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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벌어 한달 먹고 사는 가장이 많다. 월급쟁이는 버는 만큼만 사 입고 먹는다. 그나마 부양 가족이 없으면 좀 낫다. 나는 월급쟁이는 아니지만, 그래서 한달 한달이 매우 불안하다. 오늘은 집에 아무도 없다. 아내는 외출 중이고 딸은 어린이집에 있다.
일 하다 보니 배 고픈줄도 몰랐는데 시계는 벌써 3시 반. 모처럼 홀로 점심을 때우는데 집에는 언제 지어진지도 모를 마른 밥과 단무지 무침만이 있다. 냉장고는 텅 비었다. 며칠 전, 벵에돔으로 스테이크를 해먹으며 호사를 누렸던 것을 생각하자니 더욱 믿기지가 않았다. 나는 한 번 더 냉장고를 뒤졌다.
냉장고 구석에는 달걀 세 개가 나 뒹굴었고, 볶은 파프리카가 조금 남이 있었다. 달걀 세 개 중 두 개는 아내와 딸을 위해 남겨두고, 하나는 부쳐먹기로 했다. 그랬더니 이제야 밥이 좀 넘어가는 것 같다. 어쨌든 곧 장을 보러 가겠지. 최대한 아끼고 절제해도 영수증에 찍히는 숫자는 기본 십여 만원. 이십 넘게 찍힐 때도 많다. 한 달에 장을 두 번 보는지 혹은 세 번 보는지가 문제라면 문제. 도시권 아파트에서 장 안 보고 먹고 살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걸까? 말도 안 되는 생각이지만, 오늘 이 식탁을 보며 문득 그런 생각을 떠올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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