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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명 대하(학명 Fenneropenaeus chinensis)
사진은 국산이자 자연산 대하구이입니다. 해마다 9~10월이면 충남 보령과 안면도 일대에서 대하 축제를 벌이며 또 이때가 가장 많이 잡힙니다. 여기서 잡히지 않고 살아남은 대하들은 몸집을 더욱 크게 불리며 산란을 준비하겠지요.
겨울과 봄 사이에 잡힌 대하는 몸길이가 30cm에 육박하며 어린이 팔뚝만 한 크기를 자랑합니다. 산란기가 임박했으니 살집도 맛도 영양도 최고에 이를 때입니다. 그래서 대하의 진정한 제철은 단순히 어획량이 많은 가을보다 봄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찬바람이 부는 지금(11월)부터는 월동을 나기 위해 깊고 따듯한 바다로 내려갑니다. 이듬해 봄이면, 겨우내 몸집을 불린 대하가 산란을 위해 다시 연안으로 들어오는데요. 여기서 짝짓기와 산란을 마친 대하는 생을 마치게 됩니다. 대하의 수명이 1년생인 것도 이런 이유입니다.
알에서 깬 유생은 축제가 벌어지는 9~10월까지 연안에 머물며 몸집을 불립니다. 즉, 우리가 먹는 자연산 대하는 그해 봄에 태어난 것으로 몸길이는 15~10cm 전후이고, 마리당 30~40g 정도이니 그야말로 살이 통통 오른 상태가 됩니다.
그렇다면 중하는 대하가 다 자라기 전에 잡힌 중간 크기의 새우일까요? 대하(大蝦)와 중하(中蝦)의 차이에 관해 알아봅니다.
사진은 서울의 한 수산시장입니다. 보시다시피 새우를 종류별로 잘 구분해서 팔고 있습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렇습니다.
사진의 네 가지 새우를 주목해 주시기 바랍니다. 4번을 제외한 1, 2, 3번은 연중 흔히 볼 수 있는 새우인데요. 숫자별로 간략한 설명을 덧붙입니다.
1) 파타고니아 붉은새우(일명 자연산 홍새우)
남미가 주산지로 지구 반대편에서 온 새우입니다. 시장에서는 홍새우라 부르며 전량 자연산입니다.
2) 홍다리얼룩새우(일명 블랙타이거새우)
태국, 베트남 등 동남아 원산지인 새우로 양식산이 많이 들어옵니다.
3) 정식 명칭 불명(일명 자연산 대하)
'국산' 표기를 하지 않은 자연산 대하는 대부분 인도산입니다. 겉모습이 우리의 토종 대하와 쏙 빼닮았으나 염연히 종이 다르고 학명도 다른 새우로 주로 인도양과 남중국해에 서식합니다.
4) 중하(일명 시바새우)
중하는 시바새우라 불리기도 합니다. 일본명인 '시바에비(シバエビ)'에서 유래된 말로 영문명인 ‘Shiba Shrimp’ 또한 일본명에서 유래되었다고 두산 백과는 말하고 있습니다. 중하는 우리 연안에 서식하는 대하와 마찬가지로 한국, 중국, 일본 등 동북아시아 해역에서만 서식하는 특산종입니다. 이 말은 즉, 다른 해역에는 서식하지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우리 연안에는 약 90여 종의 새우가 서식하지만, 흔히 먹는 새우조차도 구분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았을 80~90년대에는 대하와 중하가 단지 크기 차이로만 인식해 왔습니다. 그러다가 국민 소득이 점차 늘어나면서 요구되는 미식의 기준은 갈수록 높아졌고, 이에 발맞춰 품종과 식재료의 세분화가 이뤄지는 추세입니다.
2015년에 출판된 식재료 관련 책, 이름만 대면 알만한 유명 한식 연구가의 저서에서 심각한 오류가 발견되었다
그런데 최근 대하와 중하에 관한 자료를 살피다가 유명 한식 연구가가 쓴 식재료 관련 책에서 이러한 내용을 발견하였습니다.
"대하(大蝦)'는 큰 새우라는 뜻이지 특정한 종류를 가리키는 말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나는 대하에는 검은새우와 고려새우, 차새우의 세 종류가 있다. 같은 종류로 10cm 정도 되는 것은 '중하(中蝦)'라고 한다."
이는 학술적으로 새우 종을 분류한 것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내용입니다. 이 책에는 숭어에 관한 글도 기술되어 있는데 가숭어와 숭어를 구분하지 못한 상태에서 작성되다 보니 서로 다른 두 어종의 특징이 한데 뒤섞여 있었습니다. 이러한 내용은 현재 네이버 지식백과에 버젓이 노출되고 있다는 점에서 정보의 신뢰도에 흠집이 생겼습니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났을까요?
해당 책은 초판을 찍을 당시 1998년입니다. 위 본문을 읽어보면 검은새우, 고려새우, 차새우 같이 지금은 잘 쓰이지 않는 새우 명칭이 등장합니다. 여기서 차새우는 보리새우를 뜻하고, 고려새우는 대하를 뜻하죠.
1932년 6월 3일 자 동아일보 발췌
고려새우란 말은 1932년 신문에도 등장합니다.
"새우는 남해안 일대와 서해안, 황해도까지 산출되는데 이것에는 종류가 많다. 그중 고려새우는 일본의 차하에 필적할 만큼 많이 수용되어 진중시한다. 보통 시장에서 볼 수 있는 대하(광새우)라는 것은 대게 이 종류이다."
고려새우는 70년대 이전까지 주로 쓰던 말입니다. 그러나 해당 책이 초판 할 당시인 90년대 말에는 이미 대하와 중하라는 말이 충분히 자리잡혔고, 학술적으로도 구분되어 있었습니다.
1963년 11월 7일 자 경향신문 발췌
1963년 신문에는 대하의 생태에 관해 제법 상세히 묘사되어 있습니다.
"대하의 경우 4월 말에서 6월 중순 사이에 산란된 알은 부화되어 9월이면 3~4cm 치하로 자란다. 10월이면 14~15cm로 자라며 이듬해 산란기까지 25cm정도로 자란다. 그리고 산란을 한 성하는 곧 죽는다. 1년생인 대하를 양식하는 경우에는 중략.."
그만큼 대하와 중하는 오래전부터 학술적으로 다르게 구분했음을 말해줍니다. 앞서 1998년에 편찬한 책에 오류가 있었다면, 2015년에 재판할 당시에는 수정되어야 함이 마땅한데, 해당 책과 네이버 지식백과는 2018년을 앞둔 지금도 70년대 이전에 쓰인 말과 인식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는 점에서 현재 우리나라의 수산물 정보 체계가 어느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지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됩니다.
대하와 중하의 학술적 차이를 정리하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 대하(大蝦)
표준명 대하, 학명 Fenneropenaeus chinensis, 영명 Chinese white shrimp, 일본명 타이쇼에비(タイショウエビ)
한국, 일본, 중국 등 동북 아시아에서만 서식하는 특산종으로 4~6월에 산란하고 이듬해 봄에 죽는 단년생이다.
- 중하(中蝦)
표준명 중하, 학명 Metapenaeus joyneri, 영명 Shiba Shrimp, 일본명 시바에비(シバエビ)
대하와 마찬가지로 동북 아시아 해역에만 서식하는 특산종으로 봄에 산란하고 이듬에 봄에 죽는 단년생이다.
그러므로 대하는 중하가 큰 것이 아니며, 대하와 중하는 서로 다른 종류이자 고유 명칭입니다.
<사진 1> 자연산 대하로 팔고 있으나 종류를 알 수 없는 인도산 새우이다
#. 대하와 중하를 구분하지 않았을 때 생기는 폐단
이렇듯 대하와 중하의 차이를 크기로만 인식하게 된다면, 우리 연안에 서식하는 새우는 물론, 수입산 새우마저도 크기에 따라 대하와 중하로 둔갑할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국내의 자연산 대하 어획량이 급감할 당시인 2001년부터는 이미 외래산(중남미) 흰다리새우가 대하 노릇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대하 축체가 벌어지는 가을이면 양식산 흰다리새우를 '양식 대하'로 팔면서 토종 대하와의 구분이 흐려졌습니다. 올해는 자연산 대하 어획량이 저조해 소래포구에는 물량이 거의 들어오지 못했습니다. 그런데도 블로그나 카페에서는 소래포구에서 대하를 먹고 왔다는 후기들로 넘칩니다. 이유는 흰다리새우와 토종 대하를 구분하지 않고 뭉뚱그려 대하로 팔았기 때문입니다.
또한, 몇 년 전부터는 인도산 새우가 수입되면서 대하 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사진 1>은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촬영한 것으로 이곳 상인들은 인도산 새우를 대놓고 '자연산 대하'로 팔고 있으며, 소비자도 대하인 줄 알고 구입합니다. 이는 수입산 새우의 원산지 표기 의무화가 없다는 점을 악용한 것인데 현재로서는 단속 근거가 없는 실정입니다.
이렇듯 어종의 정확한 표기와 구분은 매우 중요합니다. 대하와 중하의 구분이 흐려지면, 결국에는 비슷한 크기의 수입 새우가 대하와 중하 노릇을 하게 됩니다. 당연히 이런 점을 악용한 상술이 나올 수밖에 없으며, 피해를 받는 것은 전적으로 소비자의 몫이 될 것입니다.
지금부터라도 구분할 것은 구분하고, 관련 자료를 현실에 맞게 수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어종과 원산지 표기를 정확히 함으로써 소비자의 알 권리를 충족해야 합니다. 미식의 선진화에 걸맞게 종의 구분과 그에 따른 조리법, 세분화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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