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 고등어회의 속사정(이영돈PD의 먹거리 X파일, 선어와 활어의 차이)


    입질의 추억입니다.
    얼마전에 방영한 '이영돈 PD의 먹거리 X파일'에 자문으로 출연하였습니다.
    '활 고등어의 속사정'이라는 주제로 방연된 이 프로그램은 양식산 고등어회를 자연산으로 속이거나
    또는 선어회를 활어회로 속여서 손님상에 낸다는 제보가 있어 취재팀과 함께 동행하였습니다.
    저는 몇몇 업소를 돌면서 회를 맛 본 후 의심가는 부분에 대해 자문을 해주었습니다.
    오늘 이야기, 활 고등어회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한번쯤 눈여겨 봐야 할 것 같아요. 
     


      ■ 우리는 고등어회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예전에는 바닷가 근처가 아니면 먹을 수 없었던 고등어회.
    성질이 워낙 급해서 물 밖으로 나오면 금새 죽어버리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여타 생선에 비해 부패의 진행도가 빠르고 신선도가 저하되기 쉬워 그 취급이 매우 까다로웠죠.
    하지만 지금은 서울을 비롯해 수도권에서도 일년내내 싱싱한 고등어회를 먹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가능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고등어가 대량양식의 길이 열리면서 활어 수송이 가능해졌기 때문이지요.

    우리는 살아있는 고등어가 아니면 먹을 수 없다고 생각해왔습니다.
    실제로 우리가 먹는 고등어회는 활 고등어가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그런데 일부 식당에선 활 고등어가 아닌 하루 이틀 냉장고에다 숙성시킨 "선어회"를 활 고등어처럼 내기도 하며, 어떤 곳은 자연산 혹은 제주산 고등어라
    표시해놓고 양식산 고등어회를 내놓기도 합니다.
    당연히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이였고 이를 고발하겠다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기획의도였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우려도 있었습니다. 
    '이영돈 PD의 먹거리 X파일'은 그 특성상 매우 강력한 주제나 혹은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먹거리를 주제로 한 것이므로 고발성 프로그램의
    기획의도엔 '위생적으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라는 증거가 수반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치만 단순히 양식이냐 자연산이냐, 또는 활어회냐 선어회냐라는 공방으로는 먹거리의 중대사안을 이끌어내기엔 뭔가 약하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일본에선 이미 고등어회를 선어로 즐기고 있으며 활어냐 선어냐의 차이는 단지 '취향'의 차이일 뿐 먹거리의 안전을 해친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겠다란 
    생각입니다.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선어회를 먹고 위생상의 문제가 생기지 않았을 경우입니다.
    하지만 위생상의 문제가 없다하더라도 활어라고 믿고 먹는 소비자에게 선어를 섞어서 파는 행위는 분명 잘못되었다고 볼 수 있겠죠.
    저는 이러한 현장을 확인하기 위해 제작진과 함께 활 고등어회를 취급하는 음식점을 방문하였습니다.

    ※ 촬영의 대부분이 몰카라 화질이 좋지 않습니다. 양해바라구요.
        당시 제가 폰카로 촬영했던 분량과 TV속 캡춰분량을 보여드리면서 설명드리겠습니다.



      ■ 활 고등어와 선어회의 차이

    취재진을 따라 나선 곳은 여의도의 어느 일식당.
    우리는 일반 손님으로 가장하고 들어가 활 고등어회(2人)을 주문하였습니다.
    보시다시피 원형 수조안엔 싱싱한 고등어가 살아움직이고 있는데요, 제가 낚시로 고등어를 잡아봐서 아는데 저 정도 사이즈면 40cm에 육박하는
    大고등어로 횟감으론 아주 좋은 크기입니다.


    회를 주문하자 주방장이 뜰채를 들고나와 고등어 한마리를 퍼가는 장면입니다.


    이곳에서 판매하는 활 고등어 회는 2人69,000원. 
    곁가지 음식들이 나온다지만 그리 저렴한 가격이라고 볼 순 없습니다.
    아무래도 여의도라는 특수성이 있기에 이런 가격으로 장사할 수 있겠죠.(이를 보고 바닷가 사람들은 도시사람들 불쌍하다고 생각하겠네요 ^^)


    이윽고 활 고등어회가 나옵니다.
    취재이긴 하지만 최대한 자연스럽게 보이기 위해 소주도 한병 시켰습니다.



    그런데 막상 받아본 이 고등어회는 빛깔로 보나 식감으로 보나 활어가 아님이 의심되었습니다.


    분명 좀 전에 수조에서 고등어 한마리를 꺼내가는 걸 제 눈으로 봤기 때문에 의심할 여지는 없습니다.
    사람들은 당연히 그걸로 회를 쳤을 것이라고 생각하겠죠. 그런데 어째서 이것이 활 고등어회로 보이지 않았던 걸까요?
    당시만해도 비교대상이 없기 때문에 저는 긴가민가했습니다. 충분히 의심은 들었지만 그 이상의 추측은 삼가했어야 했죠.
    그러나 다음 장소로 이동해 다른 활 고등어를 먹고나니 이 집이 활 고등어회가 아니였음을 확신하였습니다.



    활 고등어회(좌)와 선어 고등어회(우)

    첫번째 이유는 바로 빛깔입니다.
    다른 횟감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붉은살 생선인 고등어는 숙성여부에 따라 어육의 빛깔이 판이하게 달라집니다.
    가운데 붉은살인 혈합육을 제외한 나머지 근육을 자세히 보시기 바랍니다.
    살아있는 고등어를 회로 쳤다면 어육이 밝고 투명한 빛깔을 띄게 되지만 선어회는 숙성을 하면 할 수록 어육의 색이 진해지고 불투명해진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고등어 사이즈에 따른 몸통의 크기와 단면

    두번째 이유는 썰어져 나온 고등어회의 크기입니다.
    회 한 점당 크기로 추측한다는 건 무리지만 방금 여의도 일식당의 수조속 고등어는 분명 40cm급에 달하는 대고등어였습니다.
    고등어 낚시를 하고 회를 쳐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모든 생선은 길이에 따라 몸통의 크기도 달라집니다.
    여기에 살이 포동포동하게 찐 고등어는 같은 크기라도 체고가 높기 마련인데 낚시꾼들은 이를가지고 "빵이 크다"라고 표현합니다.

    고등어 포를 뜨면 가운데 척추를 기준으로 두장의 포가 나옵니다.
    거기서 남은 잔가시를 쪽집게로 제거한 후 썰어져 나오는 단면의 크기가 바로 고등어 씨알과 직결되며 고등어 크기에 따라 회 한점의 크기가 결정됩니다. 
    그런데 받아 본 고등어회는 수조에서 있던 고등어의 살밥이라고 보기엔 크기에서 석연찮은 부분이 있었습니다. 
    회 조각을 살펴보니 뱃살 부위도 일부 빠진걸로 보아 한마리를 모두 쓰지도 않았구요.(小짜가 고등어 반마리밖에 안되는 양이라면 할말 없지만) 

    세번째 이유는 식감입니다.
    활 고등어는 탱글탱글한 식감이 있는 반면 선어 고등어회는 쫄깃거리긴 하나 활어회가 가지는 탄력은 다소 부족합니다.
    흰살생선의 경우 활어에서 선어로 갈 수록 탄력도가 크게 상하지 않고 어종에 따라선 오히려 늘어나는데 비해 붉은살 생선은 숙성하면서 살의 탄력도가
    현저하게 떨어지기 마련입니다. 물론 한자리에서 두가지를 먹어보지 않는 한 정확히 알 수는 없겠죠.
    결국 심증만 있지 확실한 물증이 없어 꺼림직한 생각을 가진 채 다음 장소로 이동하였습니다.
     


    이곳은 대학로의 어느 횟집.
    수조안엔 활 고등어가 헤엄치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이즈를 보니 여의도 일식당에 비해 살짝 작아보는군요.
    어쨌거나 우리는 이곳에서 활 고등어회 小짜를 주문하였습니다. 그리고 접시를 받아보는데..


    보시다시피 고등어회의 색깔이 좀 전에 들렸던 식당에 비해 확연히 다르죠?
    어육의 색을 보시면 희고 밝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것은 활 고등어회에서 나타나는 특징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활 고등어회와 선어 고등어회의 결정적인 차이, 무엇이 있을까요?


    위 TV속 장면은 제가 폰카로 촬영했던 컷들입니다.
    왼쪽은 대학로의 횟집이였고 오른쪽 선어회라 의심되는 여의도 일식당입니다.
    여의도 일식당은 분명히 수조에서 고등어를 꺼내갔음에도 불구하고 내어온건 활 고등어가 아니였는데 방송 인터뷰를 보니 잘도 둘러대는군요.
    "우리가 손님들이 몰릴땐 고등어를 미리 잡아서 냉장보관해 놓기도 하지만 방금 손님께 낸 건 활 고등어다"라고 말입니다.
    활 고등어회와 선어회의 차이를 어느 한쪽만 놓고 본다면 구별하기가 매우 힘듭니다.
    그것은 조명상태에 따라 회의 빛깔이 달라질 수도 있고 숙성된 시간에 따라 빛깔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비교를 해보면 그 차이를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습니다.


    원래 고등어란게 성질이 급해 수조속에서도 몇 일을 못 버티고 죽습니다. 길어야 3일이죠.
    6,000원하던 활 고등어 단가가 죽어버리면 단돈 500원도 안되므로 업주들은 한번 수조속에 들여놓은 물량을 최소 2~3일안에 팔아치워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죽어버리니 시작하므로 그런것부터 손님상에 우선적으로 내겠지요.
    제가 예전에 몇 번 말씀드렸지만 횟감의 신선도는 "살아있는 활어"가 중요한게 아닙니다.

    "살아있을때 피를 빼는 것"

    이것이 결정적으로 신선도를 좌우합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활어면 무조건 싱싱한줄 압니다.
    반대로 선어는 죽은고기라 생각해 싱싱하지 않다는 생각을 갖기도 합니다.
    고등어가 하얀배를 보이며 뒤집어지기 시작한다면 고등어의 특성상 그건 횟감으로써 매력도가 떨어져 나갔다는 의미입니다. 
    고등어는 살아서도 부패한다는 말이 있잖아요?
    먹을 순 있지만 즉살시킨게 아닌 스트레스성 괴사이므로 살이 푸석해져 맛이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선도가 저하된 횟감과 선어회는 개념이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선도가 저하된 횟감은 살아 있을때 피를 빼지 않았거나 포를 뜬 후 실온에 방치됨을 말하며, 선어회는 살아 있을때 피를 빼고 포를 뜬 것을
    냉장보관하여 숙성시킨 것을 말합니다. 결국 활어냐 선어냐는 취향차이로 이어지겠지요.

    하지만 아무리 선어라 해도 취급에 문제가 있었다면 위생상으로도 문제가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조사를 한 게 식중독 성분의 검출 유무인데요.
    고등어는 특유의 진한맛을 내는 '히스티딘(Histidine)'이라는 성분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시간이 지나면서 '히스타민(Histamine)'으로 변해 복통과
    구토, 두드러기, 아토피와 같은 증상을 일으킵니다. 히스타민은 100g당 50mg이상이 검출되면 그때부턴 식중독을 일으키는데 문제의 선어회는 다행히도
    히스타민이 검출되지 않았지요. 즉, 고등어도 선어상태로 잘만 보관되어 진다면 하루에서 이틀이 지나도 히스타민 수치는 거의 같다는 검사결과가
    나왔기에 위생상으로 문제될 것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활어와 선어, 이것은 어디까지나 입맛차이임엔 분명합니다.
    그러나 손님들이 활 고등어로 알고 먹는데 거기서 선어회를 내준다는 건 분명 잘못된 일입니다.



      ■ 회에 대한 그릇된 편견을 버리자



    양식 고등어(좌)와 자연산 고등어(우)의 차이, 적색육의 색깔로 알 수 있다.

    요즘 통영 욕지도에서 많은 양의 고등어를 양식하고 있습니다. 이는 자연상태의 고등어 치어를 가져다가 축양장에서 키우는 건데 비록 양식이라 해도
    맛으로 보나 영양가로 보나 자연산 고등어에 비해 전혀 밀리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소에서 통영산 고등어를 제주산으로 파는 이유가 "사람들이 제주산을 더 선호하기 때문" 이라고 합니다.
    사람들은 자연산이나 제주산이면 무조건 좋은 줄 알고 신뢰를 갖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수산물의 경우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 광어도 그렇지만 고등어 회의 경우 양식이나 자연산이나 맛에선 그리 큰 차이가 없습니다.
    오히려 양식이 자연산을 능가할 때도 있습니다.

    활어회와 선어회도 그렇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펄떡펄떡 뛰는 활어를 그 자리에서 잡아야만 싱싱한줄 알고 선어회는 죽은고기라 생각해 왠지 비릴거 같고 식감이 떨어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는 대단히 잘못된 편견입니다. 일본에서는 대부분 2~4일간 숙성시켜 먹는 선어회를 선호합니다.
    이는 식감도 탄력있으면서 생선회의 감칠맛을 많이 느낄 수 있는 '이노신산' 성분을 최대치로 끌어낼 수 있으며 무엇보다도 활어회와 비교했을 때
    선어회가 위생상으로 더 안전하다고 입증된 바 있습니다.

    고등어회도 위생적으로 처리해 냉장보관만 잘 해 놓는다면 2~3일 내에선 히스타민의 성분변화가 없기에 회로 즐길 수 있습니다.
    나중에 제가 활어회와 선어회의 차이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만, 이번 "고등어 회의 속사정"의 경우 굳이 그렇게 판매할 이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이 갖고 있는 인식 때문에 양심을 판다는 점에서 불거져 나온 이야기입니다. 
    멀쩡한 통영산을 제주산으로, 선어회를 활어회로 속여파는 것에 대해선 우리 소비자들의 고정관념도 크게 기여했다는 생각입니다.
    그동안 몰랐던 활 고등어회의 속사정, 이제는 그러한 편견을 버리고 맛있게 드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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