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벌어 한달 먹고 사는 가장이 많다. 월급쟁이는 버는 만큼만 사 입고 먹는다. 그나마 부양 가족이 없으면 좀 낫다. 나는 월급쟁이는 아니지만, 그래서 한달 한달이 매우 불안하다. 오늘은 집에 아무도 없다. 아내는 외출 중이고 딸은 어린이집에 있다.

 

일 하다 보니 배 고픈줄도 몰랐는데 시계는 벌써 3시 반. 모처럼 홀로 점심을 때우는데 집에는 언제 지어진지도 모를 마른 밥과 단무지 무침만이 있다. 냉장고는 텅 비었다. 며칠 전, 벵에돔으로 스테이크를 해먹으며 호사를 누렸던 것을 생각하자니 더욱 믿기지가 않았다. 나는 한 번 더 냉장고를 뒤졌다.

 

 

냉장고 구석에는 달걀 세 개가 나 뒹굴었고, 볶은 파프리카가 조금 남이 있었다. 달걀 세 개 중 두 개는 아내와 딸을 위해 남겨두고, 하나는 부쳐먹기로 했다. 그랬더니 이제야 밥이 좀 넘어가는 것 같다. 어쨌든 곧 장을 보러 가겠지. 최대한 아끼고 절제해도 영수증에 찍히는 숫자는 기본 십여 만원. 이십 넘게 찍힐 때도 많다. 한 달에 장을 두 번 보는지 혹은 세 번 보는지가 문제라면 문제. 도시권 아파트에서 장 안 보고 먹고 살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걸까? 말도 안 되는 생각이지만, 오늘 이 식탁을 보며 문득 그런 생각을 떠올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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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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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자리돔
    2018.03.30 19:1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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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힘내세요!
  2. 2018.03.30 22:5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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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상 즐거운 날만 있기를 빕니다 좋은 밤 되세요
  3. 빈손앵글러
    2018.03.31 00:2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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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감합니다. 가족분들을 위해 힘내세요. 화이팅입니다.
  4. 2018.03.31 14:2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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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딱 하루, 딱 한 끼 이런 걸로 우울해 하시는 건 아니겠지요?
    버는 돈 괭이들한테 다 퍼주고 맨날천날 고추장에 밥 비벼 먹는 할매도 있는디요 ^^;;
    맞습니다
    장이란 거 보러가면 절제에 또 절제를 해야 10만 원 대 찍지요
    아니면 2, 30은 그냥 훌쩍이니 고정수입 없는 가장은 수입이 적고 많고와 상관 없이 불안합니다.
    그래도 추억님께는 입질이 있으니!
    • 2018.03.31 14:3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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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아도 이런 끼니는 제법 흔한 편이지요. 다만, 제가 글을 안 올릴 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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