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 숨은 명소, 돈내코 원앙폭포



하늘에서 선녀가 내려와 목욕한다면 분명 이곳이 아닐까? 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곳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두 개의 물줄기가 있어 원앙폭포라고 생각했지만, 보면 볼수록 선녀와 나무꾼의 배경 같아 보였던 곳. 오늘은 제주도 중문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돈내코 원앙폭포로 잠시 머리를 식히러 갑니다.

 



돈내코 원앙폭포 입구


원앙폭포까지 300m가량 펼쳐진 부담 없는 산책로

11월 초, 서울은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며 가을을 떠나 보낼 때 제주도는 아직도 초록의 싱그러움을 뽐내고 있었습니다. 원앙폭포에 대한 기대도 기대지만, 각종 상록수와 난대림이 울창한 숲길부터 기분 전환을 시켜주었지요. 조금 쌀쌀한 날씨였지만, 바람 소리에 살랑거리는 나뭇잎 소리가 우리를 반기며 아무도 없는 숲길의 환영식을 합니다.


그런데 산책로에 들어서자 갑자기 어두운 기운이 엄습합니다. 안 그래도 회색빛이 도는 흐린 하늘이었는데 그나마 들어오고 있는 태양광을 막아서며 우리를 어두운 숲길로 안내합니다. 새 소리도 들리지 않은 적막감, 짙은 그늘, 곧 있으면 시작될 일몰까지. 보정을 거친 사진상에는 그런대로 밝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너무 어두워 카메라가 초점을 맞추지 못해 초점 링만 요란하게 돌아갔던 현장이었습니다.

"사진 찍기가 매우 고약하군"

혼자 투덜대보지만, 원앙폭포 산책로는 제게 더 많은 촬영 스킬을 요구하는 듯 까탈스러운 표정으로 지켜봅니다.


계곡을 향해 기울어져 있는 나무들


바위만 보면 마치 눈 하나 달린 도깨비가 입을 쩍 벌린 듯한 모습이 연상된다, 돈내코 원앙폭포 가는 길에서

원앙폭포 입구, 바위틈 속에서 샘물이 떨어지고 있다

울창한 숲, 짙게 드리운 그림자, 곧 있으면 해가 떨어질 시간임을 고려한다면 촬영 조건이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지만, 시시각각 변하는 자연의 모습을 누구나 흔들림 없이 담아내는 가장 간단한 스킬이 있으니 바로 '삼각대'입니다. 비록 저는 촬영 스킬이 부족하지만, 삼각대를 사용함으로서 전투력이 무려 수십 배나 올라간다는 사실. ^^ 가지고 다니기 불편하다는 단점이 있어도 한 번 손에 익고 늘 가지고 다녀버릇하면 나중에는 두고 왔을 때 오히려 허전한 느낌이 드는 녀석이지요.


돈내코 원앙폭포의 시원한 물줄기

이어지는 아내의 셀카 ^^

그리 큰 규모는 아니지만, 두 개의 큰 물줄기가 서로를 의지한 채 있었고 안쪽으로는 왠지 석기시대 벽화가 그려져 있을 것만 같은 홈이랄까, 동굴이랄까. 주변에는 작은 물줄기들이 사방에서 흘러나와 옥빛 계곡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꼭 선녀와 나무꾼의 배경 같습니다. 어머니는 멀찌감치 서서 구경만 하는 사이 아내와 동생은 좀 더 가까이 구경하기 위해 계곡으로 내려갑니다.


크고 작은 바위가 어지럽게 엉켜 있어 발 디딜 때는 늘 주의해야 하지만, 갯바위를 자주 탔던 아내는 별문제가 안 되나 봅니다. 그 사이 저는 삼각대를 펼치고 자리를 잡으며 주변 풍경을 스케치해 나갑니다. 여러 장 찍어 한두 장 건지는 게 촬영이지만, 그 과정에서 눈으로는 놓치기 쉬운 그림들을 뷰파인더를 통해 보기도 하고, 반대로 뷰파인더에서 놓치기 쉬운 부분을 맨눈으로 볼 수 있기에 사진을 찍기 전에는 주변을 충분히 둘러 보면서 어떻게 찍을지에 대한 구상을 해 나갑니다. 



제주도의 숨은 명소, 원앙폭포

물을 만져보니 얼음장까지는 아니지만, 상당히 차갑습니다. 한여름에는 이 차가운 물에서 수영하기 위해 많은 관광객이 놀러 오곤 합니다. 아직은 널리 알려진 명소가 아니다 보니 북적대지 않으며 그럭저럭 수용할 수 있는 정도여서 제주도의 숨은 명소라 할 수 있습니다. 중간에는 수심이 제법 깊어 아이들이 수영할 때는 어른이 함께 들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여름이 지나자 사람들은 하나둘씩 떠나고, 겨울을 문전에 둔 원앙폭포는 쓸쓸해 보일만도 하지만, 역시 쌍으로 떨어지는 폭포 이미지 때문일까요? 오히려 외롭지 않고 내년 여름이 오기 전까지는 둘이서 아주 오붓하게 지낼 것만 같습니다. ^^ 그러다 성수기가 오면 시원한 물줄기로 많은 사람을 맞이하겠지요. 이대로만 둔다면. 이대로만 둔다면 자연은 몇 년이 지나도 변함이 없을 것입니다. 사람이 변하지만 않는다면 말이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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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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