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생각하는 활어회와 선어회의 오해


 

 

얼마 전, 인터넷을 보니 활어회와 선어회에 대한 논쟁이 매우 뜨거웠습니다.

"활어회는 맛이 없다."고 쓴 유명 맛 칼럼니스트의 글에는 개인의 취향을 저격받은 성난 네티즌들의 반발을 샀고 댓글에는

'활어회 VS 선어회'의 양상으로 격돌하면서 글의 논점이 흐려지기도 했습니다. 그분의 활어회 공화국에 대한 일침이 평소보다

유난히 강했던 이유는 그렇게 호소한들 쉬 고쳐지지 않는 우리 국민의 활어회 맹신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그것은 불필요한 유통 구조와 수조 유지비를 줄이면 우리 국민도 맛있는 생선회를 저렴하게 먹을 수 있다는 외침이기도 합니다.

또한, 합리적으로 소비돼야 할 생선회 문화가 불신으로 가로막혀 있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도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칼럼에서 활어회, 특히 바다에서 갓 잡은 활어회가 맛이 없다고 규정한 부분은 다소 마음에 걸립니다.

왜냐하면, 생선회의 맛 포인트는 단순히 감칠맛(이노신산)의 양으로는 규정하기 어려운 다양한 맛이 공존하기 때문입니다.

단맛과 고소한 지방의 맛, 여기에 식감이라는 변수가 숙성 정도에 따라 오르기도 하지만, 어종과 씨알에 따라 되려 퇴색하면서

우리의 기대와는 전혀 다르게 나올 수도 있는 게 생선회입니다. 물론, 해당 칼럼은 '일반적인 관점'으로 묶어둔 것이라고 봅니다.

우리 국민이 주로 먹는 우럭, 광어, 도미, 농어, 강도다리 정도의 양식 활어라면 대체로 숙성한 회가 맛이 좋은 게 사실이니까요.

그렇다고 모든 생선회의 맛을 선어회로 규정하기에는 무리가 있었습니다.

 

배에서 즉석에서 썰어 먹는 붉은쏨뱅이의 맛을, 기름기 잔뜩 오른 여름 벤자리의 맛을, 낚시로 갓 잡은 긴꼬리벵에돔을 막 썰어

마른김에 보리밥을 올리고 제주도식 초된장을 듬뿍 올려 먹는 그 복합적인 맛을 저는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갯바위에서 낚자마자 썰어 먹었던 여름 쥐노래미회를, 그리고 돌돔회를, 한겨울에 맛보았던 거제도산 대물 숭어회를, 초된장에 찍어

먹는 활 독가시치와 볼락 쌈밥 등등.

그러므로 생선회 맛은 활어회와 선어회로 우열을 가릴 수 없으며 어느 한쪽을 기준으로 삼거나 깎아내릴 수 없는 것입니다.

각자 가지는 맛의 포인트가 다르단 것을 제 입으로 혀로 그리고 분위기로 느껴왔기 때문입니다.

 

활어회를 즐겨 먹는 사람에게 회 먹을 줄 모른다고 깎아내리거나 반대로 선어회를 즐긴다 하여 남다른 미식가라 여기는 것만큼

독선도 없을 것입니다. 활어회는 활어회에 맞는 횟감이 있고, 선어회는 선어회에 적합한 횟감이 있습니다. 

각자 특성에 맞는 칼질 법이 있으며, 궁합에 맞는 소스가 다릅니다. 

 

 

즉석에서 썰어 먹는 붉은쏨뱅이의 탱글탱글한 식감

 

제철 감성돔 회의 구수한 맛

 

낚자마자 썰어먹는 긴꼬리벵에돔과 보리밥, 제주도식 초된장

 


잠시 살려두었다 썰어먹었던 돌돔과 붉바리회

 

기름기 오른 한여름의 벤자리 회

 

봄볼락의 차지고 달큰한 맛

 


단맛이 많아 현미 색을 띠는 여름 쥐노래미회

 

질기지 않으면서 사각사각 씹히는 식감이 예술인 겨울 활 숭어회

 

활어회와 숙성회는 맛과 식감의 차이가 두드러지기 때문에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립니다. 다시 말해, 취향 차가 크게 벌어지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모든 현상도 다양한 횟감을 두루두루 맛보지 못하면 비교 대상이 한정적이므로 지금까지 자신이 먹어온 회가 그 사람에게는 

최고일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활어회도 좋아하고 선어회도 좋아합니다. 각자 맛의 포인트가 다르기 때문에 활어회와 선어회로 맛의 

우위를 가르거나 규정짓기보다는 취향의 차이로 보고 있습니다. 다만, 어종과 씨알에 따라 활어회가 나을 수도 있고 선어회가 좀 더 

나을 수는 있습니다. 여기에 같은 어종이라도 산지에 따라, 서식지와 먹잇감에 따라, 그리고 활력(스트레스)에 따라, 조리장의 칼 솜씨에 

따라 맛의 차이는 카멜레온처럼 변하기 때문에 생선회의 맛 포인트를 선어회에만 두게 되면, 활어회가 갖는 장점을 놓칠 수 있습니다. 

 

그래도 저는 해당 칼럼이 말하고자 하는 의미에 대해서는 한 번쯤 되새겨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국민이 활어회 공화국에서 한 발짝 벗어나 좀 더 다양한 형태의 생선회를 접했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그러려면 입맛과 기호가 다양하게 공존해야 할 것이며, 이러한 소비자의 요구에 따라 업계도 따라서 발전해야 할 것입니다.

활어회만이 싱싱한 회가 아님을, 선어회도 전문점이 취급한 것은 충분히 싱싱하며 차진 식감에 맛도 좋음을.

우리 주변에 다양한 형태의 횟집이 생겨 소비자의 입맛과 취향의 폭을 넓혀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추신

실수로 이 글이 토요일 밤에 발행되는 바람에 지우고 다시 올립니다. 그때 댓글 다셨던 분들에게는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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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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