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벵에돔에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지금 시각 오후 6시 15분. 얄궂은 글이 되기 위한 서두름은 그렇게 빈속인 상태에서 읽히길 원하는 마음으로 시작되고 말았다. 웬만하면 굽지 않고 회로 먹는 35cm급 벵에돔이 우리 집에서 구이용으로 전락해버린 이유는 단지 잔씨알이 없기 때문이다. 이 음식은 제주도에서 우럭(표준명 쏨뱅이)으로 탕수로 만들어 찬으로 내는 것에 영감을 받았다. 35cm급 벵에돔을 배따기로 쫙 펴서 바짝 튀긴 다음 접시에 올리고, 아삭한 식감과 영양적인 균형을 위해 세 가지 생채소를 올린다. 마지막으로 뭉글뭉글하게 다려 만든 소스를 살살 돌려가며 붓자 '치익' 소리가 나며 채소와 생선살에 스며들기 시작한다. 잔파를 뿌리고 상에 올리자 한바탕 젓가락 전쟁이 벌어졌다. 마침 맥주나 한잔 하자며 온 처형 부부와 조카들이 이런 생경한 음식을 접하게 되더니 어느새 동이 나고 말았다. 뒤늦게 젓가락을 들고 온 내가 남은 살점을 맛보고는 이내 후회가 밀려왔다. 실험적으로 만든 것이라 한 마리만 한 것이 결과적으로는 아쉬움을 남겼던 것. 단언컨대 이 음식은 회를 제하고 벵에돔을 가장 맛있게 먹었던 음식으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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