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 글에서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못 보신 분은 여기를 클릭 → [군산 침선낚시] 첫 침선낚시에서 낚은 육자 괴물 우럭

 

오후에 들면서 입질 빈도와 씨알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또다시 들어온 강력한 입질. 이를 놓칠세라 최대한 전동릴의 속도를 절제하며 감아올립니다. 그런데 씨알이 만만치 않은 지 이번에도 전동릴이 느려졌다 빨라지기를 반복하며 기대감을증폭시키고 있었지요. 제발 쌍걸이는 아니길 하는 바람. 이유는 초밥용으로 쓸 거리를 장만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이윽고 시커먼 바다에 모습을 드러내는데.

 

 

5짜에 조금 못 미치는 우럭이 올라왔다.

 

오전에 낚은 육자 우럭에 비할 순 없지만, 그런대로 쓸만한 씨알이지요. 이 정도 우럭이라면 초밥용으로 손색이 없겠습니다. 곧바로 피와 내장을 뺀 뒤 시원한 쿨러에 넣어 둡니다. 초밥용으로는 두 마리를 장만할 계획이어서 남아있는 짧은 낚시 시간 동안 더도 말고 굵은 우럭 한 마리만 더 낚았으면 싶었는데 벌써 선장의 '마지막 멘트'가 흘러나옵니다. 아니 지금이 몇 신데 벌써 마지막이라니.

 

사실 군산 비응항에서 이곳까지는 3시간 하고도 40분이 소요됐습니다. 철수할 때도 그 정도가 걸리기 때문에 오후 6시 입항에 맞추려면, 그만큼 일찍 출발해야 하니 낚시 시간이 줄어들 수밖에 없겠지요. 처음 해보는 침선낚시는 다 좋은데 포인트까지의 거리가 멀고 낚시 시간도 그리 길지 않다는 것이 단점이었습니다.


이제 라스트 캐스팅이 남았습니다. 선장의 마지막 입수 신호가 떨어지자 침선 높이를 알려주며 진입합니다. 마지막이니만큼 밑걸림을 각오하면서 저는 평소 때보다 1~2m 낮게 채비를 깔아 침선에 진입해 봅니다. 옆쪽 사람들이 하나둘씩 침선에 걸려 채비를 끊어냈고 제 차례가 오자 릴을 재빨리 감아 침선을 넘기는 데는 성공. 그런데 입질이 없자 선장의 채비 회수 신호가 떨어집니다. 아 끝났네. ㅠㅠ

 

 

옆쪽에는 중치급 우럭 한 마리가 올라오는군요. 이대로 아쉽게 끝나는가 싶습니다. 낚싯대를 접으려고 하는데 선장이 딱 한 번만 더 내려보고 철수하잡니다. 이번에는 밑걸림을 각오하고 침선 높이의 절반만을 유지하며 어신을 기다리는데 드디어 두두둑 하는 입질이 들어옵니다. 좀 더 욕심내어 쌍걸이를 노려보는데..

 

 

마지막 입수에서 제법 쓸만한 씨알로 우럭 한 마리를 추가하며 침선낚시를 기분 좋게 마무리했습니다.

 

 

PM 6:00, 군산 비응항에 도착

 

이날은 배에 탄 손님 대부분이 반쿨러 이상을 채웠고 저도 씨알 굵은 우럭을 16수 정도 했습니다.

 

 

PM 10:30, 서울 자택

 

이때는 몰랐는데 사진을 편집하면서 시간대를 체크해 보니 군산에서 서울까지 엄청나게 빨리 왔군요. 입항 시간이 6시였는데 중간에 밥까지 먹고 올라와 부천에서 다시 자가용으로 집(구파발)으로 오기까지 총 4시간30분 밖에 걸리지 않았으니 말입니다. 그나저나 이 우럭들은 앞으로 제 블로그의 주력 카테고리 중 하나인 '꾼의 레시피'를 위해 미리 손질해 둬야 할 텐데요. 피는 현장에서 다 뺐지만, 내장은 그대로 남아 있어 횟감으로의 사용은 어렵습니다.

 

선상낚시를 즐기는 이들을 보면 피만 빼고 내장은 빼지 않은 상태에서 횟감으로 가져가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고래회충증에 잘 걸리지 않은 이유는 수많은 변수를 헤치고 위장으로 살아 들어가기까지의 확률이 매우 적기 때문입니다. 


그 변수란 우럭 내장을 감싸는 막을 뚫고 들어가기도 어렵지만, 만약 뚫었다고 가정했을 때 우럭의 근육은 여타 어종보다 단단해 살로 잘 파고들지 못하는 편입니다. 다시 말해, 우럭은 근육으로의 침투 이행률이 비교적 낮은 어종이어서 숙주가 죽고 난 이후에도 고래회충은 대부분 내장에 남아 있게 됩니다. (근육 침투 이행률이 높은 어종은 살이 무른 쥐노래미, 고등어가 있습니다.)

 

하지만 만에 하나 고래회충이 그 단단한 살을 뚫고 들어갔다고 가정해 봅니다. 그것을 얇게 썰어 먹으면 칼질 과정에서 살아남지 못하지만, 그 사람이 두툼한 회를 좋아해 다소 두껍게 썰었다고 가정해 봅니다. 그래서 고래회충이 살아남았고 입에 들어갔을 때도 갈기갈기 찢기는 살 속에서도 살아남아 위장으로 들어갔다고 가정해 보았을 때 그중에서도 활력이 둔화한 몇몇은 위산에 죽어 소화되겠지만, 그중 씨알이 굵고 활력 좋은 고래회충은 위산에 버티면서 죽기 직전까지 위장이나 소장을 뚫고 나가 장폐색증을 일으키는 등의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키겠지요. 


여기까지 오기까지의 확률은 그리 높지 않지만, 분명 그 확률은 0.1%라도 존재합니다. 예전에 제가 5짜 개우럭을 피만 빼고 집으로 가져와 썰어 먹다가 고래회충에 제대로 걸릴 뻔한 적이 있었습니다. 조기에 발견해 위기를 모면했지만, 만약 이 녀석이 산채로 위장에 들어갔다면, 꽤 오랜 시간 저를 괴롭혔을지도 모르기에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관련 글 : 우럭에서 발견된 고래회충에 충격, 주의하세요)

 

살아있을 때 내장을 빼지 않고 횟감으로 가져가는 선상 낚시꾼들이 정말 많습니다. 이분들이 위 경우를 한번 당해봐야 다시는 그러지 못하듯이 제아무리 발생확률이 낮다 하여도 내게 일어난다면 다음부터는 조심하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비교적 근육 침투 이행률이 낮은 우럭이라 해도 씨알 굵은 우럭을 횟감으로 가져갈 때는 반드시 내장을 제거해 둡니다. 


본문 첫 부분에 낚은 5짜급 우럭은 그래서 현장에서 피와 내장을 빼고 쿨러에 넣어 두었던 것이지요. 그러다 보니 모양새는 볼품이 없어 조황 사진을 찍어야 하는 점주 입장에서는 썩 달가워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중요한 건 반듯한 조황 사진보다 안전이 우선이지 않겠습니까? ^^

 

 

내장을 빼지 않은 육자 우럭은 횟감이 아닌 가열 요리로 사용할 계획입니다. 숙주가 크면 클수록 기생충 감염 횟수도 많고 그 크기도 제법 크기 마련인데요. 이 녀석도 그런 저의 예감을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보통의 사람들은 고래회충만을 떠올리겠지만, 여기서는 그것 외에도 별의별 기생충이 다 나왔습니다. 그 이야기는 조만간 하겠습니다. 마음 단디 먹으시고 읽으셔야 할 듯합니다. ^^ㅋㅋ 

 

 

45시간 후, 숙성한 우럭을 개봉했다.

 

어쨌든 초밥용으로 가져온 우럭은 현장에서 피와 내장을 빼 왔기 때문에 기생충 걱정이 전혀 없습니다. 가장 활력이 넘칠 때 즉살하였으니 그때의 선도가 아직도 유지되고 있는 것이지요. 이 우럭은 그날 밤, 집에서 해체 작업을 거친 후 이렇게 숙성되었습니다.

 

숙성은 별거 없습니다. 포를 떠서 키친타올에 돌돌 말아 김치 냉장고에 넣어두면 그만입니다. 이때 적정 온도는 1~2도 정도이며, 이후 2~3일까지 보관한 것은 초밥용, 회덮밥, 회냉면으로 사용하고 그 시간을 넘기면 적당히 굽거나 요리해 먹으면 됩니다. 

 

 

거의 이틀 가까이 숙성했는데도 살의 탄력과 빛깔이 살아 있네요. 역시 실망을 저버리지 않은 자연산 우럭입니다. 소위 고급 일식집이라고 하는 곳에서는 이러한 자연산 우럭은 고사하고 양식 우럭도 잘 사용되지 않습니다. 우럭으로 초밥을 쥐는 일식집이 더러 있습니다만, 대부분은 수율(머리와 뼈, 내장을 제외한 순수 근육량)이 높지 못하다는 이유로 홀대하기 때문에 비교적 수율이 좋고 숙성에도 잘 견디는 광어, 도미, 농어 등 이 3종이 일식에서는 가장 많이 쓰이는 편이지요. 그래서 자연산 우럭 초밥을 먹는다는 것은 어찌 보면 낚시꾼의 특권이기도 합니다.

 

 

이제 이걸로 초밥용 네타를 만듭니다. 포 가장자리에는 광어와 똑같이 지느러미살이 있습니다. 이 살은 기름기가 많아 네타로는 적합하지 않으므로 제거합니다.  

 

 

뱃살과 등살을 분리했습니다. 가운데 지아이(척추에서 나온 잔가시가 혈합육에 박힌 부위)는 제거하고요.

 

 

사선으로 넓게 썰어 네타를 만듭니다. 자세한 방법은 조만간 쓰겠습니다.

 

 

초밥용 네타가 완성되었습니다. 여기서 네타는 초밥용으로 쥐게 되는 '생선회 조각'을 의미하는데 간혹 네타나 샤리가 일본말이라는 이유로 비난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제껏 블로그에서 소신껏 밝혔듯 국명으로 써야 할 것과 일명을 써야 할 것, 혹은 이 둘을 병행 표기해야 할 것에 대해 완벽하게 기준을 두고 분리해 왔습니다. 그 명칭이 일본 고유의 음식에서 나온 것이고 우리나라 말로 대체할 단어가 없다면, 일본명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네타는 우리말로 대체할 만한 적당한 단어가 없으며 조금 억지를 부려 '초밥용 회' 정도로 표기할 수는 있지만, 글이란 것은 의미 전달이 분명하고 쉬워야 한다는 법칙이 우선시 돼야 하기 때문에 그 나라에서 온 고유 명칭이 우리말로 대체할 수 없다면 그대로 써야 한다는 것이 제 견해입니다. 


같은 예로 그들(일본인)이 우리의 전통 음식인 김치를 제멋대로 '기무치'라 표기한다면 기분이 나쁘듯이 우리도 똑같은 인간이 되지 않으려면 타국의 고유 명사를 존중하고 그대로 써줘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저는 초밥을 스시로 표기해도 상관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제가 어류나 수산물을 설명할 때도 표준명을 사용할 때 일명이 병행표시 됩니다. 국명이 우선이기 때문에 국명(일명)식으로 표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일명이 표기됐다는 사실만으로 시비를 걸거나 의문을 품는 이들이 있는데요. 이 세상에서 학술지 성격을 띠는 모든 책과 정보는 영어는 기본이고 주변국에서 사용하는 명칭을 함께 표기하는 것이 기본이자 의미 전달에 도움이 됩니다.


양질의 정보를 객관화시키는 작업에서 양국의 정치적 갈등이 영향을 미치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그 점을 구분하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은 개인적으로 아쉽습니다.

 

 

잠시 이야기가 딴 데로 샜는데요. 어쨌든 그렇게 하여 자연산 우럭 초밥이 완성됐습니다. 남은 자투리 살은 매운탕에 사용되었고 일부는 8개월짜리 딸내미 이유식에 사용했습니다. ^^

 

 

그리하여 완성된 자연산 우럭 초밥

 

최근 벵에돔 초밥만 먹어온 제게는 실로 오래간만인 우럭 초밥입니다. 그나저나 네타 모양을 좀 더 일괄적으로 다듬기 위한 연습 좀 해야겠네요. ^^; 개인적으로 길쭉하게 썰어내는 방식은 선호하지 않아서(그런데 하다 보면 그렇게 됨) 다음에는 특급 호텔에서 장만하는 네타 모양을 본 따서 만들어 봐야겠습니다. 사실 초밥 세계의 심오한 깊이를 업도 삼고 있지 않은 제가 제대로 이해하고 만들 순 없을 겁니다. 


아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건 그저 흉내 내기에 불과하지요. 제가 정말로 초밥을 심도 있게 이해하고 실무 경험을 쌓았다면 여기서 글 쓰고 있을 게 아니라 주방에서 일하고 있어야 할 것입니다. ^^; 다만, 이 정도로 만들어도 가족들이 맛있게 먹어줄 수 있을 것이기에 취미 삼아 하는 것이지만요. 


그런 저도 어떻게 하면 초밥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을까? 하는 정도의 고민은 하게 됩니다. 중요한 건 믿고 먹는 것이겠지요. 그렇다면 어떻게 이 무더운 여름철에 생선회를 그것도 죽은 지 이틀이나 지난 것을 초밥으로 먹을 수 있었던 걸까요? 초밥은 어떻게 쥐면 가족들이 맛있게 먹을 수 있을까요? 저의 지난 글들을 읽어보시면 어느 정도 궁금증이 해소되리라 봅니다.

 

생선회를 숙성하는 방법(숙성회를 먹는 이유)

생선회를 직접 썰어보자.(회 써는법)

횟감용 생선을 가장 싱싱하게 해주는 신경절단법

활어회와 숙성회 차이에 대한 중대한 오해

생선 초밥만드는법(배합초, 초밥 재료 만들기)

 

 

자태 고운 우럭 초밥 1피스

 

이 1피스에 낚시 노동의 노고가 들어 있었다.

 

한 피스를 입에 넣자 장맛비를 맞으며 낚시 노동일을 했던 기억이 되살아나려 합니다. 굵은 빗줄기와 습한 해무가 옷 사이사이에 스며드는 축축한 낚시. 여기에 뱃멀미를 참아가며 우럭을 낚아 올렸던 입질의 추억이 이 한 피스에 고스란히 들어있었지요. 숙성 시간이 시간인지라 활어회만큼의 차지고 탱탱한 식감은 덜하지만, 적당히 감칠맛이 오른 우럭 초밥은 근래에 먹었던 점심 중에서는 엄지손가락을

척하고 올릴 만하였습니다.

 

이제 저는 원래 하던 낚시를 즐기기 위해 WFG 세계선수권대회 3차 예선전이 열리는 거제도로 향합니다. 처음 가보는 구을비도의 기가 막힌 풍경과 매물도에서의 입질의 추억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다음 편을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선상낚시 문의

감성킬러의 배낚시(010-6490-77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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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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