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우도 참돔 낚시(1), 30시간 논스톱 갯바위 낚시



사실 참돔 낚시라고 하기에는 씨알이 잘아서 상사리 낚시라고 해야 맞을 것 같습니다. 초여름부터 시작되는 덕우도 참돔 낚시는 국도, 좌사리도에서 펼쳐지는 대물 참돔 낚시와 조법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단단한 채비로 무장해 150m 이상 흘린 다음 우악스러운 입질을 받아내는 대물 참돔 낚시보다는 전방 30m 섹터 안에서 감성돔 낚시하듯 흘리다 입질 받는 그래서 감성돔부터 참돔, 돌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어종을 노릴 수 있는 패턴인데요. 한 가지 무시할 수 없는 게 주요 대상 어종은 30~40cm급 상사리지만, 그 와중에 50~70cm급에 달하는 참돔과 감성돔이 함께 선보인다는 것.



그래서 찾아가게 된 곳은 전남 완도군에 있는 덕우도입니다. 덕우도는 황제도로 가는 길목에 있는 작은 섬이지만, 송도, 매물도, 구도 등 부속섬이 많아 사계절 다양한 어종이 나오는데 비해 시즌 초반에는 낚시객이 많지 않아 포인트 진입이 비교적 수월하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문제는 이번 출조가 제 낚시 인생에서 처음 있는 1박 2일 야영 낚시라는 점인데요. 그동안 몇 차례 비박 낚시를 하기는 했지만, 30시간 동안 고립된 갯바위에서 논스톱 낚시를 해본 적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일정은 아래와 같습니다.

- 오후 9시, 부천에서 출조점 버스를 타고 출발
- 다음 날 새벽 2시 전남 장흥에 도착
- 새벽 3시 출항
- 새벽 4시 덕우도에 도착
- 새벽 4시부터 낚시 시작
- 다음 날 오전 10시 철수
- 오후 8시 부천 도착
- 오후 9시 집 도착

정말 파란만장하지요. ^^; 출조점에서도 이러한 일정을 처음 시도했다는데요. 보니까 환갑을 넘긴 손님도 몇 분 계신 것 같은데 물론, 갯바위에서 주구장창 낚시만 하지 않겠지만, 그래도 근 이틀간 씻지도 못하고 야영하는 것은 젊은 사람도 쉽지 않은 일이거든요. 대신에 서울에서 먼 길을 온 만큼 실컷 낚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힘든 일정을 마다하고 온 것 같습니다.

아내는 이제 임신 6개월에 접어들어 이런 낚시는 무리예요. 며칠 전,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 출조에서 함께할 파트너를 모집하겠다고 올린 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함께 하게 된 분은 아래쪽에 소개할 텐데요. 문제는 이 분이 갯바위 낚시 경력이 전혀 없다는 점. 

방파제 낚시만 몇 차례 해 본 것이 전부인 이 분은 제 블로그의 조행기와 낚시 관련 글을 통해 이론적으로만 터득한 상태여서 실전에서 어떻게 적응해 나갈지는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더구나 이번 참돔 낚시는 저도 처음 하는 30시간 야영 낚시라 걱정이 된 것도 사실이고요. 어쨌든 이 분은 갯바위 낚시 데뷔를 30시간 논스톱 낚시라는 타이틀로 아주 빡시게 치렀습니다. 그렇게 갯바위 적응이 안 된 상태에서 겪게 된 것은 뜻밖에도

"폭발 입질을 받는 것이었죠."


AM 5:00 덕우도에 도착

사실 낚시를 인터넷과 TV로 배우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홀로 낚시하러 다니거나 혹은 자기와 비슷한 실력의 동료들과 다니는 것도 한계가 있습니다. 낚시를 단시간에 배우려면 자기보다 경험 많은 사람과 함께 하는 것. 그것만큼 빠른 방법은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저 역시 낚시를 인터넷과 동영상으로 배웠습니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자세하게 쓴 글이 없어 동영상을 병행해야 했지만요. 그러면서 생각한 것은 나중에 "내가 낚시와 관련된 글을 쓰게 된다면 초심자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끔 쓰자."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낚시를 쭉 다녔지만, 파트너는 혼자였거나 아내뿐이었습니다. 그렇게 십 년 간 다니다 보니 배우는 속도도 더디고 뭐 하나 터득하는 데 시간이 걸리더군요. 저와 함께한 이 친구는 갯바위 낚시 경험이 없지만, 이날 한꺼번에 많은 것을 배우게 될 겁니다.

그 첫 번째는 갯바위 하선(내릴 때 주의 사항)과 짐정리입니다. 짐정리는 갯바위 낚시에서 첫 단추를 끼우는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야영 낚시는 짐이 많은데요. 밑밥통을 제외한 나머지 짐들은 '캠프'를 정해 한 곳에 보기 좋게 모아놓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바다는 하루에 두 차례 만조와 간조를 반복하면서 수위가 변하므로 짐을 놓을 자리는 만조에 물이 찼을 때를 대비해 충분히 높은 곳, 평평한 지형을 찾아 다소곳하게 모아 놓는 것이 짐 정리의 기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것도 누가 가르쳐주지 않으면 수차례 출조를 통해 깨우치게 될 일이지만, 경험 많은 꾼과 함께하면 불과 5분 만에 알게 되는 셈입니다.


송도 푸른통

내린 자리는 덕우도 부속섬 중 하나인 송도. 맞은 편에는 구도가 있어 섬과 섬 사이로 물골이 형성되는 자리입니다.


0.8호 반유동 채비로 시작

#. 나의 채비와 장비
낚싯대 : 시마도 베이시스 이소 1-530
릴 : 다이와 임펄트 2500 LBD
원줄 : 토레이 하이포지션 2.5호
찌 : 쯔리겐 한국치누 0.8호 / -0.8호 수중찌
목줄 : 쯔리겐 제로알파 1.7호
바늘 : 감성돔 바늘 5호


이곳 수심은 8~10m 선. 현재 상황은 파도와 바람 한 점 없는 고요한 바다입니다. 그래서 여부력을 줄이기 위해 B봉돌 하나를 목줄에 달아줬고요. 낚시하면서 가장 우려되는 것은 역시 기상과 물때일 것입니다. 이날은 날씨가 너무 조용한 게 걱정이더군요.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조류가 완전히 죽어버리는 2~3물이어서 씨알급 참돔은커녕, 고기다운 고기를 걸어낼 수 있을지조차 의문이 들었습니다.


만약, 제가 현지꾼이었다면 이런 날은 출조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서울에 살고 낚시도 마음대로 다니지 못하는 처지다 보니 날을 선택해서 갈 수 있는 선택권이 별로 없습니다. ^^;


찌가 오른쪽으로 아주 느리게 흐르고 있다.

지금은 AM 5:00. 오전 9시 간조를 앞두고 중썰물이 한참이라 참돔을 노리기에는 적합해 보일지 모르지만, 조류가 가다 서기를 반복합니다. 
간다 하더라도 그 속도라 너무 느려서 안 간다고 보는 게 맞을 듯. 역시 우려한 대로 조류가 가주질 않네요. 하지만 지금은 일출 직전입니다. 여명이 트는 이 시각에는 정지된 조류마저도 무색케 할 정도로 좋은, 바로 참돔 낚시의 기회입니다. 찌 매듭을 10m로 맞췄더니 한 차례 밑걸림이 있어 1m를 쭉 올리고 흘리는데요. 가만히 떠 있던 찌가 총알처럼 빨려 들어갑니다.
 
"챔질!"


30cm급 상사리가 올라왔다.

꾹꾹꾹 몇 번 하더니 이내 힘이 풀려 올라온 녀석은 빛깔이 예술인 참돔. 아니 상사리 ^^; 오랜만에 낚아보는 바다의 미녀입니다.


그 뒤로 올라온 녀석은 미역치. 윽. 미역치는 수온이 안 좋을 때 올라와 감성돔 낚시에서 적신호를 주는 어종인데요.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바닷물을 만져보니 물이 생각보다는 차지 않았습니다. 다시 크릴을 꼽아 던지는 데 이번에는 던지자마자 채비 정렬과 동시에 찌가 빨려 들어갑니다. 찌가 어찌나 빠르게 들어가는지 손맛 보기도 전에 찌 맛부터 톡톡히 즐기네요. 이런 건 타이밍 젤 필요 없이 곧바로 챔질!



"오! 이번에는 힘 좀 쓴다."

낚싯대를 세운 제 어깨에 모처럼 힘이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뒷심이 부족하네요.


바다의 미녀가 우아한 자태를 뽐내며 올라온다.

참돔아 반갑다. ^^

그런데 먹성이 왠지 모르게 급해 보입니다. 찌는 총알처럼 빨려 들어갔습니다만, 채보면 바늘이 아슬아슬하게 걸려오니 챔질 타이밍을 1초 정도 늦게 해봐야겠습니다.

씨알은 살짝 좋아졌지만, 여전히 상사리급. 이런 참돔은 마릿수로 낚아야 합니다. 지금 시즌(6월) 덕우도에서 낚이는 참돔 씨알은 25~50cm까지 다양하지만 30~40cm는 마릿수가 나와야 하고 50~70cm는 한두 마리 조황. 하지만 물때와 자리가 안 좋으면 참돔 구경을 아예 못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제가 내린 자리는 주변 지형으로 보아 아주 매력적으로 보이지만, 사리 물때에 왔었다면, 참돔 씨알이 지금보다는 훨씬 좋아졌을 거란 생각이 강하게 드네요.


이날 30시간 논스톱 갯바위 낚시를 하게 될 파트너입니다. 닉네임은 영춘선생이고 현재 그룹 '엑시트'의 리더이자 베이스 보컬을 맡고있는 영준씨. 그의 첫수는 쥐노래미로 당첨되었습니다. 지금까지는 방파제에서 줄곧 작은 볼락과 어랭이를 위주로 낚은 게 전부여서 이만 한 쥐노래미는 처음이라고 합니다.

쥐노래미가 잡히자 저는 수심을 1m가량 더 올리라고 조언해 주었습니다. 시즌 초이긴 하나 지금은 새벽이고 수온도 좋아 감성돔과 참돔이 바닥에서 어느 정도 떠서 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조류는 아주 느리게 흐르며 제 찌를 갯바위 직벽 가장자리로 밀고 있었습니다. 채비를 걷을까 말까 고민하는데 직벽 모퉁이에서 약 1m가량 떨어진 찌가 살짝 흔들리더니 천천히 가라앉습니다. 한 한 뼘치 정도 들어간 찌는 잠시 멈칫하더니 다시 쭈욱 빨려 들어가네요. 전형적인 감성돔 입질입니다.

"챔질! 어어~ 힘이"

순간 바닥으로 내리꽂는 힘이 전해지자 LB(레버 브레이크)를 한 방가량 쏴주고 다시 쭉 끌어올렸습니다. 처박는 힘이 가당치 않네요. 30cm 후반, 아니 40cm급 감성돔을 예상해 봅니다. 그리고 수면에 떠오른 녀석은 웬 기다란 물고기? 언뜻 봐서는 이게 무슨 어종인지 몰랐는데요. 일단 뜰채질로 올려보니 찌낚시로는 생각지도 못한 녀석이 다 낚입니다. 뭐야 이거. ㅡㅅㅡ;;


60cm에 가까운 대물 양태가 낚였다. 흑흑

서해에서는 장대라고 하죠. 완전히 속았습니다. 이런 녀석을 선상 낚시로 올린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찌낚시로 낚은 적은 처음. 조금 황당하네요. 처박는 힘이 완전히 감생인 줄 알았는데 장대였다니 아 힘 빠집니다. 그나저나 갯바위에서 고작 1m 떨어진 직벽에 이런 녀석이 웅크리고 있었다는 것도 신기했지만, 바닥층 어종이 1m 이상 떠서 크릴을 주워 먹는 탐식성도 알아줘야겠습니다. 활성도가 좋아 보이네요.


이어서 영준씨에게도 입질이 들어왔습니다. 즐거워하는 모습이 보이시나요? ^^


아직은 들어뽕이 미숙하지만 ^^


이번에는 성대가 잡혔다.

초심자가 낚시에 재미 붙이기 딱 좋을 만큼 다양한 어종이 선보이고 있습니다. 영준씨는 아직 '돔'짜 붙은 어종을 못 낚아봤다고 하는데요. 이날 상황을 보니 징크스를 깨는 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참에 참돔으로 '돔 데뷔'를 해보길. ^^

영준씨는 제 블로그를 통해 대리만족과 낚시 방법을 터득하면서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막상 인터넷으로 배운 것을 실전에서 써먹으려니 쉽지 않았다고 해요.

 

예를 들어, 찌가 살짝 잠길 때 이것이 밑걸림인지 입질인지 구분하는 방법을 글을 통해 배웠다고 해도 실전에서는 파악하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낚싯대를 살짝 뽑아서 밑걸림인지 입질인지 파악할 수 있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경험하지 못한 것은 아직 '내 것'이 되지 못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 출조에서 그것을 여실히 느꼈다고 합니다. 찌가 살짝 잠기면 여분의 원줄을 감아들인 뒤 낚싯대를 천천히 뽑는데 이때 '토도독'하고 전달돼는 입질을 여러 번 경험했습니다. 반대로 '토도록'이 없는 밑걸림도 여러 차례 느꼈었죠. 그 과정에서 해초나 암초에 걸려 꼼짝할 수 없는 상황도 겪었으며 그럴 때마다 제가 빼내 주곤 했습니다. 그러한 과정을 현장에서 지켜보면 전에는 겪지 못했던 경험이 다 자기 것이 되겠지요.

이곳에서 처음으로 갯바위 낚시를 시작할 때 낚싯대 파지법과 캐스팅, 그리고 어신 캐치와 챔질법까지 한꺼번에 너무 많은 걸 알려줬습니다. 가장 우려되었던 것은 초보자의 무덤인 '밑걸림'. 밑걸렸을 때 대처가 미흡하다 보니 한참을 씨름하게 되는데요. 다행히 이번 출조에서는 완전한 바닥층을 노릴 필요가 없어 밑걸림이 덜했고 근거리를 노리는 포인트다 보니 낚시가 한결 수월했습니다.


바늘 묶는 것도 일일이 해줬느냐고요? 아닙니다. 그것만큼은 꼭 연습해달라는 주문에 하루 정도 손가락 돌려 묶기를 연습해 왔더군요. 낚시 경험은 적어도 낚시에 대한 열정과 호기심만큼은 넘치는 친구였기에 즐거운 낚시가 가능했습니다.


최근 박진철 프로의 '박歌의 패'란 프로그램을 보면서 내가 가진 패와 물고기가 가진 패에 대한 언급이 종종 나옵니다. 이날 물고기가 가진 패는 저에게 매우 불리한 '물때'와 '조류'였습니다. 대신 제게는 '물색'과 '수온'이라는 패가 있었죠. 물색 보십시오. 감성돔을 노리기에 아주 적당한 탁도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까? 이런 물색은 물고기의 경계심을 허물어트리는 역할을 합니다.

탁도가 맑지 않은 청록색 바다는 물고기를 부르는 색으로 수심만 적당히 맞추면 금방이라도 입질 받을 수 있을 것만 같은 무한한 신뢰감을 줍니다. 앞서 저는 10m에서 9m로 수심을 조절해 낚시 중이고 영준씨는 8m로 찌매듭을 맞춰서 흘리는 중인데요. 이런 호상황에서 1m 차이는 그리 큰 의미가 없을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순간 영준씨에게 입질이 닿았습니다. 찌가 총알처럼 들어가다 보니 미처 보지 못한 영준씨.

"찌들어갔다. 빨리 챔질해!"



"훅~!"

낚싯대 놀리는 게 어찌 불안해 보입니다만, 누구나 처음부터 능숙할 수는 없겠죠. ^^ 그런데 영준씨의 낚싯대가 제법 휩니다.

"우와~ 어떡해요. 힘이.. 힘이 장난 아닌데"
"천천히 낚싯대를 세우고 그렇지! 좀 뒤로 재껴도 괜찮아. 쭈욱 올려 그렇지. 그리고 릴을 감고 다시 쭈욱 올려."

주문한 대로 잘 해주는 영준씨. 꾹꾹꾹 차고 들어가는 휨새를 보아 참돔이 틀림없어 보입니다.

"파이팅은 급하게 올리려 하지 말고 그 상태에서 손맛을 즐기면 돼"


영준씨의 '돔 데뷔' 성공 ^^

"이것은 횟집 수조에서나 보던 딱 그 사이즈 아닌가요?"

그러고 보니 딱 횟집 수조 사이즈네요. 다만 차이가 있다면, 참돔의 때깔. 제 블로그를 통해 양식 참돔과 자연산 참돔의 차이를 글로 보아왔지만, 모름지기 직접 보고 경험하는 것만큼 확실한 학습은 없다는 것. 등에 박힌 푸른 다이아몬드 하며 눈에 칠한 푸른색 아이섀도. 그리고 뭐니뭐니해도 양식 참돔에서는 보이지 않았던 선홍색 빛깔. 직접 맞닥트려보니 같은 어종인데 이렇게 다를 수가 있을까요? ^^ 왜 참돔을 바다의 미녀라 부르는지 실감하는 순간입니다.


정말 다양한 어종이 나와주니 이보다 재밌는 낚시도 없을 듯. ^^

채비를 갯바위 가장자리로 붙이면 영락없이 쏨뱅이가 물어 재끼고


이날 갯바위 낚시를 처음 하는 영준씨. 처음 출조 버스에 오를 때, 덕우도가 있는 위치를 알려주자 한숨을 푹 쉬며, 낚시 한 번 하는데 이렇게 멀리 가야 하느냐던 그가 지금은 왜 이렇게까지 낚시하러 다녀야 하는지 알 것입니다. 평소 시화방조제와 신진도에서 크게 못 벗어나던 10년 전의 제 모습처럼 이 친구도 저와 똑같은 전철을 밟다가 한 방에 시공을 건너뛰어 처음으로 덕우도까지 내려온 이 날.

"생애 처음으로 자신이 잡은 물고기 중 가장 큰 녀석을 맞닥트리게 됩니다."

이번에는 좀 전에 낚은 참돔보다 더 강력한 입질을 받았는데요. 입질 받는 과정이 찌낚시의 정석과도 같았습니다. 처음에 찌는 밑걸림처럼 자물자물 내려갔습니다. 저도 옆에서 찌들어가는 모습을 함께 지켜보고 있었죠. 아무래도 견제를 해야겠다는 말에 그는 제 블로그에서 보고 배운 대로 낚싯대를 살며시 뽑아 올렸습니다. 


그러자 갑자기 찌가 들어가면서 후킹이 돼버렸고 확인 챔질후 파이팅이 시작되면서 한 손으로 낚싯대를 가눌기 어려울 정도의 힘이 전달되었습니다. 사실 릴링과 펌핑이 익숙하다면 그 정도의 힘을 받지는 않았을 텐데 뭐든지 처음이다 보니 낚싯대를 통해 전달되는 힘의 크기가 꽤 생경했을 겁니다. 그동안 방파제에서 작은 볼락과 어랭이를 낚았을 때 탈탈거렸던 느낌이 기억의 전부였다면 더더욱 말이죠. 


수면에 띄우자 완강히 저항하던 이 녀석, 정체가?

이날 갯바위 낚시 데뷔 전에서 대물 쥐노래미를 낚은 영준씨

물고기를 양손으로 감싸 쥐다 보니 크기가 작게 찍혔는데요. 초심자에게 4짜 쥐노래미는 대물 중의 대물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이날 참돔도 처음 낚아봤지만, 모든 물고기를 통틀어 이렇게 큰 물고기를 낚아본 적은 처음이라는 영준씨. 


덕우도의 고립된 갯바위에서 앞으로 30시간 동안 생존(?)해야 할 처지에 놓였지만, 이 순간만큼은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되었을 것입니다. 그나저나 이거 사진만 찍다가 좋은 물때 다 놓치겠습니다. 이제부터는 촬영을 간소화하고 낚시에 매진해야 할 것 같습니다.


파이팅하는 입질의 추억

카메라를 뒤에다 놓고 낚시를 빨리빨리 진행하겠습니다. 라고 말은 했지만, 실은 영준씨에게 사진 좀 찍어달라 부탁했습니다. 파이팅 장면을 담는 것은 셀카로 불가능하거든요. 사실 지금은 1초라도 바늘이 물속에 있어야 한 마리라도 더 낚을 수 있습니다. 건질만한 사진 2~3컷 찍는 것을 생략한다면, 대신 참돔 한 마리가 손에 들어올 테니까요.
 
이 글을 보고 있는 여러분들도 사진 촬영 없이 낚시하신다면, 아마 비슷한 조건에서는 저보다 더 많이 낚을 수 있을 겁니다. 씨알과 마릿수냐의 차이는 있겠지만, 어쨌든 낚시꾼의 조과란 그 사람의 실력을 가늠케 하는 유일한 척도이기에 이를 무시할 수도 없을 겁니다. 그러니 일단은 고기가 나올 때 최대한 낚아두려고 하겠지만, 그것과 뒤처리는 또 별개의 문제 아니겠습니까?


많이 잡아왔으면 많이 잡아온 만큼 의미 있게 사용해야 할 텐데 넘치는 고기를 감당하지 못해 버려지는 일도 종종 있습니다. 저도 한 쿨러를 꽉 채우면 결국에는 누구 나눠주고 남은 건 지지고 볶거나 회 쳐서 맛있게 먹겠지만, 억지로 냉장고를 채워가며 먹느니 차라리 적당히 낚고 대신 의미 있는 사진을 몇 장 더 건지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참돔 씨알이 많이 잡니다. 이 정도 씨알로는 아무리 잘 포장해서 집으로 가져가도 살이 물러져 숙성회의 제맛을 느끼기에는 역부족일 듯합니다. 
어차피 저는 이날 고기 욕심을 완전히 버렸습니다. 잡은 고기는 방생급을 제외하고 전부 영준씨 줄 생각이었습니다. (그래도 50cm급 이상 참돔이 나오면 숙성회로 가져갈 생각이 있지만, 이날은 왠지 어려울 듯하네요. ^^;) 
 

수심을 놀려도 노래미가 물고 늘어지는 활성도를 보였다.

잔 씨알이지만, 계속해서 참돔이 낚였다.

제가 물고기를 보관하는 방법은 그날마다 다릅니다만, 이렇게 마릿수로 나오는 날에는 살림통과 부력망을 모두 준비해 옵니다. 살림통에 물을 부어놓고 잡히는 족족 이곳에 보관해 둡니다. 그러다가 고기가 좀 모이면, 부력망으로 옮겨 담습니다. 처음부터 부력망에다 보관하면, 한 마리 한 마리 낚을 때마다 부력망을 건져 올려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으니까요.

성능 좋은 기포기가 있으면, 아예 살림통에다 보관하는 것도 방법이 될 것입니다. 다만, 많은 산소량을 요구하는 큰 고기는 기포기를 틀어놔도 서너 시간이 후면 기진맥진하게 됩니다. 이를 횟감으로 쓰겠다면, '고생사' 할 수 있으므로 횟감이 금방 물러지는 단점이 있고요. 그래서 40cm급 이상의 횟감은 곧바로 부력망에 넣어 두는 편입니다.

또한, 부력망에 넣어두는 것도 너울이 없을 날에 한해서입니다. 너울 치는 날 부력망에 넣어두면 오히려 고기가 스트레스를 받으니 그때는 차라리 살림통에 기포기를 트는 게 훨씬 낫더군요. 그러니 살림통이냐 부력망이냐, 혹은 둘 다인가는 포인트 여건과 그날 상황에 따라 다르니 일단은 둘 다 챙겨가는 편입니다.



덕우도 참돔 낚시 첫날, 아침 조과

이날 새벽 5시부터 진행된 참돔 낚시는 오전 8시를 기점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간조를 한 시간 앞두고 모든 입질이 올 스톱! 많은 마릿수도 아니었고 씨알은 더더욱 아니었으나, 집으로 가져가 밥반찬으로 사용할 만큼은 되었습니다.

이제 입질이 소강상태인 틈을 타 아침 식사를 합니다. 지급된 도시락에다 회를 더해서 먹을 계획인데요. 이날 양태, 성대, 참돔, 쥐노래미 등등 다양한 어종을 낚았기 때문에 뭘 꺼내서 먹어야 할지 고민 좀 하였습니다. 이런 것을 골라 먹는 재미라고 하나요? ^^ 하지만 그 고민은 얼마 가지 않았습니다. 지금 시즌, 가장 맛있는 어종을 고르면 되기 때문입니다. 저는 무엇을 꺼내 들었을까요? 덕우도 참돔 낚시 2편은 '진격의 갯바위 먹방' 편으로 이어집니다. 다음 편을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수도권 출조 문의
인천피싱클럽 : 010-5352-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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