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밥에 관해 몰랐던 고급 상식들


 

 

초밥을 먹습니다.

싱싱한 초밥을 먹습니다.

입에 넣으면 쫄깃하고 차진 생선회가 씹히면서 달짝한 밥맛이 입맛을 확 끌어올립니다.

초밥을 좋아하는 이유는 다양한데 그중 세 가지만 예로 들겠습니다.

 

1) 밥이 새콤달콤해 초밥이 맛있었다.

2) 차진 생선회의 쫄깃함이 마음에 들었다.

3) 입에 넣으면 차고 시원한 느낌이 들어서 마음에 든다.

 

이 중에서 1)번과 3)번의 맛으로 초밥을 즐겨왔다면 그 사람은 초밥을 제대로 알고 먹었을 확률이 매우 낮습니다.

이 대목에서 당혹스러워하는 이들이 있으리라 봅니다. 어쩌면 언짢은 기색을 보일 런지도요.

사람들은 내가 즐기는 음식과 취향에 대해 누군가로부터 간섭받게 되면 본능적으로 불편해합니다.

하지만 이 글은 그런 반응을 감수하더라도 전달해야 할 분명한 목적이 있습니다. 초밥, 얼마나 알고 드시나요?

초밥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관심을 두고 읽어볼 만한 글이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Question 1

여름에는 음식이 쉽게 상하는데 초밥은 먹어도 괜찮나요?

 

#. Answer

초밥은 날음식이므로 맛은 물론, 위생이 검증된 식당을 이용해야 합니다.

그랬을 때를 전제로 한다면, 우리가 시중에서 사 먹는 초밥 재료는 크게 수입산 냉동 재료와 숙성한 횟감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냉동 재료를 사용한 초밥은 주로 마트, 예식장, 돌잔치, 출장 뷔페, 프랜차이즈, 무한리필 초밥 뷔페 등으로 저렴하면서 양으로 승부하는 외식업에서

사용하고, 숙성한 횟감은 활어 보관용 수조를 갖춘 집에서 사용합니다. 주로 횟집, 일식집, 전문 스시집, 호텔 스시가 여기에 해당하겠지요.

숙성회는 죽은 생선으로 만든 것이 아니고, 산 생선을 손질해 전용 숙성고(또는 냉장고)에 저온으로 보관한 것을 말합니다.

보관 온도는 1~3도로 낮으므로 식중독균을 비롯한 각종 균이 있다고 하더라도 증식이 현저히 느리며, 애초에 활어를 위생적으로 손질했으니 여름에도 

기생충과 식중독균에 대한 염려는 다른 계절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위생관념이 있는 가게에만 해당하는 내용입니다.

그래서 여름에 초밥을 드실 때 가장 큰 관건은 '위생이 검증된 곳'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위생관념이 좋은 집은 어떻게 보고 판단할 수 있을까요? 생각해 보면 답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해마다 여름이면 회와 초밥을 먹고 탈이 났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종종 듣습니다. 그런 이야기를 듣다 보면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대부분 타지에서 날음식을 먹다가 고생하는 경우입니다. 여름은 계절적 특성상 우리의 생활권을 벗어나 타지로 여행하거나 출장 갈 기회가 많습니다.

이 시기에는 휴가철도 끼어 있습니다. 해수욕, 물놀이, 캠핑을 위해 산이며 바다로 떠납니다. 그리고 우리는 타지의 낯선 식당에서 대부분의 끼니를

해결합니다. 특별히 인터넷 검색으로 수소문해 간다더라도 행락객이 몰리는 관광지 식당은 일 년 열 달을 쉬어도 두 달 장사로 먹고사는 곳입니다.

당연히 위생에 소홀히 할 수밖에 없으며 일부는 맛과 서비스도 엉망인 데 비해 가격은 높여 받습니다.

 

검증되지 않은 관광지 식당, 한철 장사로 먹고 사는 곳, 뜨내기 손님으로 장사하는 곳.

포구, 해안가에 즐비한 횟집 중에서도 테이블 회전율이 떨어져 수조에는 이끼가 끼고 물이 더럽고 활어는 죽어 나가는 곳.

이런 식당 중 상당수는 위생의 사각지대에 놓인 곳입니다. 우리가 회를 먹고 탈이 나는 이유는 활어 자체의 문제이기보다 칼, 도마, 식기류의 위생이

좋지 못해 일어나는 일이므로 여름 초밥은 평소 애용하던 동네 횟집, 단골 스시집, 평판 좋은 일식당을 이용하기를 권장합니다. 

 

 


 

 

 

#. Question 2

임신 6개월의 임산부입니다. 초밥이 너무 먹고 싶은데 주변에는 임산부가 날음식을 먹는 것이 위험하다고 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먹어도

상관없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어 헷갈립니다. 어느 쪽 장단에 맞춰야 할까요? 정말 임산부는 초밥을 먹으면 안 되나요?

 

#. Answer

"임산부는 초밥을 먹어선 절대로 안 됩니다."

아마 제가 이러한 답변을 내놓았다면 질문자의 마음은 조금 상심했을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질문자의 마음속에는 이미 초밥을 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자기 생각이 맞는지 확인받고 싶은 것도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임산부가 초밥을 먹었을 때 위험하다는 근거로는 식중독과 기생충 감염을

꼽습니다. 그 무엇보다도 재료를 다루는 조리장의 마인드와 위생 관념이 무엇보다도 중요하죠. 결국, 이것도 위에서 언급한 답변과 비슷합니다. 

평소 애용하는 단골집, 사람들로부터 평판이 좋은 스시집을 이용한다면 초밥을 먹고 탈이 날 확률이 거의 없겠지요.

특히, 기생충은 양식산 활어에서 보기 어렵고, 설령 자연산 활어에 있다 하더라도 손질 과정에서 제거됩니다. 그러므로 해안가 포구에 밀집된 횟집이나

수산시장이 아닌 도심지의 초밥 가게와 스시 전문점, 유명 일식집의 초밥을 먹고 탈이 날 확률은 굉장히 낮습니다.

 

혹자는 0.01%의 확률이라도 임산부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면 조심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반문하지만, 그렇게 치면 한여름에 쉬어버린 김밥이나

반찬을 잘못 먹고 탈이 날 확률도 초밥 이상으로 존재합니다. 아직 일어난 일은 아니어도 일어날 확률이 있는 것에 대해 '발생확률'이라고 부릅니다.

발생확률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조심해야 하는 게 맞지만, 애초에 그 발생확률을 유독 초밥(활어를 손질해 저온에 숙성한 것)에만 엄중히 적용한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봅니다. 그 이유는 임산부가 먹는 초밥에 대해 한 가지 중요한 전제를 깔았기 때문입니다.

 

앞서 저는 위생이 검증되고 평판이 좋은 스시집이라는 전제를 깔았습니다. 이 전제 하나만으로도 발생확률은 현저히 낮아집니다.

여름에는 초밥 뿐 아니라 그 어떤 음식도 쉬 상합니다. 여기에 날음식은 조금이라도 관리가 소홀하면 위생적으로 문제가 생깁니다.

하지만 하루 수십, 수백 명이 다녀가는 업장이라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그 정도의 식당이라면 위생에 매우 민감할 수밖에 없으며, 요즘 같이 인터넷과

SNS를 통해 상호와 음식이 공유되는 시대에서는 더욱 조심하게 됩니다. 그랬을 때 해당 초밥을 먹고 탈이 날 확률이 일상에서 상한 음식을 먹고 탈이 날

확률보다 높을 것이라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날음식에 대해선 기본적인 불안과 불신을 품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우리 자신의 문제보다도 그렇게 만든 업계의 잘못이 큽니다. 이 문제를 초밥의 본고장인 일본으로 확대해 보면 정확히 알 수 있습니다. 

한여름 기온이 40도에 육박하는 일본은 그야말로 아열대성 기후를 보입니다. 우리보다 훨씬 무더운 여름을 나야 하는 환경에서도 스시에 대한 일본인들의

욕구는 멈출 줄 모릅니다. 이유는 한 가지입니다. 업계에 대한 불신이 적기 때문입니다. 불신이 적은 그만큼 업계의 위생 관념이 투철하다는 것이겠지요.

앞서 제가 위생 관념이 바로 선 집을 이용하라고 전제를 깐 것도 이와 일맥상통합니다. 만약, 초밥이 식중독을 곧잘 일으키는 음식이라면 일본 열도는

매해 여름마다 초밥에 의한 식중독으로 골머리를 앓아야 할 것입니다.

 

발생확률을 적용할 때는 공평해야 합니다. 잘 찾아보면 우리 주변에는 회전율이 높고 맛으로 소문난 스시집이 너무나 많습니다.

정말로 임신 중에 초밥이 먹고 싶다면 깔끔하고 맛 좋은 초밥집을 찾으려는 노력 정도는 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주로 남편이 돕겠지요.)

이러한 노력의 결과와 전제를 무시하고 단지 '날음식'이라는 이유만으로 초밥 전체를 대상으로 무리하게 발생확률을 적용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요점은 초밥을 포기해도 되는지의 여부에 달렸습니다. 초밥이 너무 당겨서 꼭 먹어야 직성이 풀린다면, 먹지 못했을 때의 마음고생과 스트레스가 그 사람

에게는 더 해로울 수 있습니다. 선택은 본인의 몫이지만, 위에서 전제한 위생의 조건을 만족시키는 매장이라면 저는 초밥을 먹어도 된다는 입장이며,

실제로 저는 제 아내가 임신했을 때 질 좋은 생선회와 초밥을 자주 먹였습니다. 다만, 냉동 재료로 만든 초밥은 임산부에게 권하지 않습니다. 아래에 더욱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중국산, 동남아산, 원양산 등 냉동 재료로 만든 초밥은 1%라도 대장균을 포함할 수 있고, 대게 냉동 초밥을 취급하는 업장은 다루는

식자재에 자부심이 없고 관리를 소홀히 할 확률이 있으니 발생확률을 따질 수 있습니다.

 

 


 

 

#. Question 3

평소 마트 초밥을 즐기는 사람입니다. 보통 마트에서 파는 초밥은 아무래도 품질이 떨어질 것이란 인식이 있는데요.

실제로 마트에서 팔고 있는 초밥의 품질이 무척 궁금합니다. 그 가격에 맞는 품질이라 할 수 있는지요?

 

#. Answer

마트에서 파는 초밥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진열대에 낱개로 포장해 놓은 것(A)과 활어 초밥(B)이 있죠.

A는 저가형 초밥 뷔페에서 사용하고 있는 재료과 같은 품질입니다. 주로 동남아시아, 중국, 원양산 원어물을 가공해 초밥용에 맞도록 포장,

냉동식품으로 수입돼 비가열 승인을 마친 제품들입니다. 초새우와 문어(태국, 베트남), 초연어(칠레), 농어(대만), 흑새치(원양), 붉평치(원양),

돛새치(원양), 보리멸(베트남), 장어(중국), 북방조개(캐나다), 초한치(베트남) 등등이 사용되며 개당 400~800원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이들 초밥의 재료는 20~30개가 든 한 팩의 가격이 4~5천원으로 저렴해 마트와 뷔페, 프랜차이즈에서 선호합니다.

반면에 B는 마트 수조에 있는 활광어로 쥔 초밥이며, 연어는 노르웨이산 생연어를 냉장 보관한 상태에서 손질을 거쳐 초밥을 쥡니다.

이러한 초밥은 수입산 냉동 재료보다 맛과 품질에서 뛰어나기에 가격은 10피스가 든 한 팩이 만원 전후로 형성됩니다.

결과적으로 그 가격에 적당한 품질이라 할 수 있으며, 마트에서 파는 광어와 연어 초밥은 가격대비 품질이 양호한 편이라 할 수 있습니다.

 

 


 

 

 

 #. Question 4

마트에서 초밥을 한 팩 사 왔는데 냉장고에 넣어두기만 하고 먹지 못했습니다.

하루 정도 지났는데 먹어도 되나요? 마트 초밥의 유통기한이 궁금합니다.

 

#. Answer

마트에서 초밥을 구입할 때는 제조 시간을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마트는 저녁에 손님이 몰리므로 오후 4~5시에 활어를 손질해 생선회를 내며 일부는 초밥을 쥡니다. 

그때부터 마트 초밥의 유통 기한은 제조 시간으로부터 6시간까지입니다. 6시간 안에 물량을 소진하지 못하면 폐기해야 하므로 폐장 한 시간 전에는 

할인 행사에 들어가니 이때 구입하는 것도 요령입니다. 그렇다고 이때 구입한 초밥의 신선도가 떨어져 먹기 불편한 상태는 아닙니다.

오히려 초밥은 냉장 보관한 상태에서 숙성되는 것이니 제조 시간으로부터 5~6시간이 지난 초밥이 갓 만든 초밥보다 맛있을 수 있습니다.

 

다만, 우리의 보편적인 인식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신선도가 떨어져 구입이 꺼림칙하다는 데 있습니다.

그렇다면 하루 지난 초밥은 먹어도 될까요? 답은 '먹어도 된다.' 입니다. 그런데 그것이 최상의 상태는 아닙니다.

공기에 노출된 상태에서 냉장 보관하였기 때문에 밥은 물론, 회의 겉표면이 말라 육의 상태가 뻣뻣하고 씹으면 푸석합니다.

밥알도 떡이 져서 입에 넣었을 때 잘 풀어지지 않습니다. 초밥이 하루만에 상하는 음식은 아니지만, 맛은 하루 만에 변질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그날 산 초밥은 그날 드시기 바랍니다.

 

 

 

#. Question 5

맛이 있다고 정평 난 횟집에서 초밥을 먹었습니다. 그런데 그곳 초밥은 차갑지 않았고 미적지근한 게 영 입맛에 안 맞더군요.

초밥이 미지근하니 신선도가 떨어지는 것 같은데 이 점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Answer

어떤 음식이든 지나치게 차거나 뜨거우면 식재료가 가지는 본연의 맛을 느끼기가 대단히 어렵습니다.

생선회와 초밥은 섬세한 음식이기 때문에 미묘한 온도 차이가 곧 맛의 차이로 벌어질 수 있습니다.

초밥은 초밥을 쥐는 사람의 섬세한 칼질과 테크닉, 여기에 식재료가 가지는 특성을 이해했을 때 본연의 맛을 잘 살리게 됩니다.

본연의 맛에 다가간다는 것은 그 음식이 적당한 온도를 가졌느냐의 문제로 연결됩니다.

초밥에서 샤리(밥)의 적정 온도는 사람의 체온과 비슷한 35~36도 입니다. 이 온도는 손으로 만져보았을 때 보온밥통에서 갓 꺼냈을 때의 뜨거움이

식어서 약간 미지근한 상태입니다. 초밥의 밥이 너무 뜨겁거나 차갑지도 않은 미지근한 상태일 때 함께 곁들인 네타(재료)의 맛이 부각되면서 서로

어우러지는 음식이 초밥인 것이지요.

 

그런데 이러한 원칙을 지키면서 초밥을 쥐는 식당은 우리 주변에 그리 많지 않습니다.

초밥 전문점이 아니고서는 냉동 재료 몇 가지를 밥 위에 올려 차갑게 내는 인스턴트 초밥이 대부분이며 우리가 주변에서 간편하게 사 먹는 초밥의

품질이 대략 그러합니다. 이러한 품질에 소시민들의 입맛이 길들었다는 것. 우리나라의 경제지표를 말해주는 단적인 예인가도 싶습니다.

저는 우리 국민의 경제 수준이 나아져서 보다 수준 높고 따듯한 초밥 맛에 입맛이 길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 Question 6

입자가 살아있는 생와사비를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일식집에 가면 주로 내는 생와사비는 직접 갈아서 낸 건가요? 

 

#. Answer

그렇지 않습니다. 시중의 일식집에서 내는 생와사비는 와사비 함유량이 100%가 아닌 30~50% 정도 함유된 제품을 사용합니다. 

여기에 대해 부연 설명을 하자면, 우리가 주로 먹는 와사비는 뿌리 식물의 일종인 고추냉이로 만드는 줄로 알고 있지만, 고추냉이 외에도 서양의 겨자 무인

홀스레디쉬를 함께 섞어서 만듭니다. 이유는 고추냉이의 희소성에 있습니다. 고추냉이는 재배 조건이 매우 까다롭기 때문에 일부 제품을 제외하면 대부분

중국산을 사용할 수밖에 없고 단가 또한 비싸 70~80% 이상 함유하기가 어렵습니다.

시중에는 몇 종류의 튜브형 생고추냉이가 시판되고 있는데 일식집에서 사다 쓰는 제품들이기도 합니다.

대표적으로 303, 505, 705, 999, 그리고 녹미원 제품이 있으며 이들 제품은 고추냉이 함유량이 30~50%, 나머지는 홀스레디쉬를 섞습니다.

반면, 100% 고추냉이를 사용하는 곳도 있습니다. 이름이 정평 난 유명 스시집과 호텔 일식당에서는 고추냉이 뿌리를 강판에 갈아서 제공합니다.

하지만 그것을 맛본 사람은 전 국민의 1%도 안 될 것입니다.

 

 

 

#. Question 7

성게알 초밥을 좋아하는데 이것이 성게 알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성게알은 정확히 어떤 부위를 말하는 건가요?

 

#. Answer

편의상 성게알이라고 부르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성게의 생식소입니다.

생식소는 암수에 따라 각각 난소와 정소로 구분되는데 색의 차이만 있을 뿐, 맛과 향은 비슷합니다.

여기서 난소란 암컷이 품고 있는 알주머니(곤이)를 말하며, 정소는 수컷이 품고 있는 정자주머니(이리)를 뜻합니다.

그러므로 성게의 난소를 성게알이라고 부르는 것은 큰 맥락으로 봤을 때 틀린 말은 아닙니다.

 

 

보라성게를 쪼갠 모습

 

시중에서 유통되고 있는 성게알은 크게 보라성게알과 말똥성게알이 있습니다.

제철은 둘 다 봄부터 여름까지이며 이 시기에 산란하기 때문에 이때가 제철이 됩니다.

보통의 어류는 정소와 난소를 찌우기 직전, 살이 오를 때가 제철이 되지만 성게는 난소와 정소만 먹는 것이므로 이러한 생식소가 가장 비대해질 때가

제철이 됩니다. 맛은 보라성게보다 말똥성게가 좀 더 낫고 일본에 주로 유통되는 북쪽말똥성게 알은 최고로 칩니다. 

 

 

 

#. Question 8

날치알의 원재료는 날치알인가요? 

 

#. Answer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오늘날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날치알은 날치의 남획으로 귀해져 열빙어(시샤모) 알을 많이 섞는 실정입니다.

날치알이라고 판매되는 제품을 살피면 날치알과 열빙어 알이 반반씩 섞이는 게 많으며 여기에 설탕, 합성 감미료, 소금, 그리고 제품에 따라서 와사비가

들어간 것도 있습니다.

 

 

 

#. Question 9

초밥집에 가니 이렇게 생긴 초밥이 나왔습니다. 겉에는 알이 덕지덕지 붙어 있지만 별다른 맛은 나지 않는데요.

이것의 정체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 Answer

혹자는 이것을 가리켜 가즈노코(청어의 난소에 소금 간을 한 일본의 전통 초밥 재료)라 말하지만, 여기에는 청어알이 들어가지 않으므로 가즈노코라

할 수 없습니다. 재료 이름은 '스시노바'라 부르며 몇 가지 재료를 섞어 만든 가공식품입니다.

스시노바는 주로 저렴한 초밥 뷔페와 프랜차이즈에서 사용하기 때문에 값비싼 청어알은 들어가지 않으며 대부분은 북방조개살 위에 날치알과 열빙어알을

혼합한 것을 초밥용 네타에 맞도록 고안된 식품입니다. 

 

 

 

#. Question 10

문어는 굉장히 비싼 재료로 알고 있는데 초밥집에 가면 문어 초밥이 자주 나옵니다. 문어 초밥은 정말 문어로 만든 것이 맞나요?

 

#. Answer

문어는 맞습니다. 다만, 우리가 알고 있는 값비싼 문어가 아니고 동남아 아열대 해역에 서식하는 작은 문어를 가공 처리해 냉동 상태로 들어옵니다.

주로 베트남, 필리핀, 태국에서 들어오며 이들 제품 중에는 문어도 있고 주꾸미도 있습니다.

문어는 껍질 색이 진하며(위 사진), 주꾸미는 이보다 엷습니다. 이런 동남아산 냉동 재료는 초밥 뷔페, 프랜차이즈에서 구색 맞추기로 많이 사용됩니다.

 

 

 

#. Question 11

아버지가 수원에서 인천으로 2시간 정도로 걸려서 오셨는데 이 연어 초밥 색깔이 좀 이상합니다. 상한 건가요.?

 

#. Answer

사진의 초밥은 연어가 아닌 눈다랑어 초밥으로 보입니다. 연어의 근육에는 색소 성분 중 하나인 '아스타잔틴'이 포함되어 있는데 아스타잔틴에 의한

붉은색 반응은 고작 몇 시간 만에 변하지 않습니다. 게와 새우에도 아스타잔틴이 많이 들어 있어서 가열하면 붉게 변하는데 그 상태에서 수 시간을 두어도 

색이 변하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또한, 연어의 붉은살은 아스타잔틴에 의한 것이므로 참치와 같은 붉은살생선회에 속한다고 볼 수 없습니다.

결론은 두 시간만으로는 상하지 않지만, 만약 그때가 여름이고 에어컨이 닿지 않은 트렁크에 넣어 온 것이라면 먹지 않는 게 낫습니다.

 

 

 

#. Question 12

락교라고 하는 이것이 무엇으로 만들어진 건지 궁금합니다. 파뿌리라는 말도 있고 마늘이라는 말도 있는데 어느 쪽이 맞는지요?

 

#. Answer

파뿌리는 아니고 마늘은 더더욱 아닙니다. 사실 락교는 일본식 발음이며 우리식 명칭은 '염교'입니다.

염교라는 뿌리 식물이 따로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쪽파 머리로 락교를 만들어도 상관 없습니다. 언뜻 보면 둘 다 비슷하게 생겼습니다.

 

 

 

#. Question 13

초밥을 먹을 때 젓가락질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초밥을 먹는 올바른 방법이 따로 있나요?

 

#. Answer

있습니다. 초밥을 드실 때는 밥이 아닌 생선살에 간장을 찍어 먹는 것이 기본입니다.

밥에 간장이 닿으면 밥이 간장을 흡수해 간이 세지기 때문입니다. 우선 생선살에 간장이 닿게 하려면 젓가락으로 잡는 요령을 알아야 합니다.

먼저 초밥을 옆으로 뉘웁니다. 그 상태에서 젓가락으로 집으면 위 사진과 같은 모양이 됩니다.

이렇게 집으면 생선살만 간장에 닿게 해 먹기가 수월해집니다. 만약, 스팀 수건을 제공하는 가게라면 손을 충분히 닦아 준 후 맨손으로 집어서

먹는 방법도 있습니다. 초밥을 맨손으로 먹는 것은 결코 흉이거나 결례가 되지 않습니다. 

 

아울러 초밥은 매우 섬세한 음식입니다. 겉보기에는 밥 뭉치에 생선살을 얹은 것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는 수년간 반복되는 고된 노동과 함께 초밥을

쥐는 장인 정신이 깃들어 있습니다. 초밥을 맨손으로 먹는 것과 같이 쥐는 사람도 맨손으로 쥐는 것이 기본입니다.

날 음식을 다루는 것이므로 작은 실수 하나가 손님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고, 좋은 맛을 그르칠 수도 있습니다.

그 정도로 섬세한 음식을 음미하는 것이기에 초밥집에서는 진한 향수 냄새로 인해 옆 사람의 식사에 방해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초밥은 그 종류가 너무도 다양해 일일이 알고 먹기가 힘듭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초밥의 종류를 알고 먹는 것과 모르고 먹는 것에는

맛을 음미하는 데 적잖은 영향을 줍니다. 모르는 초밥 재료에 대해서는 주저하지 말고 실장에게 물어보시기 바랍니다.

사용하는 식재료에 자부심을 가진 실장이라면 손님이 물어오는 질문에 친절히 답변해 줄 것입니다.

초밥에 관한 더 많은 내용이 있지만, 그 내용은 다음에 출판하게 될 제 책에 양보하겠습니다. ^^;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하며, 아무쪼록 여름에도 좋아하는 초밥을 맛있게 드시기 바라면서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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