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제 블로그는 '알배기 잡이'에 대한 논쟁이 있었습니다. 저는 '어족 자원을 보호하기 위한 법적 제재 앞에서는 취미는 물론, 생업도 우위일 수 없다. 모두 동등한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취지의 글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관련 글 : 산란철 알배기 어획은 되고 낚시는 안 된다? 무엇이 더 중요한가)

글 전달력이 부족했는지 일부는 '낚시꾼이 잡는 것은 소량이니 알배기를 잡아도 된다.'는 식으로 비틀어 해석된 부분이 없잖아 있었지만, 대체로 건설적인 의견이 오갔고 많은 분이 관심 있게 읽었다는 점에서 절반의 성공이라 생각합니다. 관심을 가져주신 모든 분께 감사의 말을 드립니다.

오늘은 여러 좋은 댓글 중에서도 현재 우리에게 직면한 현실을 
정확하고 냉정하게 바라본 어느 분의 댓글을 소개하고 본문으로 넘어갈까 합니다. 

"생업과 취미라는 이유로 다른 기준이 적용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바다는 어민의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저는 고향이 어촌이어서 어민들에 대해서 나름 잘 알고 있습니다. 고기 잡는 어선은 없었지만, 집에 양식장을 했었고 머구리도 운영했습니다. 어민들은 농민들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농민은 1년을 내다보고 계획을 세우지만, 어민들은 당장 오늘 하루도 예측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내일의 위해 바다를 지켜야한다는 생각자체가 희박합니다. 

사실 낚시인들이 많다고는 하지만, 갯바위나 방파제에서 잡는 개체 수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어족 자원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큰 주체는 어민이고 그 다음이 선상 낚시라고 생각합니다. 이 두 가지는 모두 어민들의 수입원이라는 공통점을 가집니다. 취미로 하는 낚시는 꽝을 치더라도 그러려니 하고 돌아오지만, 생업을 위해 물고기를 잡는 어부들과 낚싯배 선주들은 어떻게든 물고기들이 모이는 곳을 찾아내서 공략하고자 합니다.

결국, 물고기들은 어민들이나 낚싯배에 의해 집단 포획됩니다. 그러므로 어족자원 고갈의 주범은 바닷가에서 낚시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어떤 형태로든 배를 타고 나가는 사람들입니다. 따라서 낚시인들에게 요구되는 규제들은 배를 타고 어로나 낚시를 하는 사람들에게 동일하게 적용되어야만 자원이 유지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정부에서는 중국어선의 불법 조업에 대해 적극적인 단속을 해야 합니다. 밤낚시를 가면 방파제 근처까지 수십 척의 선단이 접근해서 싹쓸이를 하다가 우리 어선들이 떼지어 나가면 불을 끄고 도망가는 것을 보게 됩니다. 그 정도의 대규모 선단이 움직이는데 레이더에 걸리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그럼 해경이 출동해 단속해야하는데도 새벽에 잠자던 어민들이 몰려나와 중국 어선을 쫒아내는 게 현실입니다.

만에 하나 물리적 충돌과정에서 불상사라도 생가면 어떡하겠습니까. 정부가 정말로 어족자원의 고갈을 막고 어민들의 안정적 수입을 걱정한다면, 지금처럼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아래는 원문입니다.

 

 


쿠란놈님은 어족 자원의 고갈 주체를 어선과 낚싯배로 보면서도 개인 낚시인들에게만 규제할 것이 아니라 어로 행위를 하는 모든 상업적 행위에 동일하게 적용돼야 한다며 일침을 놓았습니다. 



<사진 1> 경매를 기다리는 용가자미(방언 참가자미)


#. 알배기 잡이의 이율배반

생업에는 어선과 낚시 어선이 있습니다. 그물로 잡든 낚시로 잡든 대량 어획은 어떤 형식으로든 자원 감소에 영향을 미칩니다. 뼈째썰기회(세꼬시) 수요 증가에 따른 미성숙 물고기의 남획도 규제를 강화해야 하지만, 현실은 두리뭉실한 규제에 솜방망이 처벌입니다. 생업이란 이유로 있으나 마나 한 봐주기식 규제를 하고 있으니 지금 우리바다에는 밤마다 불법 조업이 판치는 무법지대로 변하지 않았습니까?

이에 해경은 적극적으로 단속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뻥치기 조업을 불법으로 인정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는 사이 돈맛을 본 일부 어민은 산란하러 들어온 감성돔을 닥치는 대로 잡아다 팔아넘기며, 한탕주의 고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이 오늘날 현주소입니다. 

제가 조업 현장이든 낚시든 취재를 하다 보면 여러 유형의 선장을 만납니다. 치어가 잡히면 살려주는 선장도 있지만, 세꼬시나 잡어회로 팔면 돈이 된다는 이유로 치어까지 싹 쓸어가는 선장도 보았습니다. 자원 보호 의식이라곤 눈곱만큼도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바다는 내 땅에서 내가 심고 거두는 수확 개념이 아닙니다. 공동의 작업장에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최대한 잡아야 돈을 버니 주인 의식도 없고, 그러니 서로 많이 잡으려고 경쟁하는 것입니다. 

그런 조업(선상낚시 포함)으로 잡아들이는 방대한 어획량과 개인 낚시(방파제, 갯바위) 어획물을 비교하는 것은 그리 합리적이지 않습니다. 알배기 문제도 그렇습니다. 개체 수를 보호하자는 취지에서라면 생업과 취미 모두 동등한 논리가 적용돼야 합니다.

<사진 1>은 밤샘 조업으로 잡은 용가자미입니다. 배 한 척당 하룻밤 사이에 잡아들이는 하루 조업량이 저 정돈데 그것도 산란기에 접어든 것입니다. 만약, 여기서 잡지 않는다면 봄에 산란하고 개체 수를 더욱 늘리겠지만, 이렇게 대량으로 잡아도 사람들은 비난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알배기를 무더기로 잡아도 비난 여론이 일지 않는 이유는 생업이라는 논리로 합리화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도 이 같은 논리가 낚시업에는 적용되지 않는 모순이 발생합니다. 현재 우리나라에 등록된 낚시어선은 약 4천여 척으로 추산됩니다. 그중 대부분은 어선으로 등록돼 있으며 어선과 같은 기준에서 관리되고 면세유를 사용합니다.(물론, 이 부분은 형평성 논란이 있어 합리적으로 개선돼야 할 사안입니다.) 

낚싯배 운영도 엄연한 생업입니다. 이런 현황을 잘 모르는 이들은 낚시를 그저 개인 취미라는 인식에 묶어놓고선 생업과 구분해 이중 잣대를 적용합니다. 
그러다 보니 정작 씨를 말리고 대량 어획을 일삼는 조업은 생업이라는 그럴싸한 프레임에 가두어져 면죄부가 되고, 대신 그 책임과 비난이 개인 낚시인에 떠안기는 불합리한 여론이 형성되기도 합니다. 

캐나다, 노르웨이 등 어업 선진국의 정책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엄격하며 대부분 지켜나가고 있습니다. 어업은 물론, 낚시업에도 동등한 논리가 적용되는 것입니다. 오늘날 자원 부족 현상은 전 세계적인 추세이지만, 그래도 관리 여하에 따라 그 나라가 자급자족할 수 있는 어획량은 조절할 수 있어야만 합니다.

생업이라는 이유로 규제를 완화하고 도덕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것이면, 결국에는 서로 많이 잡으려고 경쟁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오늘날 우리 바다가 처한 상황처럼 어족 자원 부족 현상에 시달리게 됩니다. 그런 점에서 지난 수십 년 동안 끌고 온 한국의 어업 정책은 그리 성공적이라 할 수 없습니다. 


#. 생업 면죄부, 어족 자원 보호라는 대의에는 맞지 않아  
이제는 사람들의 인식도 바뀌어야 합니다. 단순히 인터넷에 올려진 사진만 보고 알배기를 잡았다며 비난하는 일은 쉽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평소 도덕적 품위와 시민 의식에 대해 자신을 얼마나 단속했는지는 별도로 생각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지금 우리는 어족 자원을 보호하자면서도 가장 기본적인 포인트를 놓치고 있습니다. 

알배기를 한 마리만 잡아도 금어기 지정 어종이면 비난해도 마땅합니다. 반대로 알배기가 금어기에 포함되지 않으면, 그것이 생업이든 낚시든 비난할 근거가 없습니다. 우리가 평소 즐겨 먹는 대구 알탕과 명란젓도 그러한 법적 허용 한도 내에서 잡아들인 것이며, 우리 식탁을 풍요롭게 해주었음을 인지해야 합니다.

 

당장에 인간이 어족 자원을 보호하는데 취할 수 있는 일은 법적 규제이며, 그것을 충실히 지켜나가는 일부터 제대로 되어야 합니다. 규제가 실효성을 바탕으로 가시적인 효과를 거두려면 해당 어종의 생태와 번식력을 고려해 금어기와 금지 체장을 지정해야 합니다단순히 알배기를 잡았는지 아닌지 여부를 따지는 흑백논리, 여기에 생업과 취미의 차이라는 단편적인 프레임으로 이 문제를 바라보는 것은 어족 자원을 보호하고 늘려나가자는 취지에 그리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현재로써는 금어기를 준수한 것인지, 또는 금지 체장을 지킨 것인지, 적법한 어로 행위였는지의 정당성으로 판단하려는 인식이 필요합니다나아가 이러한 규제가 모두에게 동등하게 적용돼 어느 한쪽이 손해를 보지 않도록 해수부 등 관련 부처에서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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