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오리지널 쥐치

 

제주도 사계리의 대표적인 관광지, 용머리에서 낚시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지난 편을 못 보신 분들은 아래 링크를 클릭. 

(관련 글 : 제주도 용머리 벵에돔 낚시, 관광지서 느끼는 색다른 낚시)

 

사진의 쥐치는 주로 횟감용입니다. 본명은 쥐치인데 말쥐치보다 더 맛있다고 하여 참쥐치라 부르기도 합니다. 다 자란 성체가 저 정도라 그리 크지는 않아요. 사진의 것보다 작으면 뼈째 썰기(세꼬시)로 먹고, 큰 건 포를 떠서 먹습니다. 예전에는 개체 수가 많았는데 지금은 귀해져 양식으로 충당하고 있죠. 쥐치보다 더 큰 말쥐치(방언 객주리)는 조림과 쥐포 원료로 사용되며 이것도 양식이 대부분입니다.

 

 

어떤 분은 쥐치 껍질 벗기는 걸 보고 식겁했다는데요. 먹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거치는 과정입니다. 껍질이 가죽으로 되어서 벗겨내지 않으면 안 되거든요. 그리곤 조심스레 배를 갈라 간이 다치지 않도록 빼냅니다. 창자나 위장은 쥐꼬리만 한데 간은 몸집 절반에 가까운 크기죠. 사진의 간도 전부는 아니에요. 배 안쪽에 미처 빼내지 못한 간이 일부 남아 있습니다. 이렇게 몸집에 비해 간이 크면, 대부분 맛이 좋은 것 같더군요. 홍어애가 그렇고 아귀간도 그렇습니다.

 

쥐치간은 미식가들 사이에서 알아주는 별미입니다. 그런데 양식으로 키우는 쥐치간도 생식을 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설사 먹을 수 있어도 자연산과 비견할 만큼 풍미가 나는지 이 부분이 늘 궁금합니다. (양식산 쥐치 간을 드셔본 분들의 댓글을 환영합니다.) 

 

왜냐하면, 간의 풍미란 게 평소 취하는 먹잇감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래도 사료를 먹고 자란 쥐치간이 야생에서 해파리를 포함한 자연 먹잇감을 먹고 자란 쥐치간의 풍미와 같을 리 없다는 생각이 든 것입니다.

 

 

철수한 우리는 식사를 마치고 숙소에서 회포를 풀기로 합니다. 왼쪽에 붉은빛깔이 나는 것는 벵에돔이고요. 오른쪽에 노란빛깔이 아는 것이 쥐치입니다.

 

 

쥐치간은 깨끗한 바닷물에 씻어왔습니다. 수돗물로 씻으면 맛을 버리니 유의해야 하는데요. 다만, 여름철 비브리오 균이 걱정된다면 100% 멸균은 아니더라도 예방에는 수돗물이 효과적이긴 합니다. 수돗물로 씻을 땐 살짝 씻고 재빨리 마른행주나 키친타월로 돌돌 감아서 물기를 빼주셔야 합니다. 간에는 핏줄과 엷은 점막이 덮여 있으니 손톱으로 살짝 잡아당겨 벗깁니다.

 

그런 다음 한입 크기로 썰어서 접시에 올리면, 별미 중의 별미인 쥐치 생간이 완성됩니다. 사실 비주얼은 먹기 싫게 보이는데요. 입에 넣고 맛을 보는 순간 그런 생각은 싹 사라질 것입니다. 보통은 참기름 장에 찍어 먹어도 되며, 와사비 소금만 살짝 뿌려 먹기도 합니다. 여기서는 그런 재료가 없어 간장에 찍어 먹는데요. 이런 부차적인 소스가 없어도 충분히 맛있는 것이 쥐치 간입니다.

 

 

별미 중의 별미, 쥐치간

 

쥐치간은 아귀와 홍어 간과 더불어 바닷물고기의 3대 간에 속합니다. 풍미로만 따지면, 그 어떤 간에도 뒤지지 않죠. 입에 넣고 혀와 입천장으로 살포시 눌러주면 그대로 뭉그러집니다씹을 필요도 없죠. 그러면 사르르 녹는 크림같은 질감과 바다의 짭조름함이 느껴질 것입니다. 간 특유의 비릿함이 있긴 해도 거슬릴 정도는 아니에요. 

 

음미하면서 먹다 보면 흡사 땅콩버터의 고소함도 느껴질 것이고, 우유 맛도 납니다. 처음 몇 점은 아주 맛있는데 계속 먹기에는 다소 느끼하긴 합니다. 옆에서 쥐치간을 맛본 상원아빠님은 "이거 성게알 맛인데?"라고 하는데요. 그 말에 무릎을 탁하고 친 것이 정말 성게 알(생식소) 맛과 비슷해요. 누군가에게 쥐치간을 성게 알이라고 주되 눈을 감고 맛을 보게 한다면, 그대로 믿어버릴 것만 같습니다.

 

 

쥐치간 일부는 소스를 만드는 데 사용합니다. 원래는 간장과 함께 넣고 믹서기로 갈아야 하는데요. 숙소에 그런 게 있을 리 없으니 칼로 다져서 넣었습니다. 이렇게 만든 쥐치간 소스는 생선회를 찍어 먹을 때 풍미를 돋우어 줍니다.

 

 

갓 잡은 벵에돔과 쥐치회, 쥐치 간 여기에 소주 한병으로 회포를 푼다. 자기 전에 먹는 약간의 술은 수면제다. ^^;

 

쥐치는 회가 단단해 최대한 얇게 썰어야 맛이 나는 횟감입니다. 가져온 칼이 과도라 써는애 좀 먹었습니다. 벵에돔이야 쫄깃쫄깃한 식감은 두말할 것도 없는데 쥐치는 이가 들어가는 느낌이 다른 생선회와 좀 달라요. 단단하면서도 질기지 않은 식감. 씹어도 씹어도 목넘김이 어려운 어떤 회와 달리 쥐치는 식감이 단단하면서도 잘 씹히는 특성이 있습니다. 이유는 사진 속 근육에서 볼 수 있듯이 이렇다 할 결이나 힘줄이 없기 때문이죠.

 

 

얇게 썬 쥐치에 고추냉이 한점 올려

 

 

돌돌 만 다음, 쥐치간 소스에 찍어 먹으면, 아참 그 전에 소주 한잔 털어 넣는 것도 잊지 않습니다. 둘이서 소주 한 병에 맥주 한 캔을 나눠 마시며, 새벽부터 움직여야 했던 고단한 하루가 저뭅니다. 

 

 

다음 날 오전 10시, 서귀포시 법환포구

 

둘째 날은 범섬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첫 배가 오전 5시 30분으로 이 배를 타고 들어가야 좋은 자리를 선점할 수 있지만, 늦은 밤까지 먹고 잠든 사람에게는 맞추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아예 늦게 들어가기로 마음을 먹고 충분히 자기로 했습니다. 자리도 대충 빈자리 들어가서 조과 위주보다는 편안히 낚시하는 것으로 정했죠. 하다 고기 안 나오면 조기 철수도 생각 중입니다.

 

빨리 나와야 목욕탕에서 씻고 저녁까지 먹고 갈 시간을 벌죠. 예전에는 어떻게든 새벽에 알람 맞추고 일어나서 꾸역꾸역 나갔는데 이제는 나이가 들었는지 그런 전투 낚시는 못 하겠더군요. ^^; 

 

 

저 멀리 범섬이 보이고

 

법환포구에서 범섬까지는 약 10분 정도가 걸립니다. 가는 동안 선장에게 자리가 남아 있느냐고 물었더니 "자리야 많지"라고 하네요. 이 말은 즉, 사람이 내릴 수 있는 최소한의 자리를 말하는 모양입니다. 좀 더 확대하자면, "좋은 자리는 없지. 이 시간에 좋은 자릴 기대하고 온 건 아니잖아?" 라고도 해석할 수 있겠군요.

 

 

그래도 평일이라 한적한 범섬을 아주 조금은 기대했는데, 이미 수십 명이 범섬에 내려앉았을 거란 생각에 시작하기 전부터 낚시가 망한 느낌입니다. 부지런한 새가 벌레를 잡는다더니 낚시도 마찬가지. 각오했던 바라 야속하게 느껴지진 않습니다.   

 

 

최근 범섬 콧구멍에 조황이 좋다고 합니다. 범섬은 크게 북쪽과 남쪽 자리로 나뉘는데 북쪽 일대는 대체로 들물(밀물)에 강세이고, 남쪽은 썰물에 강세를 보입니다. 이날은 오전에 들물, 오후가 썰물이라 들물 자리를 들어가길 원했는데요. 선장님은 자리가 없다고 합니다. 그럼 그렇지. 어차피 이렇게 될 것을 예상하고 왔지만, 이 많은 꾼이 새벽부터 들어와 있을 줄은 몰랐죠. 할튼 대단들 하십니다. 그놈의 손맛이 뭐라고~

 

 

여기가 딱 좋아 보이는데 자리는 만석.

 

 

여기도 사람이 발을 디디고 설 만한 자리는 만석입니다.

 

 

 

"(썰물 자리는 싫은데) 어떻게든 들물 자리로 차선책은 없는가요?"

"난 모르니까 알아서들 정해요"

 

무뚝뚝한 선장님. 뭐 이제는 그러려니 하지만, 그래도 그렇지 범섬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선장이 모른다고 하면, 우째야 하나요. 결국은 남편 직벽 자리로 갑시다. 했습니다. 갔더니

 

 

낚시가 되는 자리면, 대부분 사람이 있어 범섬을 한 바퀴 돌아야 했습니다.

 

 

 

보시다시피 남편 직벽 자리도 내릴 자리가 없어서 남편 서코지에 내렸습니다. 이 자리는 전형적인 썰물 자리입니다. 중들물이 들고 있는 지금은 좋은 조과를 기대하기 어렵겠지만, 그렇다고 앉아서 넋 놓고 있을 수 있나요? 뭐라도 한 마리 낚게 채비를 준비합니다. 

 

 

반대편 새끼섬이 보이는 포인트도 탐색해 봅니다만, 일부는 그늘이 지고, 물도 안 가는 데다 포말도 없어서 이 자리는 일단 보류합니다. 나중에 물때가 바뀌면 이 자리가 되려나.

 

 

밑밥은 크릴 4장 + 오로라 1봉 + V9 1봉 + 빵가루 1봉으로 갭니다.

 

 

채비는 0c 채비로 시작. 아직은 수온이 불안정해 벵에돔이 적극적으로 뜰 것 같지 않고, 또 그럴 시즌도 아니고 해서 우선은 중하층을 더듬기 위해 0c 채비에 작은 봉돌을 달았습니다.

 

 

낚시 세팅이 끝났습니다. 들물이 진행 중이라 뒤로 물러나면서 낚시해야 하고요. 갑자기 들이닥치는 너울성 파도도 조심해야 할 것입니다.

 

 

벵에돔 낚시에서 밑밥으로 잡어 반응을 살피는 것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잡어 활성도나 어종에 따라 벵에돔을 어떻게 공략할 것인지가 정해지기 때문이죠. 이날은 잡어 활성도가 좋은 편인데 갯바위 근처로 낯선 어종이 피어올라 확인 작업에 들어가야 했습니다. 크기는 어른 손바닥만 한데, 체고가 상당히 커서 널찍한 형태였죠. 여기에 노란빛이 돌아 도무지 어떤 어종인지 감이 안 섭니다.

 

 

가장 확실한 것은 직접 낚아서 확인해 보는 것. 그런데 이것들이 밑밥은 잘 주워 먹으면서 미끼는 안무네요. 크릴을 조사 먹는 입질이라 어신도 안 잡힙니다. 눈으로 보면서 적당한 시점에 채야 할 것 같은데요. 몇 번의 실패 끝에 결국 한 마리 걸었습니다. 체고가 있어서인지 잡어치곤 꽤 힘을 씁니다. 올려서 확인하는데 어라? 처음 보는 녀석. 상원아빠님 말씀으로는 제주도에서도 귀한 녀석이라고 하는데요. 덕분에 저의 어류 자료가 하나 늘었습니다. 아주 예쁜 이 녀석은 다음 편에 자세히 소개하겠습니다. 다음 편을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 너무도 귀여운 노랑자리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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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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