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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늬오징어 에깅낚시(상), 킬로급 무늬오징어의 짜릿한 손맛
평소 갯바위 낚시만 하던 제가 이번에는 무늬오징어 낚시에 도전하였습니다.
갯바위 꾼들에게도 이름은 들어봤을 만한 무늬오징어. 그런데 낚이는 지역이 거제도를 비롯한 남해 동부권과 제주도에 한정되는 까닭에 서해와
수도권 사람들에게는 매우 생소할 겁니다. 하물며 낚시를 하지 않은 일반인들은 '그게 뭥미?' 이런 소리 나올만 하겠지요.
저의 에깅낚시 경험은 손가락에 꼽을 정도입니다. 그 첫 번째 기억은 3년 전으로 되돌아갑니다.
제주도 판포 방파제에서 처음으로 무늬오징어 낚시를 시도했지만, 요령을 몰라 저는 잡는데 실패했고 아내는 얼떨결에 문어 두 마리 잡았습니다.
2년 전, 우리 부부가 제주도에서 두 달 동안 살 때도 시도했습니다만, 무늬오징어 대신 문어만 한 마리 낚고 말았죠.
같은 해 여름에는 거제도 지세포에서 처음으로 무늬오징어 선상 낚시를 했는데 이제서야 겨우 무늬오징어 손맛을 봤습니다.
이쯤되니 킬로급 무늬오징어의 손맛이 궁금하였습니다.
그리고 저의 선상 에깅낚시는 이번이 두 번째를 맞이합니다. 그야말로 왕초보 중에 왕초보.
걸음마를 떼기 위해 저는 제가 가진 장비를 동원해 생애 두 번째로 선상 무늬오징어 낚시에 도전하였습니다.
거제도 구조라
시간은 오후 한 시. 이제 곧 출항을 앞두고 항에 나와보니 바닷물이 벌겋습니다.
저도 바다낚시를 자주 다녔지만, 이런 광경은 낯설었습니다. 알고 보니 적조현상이 아니고 산란철 홍합이 방출한 씨앗이 온바다를 붉게 물들었던 것.
PM 1:00 현지 전문꾼들과 함께 배에 오르고
거제 외도로 향하는 길
배에서 급하게 떼운 점심
이번 조행은 WFG 세계선수권대회의 한국 대표 선발전을 하루 앞둔 시점에서 하게 된 무늬오징어 에깅낚시입니다.
전야제를 위해 거제도를 찾았는데요. 벵에돔 낚시를 선택해 다음 날에 있을 예선전을 준비할 수도 있지만, 사실 벼락치기 한다고 해서 떨어질 사람이
붙기나 하겠습니까. 그냥 평소 실력으로 하는 거지 ^^; 벵에돔 낚시야 굳이 지금이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할 수 있으니 선택에서 제외.
평소에는 잘 하지 못했던 에깅낚시를 배우기 위해 한조무역 박범수 대표님과 거제대구낚시 대표님, 그리고 현지꾼 네 명과 함께 동출하였습니다.
사실 에깅낚시는 저의 관심사가 아니었지만, 얼마 전부터 조금씩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남들은 짜릿한 손맛, 묘한 낚시의 재미, 부가적으로는 회 맛에 매료되어 대상어종을 바꾸거나 결정하며 저 또한 이와 다르지 않았습니다만, 무늬오징어는
'눈맛'이 좋아보여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특히, 킬로급 무늬오징어를 들고 찍은 잡지 표지나 사진을 보면서 느낀 것은 '정말 사진발 잘 받는다.'인데
이것은 저의 새로운 블로그 소재로서도 흥미로울 것 같아 관심을 가졌습니다.
어쩌면 내년에는 에깅대만 들고 제주도를 찾을지도 몰라요. 그 정도로 관심은 쏠리고 있지만, 당장은 전용 장비가 없다는 게 문제입니다.
어설픈 장비로 팁런 에깅(Tiprun Eging)에 도전하였다.
그래서 제가 가진 장비 중 그나마 에깅낚시에 사용할 만한 로드를 챙겼습니다. 그러니 아직은 장비가 어쩌고 소개할 단계는 아닙니다.
전용 라인도 없어 현장에서 급하게 합사 라인을 감았습니다. 싱커가 있어야 한다는 말에 그것도 급히 구입했습니다.
도래 역시 일반적으로 에깅낚시에 사용하는 게 아니라서 여러 모로 어색할 겁니다. 그나마 제가 미리 챙겼던 것은 에기 몇 개 정도.
우선은 이걸로 팁런 에깅에 도전해 봅니다.
그런데 에깅낚시도 알아보니 크게 두 가지가 있었군요. 기존 방식인 '캐스팅'과 최근 유행하는 '팁런(Tiprun Eging)' 방식이 그것입니다.
얕은 수심대를 공략하는 캐스팅 방식과 달리 팁런은 수심 깊은 물골을 공략해 씨알 굵은 무늬오징어를 낚는다고 합니다.
역시 선상을 통해 접근이 가능한 섬과 섬 사이의 포인트에서 수심 10~30m의 물골을 공략합니다.
공략할 때는 일단 에기가 바닥에 찍어야 하므로 깊은 수심 + 빠른 조류를 극복할 수 있게 싱커를 한두 개 달아야 했습니다.
싱커가 달린 에기는 빠른 속도로 하강해 수싶 깊은 바닥층에 도달하게 되며 그때부터는 3~6회 가량의 저킹으로 흔들어 줌으로써 수중에서는 새우가
헤엄치는 움직임을 연출해 무늬오징어를 유혹하게 됩니다. 이때 무늬오징어의 어신을 초릿대 끝 움직임으로 캐치하므로 팁런이란 말이 붙었는데요.
일단 팁런이라는 낚시 개요는 그러합니다.
기암절벽 아래서 보팅을 즐기는 낚시꾼
낚시 시작과 동시에 파이팅에 들어간 에깅낚시 전문꾼
처음에는 거제도 외도 인근 해상에서 시작했습니다. 몇 번 흔들지도 않았는데 옆 사람 채비에 덜커덕 걸려 올라옵니다.
팁런이란 게 수심 깊은 곳에서 하는 낚시다보니 밝은 대낮임에도 이렇게 입질이 이어지나 봅니다.
오랜만에 보는 무늬오징어
캬~ 빛깔 고운 무늬오징어가 먹물을 쏘며 올라오는 이 장면, 얼마만에 보는지 모르겠습니다.
정말 보기만 해도 흥분될 만큼 색채가 화려하고 역동적인 느낌이 드네요. 저의 무늬오징어 낚시는 2년 전에 감자 사이즈 세 마리 잡아본 게 전부라
흔히 말하는 '킬로급' 손맛이 절실했습니다. 과연 이제 막 첫걸음을 시작한 제게 킬로급은 고사하고 작은 무늬오징어라도 잡혀줄지 기대가 드는 가운데.
거제도 외도로 바짝 접근
입질이 없자 포인트를 아예 외도로 옮겼습니다. 뒤쪽에 보이는 갯바위 풍경이 너무 멋지죠.
딱 보니 조류도 세차게 흐를 것 같은 게 참돔 포인트 같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저곳에 내려 낚시하고 싶지만, 아쉽게도 외도는 개인 사유지라 하선이 금지돼 있어요.
일곱 명을 실은 배는 구조라에서 외도로 진출해 본격적인 낚시에 돌입했습니다.
무늬오징어 낚시하면 해질 무렵을 놓칠 수 없는데요. 아직은 벌건 대낮이라 그런지 한 마리가 잡힌 이후 이렇다할 입질이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운 좋게도 선상에서 두 번째 입질이 제게 왔습니다.
열심히 흔들다가 잠시 놔두는데 하강하는 에기를 무늬오징어가 덥썩 잡았는지 초릿대가 쭉 빨려들어가는 시원한 입질이 들어왔습니다.
순간 풀어놓은 드랙이 '드르륵'하며 역회전하는데 이때의 짜릿함이랄까요? 갯바위 릴 찌낚시와는 또다른 재미가 있네요.
저는 낚싯대의 텐션을 유지한 상태에서 천천히 감아 올렸습니다. 벵에돔 처럼 쿡쿡 파고드는 손맛은 덜하지만, 특유의 잡아당기는 손맛이 있습니다.
이윽고 수면에 모습을 드러낸 무늬오징어
생애 첫 킬로급 무늬오징어를 잡은 순간
"아 이런 재미로 하는구나."
그 전에는 감자 사이즈만 잡아봐서 손맛도 모르겠고 재미도 잘 몰랐는데 초릿대를 끌고가는 입질을 받아보니 느낌이 다르더군요.
무늬오징어를 부르는 명칭도 학꽁치만큼 재미가 있습니다. 학꽁치는 볼펜, 매직, 형광등으로 나가지만, 무늬오징어는 가장 작은 사이즈가 '감자',
그보다 크면 '고구마', 그보다 크면 '무' 그리고 무보다 크면 그때부터 '킬로급'이라 부른다고 합니다.
사실 이것은 무게를 재보지 못해 확실한 킬로급인지는 모릅니다. 주변에서 '킬로급은 되겠다.'고 하니 그런줄 알 뿐입니다.
다음에 무늬오징어 낚시를 좀 더 즐기게 된다면, 이 부분에 대한 정의라든지 신경 죽이는 방법에 관해 연구해보겠습니다.
어쨌든 오랜만에 묵직한 손맛을 보니 기분이 한층 들뜨네요.
옆에서는 문어가 올라오고
그런데 저는 무늬오징어도 좋지만, 저 문어가 탐나는 건 왜일까요? 문어가 비싸다는 인식 때문일까요?
문어는 손님고기지만, 이것도 낚이는 분에게만 유독 잘 낚이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바닥층 위주로 저킹을 했기 때문이지 않나 싶은데
저도 마음 같아서는 문어를 노리고 싶지만, 가져온 에기도 몇 개 없고 아직은 과감하게 바닥층을 공략하기가 망설여집니다.
결국, 에기를 하나 떨구고 새로 교체하였다.
이날 사용한 에기는 한조무역, 쯔리겐, 그리고 야마시타까지 다양한 브랜드를 동원하여 사용해 봤습니다.
아직은 어떤 에기가 좋은지 모릅니다. 당장은 집 구석에 처박혀 있는 에기를 몇 개 챙겨왔을 뿐입니다.
아직도 집 구석에는 곤히 잠든 에기가 몇 개 더 있는데 내년부터는 사용 빈도가 많아질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
포인트 이동 중에 눈에 띤 야영낚시객
에깅낚시를 하면서도 제 시선은 갯바위 지형을 훑고 있었습니다. 이 모습에서 천상 갯바위 꾼이란 생각이 드네요. ^^;
처음 보는 포인트, 낯선 지형을 보면 당장에라도 크릴을 꿰어 던져보고 싶은 충동이 드니 말입니다.
미니 텐트를 쳐 놓고 야영 낚시를 즐기는 꾼들이 이날 따라 유독 많았습니다. 날도 좋고 바다는 잔잔하니 낚시하기에 이만큼 좋은 조건도 없을 겁니다.
입질이 끊길 때마다 배는 계속해서 포인트를 이동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다시 이어지는 입질.
먹물 쏘며 올라오는 모습이 장관이다.
씨알 굵은 무늬오징어를 들어보이는 현지꾼
해가 기우면서 뜸했던 입질이 살아나고 있다.
흰오징어(일명 무늬오징어)를 들어보이는 거제대구낚시 대표
낚시꾼사이로 '무늬오징어'로 통하는 이 오징어의 표준명은 '흰꼴뚜기'(국립수산과학원에서 사용하는 명칭)이지만, 흰오징어라 부르기도 합니다.
일본명은 '아오리이까(アオリイカ)', 그런데 제주도에서는 '미쓰이까'라는 정체불명의 이름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어쨌든 무늬오징어는 여러 오징어 종류 중에서도 맛이 가장 으뜸이라 손맛에 이어 눈맛, 입맛까지 사로잡는 두족류의 왕이기도 합니다.
사실 제가 가장 기대하는 것도 에깅낚시의 뒤풀이에 있었습니다. 과연, 이날 횟감으로 쓸만한 녀석들이 얼마나 잡혀줄지 기대되는 가운데 시간은 벌써
해 질 녘을 맞이합니다. 무늬오징어 낚시에서 최고조에 이를 때가 온 것입니다.
해가 저물면서 감도는 긴장감
외도로 관광객을 실어나르는 마지막 유람선
저킹을 하고 잠시 기다리는데 뭔가 툭툭 건드립니다. 좀 전부터 입질이 약다는 말에 대비는 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약을 줄이야.
몇 초를 더 기다렸는데 반응이 없자 낚싯대를 들었습니다. 그 순간 미묘한 무게감이 느껴져서 릴링해보니 역시나 올라탄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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