냄비는 버릴 냄비로 사용하시기 바랍니다.
산적 꼬지는 연어를 받치기 위한 것으로 냄비에 꽉 끼도록 길이를 맞춥니다.
산적 꼬지로 발을 만들었습니다. 사실 이렇게 해도 열이 들어가면 곧잘 내려앉습니다.
그래서 산적 꼬지는 위 사진보다 조금 두꺼운 것을 이용하거나, 혹은 냄비에 꽉 끼게끔(빡빡하게) 끼워주는 것이 좋습니다.
마트에서 사 온 연어입니다. 고온 훈제이기 때문에 스테이크나 구이용을 써도 상관없습니다. 이때 중요한 건 '생연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해동한 연어는 물이 나와서 권하지 않습니다. 마트에서 파는 생연어도 잘 살피면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횟감용 연어이고 다른 하나는 구이(스테이크)용 연어인데 이 둘은 명백한 차이가 있죠. 횟감용 연어는 날로 먹어도 될 만한 선도이므로 100g당 가격이 7~8천원이며, 구이용은 횟감으로 먹기에는 지나가 버린 선도이기 때문에 100g 가격이 2.5천원~3천원 수준이니 약 3배 차이가 납니다. 마트의 생선 진열대에는 이렇게 구이용 생연어를 파는데요. 이것도 잘 보면 몸통 부위가 있고 제가 골라온 것처럼 뱃살 부위도 있습니다. 저는 뱃살을 좋아하기 때문에 이것으로 골라왔지만, 뱃살은 기름기가 많아 자칫 느끼할 수 있습니다.
구이용과 스테이크용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선도는 별반 차이가 없지만 껍질이 붙은 것은 구이용이고, 스테이크용은 껍질이 벗겨진 상태입니다. 이왕이면 껍질이 없는 스테이크용으로 사용하시기 바랍니다.
연어는 앞뒤로 올리브유를 바르고 약간의 소금과 후추로 밑간한 다음 재어 놓습니다. 오늘의 컨셉은 아무것도 갖추지 못한 가정에서 어떻게 훈제연어의 맛을 낼까? 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레몬 슬라이스나 딜(허브의 일종)과 같은 부재료는 완전히 배제하였습니다.
물론, 이러한 재료가 있다면 충분히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밑간을 완성한 상태입니다. 이 상태로 약 15~30분 정도 냉장실에 보관하다가
이렇게 올려줍니다. 냄비 아래에는 히커리 나무 톱밥이 밥숟가락으로 수북하게 3큰술 들어갔습니다.
가스 불은 약불로 조절한 다음, 뚜껑을 덮고 기다립니다. 혹시 연기가 밖으로 새 나올까 봐 젖은 휴지로 구멍을 틀어막았는데요. 이건 별 의미가 없었습니다. 연기가 냄비 뚜껑 밖으로 조금씩 새어 나오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중요한 건 히커리 톱밥이 단 시간 내에 타버려 일찌감치 소진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불 조절이 관건입니다. 너무 강하면 톱밥이 10분 이내에 소진되고, 또 너무 약하면(양초 수준)에는 톱밥이 타지도 않으므로 적당히 약한 불로 조절한 다음, 톱밥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하면 불을 좀 더 낮춥니다.
훈연 시간은 불의 세기에 따라 또, 들어간 톱밥 양에 따라 제각각인데 톱밥이 다 타버리면 그때부터는 연기가 나지 않으므로 그 이상 두는 건 의미 없겠죠. 여기서는 약 20분 정도 훈연했습니다. 이 시간이 정확한 시간도 아니고 적당히 향을 입히면 되는 것이라 시간을 너무 칼 같이 지키지는 않아도 됩니다. 원래는 최소 한 시간 이상을 훈제해야 하고, 고온일수록 그 시간이 줄어들어야 하므로 이번처럼 '즉석 훈제연어'의 개념에서는 오래 하지 않습니다. 이 훈연 시간은 톱밥이 다 탈 때까지이므로 톱밥 양과 불 조절에 의해 매번 달라집니다. 주방에는 연기가 자욱할 수 있으니 팬을 틀어놓고 하세요.
훈제연어 완성
이렇게 하면 히커리 나무의 훈연향이 은은히 밴 훈제연어가 됩니다.
그런데 이 방식은 나무 꼬지로 발을 설치해야 하는 등, 방법적으로 조금 번거롭습니다. 그래서 생각하게 된 것이 '방법 2'입니다.
2. 집에서 훈제연어 만들기, 두 번째 방법(오븐이 있다면 이 방법을 추천)
생연어 300~400g, 히커리 톱밥 3큰술, 오븐, 산적 꼬지, 올리브유, 소금, 후추
해보니 두 번째 방법이 간편하면서 깔끔하더군요. 단, 이 방법은 집에 미니오븐이라도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방법은 위 사진을 참고하세요. 먼저 석쇠에 나무 꼬지 7~8개를 가지런히 놓습니다. 그리고 그 위에 밑간한 생연어를 올립니다. 석쇠에 나무 꼬지를 깐 이유는 연어가 석쇠에 들러붙는 현상을 막기 위함입니다.
오븐용 철판에는 히커리 톱밥이 3큰술 깔립니다. 이것으로 훈제연어를 만들 준비는 끝이 납니다. 간편하죠?
오븐의 맨 아래에는 히커리 톱밥이, 맨 위에는 생연어가 올려집니다. 그리고 오븐의 열은 맨 아래 것만 켭니다.
온도는 150도에서 약 30분을 가열했습니다. (오븐은 모델마다 성능이 다르므로 이것이 정확한 지침이 되진 않습니다.)
오븐을 이용한 훈제연어 완성
히커리 훈연향이 연어 살에 은은히 배서 먹기 전에 코로 느끼고 입으로 맛을 음미합니다.
여기서 연어를 받치고 있는 나무 꼬지는 그대로 둬도 되고, 눈에 거슬리면
통째로 뒤집은 다음 하나씩 떼면 잘 떼어집니다. 이때 연어 살이 조금 붙어 나오기는 하는데 아이들이 잡고 뜯어 먹게 해도 됩니다. ^^
훈제한 연어는 샐러드, 크림치즈 베이글 연어 샌드위치, 연어 오픈 샌드위치, 그 외 다양한 요리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가정에서 훈제한다는 게 생소할 수도 있지만, 히커리 톱밥 하나면 충분히 훈연향을 입힐 수 있다는 사실. 오늘 꾼의 레시피는 여기까지입니다. 다음에는 야외 캠핑장에서 간단하게 해 먹는 훈제 연어와 고기를 굽고 남은 숯의 잔열로 훈제하는 방법에 관해 알아보겠습니다.
※ 추신
오븐에 훈제 향이 배는 것을 두려워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렇게 치면 생선구이는 물론, 육고기를 굽는 것도 냄새가 배기는 마찬가지인데요. 생선 자체를 오븐에 사용하지 않는 이들에게는 이 글이 별로 유용하지 않을 것이란 생각도 해봅니다. 다음 편을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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