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등산코스] 대남문가는 길에서 본 봄 풍경


    최근 제 블로그엔 연일 생선 비린내가 진동하다시피 해 이쯤에서 정화하고자 봄 풍경을 올려봅니다.
    지난주 수요일, 서울의 수은주가 22도를 웃돌 때 저는 처형부부와 함께 집 근처에 있는 북한산 등산
    코스를 밟았습니다. 작년 가을에도 백운대(해발 836.5m)를 오른 적이 있지만 이후 등산에는 별다른
    재미를 느끼지 못하다가 등산가고 싶다는 아내의 성화에 못이겨 다녀왔습니다.
    그런데요 남부지방은 이미 꽃 축제가 한창이지만 북한산 풍경은 사뭇 달랐습니다.
    앙상한 나뭇가지들 사이에서 이제 막 꽃망울을 터트리기 시작한 봄 풍경. 그 속엔 겨울이 남기고간
    신기한 봄 풍경이 있었습니다. ^^




    북한산 대남문 코스는 송추방향 국도에 있는 '북한산성탐방지원센터'에서 부터 5.8km 3시간 코스입니다.
    작년 가을에 다녀온 백운대에 비해 난이도는 좀 더 쉽지만 거리가 길어서 체력이 받쳐줄지 모르겠어요.
    사실 막 내켜서 간 것은 아니지만 담에 같이 낚시가려면 할 수 없이 아내의 말을 따르는 수밖에요. ^^;
    그렇게 해서 대남문(해발 683m)을 향해 쭉쭉 올라가봅니다.


    북한산 대남문 등반코스



    이왕 오를꺼 꽃 사진도 좀 찍으면서 즐겁게 오르자고 생각하고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나섰습니다만 막상 오르니 처음 눈에 들어온건 벌거숭이.
    남쪽엔 꽃 축제가 한창인데 북한산은 아직인가 싶었습니다. 그렇게 오르다가 이제 막 개나리가 피기 시작한 풍경이 나오더니 땅에선 이름모를
    야생화들이 자라나고 있었습니다.







    따듯한 햇살을 머금은 진달래가 보기좋게 빛나고 있다.

    그간 낚시하느라 따가울 정도의 자외선에 짠기섞인 바람을 맞아왔기에 산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은 바닷바람과는 달리 상쾌하게 다가왔습니다.
    나무로 뒤덮인 어두운 그늘이 이어지다가 모처럼 햇살이 부서지는 넓은 뜰이 나오면서 활짝 핀 진달래들이 반갑게 등산객을 반깁니다.
    여기에 이름모를 각종 야생화들이 곳곳에 피어있어 사진찍는 재미를 더해주었는데요. 산 중턱을 넘어서면서 체력저하로 인해 숨이 가빠지기 시작합니다.
    사람이 힘들면 암것도 안보인다더니 이럴땐 시야가 굉장히 좁아지더라구요.
    헐떡거리는 숨을 힘들게 내쉬면서 땅만 보고 올라가는데 주변에 핀 야생화들이 눈에 들어올리 없습니다.
    다행히 아내가 발견해줘서 찍은거였는데 이 날은 아내가 컨디션이 좋은건지 숨하나 헐떡이지 않고 등산을 즐기는 모습입니다.
    이쯤에서 질문 하나!

    "등산이 좋아 낚시가 좋아?"

    아내의 대답은 불보듯 뻔했지만 그래도 물어나 봅니다.
    그런데 날라온 답변은 의외로... "등산"이라네요.
    장난하지말고 진짜 등산이 좋아? 했더니 바다보단 산이 훨씬 좋답니다.
    바다낚시는 자외선에 피부가 쉴 틈도 없고 까맣게 타기도 하고, 그 짭짤한 바람에 냄새에 비린내에 안잡히면 지루하고 재미도 없고..

    "알았어 그만해"


    중성문, 북한산 대남문 등반코스



    계곡에서 발견한 두꺼비 알 ^^



    산 중턱까지 올라가서 점심을 먹습니다.
    개울가 바위에 적당히 자리를 잡고 바리바리 싸들고 온 도시락을 까먹는 재미. 제가 가장 기다렸던 시간입니다. ^^
    좀 더 올라가면 펜스가 쳐져있어 계곡에 들어갈 수 없지만 이곳은 괜찮습니다.

    처형은 김밥과 오랜지, 커피를 아내는 유부초밥과 삶은 계란 그리고 자몽을 싸왔습니다.
    바다에서 먹는 도시락과는 또 다른 맛이네요. 산에서 먹는 도시락은 굳이 햇빛을 피할 필요없이 자연 파라솔 아래 시원한 바람을 맞으면서 먹는 맛이
    그만입니다. 아~ 이 맛에 등산하러들 오시나? ^^


    평소에는 거의 먹을일이 없는 삶은 계란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먹으니 왜 이렇게 꿀맛인지. 달걀에 꿀을 발랐나? ^^



    대남문(해발 683m)에서 바라본 서울시

    대남문 정상에서 바라본 서울풍경은 희뿌연 스모그로 가득한 회색도시였습니다.
    일전에 올랐었던 백운대의 뻥 뚫린듯한 풍경에 비해 다소 약한감이 있고 쉴 장소도 마땅치 않았다는 점은 대남문 코스의 단점으로 보여집니다.
    하지만 백운대 코스에 비해 매우 완만하다는 점과 늘 계곡을 끼면서 오르는 풍경은 참 좋았습니다.
    정상에서 바라본 풍경은 별로였지만 오르는 길은 비교적 쉽고 좋았던 대남문 코스. 그러다 하산길에 좀 독특한 풍경을 보았습니다.


    보기엔 겨우내 쌓인 눈이 아직 덜 녹아서 생긴 것 같은데요. 얼핏보면 눈 쌓인 슬레이트 지붕처럼 보입니다.
    한낮기온이 22도를 웃도는 요즘 진해와 여의도에선 벚꽃축제 소식이 한창이지만 북한산은 아직도 눈이 덜 녹아서 이런 모습을 갖고 있었습니다.




    계곡 라인을 따라 쭉 이어진 얼음판은 아직도 녹는 중인건지 물방울을 떨어트리고 있습니다.
    손으로 건들면 와르르 무너질것만 같은 얼음판. 그것은 봄에게 자리를 넘겨주며 아쉬워하는 겨울의 뒷 모습이였습니다.
    그렇게 겨울은 녹아 없어져 바다로 향하는 기나긴 여정에 합류하는 구나.






    겨울이 남기고간 신기한 봄 풍경을 감상하는 것도 잠시, 콸콸콸 쏟아지는 계곡물, 이끼, 그리고 새소리가 겨울을 녹이며 안녕이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지금 이 순간만은 카메라에 물이 튀어도 신발에 발이 젖어들어가도 살며시 눈을 감으며 봄을 느껴봅니다.
    겨울이 떠나가는 봄 풍경은 이렇게 살랑살랑 마음을 흔들어 놓는구나.

    좀 전에 아내가 낚시보다 등산이 더 좋다던 그 의미. 조금은 헤아려 줘야겠단 생각이 듭니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어복부인보다는 봄처녀로 있고 싶은건 아닐까?
    집에서 하루종일 붙어 앉아 살고 있지만 업무에 시달리다보니 대화가 많지 않은 요즘입니다. 
    하루가 다르게 기온이 오르다보니 주방엔 벌써부터 썩어나가는 냄새가 나기 시작합니다.
    건강하게 샐러드나 수프, 밥등으로 아침을 만들어 먹자고 약속한지가 한달. 하지만 지금은 또 다시 바빠진 탓에 금새 무너져버렸습니다.
    저나 아내나 잠만자고 일어나서 일만해야 하는 요즘이다보니 어쩔 수 없는 것이지요.
    아까의 도시락에서 나온 나무젓가락이 우리가 먹는 끼니를 증명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 (그렇다고 매 끼니 시켜먹진 않아요. ㅋ)

    아내 : 오늘도 일이 많아서 그런데 집 청소는 어떡하지.
    나 : 내가 들어가서 청소기로 밀고 닦을께
    아내 : 그래줄래? ^^
    나 : 근데 말야. 정말로 낚시보다 등산이 좋은거야?
    아내 : 우와~ 저 까마귀봐라 씨알 참 굵네.

    라며 웃음으로 답변을 대신하는 아내.
    북한산에서 바라본 봄 풍경은 이제서야 느즈막히 꿈틀거리기 시작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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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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