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더기 때문에 며칠 동안 우리 가족은 공포에 떨어야 했다. 아침에 일어나 거실로 나오는데 바닥에 통통한 구더기 한 마리가 기어 다닌다. 뭐지? 아무리 살펴도 주변에 구더기 나올 만한 곳이 없는데. 쓰레기통도 살폈으나 구더기가 낄만한 상태는 아니다. 나는 구더기를 변기통에 버리고 물을 내렸다.

 

다음 날 아침, 이날도 평소처럼 거실로 나와 컴퓨터를 켜다 소스라치게 놀랐다. 어제 구더기를 발견한 바로 그 자리에 구더기 한 마리가 또 기고 있는 게 아닌가? 이틀 연속 같은 자리에 구더기가 발견되니 황당하다. 아무것도 없는 맨바닥에 구더기가 발견된 것도 희한한데 대체 이것들이 어디서 온 걸까?

 

이때부터 나는 아내와 함께 온 집안을 뒤졌다. 구더기가 나올만한 쓰레기나 악취를 찾아내려 했는데 결국은 찾지 못했다. 누가 먹다 버린 음식 찌꺼기가 거실 구석 어딘가에 썩고 있었나 싶지만, 단서가 없다.

 

다음 날 아침, 거실 문을 여는데 심장이 벌렁거린다. 이번에도 그 자리에 구더기가 발견되면 나 완전 패닉 상태가 되는데..숨죽여 살피자 다행히 없다. 구더기와 숨바꼭질은 이걸로 끝나는가 싶었는데 고개를 돌리려던 찰나 검은색 책장에서 흰색의 뭔가 꾸물거린다. 으~ 구더기다. 그리고 그 위에 한 마리가 더 있다. 눈으로 쫓아가 시선이 멈춘 곳. 설마..책장에 모셔둔 늙은호박이 범인? 아니나 다를까 늙은호박에서 구더기 한 마리가 기어 나오고 있다.

 

곁에 균열이 살짝 났길래 그사이를 벌리자...으아아악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내의 그런 비명 처음 듣는다. 수백 마리가 우글우글한 그 늙은호박을 쏟아지지 않게 고이 모셔다 버리느라 진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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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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