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갑오징어 낚시(2), 낚시에서 환상적인 갑오징어 회로 탈바꿈하기까지


 

 

 

어제 글에서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어제 글을 못 보신 분은 여기를 클릭생애 처음으로 경험한 갑오징어 낚시)

시간은 오전 11시. 아침에 갑오징어 몇 마리가 적극적으로 달려들었을 때 최대한 낚아놨어야 했지만, 저는 처음 하는 낚시다 보니

감을 익히느라 시간을 허비했습니다. 다른 사람이 4~5마리 잡았을 때 겨우 한 마리를 잡고선 그 감으로 연타로 세 마리를 낚는 데

그쳤으니 걱정이 든 것도 사실입니다. 물때는 어느덧 간조를 맞이하니 입질도 쑥 들어가버리고 가끔 툭툭 치는 느낌이 전달되곤 했지만,

챔질하면 걸려들지 않은 것으로 보아 전반적으로 활성이 낮아진 것으로 보입니다.

 

 

※ 참고 사항

주꾸미, 갑오징어 낚시 시즌은 9~11월이지만, 이 중에서도 최대 성수기를 꼽으라면 단연 10월입니다.

이 시기에는 갑오징어의 씨알도 많이 자랐을 때고 개체 수, 활성도도 9월이나 11월보다 월등히 앞서기 때문에 한 사람당 수십 마리

조과가 가능합니다. 다만, 본 조행기는 9월 중순에 다녀와서 그런지 씨알과 마릿수가 전반적으로 좋지 못했습니다.

이 배에서 가장 많이 잡은 사람이 40~50수였으니 지금(10월) 가면 세 자릿수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때가 초들물에 접어들면서 다시 한 번 입질이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일행인 남규 형님도 쭉쭉 뽑아내고 있었고, 배 앞자리 뒷자리 할 것 없이 여기저기서 갑오징어가 올라옵니다.

그리 폭발적인 입질은 아니지만, 서너 번 캐스팅하면 그중 한 마리는 올라오니 재미가 쏠쏠하군요. 

 

 

내게 걸린 갑오징어

 

다른 사람들도 한둘씩 뽑고 있으니 저도 질세라 갑오징어를 맞이하기 위해 온갖 촉각을 초릿대에 집중시켜 봅니다.

흔들리는 선상에서 카메라를 매가며 낚시하는 것이 불편하지만, 그렇다고 내려놓고 하게 되면 결정적인 장면을 놓치게 됩니다.

사진은 언제든 스탠바이를 해야 하기에 저의 경우는 카메라 끈을 길게 한 다음 허리춤에 매고 하다가 앞사람이든 옆 사람이든 뭔가를

낚아 올리면 파이팅하는 장면과 들어뽕 장면, 그리고 갑오징어를 낚은 일행의 포즈를 찍는 식입니다.

그러면서도 제 낚싯대는 바닷물에 담그고 있어야 합니다. 그러다 보면 원치 않게 바닥 걸림이 생기기도 하는데 이제는 요령이 붙어서

카메라를 들어야 할 때는 채비를 살짝 든 채 한손으로 찍습니다. 그러니 낚시하며 촬영하는 것은 상당한 멀티테스킹을 요구하며,

세팅도 평상시보다 셔터스피드를 넉넉히 줘, 한손으로 막샷을 찍어도 피사체가 흔들리지 않게 해야 합니다.

 

 

PM 1:00, 식사

 

오후에도 심심하지 않게 올라오는 갑오징어

 

들물이 바치면서 갑오징어의 활성이 제법 좋아졌습니다. 저 같은 초보자에게도 쭉쭉 달려드네요.

참고로 제가 사용한 에기는 모두 빌린 것입니다. 원래는 출항 전에 구입하려 했지만, 한조무역 박 대표님이 그냥 자기 것 쓰라며

만류하는 바람에 본의 아니게 빌려 쓰게 되었는데요. 빌려주면서 하시는 말이 개당 만원짜리랍니다.

헐~ 이거 부담스러워서 어디 낚시하겠나요. 그럼에도 꿋꿋히 낚시하다가 (것도 두개를 달아서 하다가) 4개나 수장시키고 지금은

다섯 번째 에기로 낚시를 이어갑니다. ^^; 다행인지는 모르지만, 제게는 밑걸림을 회피하는 나름대로의 노하우가 있어 이날 에기를

4개만 떨구는 데 그쳤습니다. 그나저나 수장돼버린 에기 값만 자그마치 4만원어치, 제 것이라면 차라리 마음이라도 편치요. ㅠㅠ

 

 

먹물에 쏘임을 각오하고 정면을 찍어 봅니다. 찍고 있는데 먹물이 발사되면 대략 난감. ^^

그런데 갑오징어가 먹물을 쏘는 타이밍은 대부분 정해져 있음을 알았습니다. 무조건 들어 올린다고 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옆 사람이 잡을 때 관찰한 결과 갑오징어가 위아래로 흔들릴 때 주로 먹물을 쏩니다.

즉, 들어뽕으로 랜딩하다 보면 낚싯대 탄성에 위아래로 흔들릴 때가 있는데 그때 먹물을 발사하는 것이니 흔들리지 않게 얌전히

들어 올리면 먹물 테러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봅니다.

 

 

갑오징어 옆모습입니다. 이렇게 보니 무슨 SF 공상과학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외계 생명체 같지 않나요?

저런 게 바위틈에 붙어 있다가 물고기며, 갑각류를 사냥한다 생각하니 그야말로 괴물이 따로 없습니다. 실제로 갑오징어의 습성을 보면

대부분 바닥층 돌이나 바위에 다리를 고정하고 붙어 있다가 먹잇감이 지나가면 촉수를 뻗어 공격한다고 알려졌습니다.

에기를 공격할 때도 바늘 쪽이 아닌 눈과 몸통을 먼저 건드리기 때문에 이때 힘껏 챔질하지 않으면 후킹이 잘 안 됩니다.

 

에기에 올라타는 액션도 활성이 좋을 때는 쭉 잡아당기는 느낌이 들어 누구든 쉽게 알아차리지만, 활성이 낮으면 소심하게 올라타거나

건드리는 정도에 그치므로 가뜩이나 초릿대가 뻣뻣한 로드를 사용하면, 입질을 간파하지 못해 조과가 떨어지는 현상이 비일비재합니다.

제가 사용 중인 로드는 무늬오징어 전용대이기 때문에 초릿대가 다소 뻣뻣합니다.

이 뻣뻣함을 극복하기 위해 초릿대를 살짝 실룩거리듯 움직여 입질을 파악하려고 애쓰는 중이죠.

시간은 어느덧 3시. 철수 시각에 가까워지면서 갑오징어는 배 여기저기서 심심하지 않을 정도로 나와줍니다.

 

 

뒤쪽, 중간할 것 없이 갑오징어가 낚이는 상황

 

앞쪽에 두 분은 실력이 출중해서 그런지 다른 이들보다 2~3배는 더 낚는 듯합니다.

 

 

들어뽕하던 중 갑오징어를 떨구는 장면

 

한조무역 박범수 대표님도 꾸준히 올리시고

 

 

저는 좀 더 극적인 장면을 포착하고자 수면에서 먹물을 뿜는 장면을 찍으려 했지만, 시간을 너무 끌어 그만 놓치고 맙니다. ㅠ

사진 찍다 놓친 갑오징어가 벌써 몇 마리 짼 지 쩝. ㅎㅎ

 

 

바늘에는 오징어의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챔질 강도가 약하거나 혹은 타이밍이 맞지 않아 오징어 살점만 덕지덕지 붙었네요.

 

 

솜사탕 같은 구름 아래 유유자적 즐기는 갑오징어 낚시. 늘 보는 풍경이지만, 늘 좋기만 합니다.

게다가 이날은 유난히 하늘이 아름답네요. 손을 뻗으면 닿을 듯 말 듯한 솜사탕 같은 구름을 보니 딸내미가 커서 함께 즐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목표는 초딩 6학년까지 갑오징어와 주꾸미로 낚시왕 만들기 ^^

중딩 때는 광어 다운샷을 마스터하고, 고딩 때는 저랑 갯바위 다녀야죠.

그때까지 우리 바다의 어자원이 많이 남아 있어야 할 텐데 말입니다. 

 

 

갑오징어는 오후에도 서운하지 않을 만큼 입질해주더니 지금은 또다시 소강상태에 들었습니다.

이러다가 저녁이 되면 폭발적으로 입질이 들어오겠지만, 이제는 슬슬 철수 준비를 해야겠지요.

 

 

이날은 보령권에 조과가 저조해 몇몇 배들이 서천까지 내려온 모습입니다.

 

 

이날의 조과

 

일행은 연신 흐르는 물에다 둬서 먹물을 빼는 중입니다.

 

 

오징어 신경절단(이까시메)

 

갑오징어도 먼 길을 공수해 횟감으로 장만하려면 신경을 절단해 오는 것이 좋습니다.

방법은 사진과 같이 양 눈 사이(미간)를 쿡 찔러 가운데까지 끊어주면 됩니다.

물론, 횟감으로 공수할 것이 아니라면 이 과정은 생략해도 됩니다.

 

 

저는 갑오징어 낚시가 처음이라 목표를 스무 마리로 두었는데 그보다 조금 오버된 25마리로 마감했습니다.

입질을 받고 떨군 것도 꽤 많았는데요. 이젠 요령이 붙었으니 다음 출조 때는 떨군 것까지 조과에 포함할 수 있을 듯합니다.

이날 배에서 가장 많이 잡은 사람이 50여 수 정도. 10월인 지금은 본격적인 파시여서 이보다 훨씬 더 많이 잡을 수 있겠죠.

 

 

횟감은 그중에서 그나마 씨알이 큰 녀석으로 골라 몇 마리를 신경 절단해 가져왔습니다.

다리와 귀 부분은 질기니 순전히 몸통만 썰었는데요.

 

 

이번에는 평소와 달리 길게 채 썰지 않고, 일본에서 오징어 회를 내올 때처럼 얇게 저미는 방식처럼 썰었는데 이게 대박입니다.

맛이 평소 느꼈던 오징어와 전혀 다르고 오독오독 씹히다가 입안에서 부드럽게 넘어가는 피니시가 일품입니다.

 

 

하지만 저는 생선회 전용 간장에 생고추냉이를 곁들여 먹는 쪽에 맛의 감동을 두 배 이상 느꼈습니다.

흔히 오징어 회는 초고추장과 궁합을 맞추지만, 그렇게 먹으면 식감만 있고 달짝한 맛은 모르고 지나칠 수 있습니다.

특히, 요즘처럼 단맛이 든 무늬오징어와 갑오징어는 얇게 썰어낸 다음, 생선회 전용 간장에 질 좋은 고추냉이를 한점 올려 먹어야 제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때의 첫맛은 알싸하다가도 씹으면서 오는 단맛이 받치기 때문에 식감과 맛 모두 즐기는 좋은 방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고추냉이는 간장에 풀지 말고 한점을 올려 먹기를 권합니다. 고추냉이를 간장에 풀게 되면, 성분이 희석돼 고추냉이 고유의 향과 맛을

대부분 잃을 수 있으니까요. 간장과 고추냉이에 관한 자세한 이야기는 조만간 준비하겠습니다.

 

이렇게 해서 서해 갑오징어 체험 낚시를 마쳤습니다.

먹물은 현장에서 깨끗하게 빼 오는 사람도 있고, 귀찮아서 그냥 가져오는 사람도 있는데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오징어 먹물은 회를 칠 땐 도움이 되지 않으니 빼 오는 것이 맞지만, 만약 숙회와 볶음을 하겠다면 그대로 가져오길 추천합니다.

다만, 쿨러에 통째로 넣어오기보다는 지퍼백을 여러 봉 준비해 현장에서 한 끼 분량(3~4마리)씩 담아온다면, 집 싱크대에 먹물을

묻히지 않아도 되니 정리가 훨씬 수월하겠지요.

 

오징어 먹물 숙회를 만드는 방법은 조만간 소개하겠습니다. 볶음도 먹물 성분이 맛의 상승 작용을 돕습니다.

먹물만 따로 뽑아다 1~2컵 이상 채울 수 있다면, 차게 보관해 2~3일 이내에 먹물 파스타를 해 먹는 것도 별미일 것입니다.

이제 저는 오징어 낚시를 뒤로하고 본업(?)으로 돌아가기 위해 제주도로 떠납니다.

서귀포 섶섬, 관탈도, 형제섬 넙데기를 순회공연했던 2박 3일 제주도 낚시여행, 다음 편을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서해 주꾸미, 갑오징어 낚시 문의

무창포 프로낚시(에이스호) : 041-936-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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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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