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만 하던 꾼이 북한산 백운대 코스 밟아보니


    북한산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 백운대(해발 836.5m)
    북한산 종주 코스 중 가장 높은 곳이면서 난이도가 높은 편임을 안것은 다녀오고 나서였습니다.
    단지 집 근처에 높은 산이 있어서 한번 다녀와야지 했는데 그곳이 북한산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
    일 줄이야. 이날 등산은 중학생 때 속리산을 등반한 이후 20년만에 처음입니다.
    낚시만 즐기던 제가 북한산 백운대 코스를 밟아 본 느낌은 어땠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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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낚시만 하던 등산 초짜가 북한산 정상 밟아보니
    낚시만 하던 꾼이 북한산 백운대 코스 밟아보니


    이 날은 등산하기로 아내와 약속한 날. 
    손 뻗으면 닿을 듯한 북한산 자락에 이사온지 어언 10개월이 지났습니다.
    산 한번 타야지 하면서도 선뜻 실천에 옮기지 못하다가 이 날은 작정하고 북한산에 오르기로 한 것입니다.

    제주도 차귀도에서 갯바위 낚시
    서울에 살고 있는 저희부부의 취미는 따로 있습니다. 그것은 의외로 "바다낚시"
    전국의 섬을 돌며 낚시를 벗삼아 살고 있는 부부입니다. 심지어 해외로도 나갈 기회가 있으면 여지없이 낚시투어를 하곤 했는데
    주변에 온 천지가 산인데 가까운 곳을 두고 굳이 멀리 다니면서 힘들게 취미생활을 해야만 할까?
    그 이유는 어쩔 수 없이 "바다"가 좋았고 "손맛"이 좋았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는 취미였던거 같습니다.
    경비도 만만찮고 시간도 많이 들지만 바다낚시의 짜릿한 손맛과 자연산 횟감에서 느껴지는 입맛에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느낍니다.
    그렇게 부부가 함께 취미를 공유하니 주변에선 보기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곤 합니다.
    하지만 낚시만 가지고는 심신을 다지고 체력을 보충하기에 여러모로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자외선을 피할 수 없는 갯바위에서 낚시하다 보면 피부도 검게 그을리기 마련입니다. 최근들어 아내의 피부도 거칠어졌더라구요. ㅠㅠ 
    그러다보니 이제는 한번씩 시간내서 집 근처 등산코스를 밟으보는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체력도 보강하고 산림욕도 할 필요를 느꼈던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오르게 된 코스는 북한산에서 가장 높다는 백운대(해발 836.5m) 코스.
    하지만 이때만 해도 백운대가 뭔지 아무것도 몰랐습니다. 전 바다와 낚시에 대해서만 알지 산에 대해선 아는게 거의 없었으니깐요.
    '백운대'란 단어는 얼핏 들어봤지만 그게 북한산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인 줄은 몰랐습니다.
    그냥 집 근처(송추근방)에 등산로가 있어서 간 것 뿐입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얼굴엔 여유가 있었고 등에 맨 가방엔 망원렌즈를 
    손에는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서 오르기 시작합니다. 참고로 이 날 등산은 저와 아내가 결혼 이후 처음이였고 저는 20년만에 처음입니다.


    가을의 만추가 아름다운 북한산 백운대 코스
    저 멀리 인수봉(해발 810m)이 보이는 가운데 완만하게 시작되는 등산로를 걸으며 산행을 시작합니다.
    아내와 저는 그 험한 갯바위도 타는데 이정도는 문제 없습니다.
    이렇게 오른다면 북한산도 별거 있겠어..란 생각이 무참히 깨진것은 산행을 시작한지 두시간 정도 경과 됐을 때 부터였습니다.


    산행을 시작한지 한시간 경과

    경사는 점점 가파르고 숨도 가빠지기 시작
    우리부부는 낚시장비는 많지만 등산용 장비는 거의 없습니다.
    그나마 아웃도어 의류가 있었기에 복장과 신발은 얼추 갖춰서 입었지만 전문 등산장비나 폴대 없이 그냥 올랐습니다.


    산행을 시작한지 두시간 가까이 경과 된 시점
    백운대가 가장 높은 봉우리인 줄도 모른 채 무작정 오르기 시작한 산행은 2시간이 지나도 끝날 기미가 보이질 않자
    "이쯤에서 되돌아갈까?" 하는 생각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더 이상은 올라가기 힘든..
    아니 올라가기 싫은 기분이 들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런데..


    산 정상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렇다면 꽤 올라왔다는 건데.. 여기까지 와서 되돌아가는 것도 좀 아깝고.
    하는 수 없이 울며 겨자먹기로 올라갑니다.
    "산행이란게 만만치 않군. 그동안 운동을 얼마나 안했으면 이 정도로도 다리가 후들거릴까"


    오르막 길이지만 차라리 계단은 반갑습니다.


    그런데 손으로 바위를 짚고 올라가는 코스가 시작되자 슬슬 지치기 시작.
    한손엔 커다란 카메라까지 들고 있으니 손목도 뻐근하고 무릎이 아파옵니다.
    준비해 둔 생수병 2통은 이미 거덜난 상태. 더 이상 목을 축일 수도 없습니다.
    저기 정상을 보고 하산하시는 아주머니는 정말 대단하십니다.
    저 아주머니가 대단하신건지 우리 체력이 그만큼 약해빠졌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다 올라왔다 싶더니 앞으로 0.3Km 더 올라가랍니다.
    근데 그 마지막 0.3Km 코스가 아주 가관입니다. 지금까진 그럭저럭 올라왔는데 위를 쳐다보니..





    애시당초 백운대가 뭔지도 모르고 올랐지만 중간에 푯말 보고 알았습니다.
    해발 836.5m라고. 중학교 때 전교 5등 안으로 속리산 정상도 밟아 본 나인데 이후 단 한번도 등산과 인연이 닿지 않다가(남산빼구요 -_-;)
    20년만에 오른 800미터 짜리 코스에 그대로 엎어질 기세입니다.
    "이제 그만! 정상 안봐도 좋으니 이 정도면 충분해!"




    그러나 제 몸은 자꾸만 위로~! 위로만 향했습니다.
    마음 속으론 "이제 그만 됐어!"를 외쳤지만 얼마 안남았다는 사실에 다리가 아파도 포기할 수 없게 만듭니다.
    이때부터 등산의 마력이 나에게 손을 뻗치는 건지. 아님 눈앞에 정상이 보여서 오기가 생긴것인진 모르겠지만
    이왕 여기까지 왔는데 태극기는 만지고 와야 하지 않겠나 싶어 한손으론 열심히 찍으면서 다른 한손으론 철봉을 잡고 조심스레 올라옵니다.


    한 아주머니께서 가파른 경사를 힘겹게 하산하는 모습
    20년만에 해본 등산 치곤 꽤나 혹독한 신고식을 치루나 싶습니다.
    이렇게 구조물이 없었던 과거엔 어떻게 올랐을까 싶기도 하구요.


    드디어 정상에 올랐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백운대가 북한산에서 가장 높은 줄 모르고 건너편 봉우리 보고 "와~ 정말 높다" 라고 했으니깐요. ^^;


    북한산 백운대(해발 836.5m)
    다리도 아프고 카메라 쥔 손목도 아팠지만 요 태극기를 보는 순간 피로가 한순간 날아가는 듯 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정상에 오른 성취감이랄까요. 산에서 부는 바람은 피부에 닿았을 때 바닷바람과는 비교할 수 없는 청량함이 있었습니다.
    짠기 섞인 그런 바람이 아닌 적당히 상쾌함을 주는 그런 바람말입니다.


    건너편 만경대(해발 800m)가 보이는 가운데 정상에 오른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북한산 백운대에서 바라본 인수봉과 북한산 주요 봉우리들

    바다낚시는 손맛이고 눈맛이며 입맛으로 이어지는데 비해 낚시를 즐기는 제가 느낀 산행은 그 느낌이 "몸맛"으로 다가왔습니다.
    산을 오르면서 느꼈던 "체력적인 부담감", 정상에 섰을 때 "성취감", 하산하면서 느낀 "피로감", 집에 도착했을 때 느낀 "만족감" 등등
    여러가지 감정들이 복잡하게 얽히면서 산행이란 낚시만 해오던 저에게 또 하나의 세계였고 기분 좋은 경험임을 느끼게 해준 고마운 시간이였습니다.


    인수봉을 오르는 클라이머들
    파도가 넘실거리는 갯바위에서 낚시하는 것도 위험하지만 저 클라이머들의 위험성에 비할 수 있을까..
    손 하나 까딱 잘못하면 그대로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는 저 위치에서 저들은 과연 무엇과 싸우고 있단 말인가?
    그들의 용기는 대단하지만 한편으론 걱정스럽습니다. 위험한 취미일수록 성취감은 더 커질까요?
    늘 조심하시기 바랄 뿐입니다.


    이제 하산합니다. 그런데 하산도 걱정입니다.
    올라갈 땐 못느꼈던 후들거림이 다리 전체로 퍼져나가 간담을 서늘케 합니다. 자칫 다리에 힘이 풀리기라도 한다면 접질리는 사고는
    눈 깜빡할 사이에 일어나겠지요. 저 경사를 짚고 내려갈 생각하니 저도 모르게 무릎에 힘이 들어갑니다. 말그대로 무릎팍이로군요.


    왼쪽엔 백운대의 명물 오리바위가 보입니다. (이러한 사실도 포스팅을 준비하면서 알게 되었지 현장에선 전혀 몰랐으니깐요.)
    옆에 지나가던 사람들이 농담삼아 말합니다. 저거 밀어트리면 넘어갈까?
    조금만 더 좌측으로 비껴서 봤더라면 완벽한 오리 모습라던데 이땐 그런 사실을 몰랐으니 지금으로선 아쉽습니다.


    북한산 백운대 코스를 오르는 외국인
    아마도 그는 한국의 산이 참 아름답다는 걸 느꼈을 것입니다. 허나 그의 표정도 다소 힘에 부쳐보입니다.



    백운대 정산 부근에 살고 있는 고양이
    이제 곧 겨울이 올텐데 너도 하산해야지. 여기서 어떻게 지내려고..


    북한산 백운대서 하산하는 길
    완벽한 S라인의 소나무를 지나 지상에 내려오면서 체력의 한계가 슬쩍 보이기도 했습니다.
    후들거리는 다리를 뒤에서 보면 눈에 띌 정도라고 아내가 일러줍니다.
    "우리 첫 등산부터 너무 빡샌 코스를 밟았다 ㅠㅠ"


    북한산의 단풍

    우리가 저렇게나 멀고 높은 곳에서 내려왔다니 믿기지가 않습니다.


    사찰에서 만난 강아지

    북한산 국립공원, 백운대 코스 입구에서


    수년간 바다낚시를 즐기며 짜릿한 손맛도 보고 입맛도 봤다지만 얻은 만큼 포기해야 하는 부분도 꽤 많았습니다.
    시간과 경비의 압박, 그리고 고기를 못잡고 빈손으로 올때의 허무함도 숱하게 겪어 왔습니다.
    낚시를 다녀오면 염분끼 제거를 위해 늘 카메라와 핸드폰, 낚시장비등을 물티슈로 닦아야 했구요. 피곤한 몸이지만 고기 손질은 끝내놓고
    쉬어야 합니다. 가끔씩 짜고 비린내 나는 바다향이 그립기도 하지만 산에서 부는 맑고 상쾌함은 느낄 수 없었습니다.
    이 날 무작정 떠난 산행이였고 체력관리가 통 안된 요즘이여서 그런지 몸도 피곤하였지만 마음은 산뜻했습니다.
    똑같이 땀 흘려도 낚시를 하고 흘린 땀과 산행을 하고 흘린 땀은 그 느낌이 사뭇 다르더라구요.
    집 근처가 산인데도 자주 이용 못했는데 앞으론 한달에 한 두번이라도 시간내서 등산의 즐거움을 만끽해 보려고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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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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