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포즈하기 좋은 곳, 원테이블 레스토랑)
    아내를 감쪽같이 속인 생일 파티, 알고보니



    얼마전 아내 생일을 맞아서 깜짝 놀래킬만한 생일 이벤트를 준비했습니다.
    그녀가 눈치채지 못하게 알리바이를 꾸미고 생일 파티를 열려고 했던 거지요.
    그런데 때마침 도착한 한통의 문자가 아내 눈에 띄였고, 순간 망했다 싶었습니다.


     

    남성들의 전유물인 갯바위 낚시를 즐기는 아내, 전남 여수에서

    여자 인생, 결혼하면 달라진다더니..
    십년 전만 해도 서울의 여느 여대생과 다를 게 없었던 그녀가 지금은 남편과 함께 갯바위 낚시를 즐기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을 겁니다.
    물과 생선도 그닥 친하지 않았던 그녀인데 지금은 남편이 운영하는 바다낚시 블로그에 휘말려 새벽부터 이 고생을 합니다.
    생각해보니 운명의 장난 같기도 하고 말이죠. ^^; (저 역시 십년 전에는 낚시를 몰랐으니 말입니다.)
    사진상으로 보면 왠지 즐거워 보이지만 그렇게 하기까지 남 모를 고생이 많았지요. 
    얼마전 서울에서 여수까지 내려와 잠을 포기하고 꼭두 새벽부터 낚시하러 가게된 자신의 처지에 그녀는 늘 입버릇 처럼 말합니다.

    "지금 시간이면 폭신한 이불속에서 단잠을 자고 있을 텐데, 이게 뭔 고생이람.."

    남들 자는 시간에 기어나와 끼니도 못 챙긴 채 낚시배에 몸을 싣고 고단한 일정을 소화하고..
    그 더운 여름날, 자외선에 무방비인 갯바위에서 모기와 무더위와 싸워야 했고..
    남편 취미 거들어 준다며 낚시를 배우고 함께 즐기지만 끝나고 돌아오면 손이며 옷이며 온통 비린내에 피부는 발갛게 거슬리기까지..
    아무리 취미라지만 그런 아내의 모습에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합니다.
    그간의 포스팅을 보면 참 즐거워 보인다 생각하시겠지만 그러기 위해 남 모를 고통도 따라야 했지요. 
    이렇게까지 사진을 찍고 글을 쓸 수 있었던 것은 제 아내 어복부인의 공이 정말 컷습니다.

     

    서울 강남 한복판의 모 오피스텔

    그런 그녀가 얼마전 생일을 맞이했는데요.
    "아내를 감쪽같이 속이고 생일 파티를 준비하자" 에서 착안된 이벤트가 있었습니다.
    일단은 그녀가 알아차리지 못하게끔 알리바이를 꾸며놔야 합니다.

    "오늘 내 생일인데 어딜가게?"
    "미안해..내가 지금 강남에 볼일이 있어서.."
    "뭐야.. 무슨 일인데"
    "그게 아니고 내 친구 OOO 있잖아. 강남에 사는데 내가 도와주기로 한 일이 있어서. 같이 갈래?"
    "됐어. 난 그냥 집에서 혼자 맥주나 마시고 있을래"
    "그러지 말고 같이 가자. 안그래도 친구가 재수씨 보고 싶다고 그랬어. 금방 일 보고 나오자"

    대략 이런 식으로 둘러대고 아내와 함께 외출을 나옵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아내가 깜빡 잊고 휴대폰을 두고 나온 게 화근이 됐습니다.
    가는 동안 지루했는지 지하철에서 아내는 인터넷 좀 하자며 제 휴대폰 빌렸는데 때마침 도착된 메시지.

    "케익이랑 와인은 고객님이 준비하신 거라고 해드릴께요 ^^"

    아.. 이거 완전 낭패네요. ㅠㅠ
    아내..실눈 뜬 표정으로 저를 쳐다봅니다.

    "지금 뭔가 꾸미고 있지?"
    "아..아냐 아무것도 ^^;;"
    "좀 이상한데.."



    그리고 도착한 강남의 어느 오피스텔. 설정상 앞서 제가 말한 친구집입니다.
    벨을 누르자 문이 열렸고 저는 먼저 들어가라며 재촉합니다.
    뭔가 이상하긴 했지만 여느 가정집과 다를 게 없는 현관문을 열 때까진 일말의 의심을 하지 못한 모양입니다.
    그렇게 문을 열고 현관에 들어선 그녀. 그 순간..




    잠시동안 할말을 잃은 그녀..

    "이게 다 뭐야.."
    "ㅎㅎㅎ"
    "어쩐지 오늘 좀 이상하긴 했더라.. 아까 그 문자가 알고보니 이거였네?"
    "눈치 못챘어?"
    "뭔가 꿍꿍이가 있을꺼라고 생각은 들었는데 가정집으로 보여서"


    이곳은 단 하나의 테이블, 단 한 커플만 모시는 원테이블 레스토랑이라는 곳이예요.
    요즘 유행(?)하는 지는 잘 모르겠지만 왠지 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분위기에 독채를 빌려 사용하는 거라 각별한 추억이 될 것 같아서 말입니다.
    요새는 애정 표현을 적극적으로 하는 시대이기도 하고 또 결혼 적령기에 든 커플들에게 프로포즈 이벤트를 엮어 준다는 점.
    또 저희같은 부부에겐 기념일이나 생일 파티의 장소로도 알맞는데 무엇보다도 상대방을 깜짝 놀래킬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레스토랑을 통째로 빌려 둘만의 시간을 가진다는 점에서 볼 때 참신한 아이디어인것 같습니다.



    "살다보니 이젠 별의 별 게 다 생기네"

    이런 이벤트를 하게 된 이유가 "그간 나 따라 낚시 해주느라 고생했어!" 같은 보상의 의미는 아닙니다.
    원테이블 레스토랑을 이용해 본 건 처음이지만 저희 부부는 원래 연애시절 때부터 레스토랑을 종종 이용하는 편이였어요.
    지금이야 먼바다로 나가 갯바위 낚시를 즐기지만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도 삶의 낙이라고나 할까요.

    남해 먼 바다에서 거친 갯바위 낚시
    강남 한복판에서의 레스토랑 데이트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지만 우리부부의 일상에서 늘 활력소가 되어주고 있습니다. ^^




    프로포즈하기 좋은 곳, 원테이블 레스토랑

    지금도 찍을 수 있는 카메라라고 해요 ^^

    빈티지한 컨셉의 사진


    양송이 수프

    원테이블 레스토랑에서 단란하게 저녁식사를 합니다.
    메뉴는 셋트메뉴 한가지예요.


    하우스 샐러드

    안심 스테이크와 달팽이


    그런데 스테이크를 썰다 말고 갑자기 고기를 들춰보는 아내..

    "이 안에 반지를 숨겨놨다거나 하는 건 없어?"
    "그런건 없어. 그냥 먹어 ^^;;"

    제 아내, 요즘 드라마를 많이 봤나요? ^^;


    후식으로 파나코타 푸딩과 쿠키

    원테이블 레스토랑에서 생일 파티

    테이블이 하나다 보니 하루에 많이 받아야 2~3팀 밖에 못 받는다고 하네요.
    그래서 한 팀당 이용 시간이 2시간 정도로 한정되어 있는데 이 날은 우리 뒤로 예약한 손님이 없어 아주 맘 놓고 이용했지요.
    생일 파티 이벤트로는 헌화식이라던가 영상 편지도 있지만 그냥 생략했고요. ^^;
    여기서 제공해주는 생일 케익과 와인만으로도 로멘틱한 분위기에서 생일 파티를 할 수 있었습니다.


    왠만하면 제 블로그에서 애정표현이나 개인적인 이야기를 삼가하려고 했지만 오늘은 맘 먹고 해야겠습니다.
    얼마전 여수에서의 낚시, 즐겁기도 했지만 그만큼 고생도 많이 따랐습니다.
    남자들도 소화해 내기 힘든 타이트한 낚시 일정을 묵묵히 따라줬던 아내에게 늘 미안했고 고맙습니다.

    "어복부인, 아니.. 정연아 생일 축하해. 그리고..사랑한다"




    강남 한복판에서 생일 파티를 치른 그녀
    이 날은 어복부인이 아닌 사랑스런 아내였습니다.
    그리고 몇 일 뒤..


    전남 여수에서 어복부인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아내의 생일, 축하해 주실거죠? ^^
    다음주 새 시리즈인 "입질의 추억, 전남 여수편"도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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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만원짜리 특급호텔 이용해보니, 이런점이 달라
    90분에 25만원? 상류층만 이용한다는 마사지 받아보니 가격에 뜨악

    러브팩토리 강남점(TEL : 010-2107-1754)
    http://www.love-factory.kr/gangnam/
     



     


     
    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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