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알오징어

 

총알오징어를 아십니까? 생김새가 마치 총알 같다고 해서 부르게 된 총알오징어. 몰라서 안 먹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 먹고 안 먹어본 사람은 없을 정도로 인기 있는 수산물입니다. 제철은 초겨울부터 시작해 날이 풀릴 때까지 쭉.

 

크기는 다리를 뺀 외투막을 기준으로 12cm 내외부터 20cm까지 혹은 그 이상으로 다양한데 '일반 오징어(표준명 살오징어)'보다는 작고 야들야들한 식감이 특징입니다. 싱싱한 총알오징어는 내장째로 먹는데요. 특히, 통째로 찐 '통찜'이 인기가 있습니다.

 

내장째 먹으면 특유의 고소한 맛이 있어요. 이는 싱싱한 문어를 통째로 삶아 내장째 먹는다거나, 갑오징어, 한치를 통째로 쪄서 먹었을 때 맛과 비슷합니다. 이는 오징어 내장에 있는 '누런창' 때문이지요. 이 누런창은 쉽게 말해 '간'입니다.

 

 

우리가 반찬용으로 먹는 오징어(표준명 살오징어)

 

#. 총알오징어를 먹으면 안 되는 중대한 이유

한편, 우리가 평소 먹는 일반 오징어는 요즘 금징어가 됐습니다. 저는 한 마리에 8,000원까지 오른 것도 봤어요. 살아있는 횟감용 오징어도 아니고, 죽은 선어였는데 그렇게 비싼 오징어는 처음 봤습니다. 그래서 요즘 제 장바구니에는 오징어가 실종됐어요. 오징어를 먹고 싶어도 너무 비싸기 때문에 선뜻 손이 가질 않았던 겁니다.

 

더 웃긴 것은 낚시할 때 쓰는 오징어 미끼입니다. 이것도 우리가 반찬으로 사 먹는 오징어와 별반 다르지 않은데 차이가 있다면 냉동을 썰어서 반 마리만 포장한 것을 낚시점에서는 5천 원 받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그냥 제가 시장에서 사다가 직접 썰어서 쓰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었는데요. 지금은 어떻습니까? 이러나저러나 별반 차이가 없기 때문에 시간도 절약할 겸, 그냥 낚시점에서 사다 씁니다.

 

그런데 이 오징어와 총알오징어가 무슨 관계냐고요?

 

"총알오징어가 우리가 평소 먹는 오징어의 새끼이기 때문입니다."

 

 

오징어 가격 추이(2012~2017), 수산정보포털

 

지금은 금징어가 된 오징어의 가격 추이를 보면, 그야말로 가파른 상승세입니다. 아시다시피 오징어 가격이 오른 이유는 오징어가 안 잡혀서입니다. 오징어는 양식이 안 되고 전량 자연산에만 의존하기 때문에 그해 오징어 공급(어획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겠지요.

 

이에 정부 관련 부처에서는 오징어가 안 잡히는 주요 원인을 중국의 불법 어선과 국내 트롤 어선의 싹쓸이 조업 때문이라고 했지만, 그 싹쓸이 조업에 총알오징어가 대거 포함됐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총알오징어를 적극적으로 판매하는 모 포털의 대형 수산물 공구 카페

 

현재 오징어의 금지 포획 크기는 외투막을 기준으로 12cm입니다. 때문에 12cm가 넘어가는 총알오징어의 포획과 판매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제재할 근거가 없는 상황입니다. 어민들은 불법과 합법의 경계에서 아슬아슬하게 총알오징어를 잡아들이고 있으며, 그것을 판매하는 유통업자와 상인들도 법적 단속 근거인 12cm를 내세우며 문제가 없음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오징어가 12cm면 이제 막 치어를 벗어나 청소년기에 접어들 무렵입니다. 산란 기능도 갖추지 못한 오징어를 잡도록 허용하는 주무 부처의 안일한 대응에 우리 바다의 오징어는 지속해서 씨가 마를 수밖에 없는데요.

 

12cm란 기준을 마련한 것도 2년 전인 2016년의 일이었으며, 그마저도 너무 작으니 기준을 높여달라고 수차례 민원을 넣었음에도 해수부는 '알았다.'고만 답할 뿐, 현재까지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그 사이 국민 수산물인 오징어는 점점 줄어들 것이고, 가까운 미래에는 한 마리에 수만 원을 호가하는 귀물이 될 수도 있습니다.

 

과거에 노가리 맛있다고 마구잡이로 잡아먹다가 우리 바다에 멸종되다시피 한 명태를 잊었습니까? 총알오징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총알오징어가 커서 산란하면, 그것이 자라 오징어가 되지만, 실상은 자라기도 전에 잡아다 판매하고, 그것을 우리는 맛있다고 사먹게 되고. 총알오징어를 찾은 수요는 계속 늘어나면서, 이것을 잡아다 판매하는 것이 돈이 되다 보니, 악순환만 반복되는 답답한 상황. 

 

해수부는 총알오징어의 포획 금지 크기를 12cm에서 대폭 늘려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소비자들도 단순히 맛있어서 사 먹게 된 수산물이 남획을 부추기거나 씨를 말릴 수 있음을 인지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추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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