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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연도 에깅낚시(1), 서해에도 무늬오징어가 서식한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두족류(연체동물) 중 대부분은 난류성이라 수온이 오르는 여름, 가을에 어획량이 증가합니다.
그중에서도 무늬오징어의 서식지는 쿠로시오 난류의 영향을 받는 따듯한 해역으로 우리나라보다는 일본에 더 많은 개체가 서식하고,
국내에서는 연중 에깅낚시가 가능한 제주도를 제외하곤 대부분 여름, 가을에 시즌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그런데 서해에도 무늬오징어가 서식한다는 사실을 아는 이들은 드물 것입니다. 보통 무늬오징어의 산란 철은 5월부터 시작해 여름
사이에 이루어지는데 서해에 서식하는 무늬오징어의 산란 철은 수온이 늦게 오르는 서해 특성상, 8월에서 9월 초로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짧은 시기에 산란하러 잘피밭으로 몰리는 무늬오징어를 낚시로 잡을 수 있게 됩니다.
다시 말해, 서해 무늬오징어의 낚시 시즌은 길어야 3주에서 한 달인 것이죠.
저는 서해에서 무늬오징어를 확인하기 위해 서해의 끝 섬인 외연도로 향했습니다.
새벽 6시, 충남 홍원항
넓은여(등대섬)
배에 시동을 걸자마자 반기는 풍경은 홍원항 방파제에서 뱃길로 5분이면 닿는 넓은여입니다.
이곳은 봄, 가을에 감성돔 낚시 포인트로 잘 알려졌죠. 그러나 확률은 매우 떨어지는
육지에서 떠오르는 일출을 바라보며
저마다 킬로급 무늬오징어를 기대하며 채비 세팅을 마친다
서해의 끝 섬, 외연도에 도착
이날은 소형 낚싯배를 타고 쾌속 질주해 40여 분만에 외연도에 도착했습니다.
일반 개인 손님이 3명, 저, 한조무역 박범수 대표님, 김남규 쯔리겐 FG 회장님과 함께 여섯 명에서 무늬오징어 낚시를 시작합니다.
낚시 시작하자마자 에깅낚시 경력이 출중한 개인 손님이 첫수를 거둡니다.
준수한 씨알의 무늬오징어(표준명 : 흰꼴뚜기, 흰오징어)
말로만 듣던 서해산 무늬오징어를 직접 확인한 순간입니다. 그중에서도 이 녀석은 흔하디흔한 수놈.
무늬오징어가 확인되면서 사람들은 더욱 신나게 흔들어 댑니다. 저 역시 이른 시간에 첫수를 거두려고 열심히 흔드는데 어째 첫 끗발이
개 끗발인지 입질이 전혀 없네요. 문제는 이곳의 무늬오징어가 산란을 마쳤느냐의 여부입니다.
무늬오징어를 비롯한 대부분의 두족류는 단년생입니다. 즉, 1년을 살다 알을 낳고 죽습니다. (물론, 예외도 있지만 대체로 그러합니다.)
만약, 이곳에 서식하는 무늬오징어가 산란을 마쳤다면, 살아남은 개체는 얼마 없을지도 모릅니다.
이때는 9월 초여서 거의 산란의 끝자락에 와 있습니다. 산란장이 되는 잘피가 무성한 곳을 위주로 노리는데 잘피 일부가 녹아서
떠다니는 것으로 보아 무늬오징어의 산란이 끝났거나 혹은 막바지에 이른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게 사실이면 이날 우리는 손맛 볼 확률이 매우 낮아질 것입니다.
포인트를 옮긴다.
외연도에는 수많은 부속섬이 있습니다. 늘 이곳에 올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갯바위에 내려보고픈 마음이 절실합니다.
배를 타고 다니다 보면 서해에도 남해 못지않게 멋들러진 갯바위가 많습니다. 이들 섬은 대부분 묶여 있어 하선이 금지돼 있음이
안타깝지만, 내릴 수만 있다면 참돔과 농어, 우럭, 쥐노래미, 광어를 릴 찌낚시로 낚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 나의 채비와 장비
로드 : 원다 도리스 에깅 전용대
릴 : 다이와 엑셀러 2500번 릴
원줄 : 첼리온 파워 PE 합사 1호
목줄 : 쯔리겐 제로 알파 2.5호
에기 : 한조무역 에기 3.5호
저의 에깅낚시는 일 년에 많아야 2~3번. 거의 연중행사에 지나지 않습니다. ^^;
그러다 보니 에깅낚시만을 전문으로 하는 꾼들과는 장비 면에서 비교가 되지 않고.
그렇다고 일 년에 한두 번 하는 에깅낚시를 위해 전용 장비를 마련하기도 좀 그렇습니다.
그나마 제가 가진 전용 장비는 원다에서 나온 에깅 전용대가 전부. 그 외에는 그냥 가지고 있는 것으로 하고 있습니다.
배는 섬 여기저기를 돌며 무늬오징어를 노렸지만, 번번이 허사로 돌아간 가운데 이번에는 한눈에 보아도 무늬오징어가 낚일 만한
포인트로 진입합니다. 이런 갯바위 생김새만 보면 다른 어종은 몰라도 무늬오징어만큼은 나와주리란 기대가 드는데
남규 형님이 히트에 성공, 조심스레 릴링합니다.
들어는 봤나요? 서해산 무늬오징어 ^^
3~4시간 동안 배에서 손맛 본 사람은 단 두 명. 아무래도 8월에 왔어야 했나 봅니다.
9월 초면 거제나 여수에서는 한창 달리는 시즌인데 이곳 외연도 시즌은 벌써 마감하는 분위기.
에기를 바닥에 찍고 나서 열심히 액션을 놀려보지만, 배 주위에는 여전히 소식이 없습니다.
그래도 모처럼 바다로 나와 낚싯대를 흔드니 기분만큼은 최곱니다.
입질 여부와 상관없이 에기에 액션을 주는 연습도 충분히 할 수 있고요.
물론, 무늬오징어가 잘 낚이면 좋겠지만, 서해 특성상 시즌이 매우 짧아 이 이상의 조과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쯤에서 한조무역 박범수 대표님으로부터 들은 무늬오징어의 흥미로운 생태에 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무늬오징어는 알려진 대로 단년생입니다. 갓 부화한 유생은 왕성한 먹이활동을 통해 몸집을 키우는데 결국은 산란함으로써 그해 생을
마감하게 됩니다. 이때 성체가 된 무늬오징어는 작게는 감자 사이즈부터 큰 것은 최대 5kg에 육박하는 등 차이가 큰데요.
같은 성체라도 서식 해역의 환경과 먹이, 개체 간 차이에 의해 씨알이 들쑥날쑥한 것입니다.
국내에서 잡히는 무늬오징어는 서식 지역상 북방한계선이고 일 년 내내 최적의 수온을 유지하지 못하므로 그에 따른 성장 속도에도
한계가 있을 것입니다. 그런 이유로 인해 아무래도 일본 남부 지방에서 잡히는 무늬오징어보다는 씨알 면에서 밀릴 수밖에 없겠지요.
일본에서는 3kg급 무늬오징어가 제법 잡히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일 년에 다섯 마리도 채 잡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성체가 된 무늬오징어는 암수 모두 산란에 참여하는 데 대부분 수컷이고 암컷은 무리 중에 한두 마리만 섞여 있어 암컷을 차지하기 위한
수컷의 경쟁이 치열합니다. 짝짓기에 성공한 암수는 알을 낳은 뒤 며칠 안에 죽고, 짝짓기를 하지 못한 홀아비 수컷도 좀 더 살다가 그해
죽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만, 무늬오징어 중에는 드물게나마 게이가 있다고 합니다. 성에 대한 정체성에 혼란이 온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수컷 무리 속에서 암컷 행세를 하다 경쟁자인 수컷이 암컷인 줄 알고 교미를 시도하면 죽여버리고, 정작 암컷이 나타나면
게이 오징어는 원래의 성인 수컷으로 되돌아와 암컷에 올라타는 이중성을 가진다고 합니다.
이러한 게이 오징어는 좀 더 수명이 길어져 그 해를 넘기고 2년까지 살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서해 외연도에 무늬오징어가 서식하는 현상은 최근 잇따른 고수온의 여파와는 좀 다른 문제인 것 같습니다.
그리 최근에 일어난 일도 아니며, 십수 년 전에도 외연도는 물론, 홍원항 앞바다에서도 무늬오징어가 확인된 적이 있습니다.
다만, 근래에 들어 개체 수가 늘어난 것이 아닌가 싶은데요. 서해 무늬오징어는 수온이 부쩍 높아지는 여름에 쿠로시오 난류를 타고
북상하다 빠지는 개체가 아닌, 연중 서해에 서식하는 붙박이라는 게 이곳 선장의 설명입니다.
한겨울 수온이 4~5도씩 하강해도 무늬오징어는 견뎌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무늬오징어를 낚아 올린 서해 선장님
배에서는 한동안 전혀 수확이 없었습니다. 보다 못한 선장이 나서더니 낚싯대를 휘두릅니다.
우리는 주로 남해나 제주도에서 하던 패턴에 익숙해져 있지만, 이곳 선장은 서해에서 무늬오징어를 많이 낚아본 듯합니다.
몇 번 휘두르지도 않았는데 벌써 한 마리를 낚아 올리시네요. 서해 그것도 충남권에서 배를 모는 선장인데 무늬오징어 낚시 실력이
이리 출중할 수 있는지 신기하기도 했지만, 옆에서 이야기를 듣고 보니 제주도나 대마도를 다니며 예전부터 무늬오징어 낚시를 즐긴
것으로 보입니다.
마치 "서해에서 무늬오징어 낚시는 이렇게 하는 거야!"라고 말하는 듯한 선장님의 기세에 저도 그것을 참고해 열심히 흔들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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