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을비도 벵에돔 낚시] 눈이 시릴만큼 아름다운 낚시 여행지, 구을비도


 

 

 

지금까지 낚시하면서 유독 인연이 닿지 못했던 몇몇 섬들이 있습니다. 남해 동부권 최전선 중 하나인 구을비도, 국도, 좌사리도, 갈도가 그것입니다.

통영, 혹은 거제도에서 뱃길로 40분이면 닿는 섬이지만, 홍도를 제외하면 이 근방에서는 가장 먼 섬 중 하나이지요.

지난주에는 내년 6월, 일본 오도열도에서 열리는 WFG 본선 대회의 진출 자격을 얻는 한국대표 선발전이 열렸습니다.

저는 선수로 참가하지 못했지만, 대회 진행과 참관을 위해 거제도로 향했고 이곳에서 3일 동안 머무르면서 구을비도, 용초도, 매물도를 다녀왔습니다.

그 이야기의 시작을 알리는 곳은 남해 동부 최전선 중 하나인 구을비도. 지금까지는 잡지나 TV 영상으로만 봐서 간접적이나마 섬의 아름다운 풍광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만, 직접 가 본 소감은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 이렇게 아름다운 섬이 있었나 싶을 정도였죠.

직접 갯바위에 서서 주위를 빙 둘러보았을 때 밀려오는 감동과 설렘을 글과 사진으로 표현하기에는 한참 부족하지만, 지면이 주는 한계 내에서 최대한

현장감을 살려 소식 전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매물도, 경남

 

배는 매물도를 경유해 구을비도로 향한다.

 

지금은 하선이 금지된 등여

 

이날 목적지인 구을비도

 

PM 1:00, 구을비도에 접안을 시도한다.

 

이날 오전 7시. 성남 한조무역에서 박범수 대표님과 김승수 회원님을 만나 거제도로 달려왔습니다. 

곧바로 밑밥을 개고 배에 승선, 중간에 매물도를 경유해 구을비도에 진입한 시간은 오후 1시.

이곳에서 앞으로 6시간 동안 벵에돔 낚시를 하게 될 텐데요. 이날은 유독 기분이 설렙니다.

낚시야 늘 설레지만, 처음 찾는 섬이어서 그런지 유난히 가슴이 쿵쾅쿵쾅 뛰더군요. 

말로만 듣고 화면으로만 보았던 구을비도는 그렇게 박력 있고 멋진 풍광으로 다가왔습니다.

 

 

큰여와 줄여가 보이는 가운데 자릿배가 조업 중이다.

 

이날은 주의보가 해제된 뒤끝이다 보니 여전히 너울의 여파가 있었습니다.

타이밍상 다른 낚시점에서 온 손님이 없을 줄 알았는데 구을비도의 주요 포인트를 몇 자리 차지하고 있더군요.

배는 구을비도 북단인 기둥바위로 향했습니다. 정면에 보이는 높은 자리가 우리가 내릴 곳입니다.

 

 

멀리 매물도가 보인다.

 

구을비도를 오랜만에 찾은 일행들, 그리고 초행길인 저는 낚시 준비보다도 멋들어진 풍광을 놓칠세라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물 뿜는 자리와 떨어진 여

 

낚시하기에 아주 좋은 발판

 

밥 먹을 시간도 없이 달려왔기에 일단 도시락부터 까먹고 낚시를 시작할까 합니다.

 

 

우리가 젤 먼저 내려 짐 정리를 마치고 도시락을 먹는 사이 홀로 오신 분이 아찔한 직벽 포인트에 하선합니다.

 

 

또 다른 팀은 물 뿜는 자리에 내리는데요. 보시다시피 저곳은 너울의 여파가 있어서 정상적인 낚시가 어렵다고 판단.

구을비도를 한 바퀴 빙 둘러본 배는 더이상 내릴 자리가 없자 도로 철수하는 모습입니다.

 

 

세 명에서 하기에는 다소 협소한 자리지만, 이날 구을비도가 꽉 차는 바람에 평평하고 높은 자리를 사수한 것으로도 고마운 일이지요.

 

 

0c 부력의 채비로 중하층을 더듬기 시작했다.

 

#. 나의 채비와 장비

로드 : 원다 테크노 스페셜 벵에 1.7-530

릴 : 다이와 임펄트 2500번 LBD릴

원줄 : 쯔리겐 프릭션 제로 2호 (세미 플로팅)

어신찌 : 쯔리겐 토너먼트 아크로 02번 (0c 부력), 조수우끼고무 M

목줄 : 토레이 SS 토너먼트 1.7호

바늘 : 벵에돔 6호

봉돌 : 5번과 7번으로 운용

 

구을비도에서 낚이는 벵에돔은 긴꼬리가 주종이고 해질녙에 잡히는 것은 씨알이 크기 때문에 채비는 평소와 달리 조금 강하게 했습니다.

그런데 몇 주걱 품질해 보니 잡어가 적극적으로 피어오르지 않습니다. 시간도 한낮인 데다 물색은 쿠로시오 지류가 아닌 연안류에 가까운 청물이 끼어 있어

여건이 생각보다는 좋지 않아 보이네요. 이 상황에서 던지는 족족 원줄을 가져가는 입질을 기대하기에는 어려울 것이란 판단에 채비를 가라앉혀 상층부터

중하층까지 더듬어 나갈 수 있는 소형 잠수찌로 탐색전을 시작해 봅니다.

 

 

박 대표님은 제로찌 채비로 시작하는군요.

 

 

김승수 회원님과는 이날 첫 동출입니다. 사실 이곳에 오면 던지자마자 퍽퍽 물어주는 상황을 대부분 기대하기 마련인데요.

낚시를 하다 보면 제아무리 명포인트라 해도 고기가 물어줄 때가 따로 있듯이 이곳 구을비도도 벵에돔을 타작하게 될 시점은 따로 있을 것입니다.

그 시점에 우연히 들어오게 된다면 시원한 타작이 이어지는 것이고, 아니면 조금 아쉬운 출조가 되겠지만 말입니다.

쿠로시오 해류의 지류가 섬 주변을 스치고 지나갈 때면 긴꼬리벵에돔을 비롯해 부시리, 방어, 참돔, 다랑어, 돌돔에 이르기까지 난류성 어종이 들어와

여기저기서 낚싯대가 세워지고 터트리는 장관이 연출되는데요. 지금은 시간대로 보나 물색으로 보나 이른 것 같습니다.

그 가운데 가장 먼저 어신을 받고 파이팅에 들어간 사람은 다름 아닌 박범수 대표님.

 

 

30cm급 벵에돔을 낚아 올립니다. 그런데 벵에돔에서 뭔가 이상한 게 꾸물꾸물 나옵니다.

 

 

시모토아 엑시구아

 

헐. 기생충 마니아들이 흔히 말하는 '엑시구아 여신의 강림'을 보는 순간이군요.

이 녀석은 숙주의 혀를 파먹고 자신이 숙주의 혀가 되는 엽기적인 녀석입니다.

나중에는 숙주의 먹잇감에서 찌꺼기를 흡수하는 등 오히려 도움을 주기도 하는데요.

그래서 공생관계라는 설이 있지만, 실은 병 주고 약 주고나 다름없겠죠.

그나저나 벵에돔은 바늘에 걸리지 않았는데 엑시구아에 꽂혀 낚여 온 걸까요? 그렇다면 혀를 조이는 힘이 대단함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어제 이 녀석에 대해 다룬 글이 있으니 참조하시기 바래요.  (관련 글 : 숙주의 혀가 되는 엽기적인 기생충, 시모토아 엑시구아)

   

 

인상어

 

낚시를 하다 보면 쓸데없이 첫수에 의미를 두곤 하는데 이날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절해고도란 말이 아깝지 않은 구을비도. 생애 처음으로 찾은 이곳에서 낚아 올린 첫수는 허무하게도 인상어. 남해권에서는 '물망시'로 알려진 인상어는

망상어의 사촌이며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상어와는 8촌, 16촌, 32촌....128촌까지 가도 관련성이 있을지는 모르겠네요. ^^;

첫수를 인상어로 시작해 스타일을 구긴 저는 곧바로 만회하기 위해 캐스팅을 서두릅니다.

 

 

오! 이번에는 힘쓰는 게 적어도 망상어나 인상어는 아닌 것 같습니다.

 

 

30cm가 될까 말까 한 벵에돔이 올라옵니다. 어쨌거나 지금은 조류 소통이 좋지 못하네요.

조류가 포인트 왼쪽으로 감아 들어오는 것이 긴꼬리벵에돔이나 참돔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데 아니나 다를까 직벽 가장자리를 위주로 탐색하던 제 채비엔

일반 벵에돔이 물고 올라옵니다. 지금 상황에서는 조류든 물색이든 한바탕 바뀌어야 타작의 분위기가 마련될 것 같은데요. 

오후 3~4시를 기점으로 물돌이가 있으니 이날도 4시 이후의 선전을 기대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그때까지 설렁설렁 낚시하겠다는 뜻은 아닙니다. 오후의 잔치를 위해 지금은 최대한 탐색에 신경 써서 지형이 들어가는 모양과 수심을 파악해 

두어야 하겠지요. 그랬을 때 큰 고기를 걸게 되면 여 쓸림이 있을 만한 지형을 피해 효율적인 파이팅을 구사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잠시 후 박범수 대표께서 멋진 파이팅 포즈를 시연해 주셨지만

 

 

그에 걸맞은 씨알이 아니어서 이건 무효 ^^

 

 

승수님에게도 잔씨알의 벵에돔이 물고 늘어지는데 이런 건 수시로 물고 올라오지만 30cm에 근접하지 않은 벵에돔은 알아서 방생하는 분위기다 보니

좀처럼 마릿수가 쌓이질 않는군요.

 

 

바다와 수박, 참 절묘한 색 궁합이다.

 

상황이 이러하자 잠시 쉬어가기로 합니다. 수박은 박대표님 쿨러에서 나온 것.

짙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시원한 수박을 목구멍으로 넘기는 이 기분도 입질 받는 순간만큼 달콤합니다.

왜 갯바위에서 수박을 가져올 생각은 하지 못했던 걸까요? 과일을 챙겨 먹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여름에는 심히 고려해봐야겠습니다.

아직은 시간상으로 여유가 있으니 수박을 먹으면서 비경을 감상해 봅니다.

 

 

깎아지른 비경이 일품인 절해고도, 구을비도

 

섬과 섬 사이는 물골이 형성돼 이곳도 훌륭한 포인트가 되고 있습니다.

표시한 곳은 조금 아찔해 보이지만, 한 사람이 낚시하기에는 자리가 적당해 보이고요.

건너편은 구을비도에서 가장 발판이 넓고 안전한 마당바위입니다. 보통은 저곳에 사람이 많이 내리더군요.

이제 체력을 보충했으니 다시 심기일전해 채비를 담가보는데

 

 

긴꼬리벵에돔

 

이번에는 반가운 얼굴이 올라옵니다. 잔씨알이지만 그래도 긴꼬리벵에돔입니다. ^^

 

 

어린 참돔

 

계속해서 제게 입질이 집중되는데 이번에는 차고 나가는 힘이 상당히 앙칼져서 올려보니 손바닥만 한 참돔이 교통사고로 올라옵니다. 에잉.

 

 

30cm급 벵에돔

 

이어서 일반 벵에돔이 올라오는데 그나마 씨알이 조금 좋아졌습니다.

사실 구을비도에서 이런 씨알을 기대하고 오는 것은 아니겠지만, 여건이 좋지 못하면 이런 씨알도 비추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기에 지금으로써는 그저

감사할 뿐이지요. 무엇보다도 이런 멋진 절해고도에서 낚시해 본 적이 얼마 만인지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서 있자니 집에서 딸내미를 보고 있을 아내가 문득 생각나는군요. 유난히 절해고도의 직벽 자리를 좋아했던 아내.

분명 이 자리도 좋아할 텐데 말입니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구을비도는 아내와 꼭 한번 찾아오고 싶은 낚시 여행지입니다.

 

 

이날 벵에돔의 입질은 대부분 중층 이하에서 들어왔습니다.

채비를 안착하고 천천히 내린 지 40~50초는 지나야 입질 예상 지점에 미끼가 진입하며 긴장감 넘치는 상황을 맞이하는데요.

 

 

이렇게 앉아서 뒷줄을 팽팽히 한 상태로 잡고 있으면, 갑자기 드르륵 하며 경쾌하게 손가락을 치고 나가는 원줄.

거기서 짜릿함 '줄 맛'을 느끼는 것이 벵에돔 낚시의 최대 매력 아니겠습니까.

쭉 하고 치닫는 원줄, 낚싯대를 세울 때 전해지는 전율과 떨림, 파고드는 손맛. 생각만 해도 힐링이 되지요. ^^

 

 

그리고 그 끝에는 원하는 대상어를 낚아 낸 성취감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벵에돔 때깔도 환상이고요. ^^

 

 

벵에돔은 심심치 않게 낚이고 있는데 씨알은 여전히 아쉽습니다.

 

 

시간은 오후 5시. 초들물이 들면서 너울이 순간적으로 높아집니다.

우리는 괜찮은데 저곳에 내린 분이 걱정되더군요. 저 정도면 제대로 물바가지를 뒤집어썼을 텐데

 

 

수면에는 서서히 백파가 일기 시작했다.

 

팹시맨?

 

생각했던 것만큼 낚시가 전개되지 않자 잠시 쉬어가며 분위기를 살핍니다.

앞이 안 보여 셀카를 찍는 데 적잖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네요. ㅎㅎ

바닥에 엉덩이를 붙이고 십여 분간 앉아 일행의 낚시를 지켜보자니 이것도 좀이 쑤시고. 시계는 벌써 오후 5시 30분을 가리키고.

뭐라도 나올 것이었다면, 진작에 나왔어야 하지 않았을까?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비추어 보면 이 상황에서 일몰이 되었다고 갑자기 입질이 폭풍처럼

들어오는 경우는 흔치 않았습니다. 대게 호조황이 있는 날에는 진작부터 입질이 시작되었어야 했는데 물색은 여전히 청물에 가깝고 조류는 전보다 심하게

안쪽으로 말려 들어오고 있어 셋이서 채비를 한 방향으로 꾸준히 흘리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지요.

 

 

그 와중에 갯바위 가장자리를 탐색해 30cm급 벵에돔 한 수를 추가합니다.

 

 

일행은 긴꼬리벵에돔을 추가하기 시작.

 

 

아무래도 오늘은 여건이 안 맞는지 잔씨알만 나오는 상황에서 저는 어린 돌돔을 끝으로 낚싯대를 조기에 접습니다.

 

 

철수 시각이 다 되었을 즈음 일행의 낚시를 지켜보는데 승수님이 귀한 어신을 받고 파이팅에 들어갑니다.

 

 

이번에는 씨알이 제법 굵어졌군요. 박대표님의 익살스러운 브이자는 현장에서 못 봤는데 사진을 편집하면서 보게 되고 ㅎㅎ

 

 

그 길로 우리는 구을비도와의 아쉬운 작별을 고합니다. 다음에 더 좋은 조과를 기약하며.

 

 

돌아오는 길에는 매물도를 경유해 철수 수습에 들어갑니다.

가운데 여가 툭 튀어나왔는데 텐트 치고 야영하기에는 아주 좋아 보이지요.

다음 날이었던가, 이 자리에서 수십 마리의 벵에돔 조과가 나오며 대박을 쳤다고 합니다.

 

 

황혼에 접어든 매물도

 

그믐달과 샛별(금성)이 돋보이는 포구의 풍경

 

PM 8:00

 

이날은 구을비도보다 매물도 조황이 압도적으로 좋았다고 해요. 그래서 멀리 나간다고 해서 조황이 좋으리란 법은 없다는 사실. ^^

아쉽지만 구을비도와의 첫 만남은 신고식이라 생각하고 여기서 만족해야 할 것 같습니다.

잔 씨알은 방생하고 썰어 먹을 만한 것들만 챙겨왔는데요. 곧바로 손질한 다음, 숙소에서 기다리고 있는 WFG 선수들과 함께 썰어 먹었습니다.

다음 날은 용초도 일대에서 열린 WFG 세계선수권대회 3차 예선전에 참관하게 됩니다. 저는 박 대표님과 함께 대회 진행을 도왔지만,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따로 있었습니다. 1, 2라운드에서 이기고 올라온 선수들이 마지막 3라운드에서 대마도행 결선 티켓을 놓고 한판 승부를 벌이게 되는데요.

이 중에서도 저는 브라질과 네덜란드의 전력 차와 비견될 만한 두 선수의 3라운드 대결을 참관하였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내로라하는 벵에돔 전문 토너먼터의 불꽃 튀는 한판 승부 이야기, 다음 회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매물도, 구을비도 낚시 문의

거제 가자피싱랜드(010-3551-7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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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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