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광땡에 흥한자 38광땡에 망한다



설 연휴 처가에서 모처럼 식구들이 모여 섯다를 했다.
판돈은 100원으로 시작하지만, 레이스를 하다 보면 적게는 천 얼마에서 많게는 만 원 이상이 붙기도 한다.
이번 판에서 나는 생애 두 번째로 38광땡을 얻었다. 것도 내가 '퉁'을 쳐서 두 장씩 깐 결과였다. 
그러니깐 나의 재량(?)으로 38광땡을 얻은 거다.  
이후에 나는 최대한 패를 읽히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레이스도 소액만 걸어 상황을 부추겼다.
다섯 끗도 안 붙은 사람은 떨어져 나갔고 족보 좀 된다는 사람만이 최후까지 레이스를 즐겼다.
그 결과 만 얼마를 한꺼번에 얻었다. 찔끔찔끔 잃었던 돈을 모두 회수하고도 제법 딴 것이다. 

문제는 몇 분 후였다. '구사 다시'가 나오더니 같은 족보로 승부가 나지 않자 판돈이 상당히 불어 있었다.
시간은 오후 3시 40분. 무조건 네 시까지만 하기로 시간을 정해놨기 때문에 지금이 기회다 싶었다.
누가 됐든 이번 판을 가져간 사람은 전례에 없는 큰돈(그래 봐야 2~3만 원이지만)을 거머쥘 것이다.
그런데 그 판에서 믿기지 않은 일이 벌어졌다. 좀 전에 '퉁'쳐서 38광땡을 얻은 기억이 있어 이번에도 '퉁'을 쳤다.
그 결과 놀랍게도 나는 10, 10(장땡)을 얻었다. 시계를 보니 3시 50분인가 그랬다.

게임 끝이구나. 싹쓸이하고 그만 끝내야지 했는데 고맙게도 형님이 끝까지 레이스를 가준다. 내가 장땡인지도 모르고.
너무 막무가내로 거시길래 형님을 위해 '그만 하세요'라 하였다. 그랬더니 까보잖다.
내 생각에는 숫자가 높은 땡이 붙은 거 같은데 내가 장땡인 줄 알면 어쩌려고 그러나 싶었다.
처가의 온 식구가 숨죽여서 지켜보는 가운데 우리는 하나씩 패를 까보기로 하였다.
나는 실실 쪼개며 '10' 한 장을 내밀었다. 

"보시다시피"

그러면서 돈을 쓸어가려는 찰나 형님이 '잠깐'을 외친다. 순간 혹시나 싶었다.
형님 왈 "정말 미안한데 너의 다음 패가 뭐가 나오든 날 이길 수 없어" 라고 하시네?

결국, 38광땡에 흥한 자 38광땡에 망하고 말았다.
그래 봐야 2만 얼마를 잃은 거지만 장땡을 갖고도 이길 수 없음에 나는 전의를 상실했고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처가 식구들은 모두 뒤집어졌다. 이 게임은 앞으로도 보기 힘든 명승부로 회자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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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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