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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이 영하권으로 접어들기 시작했던 11월 초. 저는 계절을 거슬러 올라 가을을 만나러 제주도로 향했습니다. 시간을 거꾸로 되돌릴 수는 없지만, 이대로 떠나는 가을을 한 번 더 붙잡기에는 제주도 만한 곳이 없기에. 꽤 오래전부터 계획했던 제주도 가을 여행은 '어머니'가 주인공이에요. 올해 환갑을 맞아 가족과 함께 환갑 여행을 떠났습니다. 이를 진두지휘하게 된 저는 '낭만과 품격이 넘치는 가을 여행'이라는 주제로 여행 컨셉을 짜 진행하였고요. 포스팅 내용이야 가족 여행과 별개지만, 이제는 겨울로 접어든 시점에서 늦가을의 정취를 전하려고 합니다. ^^
2박 3일, 제주도 가을 여행이자 어머니 환갑 여행이 될 코스
제주도 곳곳을 누빌 수 있는 렌터카 여행은 시간을 마음대로 쓸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자 여유일 것입니다. 동선만 잘 짜면 쉽고 편리한 여행이 될 수 있지요. 동선을 짤 때는 '여행 명소'와 '맛집'을 한데 묶어 이동거리를 최소화하는 게 포인트! 사실 젊은 커플 둘이서 여행한다면야 정처 없이 돌아다니다 마음 내키는 곳을 방문하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만, 부모님을 모시고 갈 때는 아무래도 사전 계획과 면밀주도함이 필요할 겁니다. 그래야 현장에서 갈팡질팡하지 않겠지요.
#. 여행지는 가벼운 산책 위주로 선정
2박 3일 동안 둘러볼 곳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여행이란 게 주어진 일정을 소화하러 가는 것은 아니므로 최대한 러프하게 짜서 시간으로부터 해방감을, 한 곳을 둘러보더라도 편하게 하기 위함입니다. 또한, 최대한 힘 안 들이면서 둘러볼 수 있는 여행지로 선정하였습니다. 녹차로 유명한 오설록, 수월봉 해안도로 드라이브, 산방산과 용머리해안 산책로, 가장 오르기 쉬운 아끈다랑쉬 오름, 장엄한 성산 일출봉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광치기 해변, 그리고 돈네코의 원앙폭폭로 하였습니다.
#. 음식은 식성에 맞는 걸로
음식은 제주도 여행이 처음이신 어머니의 식성을 고려해 실험적인 메뉴보다 무난한 메뉴로 선정하였습니다. 생선과 육고기를 좋아하는 식성이 저를 닮았기에 맛집 선정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죠. ^^ 계획한 것은 고등어회, 제주 한우, 해물 뚝배기, 한치 물회, 옥돔구이와 돔베고기 정식으로 짰습니다. 호텔에서 제공하는 식사도 있으므로 2박 3일 동안 계획된 음식을 모두 먹을 수는 없지만, 상황에 맞게 골라 먹을 순 있었습니다.
#. 숙소는 중문에 자리한 하얏트 호텔
바베큐를 할 수 있는 팬션과 호텔을 저울질하다 '셀프로 즐기는' 개념이 거의 없는 호텔을 택했습니다. 마침 호텔에 아는 지인도 계셔서 조금은 저렴하게 예약할 수 있었고요. 아내와 어머니는 뷔페를 좋아하지 않아 편히 앉아서 받아먹을 수 있는 룸서비스도 이용해 보았습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돌아다니면서 음식 담을 때 사람들과 부대끼는 걸 굉장히 싫어합니다. 왔다갔다하는 것도 귀찮고. 젊었을 때는 그것도 즐겼었는데 세월이 지나니깐 취향도 바뀌네요. 그리하여 저는 '낭만과 품격이 넘치는 제주도 가을 여행'으로 우리 가족을 모시고 떠났습니다. ^^
고산리 자구내 포구, 한치 말리는 풍경
양식장이 있는 고산리 해안도로를 달리며
용머리 해안의 하멜 기념비에 오르며
만선식당의 개
오설록 녹차밭
중문 색달 해변에서 맞이하는 저녁
몽글몽글, 밀려오는 파도가 맨발에 부딪히는 느낌이 참 좋다.
이제는 사람 구경이 어려울 정도로 한산해진 해변가. 그곳에서 가족과 함께 산책하며 바다를 가까이해봅니다. 동생은 갑자기 채집 본능이 생겼는지 인근 갯바위로 해루질하러 갔고 저는 노을 풍경을 벗 삼아 해변가를 거닐어 봅니다. 그나저나 제주도는 제주도인가 보네요. 물을 만져 보니 아직은 따듯합니다. 수온이 따듯하니 낚시가 아주 잘 될 것 같
하얏트 호텔, 온돌방
멋진 씨뷰 ^^
룸서비스로 여유와 품격을 챙기는 호사로움과 함께
시원한 국물 맛이 일품이었던 해물 뚝배기
고등어 회는 잘하는 데서 먹어야 제맛. ^^
이번에는 숙성육이 아닌 도살한 지 얼마 안 된 제주 한우. 그래도 한우인데 인간적으로 정말 싸다 싸!
호텔 라운지에서 식사
디저트 종류가 인상적이었던 하얏트 호텔 라운지
사진에는 없지만, 여기 밀크푸딩이 너무 맛있어 다욧 생각을 접고 양껏 갖다 먹었던 기억도 나고. 위스키, 맥주, 와인까지 원하는 만큼 가져다 먹을 수 있었던 호텔 라운지. 요즘 우리 부부는 술을 자재 중이라 맛만 보고 말았지만. ^^ 여기에 미트볼과 새우튀김은 정말 훌륭했습니다. 다만, 서양식에 치중한 메뉴여서 어머니는 입에 안 맞았다고 해요. 이곳은 우리만 신났던 장소 ^^;
억새가 흐드러지게 핀 제주의 오름
피톤치드로 산림욕
아끈다랑쉬 오름에서 어복부인
이날 우리 가족은 오름을 통째로 전세 냈다.
개폼
광치기 해변
오랜만에 찾은 성이시돌 목장
4박 5일 제주도 낚시 여행을 다녀오고 얼마 되지 않아 다시 제주도를 방문했지만, 그때마다 새롭고 갈 곳은 아직 많다는 걸 보여준 제주도. 서울에서 제주로, 초겨울에서 가을로 거슬러 올라간 이번 여행은 따듯한 햇살에 점퍼를 벗고 심지어 에어컨까지 틀어야 했던 날씨 속에서 가을 운치를 제대로 만끽하고 왔습니다. 낚시 때문에 언제나 시간에 쫓겨야 했고, 낚시 때문에 새벽같이 일어나야 하는 기존의 일정과 달리 이번 제주도 가을 여행은 느즈막이 하루를 시작해 오후 5시면 일정을 마치는 여유로움에 가을의 낭만과 호텔의 품격까지 동시에 챙겨보았습니다.
이런 편안한 여행은 정말 오랜만에 해 본다는 아내. 일에 치여 사는 동생. 그리고 환갑을 맞이한 어머니께 이번 여행이 작은 보상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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