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로 잡은 양태

“양태를 아십니까?” 

양태를 서해에선 ‘장대’라고 부릅니다. 즉, 양태와 장대는 같은 어종. 그런데 우리가 아는 양태와 장대가 어쩌면 서로 다른 종일 수 있음을 시사하는 최근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이 부분은 아랫쪽에 다루기로 하고 우선 양태를 모르는 분들을 위해 간략히 알아봅니다.

양태는 광어처럼 납작하고 몸통은 길쭉하며, 뼈가 억세고 단단해 잡어로 여기는 생선입니다. 마트에선 잘 유통되지 않으나 재래시장에서는 가끔씩 볼 수 있죠. 그때마다 사람들은 생김새가 특이한, 그러면서도 맛은 별로 없게 생겼고 모양도 익숙지 않아서 아는 사람만 알음알음 사 먹는 생선이기도 합니다.


#. 양태의 특징
원 명칭은 양태지만 장대, 장태, 낭태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립니다. 모래나 진흙, 갯벌 바닥에 배를 깔고 사는 저서성 어류로 갯지렁이 같은 요각류와 작은 갑각류를 먹고 삽니다. 이 때문에 방파제와 갯바위에서는 원투 던질 낚시로 종종 잡히고, 우럭 배낚시에서도 종종 낚이는 어종입니다. 

다 자라면 최대 1m까지 자라는데 이렇게 큰 사이즈는 주로 서해보다 남해안 일대 특히, 부산 앞바다에 많기 때문에 이 지역에서는 보팅 낚시로 대형 양태를 노리는 루어 낚시가 성행 중입니다. 


양태는 비교적 따듯한 바다를 좋아하는 온난성 어류로 수온이 내려가는 겨울이면 월동을 나기 위해 남쪽 먼바다로 나갔다가 이듬해 봄이면 산란을 위해 가까운 연안으로 들어옵니다. 양태가 잘 잡히는 시기도 이때인데요. 서해에선 봄부터 많이 잡히기 시작해 여름과 가을까지 이어집니다.

양태는 암수 한 쌍이 같이 다니는 습성이 있어 ‘금술이 좋은 물고기’로도 유명합니다. 한 예로 한 장소에서 양태가 잡히면 그 근방에는 반드시 짝이 있어 한 마리가 더 잡힐 확률이 높다는 것입니다. 그야말로 1+1인 셈입니다. 

양태의 가시들

#. 양태의 가시는 조심해야
양태는 다른 어류와 달리 몸은 위아래로 납작하고 긴 체형을 가집니다. 가운데 척추는 매우 굵고 단단한 편입니다. 특히, 대가리를 비롯한 눈 주변, 아가미 부근에는 작지만 날카로운 가시가 무수히 많습니다. 독은 없지만, 스치기만 해도 살갗이 찢어지는 사고가 날 수 있어 취급 시 주의해야 합니다.

이 외에도 등지느러미 가장 앞쪽에 있는 두 개의 극조(지느러미 가시)가 매우 날카롭습니다. 가시가 작고 평상시에는 접혀 있어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양태를 무심코 만졌다가 부상 당하는 사례가 빈번하니 주의해야 합니다. 



#. 양태는 국물이 맛있어 
양태는 흔하디흔한 농어목이 아닌 쏨뱅이목에 속한 양태과 어류입니다. 양태는 전 세계적으로 수십 여종이 분포하며, 한국과 일본, 중국의 연안에도 5~6종 정도가 보고됩니다. 대부분 식용할 수 있지만, 이 중에서도 흔히 먹는 양태는 표준명 양태 즉, 시장과 낚시꾼 사이에선 ‘참양태’라 불리는 종입니다.

양태는 꼼치(물메기라 불리는 겨울철 대표 탕감 생선)와 마찬가지로 쏨뱅이목에 속한 어류 답게 달고 개운한 국물이 우러나는 생선입니다. 대게 쏨뱅이목에 속한 어류들 이를 테면, 우리가 흔히 먹는 조피볼락(우럭)을 비롯해 쏨뱅이, 볼락, 열기를 시작으로 동해에서만 볼 수 있는 미거지(물곰), 고무꺽정이(돌망챙), 개구리꺽정이(돌시깨비), 털수배기(망챙이), 뚝지(도치 알탕으로 유명한 생선), 그리고 다양한 횟대 종류가 포진했는데 이들 어종의 공통점은 국물이 맛있어 탕감으로 선호된다는 점이지요.

양태 맑은탕

양태는 매운탕도 좋지만 흔히 ‘지리’라 불리는 맑은탕에서는 독보적이라 할 만큼 맛이 뛰어납니다. 보통은 멸치 다시마 육수를 내거나 인공감미료를 첨가하기 마련입니다. 이는 맑은탕을 끓여내는 식당도 예외는 아닙니다.

그런데 양태는 굵고 단단한 뼈로 잃었던 살점 수율이 맑은탕에서는 제법 만회하는 생선입니다. 굵고 단단한 뼈가 맛있는 국물을 내는데 일조하기 때문입니다. 이때는 살점도 적당히 포슬포슬해 숟가락으로 떠먹기 좋은 상태가 됩니다. 만약, 맑은탕이 몹시 당기는 날이라면, 시장에서 둥글 납작하고 기다랗게 생긴 양태를 구매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 아무도 모르는 양태의 비밀 
국내에 서식하는 양태는 몇 종류로 보고되지만 크게 보자면 ‘양태’와 ‘까지양태’ 2종으로 구분합니다. 시장에 흔히 유통되는 종은 ‘양태’로 이것이 지역에 따라 장대 혹은 장태, 낭태 등으로 불려왔습니다. 까지양태(Cociella crocodile)는 양태보다 작고 왜소합니다. 대가리에 깨알처럼 뿌려진 검은 반점 때문에 쉽게 알아볼 수 있습니다. 맛은 양태가 월등히 낫습니다. 문제는 기존에 알려진 ‘양태’가 한 종류가 아닐 수 있다는 겁니다. 

몸길이 60cm로 제법 굵은 씨알의 양태다

앞서 말했듯 양태는 최대 1m까지 자라는 대형 어류입니다. 그러나 주로 잡히는 크기는 40~50cm 내외가 많습니다. 특히, 서해산 양태는 1m까지 크는 경우가 극히 드뭅니다. 남해산 양태가 크게 자라고, 서해산 양태는 몸집이 작습니다.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할까요?

이는 단순히 서식지 환경 차이가 아닌 ‘종’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학계에서는 이러한 양태를 단 1종으로만 기술하고 있어 향후 양태에 대한 유전자 감식은 물론, 분류 체계를 완성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과거 일본이 분류한 양태를 살펴야 합니다. 예전에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양태를 인도양에 서식하는 대형 양태 종인 ‘Platycephaius indicus’와 같은 종으로 분류했습니다. 세월이 흘렀고 양태에 대한 분류가 세분화되면서, 한국과 일본 등 동아시아에 서식하는 양태가 인도양에 서식하는 양태와 다른 종이라는 것이 밝혀집니다.



표준명 양태(Platycephalus sp.2, 흔히 참양태라 불리며 1m 가까이 성장한다. 주로 남해에서 잡힌다.)

때문에 우리 바다에 서식하는 양태는 과거의 분류 학명인 ‘Platycephaius indicus’가 아닌 ‘Platycephalus sp.2’로 명명됩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는가 싶었습니다.  


기존의 양태와 다른 Platycephalus sp.1의 모습

일본 근해에 서식하던 양태에서 두 가지 특징이 나타난 겁니다. 하나는 기존에 알던 양태가 맞는데 다른 하나가 검은 점들이 몸 전체에 쏙쏙 박혀 있는 겁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몸통보다 대가리에서 그 특징이 두드러지는데 검은 점을 둘러싼 밝은 테두리로 인해 마치 대리석이나 호피무늬를 연상케 합니다.

이러한 양태의 발견에 기존의 분류체계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됩니다. 현재는 이에 대한 분류 체계에 최종 결론이 나지 않아서(일본은 어떨지 모르나 적어도 국내에서는 양태 한 종으로만 기술되고 있음) 이 양태에는 임시 학명인 ‘Platycephalus sp.1’이 붙은 상태고 국명은 ‘미상’인 상황입니다. 

인천 앞바다에서 잡힌 Platycephalus sp.1의 모습

더욱이 문제는 해당 양태 종이 남해안은 물론, 서해안 일대에도 다량 서식한다는 정확이 포착되었습니다. 제가 인천 선상낚시에서 잡은 양태, 거제도에서 잡은 양태, 북성포구 취재 및 촬영 중에 보았던 양태가 모두 Platycephalus sp.1’의 특징을 보임에 따라 기존에 기술된 양태와의 분류 체계가 이제는 새로 다듬어져야 하지 않느냐는 것입니다. 


인천 북성포구에서 갓 어획된 양태로 Platycephalus sp.1이란 종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기존에 분류한 양태를 ‘타입 1’로 칭하고, 대리석 무늬가 산재한 양태를 ‘타입 2’로 칭하며 설명하겠습니다. 타입 1은 주로 남해안 일대를 비롯, 따듯한 수온을 선호하며 최대 전장은 1m를 기록합니다. 때문에 스포츠 피싱 대상어로 인기가 있고, 커다란 몸집에 버금갈 만한 수율을 자랑하기 때문에 몸길이 60cm 이상은 생선회도 맛있습니다. 물론, 앞서 언급했듯 맑은탕에서 최고의 장점을 발휘하기도 합니다. 

타입 2는 남해안과 서해안 일대에 모두 발견되며 특히, 서해안에서 적잖은 어획고를 올리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타입 1과 달리 다 자라도 60cm 정도에 불과하며, 수율에서도 타입 1보다 못합니다. 따라서 횟감용보다는 조림과 탕감으로 이용됩니다. 맛은 전반적으로 타입 1이 낫다는 평가입니다. 


#. 양태의 제철
양태는 종류 불문 여름에 기름기가 차고 맛이 좋은 생선입니다. 양태의 산란은 위도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4~5월이면 준비에 들어가고 7~8월이면 산란합니다. 제철은 초여름인 5월부터 8월까지로 산란철과 일부 겹칩니다. 다시 말해, 산란철이라도 맛이 크게 떨어지지 않습니다. 이는 회보다 탕감으로 이용되는 생선의 특성이기도 합니다. 

※ 글 : 김지민 어류 칼럼니스트                   
유튜브에서 ‘입질의추억tv’ 채널을 운영 중이다. 티스토리 및 네이버에서 블로그 ‘입질의 추억’을 운영하고 있으며, EBS1 <성난 물고기>, MBC <어영차바다야>를 비롯해 다수 방송에 출연했다. 2018년에는 한국 민속박물관이 주관한 한국의식주 생활사전을 집필했고 그의 단독 저서로는 <짜릿한 손맛, 낚시를 시작하다>, <우리 식탁 위의 수산물, 안전합니까?>, <꾼의 황금 레시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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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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